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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15화 (115/187)

115화 : 정말 부럽네요.

한수는 응원단장 윤성진에게 치어리더들이 어떤 상황인지 들었다.

윤성진 앞에서는 문제가 없는 척 행동하지만, 실상은 서로 대화조차 잘 나누지 않는 상황이다.

한수로서는 입맛이 썼다.

최고의 보석들을 모아뒀는데 팀워크가 엉망이라니···.

내심 박민희나 손미나가 리더 역할을 해주길 바랐지만, 기대 이하였다.

그런데 정보창에 축융 부인으로 비유되는 장연수가 나타났다.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선강 대학교 응원단을 창설하고 전국 응원제에서 우승을 시킨 여중호걸이자 뛰어난 리더였다.

특기도 A급 카리스마 리더, 가면의 군주 등이 있다.

사분오열된 치어리더들을 하나로 묶을 인재가 분명했다.

한수는 장연수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운이 좋군!’

일단 장은수를 데리고 간 다음에 장연수도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놓치지 않아!’

장연수는 한수가 빤히 쳐다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눈빛이 좀 뜨겁네···. 포수 마스크 써보고 싶다고 해서 기분이 상했나? 으음···.’

한수는 거실에 소파에 앉더니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장은수의 가족들은 한수의 외모를 보고 흠칫했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냥 너무나도 잘생겼기 때문이다.

‘타이탄스 40년’을 통해서 한수를 봤던 장연수도 감탄했다.

‘대박···. 실물이 더 잘생겼네···.’

그때 한수가 안주머니에서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더니 장은수에게 내밀었다.

장은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게 뭐예요?”

“지난번에 이소호 선수가 찢어버린 계약서입니다. 일단 육성 선수로 계약하고 시기가 되면 1군으로 올리겠습니다. 연봉 계약은 그때 제대로 하죠. 물론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는 걸 명시할 겁니다. 원하는 액수가 있으면 말씀···.”

그러자 장태주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은수는 야구 선수를 시키지 않을 겁니다! 우리처럼 교육가가 될···.”

“장 교수님, 아드님이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너무 관여하시는 거 아닙니까?”

“함부로 지껄이지 마시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길로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을 뿐이니···.”

“아드님이 야구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십니까?”

장태주는 콧방귀를 끼며,

“당연한 것 아니요?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은수는 운동을 시작할 때가 이미 한참 전에 지났소!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저랑 내기하실까요?”

“내기···?”

“저는 장 선수가 KBO를 씹어 먹을 괴물 투수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장태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문득 유소년 야구팀 감독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랑 연 끊을 생각으로 말하는 건데···. 은수, 진지하게 야구 시켜볼 생각 없냐? 은수는 정말 굉장한 재능을 지녔어. 쟤는 분명 야구로 성공해. 내 손모가지도 걸 수 있다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장태주는 친구와 연을 끊었다.

그는 가문을 위해 자식들을 훌륭한 교육가로 만들 생각이니까.

장태주는 주먹을 꽉 쥐며,

‘야구라니···. 절대 안 돼.’

그는 한수의 말에 강하게 반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수가 한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장 교수님께서 하신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

실제로 들은 건 아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강덕수가 조사해온 영상 자료를 참고한 거다.

한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때 분명 학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젊을 때 도전과 실패는 거목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라고요. 그런데 장 선수한테는 왜 이러십니까? 강연에서 떠들던 건 다 가식이었나요? 학생들은 개처럼 고생해도 내 자식은 비단길만 걸어야 한다는 겁니까?”

“······!”

허를 찔린 장태주는 할 말을 잃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장태주다.

여기서 반박하면 그는 가식 아니, 위선적인 사람이 된다.

‘젠장···.’

그러자 안주연이 나섰다.

“우리는 교육자이기 전에 부모예요. 어떤 부모가 자식이 힘든 길로 가는 걸 바라나요? 우리는 은수가 고생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반대하는 거예요. 그리고 애들 아빠나 저나 무작정 비단길을 걷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한수는 감탄한 표정으로,

“이야~ 좋은 말씀입니다.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말라···. 과연 모범 교사로 뽑히셔서 인터뷰까지 하신 안주연 교감 선생님답네요?”

안주연은 움찔하며 생각했다.

‘인터뷰···?’

한수는 휴대폰을 꺼내서 캡처해둔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질문~! 선생님 좋은 부모란 어떤 겁니까? 답변~!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당황하는 안주연을 보며 한수는 씨익 웃으며,

“안 선생님, 아드님이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지금 행동은 너무 모순된 거 같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감동했다며 댓글을 단 사람들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게 아니고···!”

“아이들의 꿈을 지지해주라던 유명 교사가 알고 봤더니, 자식들의 꿈을 억압하며 교육가의 길을 강요하는 부모였다니! 학부모들이 이 사실을 안 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

안주연은 안색이 몹시 나빠졌다.

뭐라고 반박하고 싶어서 입술을 달싹였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가만히 지켜보던 장은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한수 저 인간···. 아빠랑 엄마를 말발로 이겨버린 거야?’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때 장연수가 발끈하며 나섰다.

“강연이나 인터뷰 내용 가지고 우리 부모님은 가식덩어리에 모순된 사람으로 모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펙트만 말했을 뿐입니다. 본인들도 아무런 반박을 못 하는데, 장연수 씨가 왜 나서는 겁니까? 아~ 부모님이라고 감싸고 싶은 건가요? 잘못된 걸 알고 있음에도요?”

“잘못된 거 없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말아요. 은수가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결국 허락해줬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갑자기 귀국하더니 야구를 하고 싶대요. 신뢰가 되겠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그렇다고 하기 싫은 걸 강요하는 건 아니죠. 자식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는지···. 어떤 가면을 쓰고 사는지 전~ 혀 모르고!”

장연수는 가면이라는 말에 움찔하며,

‘이 사람, 설마···.’

그때 한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으로 ‘호랑이’라고 벙긋거렸다.

장연수는 흠칫 놀라며 생각했다.

‘이 인간···. 내가 응원팀을 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만약 부모님께 내가 응원팀을 하는 걸 말하면···.’

그녀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한수···. 무서운 사람이네. 우리 가족들을 철저하게 조사했어. 은수의 재능이 그렇게 뛰어난가?’

거실에 정적이 흘렀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장은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 구단주가 나한테 상황을 좋게 만들긴 했는데···. 이대로 계약서에 사인해도 되는 건가? 전부 반대하는 상황인데···.’

한수는 머뭇거리는 장은수를 보고 혀를 차며 생각했다.

‘떡을 코앞까지 내밀어줬으면 알아서 먹을 것이지. 손수 입안까지 넣어줘야 하나? 답답하네···.’

그는 뱀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장태주를 쳐다보며,

‘아버지 쪽을 조금 더 자극해서 장 선수를 욱! 하게 만들면···. 사인하겠지? 장태주가 분명 학술지에···.’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장남 장현수가 입을 열었다.

“장은수.”

“응?”

“야구가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러자 장태주가 당황하며,

“현수야, 무슨 소리를···.”

“아버지는 가만히 계세요. 장은수 확실히 말해. 정말 진지하게 야구가 하고 싶은 거야?”

장은수는 늘 무미건조하고 차갑게만 느껴졌던 형의 눈빛이 오늘따라 다른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응···. 하고 싶어.”

“디자인 공부처럼 포기 안 할 자신 있어?”

“···응! 절대, 절대 포기 안 해!”

장현수는 동생의 눈을 가만히 보며 장은수가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할 때를 떠올렸다.

그때 동생은 지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눈빛이네.’

장현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해.”

그러자 장태주가 버럭 소리쳤다.

“장현수! 이게 무슨···!”

“아버지. 가업에 따르는 건 저 하나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뭐···?”

장현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보며,

“저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선생님까지 된 이 삶에 큰 불만 없습니다. 이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난 순간···. 꿈 같은 건 진즉에 포기했으니까요.”

“······!”

“하지만 연수나 은수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게 해주세요.”

“그건···.”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죠? 욕심이 과하면 탈 나는 법이라고.”

“······!”

“아버지께서 소중한 가르침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태주는 멍하니 큰아들을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갔다.

안주연은 안절부절못하다가 뒤늦게 남편을 따라 서재로 향했다.

장연수는 장현수에게 물었다.

“웬일이래? 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다 하고?”

“···장연수, 부모님 속이는 건 그만둬.”

“···뭐래? 누가 뭘 속인다는 거야···.”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방으로 향했다.

거실에는 한수와 장은수, 장현수만 남았다.

한수는 장현수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특기로 짐작했지만···.

‘역시 장남으로 책임감과 동생들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네. 덕분에 일이 편해졌어. 흐흐.’

그때 장은수가 입을 열었다.

“형, 미국 유학 때도 그렇고···. 지금도···. 왜 나를···.”

장현수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수가 내민 계약서를 들더니,

“이 계약서는 변호사한테 자문받고 나서 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실 대로. 아~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오케이. 그럼···. 계약일은 언제로 할까요?”

장현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틀 뒤에 타이탄스 구단으로 동생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동생이 지낼 곳도 알아봐야 하니.”

“아~ 숙소는 우리 측에서 준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숙소 건은 맡기도록 하죠. 그럼, 이틀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장현수는 그대로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

한수는 장현수의 시원시원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장은수에게 말했다.

“이야~ 부럽네요. 형님이 참 좋으신 분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정말 부럽네요. 저도 저런 형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나를 옭아매는 족쇄들을 전부 형한테 채워버리고 편하게 살았을 텐데!’

정말, 정말 부러웠다.

한수는 상점에 여동생을 형으로 바꾸는 아이템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여튼!

“그러면 장 선수, 이틀 뒤에 뵙겠습니다.”

“네···.”

한수는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장은수는 장현수와 함께 타이탄스 구단에 방문했다.

장현수는 계약 내용을 요목조목 따지며 장은수에게 더욱 유리한 계약을 하고자 했다.

오죽하면 한수와 함께 자리한 이소희가 한숨을 내쉬었겠는가?

마침내 장은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한수는 장현수에게 말했다.

“스포츠 에이전트를 하셔도 잘하실 거 같습니다.”

“에이전트요?”

“선수를 대신해서 연봉 협상이나 이적, 광고 계약 등을 책임지는 사람이죠. 아~ 괜한 설명이었나요? 이미 알고 계시죠?”

장현수는 에이전트라는 말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지만···.

외면했다.

그는 담담히 대답했다.

“···몰랐습니다. 그리고 관심 없습니다.”

“뭐~ 그러시겠죠. 가업을 이으셔야 하니까요. 흐흐.”

“······.”

장은수는 타이탄스 2군 육성 선수로 합류했다.

하지만 한수의 영입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선강 대학교로 가서 장연수를 찾았다.

장연수는 한수를 보고 당황하며.

“당신이 여긴 어떻게···.”

“연수씨를 보러 왔습니다.”

“네···?”

그녀는 한수의 말을 오해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수의 치어리더 팀장직 제안에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저보고 타이탄스 치어리더를 하라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부모님께 들키면···.”

“수락하지 않으면 제가 폭로할 겁니다.”

“···너무 치졸한 거 아니에요?”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 아무것도 아니죠.”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연수는 입술을 질끈 물며 고민하더니,

“···일단 계약서부터 가져오세요. 노예 계약 따위 할 생각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흐흐.”

그렇게···.

한수는 장연수도 영입에 성공했다.

단, 그녀의 정체는 숨겨주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그리고 1월의 막바지···.

한수에게 두 가지 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스프링캠프 명단과 영화 ‘타이탄스 1984’ 대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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