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 운이 좋군.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를 통해 위대한 천사 H의 선물이 도착했다.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함께하길 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대체 천사 H는 누구지?’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의 대답을 바랐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알림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답해줄 수 없다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이내 털어버렸다.
이렇게 고민한다고 천사 H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보상이나 확인하자!’
3,000 Point, 상점 물품 50% 할인권 1장, 인재 특성 변경권 1장, 인재 Gold 등급 확정 진화권 1장.
이렇게 네 개의 선물을 받았다.
한수는 인재 특성 변경권을 확인했다.
【인재 특성 변경권】
└인재가 보유한 ‘특성’을 무작위로 변경합니다.
└변경 시 ‘무조건’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EX) 성장도 B → 송구 A / 포구 C → 도루왕 B
└낮은 확률로 유니크 특성이 주어집니다.
└유니크 특성으로 변경될 시 잠재 레벨이 소폭 상승합니다.
‘이건 꽤 유용한데···.’
정보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기는 인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진화하고, 퇴화하며, 아예 사라지기까지···.
하지만 레벨 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성은 등급이 오르고, 내릴지언정 종류가 변하진 않는다.
그래서 아쉬운 선수들이 있었다.
한수는 이번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아쉬운 특성 보유한 선수를 확인했다.
【이름: 찰스 스팅】
【레벨: 60 / 75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도루 킬러 A】
└타자가 출루할 시 견제 +2, 시야 +1, 송구 +1
【이름: 한민석】
【레벨: 37 / 8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근성 A】
└7회에 팀이 지고 있을 시 정신력 +3
【이름: 안종렬】
【레벨: 45 / 68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연장전 선풍기 A】
└연장전에서 타격정확도 +1, 장타력 +1
한수는 이렇게 세 명을 골랐다.
찰스 스팅의 특성 ‘도루 킬러 A’는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투수에게 가장 좋은 건 투구(投球)와 관련된 특성이다.
물론 이 특성 덕분에 찰스 스팅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상대 팀 도루 성공률 무척 낮았다.
‘승리에 도움이 되긴 하지···.’
한민석의 특성 ‘근성 A’는 조금 애매했다.
정신력은 종종 놀라운 기적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명확하게 어떤 효과를 준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버리기에는 또 조금 아깝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안종렬의 특성 ‘연장전 선풍기 A’는 범용성이 너무 떨어졌다.
오로지 연장전에서만 발동되는 특기.
하지만 야구에서 연장전을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상승 수치도 그렇게 높지 않아.’
차라리 안종렬한테는 다른 특성이 주어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좋아. 안종렬한테 쓰자.”
【인재 특성 변경권 1장을 안종렬(Silver 등급) 선수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오케이!’
그 순간, 안종렬의 레벨 창이 번쩍하고 빛났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안종렬(Silver 등급) 선수의 특성이 유니크 특성 ‘9번이라 불린 사나이 S’로 변경됩니다.】
【안종렬(Silver 등급) 선수의 잠재 레벨이 3 상승합니다.】
‘오오!’
한수는 감탄하며 곧바로 안종렬의 레벨 창을 확인했다.
【이름: 안종렬】
【레벨: 45 / 71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잠재 레벨 +3 ↑]
【특성: 9번이라 불린 사나이 S】
└9번 타자로 출전 시 발동.
└타격정확도 +2, 장타력 +1, 주력 +1, 정신력 +1
└9회에 타석에 서면 추가 버프 발동(타격정확도 +2)
잠재 레벨이 71까지 오른 것도 흡족했고, 특성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낮은 확률로 획득하는 유니크 특성을 얻다니,
“운이 좋군.”
한수는 이참에 안종렬에게 좀 더 투자해보자고 생각했다.
바로, ‘인재 Gold 등급 확정 진화권’이다.
인재 Gold 등급 확정 진화권은 현재 두 장을 가지고 있다.
‘한 장을 안종렬한테 사용하는 거야.’
안종렬의 성장 속도 빠른 편이긴 하지만, Silver 등급부터는 다를 거다.
현재 Silver 등급 선수들도 70% 구간을 넘지 못하고 Gold 등급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안종렬의 등급은 61%···. 아마 새 시즌이 시작해도 70% 초반 정도일 거야.’
같은 심해 등급이라도 Bronze 등급과 Silver 등급의 차이는 꽤 크니까.
【인재 Gold 등급 확정 진화권 1장을 안종렬(Silver 등급) 선수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그 순간, 안종렬의 정보창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한수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정보창을 응시했고, 그리고 마침내···.
-띠링!
【안종렬 선수가 Gold 등급으로 진화했습니다.】
【안종렬 선수의 새로운 정보창을 확인해주세요.】
【현재 인재 Gold 등급 확정 진화권을 1장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보창을 가리는 알림창들을 없애자, 그 내용이 보였다.
【안종렬】【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0%)
(타이탄스 코치진: 30%)
(타이탄스 프런트: 15%)
결론: 경기장의 국의(麴義)입니다. 외야수였지만 성적도 별로고 올 시즌 외야 라인이 너무 강해서 내야수로 보직을 바꿨습니다. 국의가 기병 격파의 달인이었듯이 안종렬은 도루 격파의 달인이 될 가능성을 ···(중략)···
【포지션】
1순위: 내야수 /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말처럼 달려봐 잡아줄게! [개발 중]
2. 백조 타법 [개발 중]
3.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중략)···
【호감도: + 49%】
한수는 안종렬의 업그레이드된 정보창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영웅 도감 ‘계교 전투의 영웅’을 완성했습니다.】
국의로 비유되는 안종렬과 공손찬에 비유되는 공형찬이 덕분에 영웅 도감도 하나 더 완성했다.
【영웅 도감 완성 보상으로 50 Point를 받았습니다.】
【현재 3,385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능력치는 상승은 별거 없었고, 보상도 50 Point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상점 쇼핑은 나중에 하자.’
포인트는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모아둘 생각이다.
그래서 또 상점 업그레이드를 했다.
【270 Point를 소모해서 Lv 10 상점을 Lv 11 상점으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오케이!’
그렇게 다음 날이 됐고, 한수는 타이탄스 1군 선수들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 = = = = = =
타이탄스 1군의 1차 스프링캠프 장소는 일전에 마무리 캠프를 했었던 애리조나 키노스포츠콤플렉스다.
하지만 분위기는 마무리 캠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시즌 개막을 앞둔 스프링캠프인지라 코치진부터 선수들까지 분위기가 무척 진지했다.
덕분에 처음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은 숨이 막혔다.
‘스프링캠프는 천국이라고 했는데···.’
‘대운 드래곤스는 가족들도 따라온 거 같던데···.’
‘우리는 왜 지옥 훈련이냐.’
‘이렇게 했는데 또 꼴찌면···.’
그러나 모두가 지옥 훈련에 절망한 건 아니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홍진철 투수는 장보형 코치에게 찰싹 붙어서 가르침을 청하고 있었다.
“장 코치님, 커브 낙차와 구속을 높이기 위해서 투구폼을 바꾸는 게 좋을까요?”
“아냐. 아냐. 낙차나 구속은 이미 충분해. 너무 커브에 너무 얽매이지 마. 네 장점은 팔색조처럼 다양한 공을 던지는 것과 뛰어난 완급 조절이야.”
“음···.”
“내가 너한테 커브를 가르친 건 위닝샷으로 쓰라는 게 아니고, 더욱 변화무쌍하게 공을 던지라는 거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숙련도는 더 높이게 좋을 거 같습니다.”
“무리하진 말고.”
“네.”
늙다리 신인인 기용찬과 손재현은 서로 경쟁(?)하며 훈련하고 있었다.
“···손재현, 제발 내야수 훈련하는 데로 가. 왜 투수 훈련장에 와서 난리야.”
“왜? 내가 신경 쓰이냐?”
“뭐라는 거야? 하···.”
“흐흐, 내일 청백전 기대해. 한만두를 먹여주마.”
“너 감독님 말씀할 때 졸았지? 내일 청팀 선발은 철수야.”
“뭐!? 헤이! 킴 감독님! 미 좀 봅시다!”
기용찬은 페르난도 킴 감독에게 달려가는 손재현을 보며 혀를 찼다.
“왜 저래 정말···.”
염철수는 찰스 스팅과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찰스 스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한 뒤 곧바로 휴식기에 들어가서 염철수와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스팅은 염철수가 1선발 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색하게 대했지만, 염철수는 달랐다.
그는 존경의 눈빛으로 찰스 스팅을 바라보며,
“찰스 선배님! 팬이에요! 찰스 선배님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게 꿈이었거든요! 특히, 재작년에 티라노스 상대로 7연속 탈삼진을 하고 완봉승을 거뒀을 때 정말 감동이었어요! 무엇보다 상대 타자가 공을 쳐도 수비수들을 믿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그 모습···! 정말 멋져요!”
상대 타자가 공을 쳤을 때 뒤를 돌아보지 않은 건 수비수를 믿어서가 아니다.
수비에 성공할 거란 믿음이 없기 때문이고···.
뒤를 돌아봤다가 어이없는 수비 실수가 나오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여튼!
염철수의 살가운 태도에 찰스 스팅도 마음을 열었고, 어쩌다 보니 스프링캠프에서 컷 패스트볼을 가르쳐주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찰스 스팅은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컷 패스트볼에 대해 설명했다.
“커터는 변화구가 아니고 패스트볼이야. 즉, 구속이 느리면 안 돼. 그럴 거면 그냥 슬라이더에 집중하는 게 나아. 물론 컷 패스트볼은 변화구보다 부상 위험도가 낮은 장점이 있지. 익히면 도움이 될 테지만···.”
찰스 스팅을 노트 필기까지 하며 설명을 듣는 염철수를 힐끔 보더니,
“사실 네가 컷 패스트볼을 장착할 필요가 있나 싶어. 네 투심과 슬라이더 조합이면 무적인데···.”
그러자 염철수는 빙긋 웃으며,
“무적이라뇨. 소호 선배님이나 진호 선배님한테는 삼진을 잡아 본 적도 없는걸요.”
“그 사람들은 괴물이야. 괴물. 아웃 카운트를 잡는 걸로도 잘하는 거야.”
“찰스 선배님은 진호 선배님을 상대로 삼진을 잘 잡잖아요.”
“잘 잡긴···. 공을 열 개 넘게 던지는데···. 그리고 너랑 나는 성향이 달라. 네 공은 타자들이 쳤을 때 진가를 발휘해. 음~ 맞아야 사는 투수라고나 할까?”
“어, 어감이 조금 그렇네요.”
그때 강민수 포수가 멀리서 염철수를 불렀다.
“철수야! 근력 훈련하러 가자!”
“네, 형! 선배님, 저 먼저 가볼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케이. 힘내.”
“네!”
염철수는 강민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형,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미안해. 타격 훈련 도중에 조금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인데요?”
강민수는 어색하게 웃더니,
“여은포 있잖아. 구단주님 지시로 오늘부터 타격 훈련을 참가했거든···.”
“투타 겸업인가요? 와, 대단해요. 전 투수 하나도 힘든데···.”
강민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걔는 그냥 투수나 했으면 좋겠어.”
“왜요?”
“타격 훈련에 와서 분위기만 흐리더라고.”
“······?”
“유빈이 형한테 괜히 시비를 걸고···. 에휴, 말도 마라. 유빈이 형이 성격이 좋아서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기고만장해서···. 문원이가 말리지 않았으면···.”
염철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유빈 선배랑 은포 선배 사이가 나쁜 건가? 둘 다 좋은 사람 같던데···.’
“어쨌든 내일 청백전에서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왜요?”
“예준이 컨디션이 나빠서 내일 백팀 선발이 여은포로 바뀌었거든. 유빈이 형보고 각오하라고 하던데···.”
“아···.”
염철수도 걱정이 됐다.
왜냐면, 청팀 선발 투수는 바로 염철수 였기 때문이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다음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