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09화 (109/187)

109화 : 유비 찾았다!

동산 보육원

한수는 아이들에게 어린이용 타이탄스 유니폼을 선물로 주면서 말했다.

“시즌 시작하면 관람권도 보내줄게. 와서 타이탄스 응원해. 알겠지?”

“네에~!”

“네!”

“알겠어요!”

한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주 웃었다.

‘새싹부터 타이탄스 팬으로 키워야지. 흐흐.’

그때 식당에서 걸어 나오는 잘생긴 남자를 발견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이 낯이 익은데···.’

그때 잘생긴 남자, 김유빈이 한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타이탄스 구단주님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김유빈은 빙긋 웃으며,

“처음 뵙겠습니다. 김유빈입니다.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보육원에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유빈···?’

그 순간, 며칠 전 이소희 팀장이 했던 보고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 = = = = = =

며칠 전,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상점에서 아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이소희 팀장이 들어오더니,

“구단주님, 벌처스에서 트레이드 제안을 했습니다.”

“누구를 달래요?”

“김명태랑 신동우를 원하고 있습니다.”

김명태는 코인 투자 사건 때문에 2군으로 간 선수다.

코인에 빠지기 전에는 2할 타율에 수비는 보통은 하던 평범한 타자였다.

정보창으로 나타난 재능 수치는 Bronze 등급, 레벨은 ‘41 / 52 (현재 레벨 / 잠재 레벨)’이다.

그리고 신동우는 5년 전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뛰어난 유망주였다.

입단하고 퓨처스리그에서 1년간 뛸 때도 3할 타율에 홈런을 15개나 친 강타자로 활약했다.

당시 단장이나 감독 모두 그를 크게 신임해서 이듬해에 1군으로 콜업, 5번 타자로 세웠지만···.

[퓨처스리그의 강타자 신동우 1군 무대에서 20타수 무안타에 그쳐···.]

신동우는 2군에서는 배리 본즈였지만, 1군에서는 밥값도 못하는 타자가 됐다.

심지어 수비까지 실수투성이···.

팬들은 신동우가 맡은 수비지역을 타이탄스의 싱크홀이라고 불렀다.

그래도 연습 경기에서 성적이 좋아서 감독과 단장은 다음 시즌까지 믿어보기로 했지만···.

신동우는 1할 타율을 기록하고 2군 무대로 돌아갔다.

그 뒤로 2군에서 2할과 3할을 오고 가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신동우면···.’

한수는 신동우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재능 수치는 76%로 Silver 등급, 레벨은 ‘48 / 62 (현재 레벨 / 잠재 레벨)’이다.

특성은 ‘배트 컨트롤러 B’인데, 타격 정확도와 타격 정확도를 높여주는데, ‘배드볼히터’ 특성의 하위 호환이다.

잠재 레벨이나 특성은 나쁘지 않은 선수지만, 특기에 문제가 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타자’, ‘2부 리그 강타자’, ‘1군 새가슴’ 이렇게 세 개 특기인데···.

전부 1군에서 활약을 저해한다.

하지만 특성과 달리 특기는 선수의 노력 여하 또는, 인생의 전환점 등을 통해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한수는 일단 2군에서 계속 담금질을 하면서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벌처스가 이번 드래프트랑 FA 시장에서 제대로 된 타자를 못 구했나 보네.’

타이탄스가 팔 년 연속 꼴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벌처스도 구 년 전까지는 세 시즌 연속 꼴찌였다.

그리고 지난 네 시즌 동안은 9위를 계속하고 있다.

타이탄스가 꼴찌를 하는 이유가 총체적 난국이라면, 벌처스의 문제는 타자들이 지독한 물방망이라는 거다.

투수들이 호투해서 점수를 틀어막아도,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해서 패배한 경기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매년 신인 드래프트마다 타격력 좋은 유망주를 뽑고 있는데, 어째 전부 성과가 좋지 못했다.

한수는 팔짱을 끼며 이소희에게 물었다.

“누굴 준대요?”

“투수 한 명이랑 트레이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세 명의 선수 중에서 고르라고 하던데요. 여기 선수 자료입니다.”

한수는 자료를 받으며 중얼거렸다.

“불펜 투수 많으니까 알아서 쇼핑하라는 거네.”

【한병도(28)】 【고정남(26)】 【김유빈(30)】

임병찬은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정보창이 등록된 선수였다.

【한병도】【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1%)

(타이탄스 코치진: 23%)

(타이탄스 프런트: 19%)

결론: 경기장의 어부라(於夫羅)입니다. 제구력은 뛰어나지만 승부욕이 과해서 실투(失投)하는 일이···(중략)···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좌투좌타

【특기】

1. 뛰어난 S급 제구력

2. 불같은 S급 승부욕

···(중략)···

【호감도: 0%】

한병도는 한수가 눈여겨봤던 선수다.

벌처스의 필승조에 속한 선수다.

구속은 평범하지만 뛰어난 제구력을 가진 투수다.

다만, 승부욕이 과해서 종종 실투를 던진다.

‘제구의 문제가 아니고 어리석은 판단을 자주 하는 게 문제인데···. 리드를 잘하는 포수와 함께면 빛을 발할 수 있어.’

한병도는 지난 시즌 때 감독하고 불화가 있어서 실력이 뛰어남에도 이번에 트레이드 카드가 됐다.

한수는 한병도 정도면 트레이드해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고정남과 김유빈의 자료도 살폈다.

‘이 둘은 정보창이 등록 안 된 선수네.’

고정남은 승리조의 일원이었던 엘리트 투수지만, 작년 여름에 손목 부상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재활은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진짜 성공적이었으면 승리조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이유가 없지.’

그리고 김유빈은 패전처리투수였다.

성적은 볼 필요가 없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는 완치됐다고 한다.

한병도보다 구속은 빠른데, 제구력은 보통.

특이사항은 양손잡이.

다만, 왼손으로 구속이 80km/h도 안 나온다.

‘그냥 우완투수잖아.’

한수는 김유빈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스크 괜찮네. 성적만 좋으면 팀 간판으로 쓸 만한 비주얼인데···. 아쉽네.”

“김유빈 선수 말씀이시죠? 출전 경기가 많지 않고 성적도 나쁜데 팬클럽까지 있는 선수입니다.”

“흠~ 그래요. 이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트레이드하는 게 좋을까요?”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김명태 선수는 2군에서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박종구 선수가 1군 외야수로 합류한 이상 불필요합니다. 그리고 신동우는 2군에서는 잘 나가지만···. 솔직히 1군 무대에선 가망이 없다고 봅니다.”

한수도 이소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이 셋 중에 누구랑 트레이드하는 게 좋을까요?”

“한병도나 고정남 중에서 고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일단 고정남의 정보창을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소희에게 말했다.

“일단 벌처스한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만 해두세요.”

“알겠습니다.”

이소희가 단장실에서 나가자 한수는 김유빈의 자료는 한쪽으로 치워두고 한병도와 고정남의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한수는 몰래 고정남을 찾아가서 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고정남의 재능 수치는 73%로 Silver 등급, 레벨은 ‘49 / 69 (현재 레벨 / 잠재 레벨)’이다.

등급은 낮지만, 잠재 레벨이 높고 특성이나 특기도 괜찮았다.

하지만 ‘결론’ 내용을 보고 고정남은 포기하기로 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도박 업체로부터 승부 조작 제안을 받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시즌부터···】

고정남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트레이드를 받아들인다면 한병도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벌처스에 트레이드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새해가 밝았고···.

한수는 동산 보육원으로 봉사활동을 와서 김유빈과 만나게 된 거다.

= = = = = = =

다시 현재, 동산 보육원.

한수는 트레이드 선수 자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김유빈을 쳐다봤다.

‘이런 데서 보게 될 줄이야.’

김유빈은 한수가 말없이 묘한 눈빛을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

그때 한수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김유빈 선수. 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절 어떻게···.”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서 알고 있는 거지만, 이 트레이드는 아직 벌처스와 타이탄스 운영팀끼리만 얘기가 된 거다.

타이탄스에서 거절하면 백지화되는 제안.

그래서 한수는 다른 이유를 둘러댔다.

“경쟁 구단의 선수 파악은 단장으로서 기본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구단주님께서는 단장직도 같이하고 계셨죠.”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대단하시네요···.”

김유빈은 진심으로 한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한수가 선수로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곧 씁쓸한 얼굴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기는 승리 한 번 해본 적 없는 패전처리투수로 보고 있겠지···.’

비슷했다.

한수는 그를 잘생기긴 했지만, 실력은 형편없는 투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가진 자료로만 판단했을 때는 말이다.

‘정보창을 확인하고 싶네.’

하지만 포수 마스크가 차 안에 있어서 당장 확인은 어렵다.

한수는 이따 확인해보자고 생각하며 물었다.

“그런데 김유빈 선수는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혹시 봉사활동을 온 건가요?”

“봉사활동이 아니고···. 사실 제가 동산 보육원 출신이어서요. 휴가차 고향을 찾은 거라고나 할까요? 하하.”

“아···.”

그러고 보니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사별했다는 자료 내용이 떠올랐다.

그런데 많고 많은 보육원 중에서 동산 보육원 출신이라니···.

한수는 생각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때 김유빈이 말했다.

“오늘은 구단주님 봉사활동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휴가인데 쉬어야죠.”

“하하, 충분히 쉬어서요.”

“뭐···.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네!”

한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김유빈을 보며,

‘성격은 괜찮아 보이네. 우리 팀 선수들하고도 잘 맞을 거 같고···. 흠···. 실력만 좋으면···.’

일단은 봉사활동을 먼저하고 잠재 레벨과 정보창을 확인해보자고 생각했다.

한수는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8시간이 지났다.

그는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원장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차로 향했다.

차 문을 열자 느낌표가 포수 마스크 위로 느낌표가 나타나 있었다.

‘임무 19를 완료한 거 같네.’

하지만 보상이나 새로운 임무를 확인하는 건 나중이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착용한 뒤, 김유빈을 찾았다.

그때 정원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 중인 김유빈을 발견했다.

‘찾았다!’

김유빈의 몸에서 눈부신 새하얀 빛이 뿜어졌다.

한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 순간, Platinum 등급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김유빈】【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0%)

(타이탄스 코치진: 50%)

(타이탄스 프런트: 60%)

결론: 경기장의 한중왕(漢中王) 유비 현덕입니다만···. 잘못된 길을 걷고 있군요.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포지션】

1순위: 타자(일루수, 삼루수)

2순위: 타자(유격수)

3순위: 타자(외야수)

4순위: 투수

【투타】

우투양타

【특기】

1. 우측에서 치면, 좌측에서도 쳐라! [비활성화]

2. 가시밭길에도 빛이 되는 리더.

3. SSS급 친화력

4. S급 양손잡이

5. 정확한 레이저 송구

6. 내 발에 적로마가 있음 [주력 상승]

7. 평범한 투수가 특급 교타자를 숨김 [비활성화]

8. 잘생김.

【호감도: + 30%】

정보창을 본 한수는 중얼거렸다.

“유비 찾았다!”

그런데···.

‘투수가 아니고 타자 맞는 포지션이라고···?’

한수는 가만히 김유빈을 쳐다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이소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구단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팀장도 복 많이 받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연휴에 미안한데···. 혹시나 해서 벌처스 프런트에 미리 전달해두라고요.”

[혹시 트레이드를···?]

“네, 트레이드하자고 하세요. 대신, 한병도 플러스 김유빈까지 달라고 하세요.”

[2명을요? 타자 둘로 투수 둘은 조금···.]

“적당한 타자 한 명 더 보내는 걸로 하죠.”

이소희는 김유빈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의아했지만, 한수를 믿었다.

[알겠습니다. 벌처스에 연락해두겠습니다.]

“오케이. 수고해요.”

한수는 통화를 끝내고 김유빈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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