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 밥 한 끼 쏘는 걸로 해요.
타이탄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프링캠프 기간에 다른 팀과 연습 경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프런트에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건 시범 경기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니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작년에도 훈련에 집중한다고 해놓고 꼴찌 했죠?
└바뀐 듯, 바뀌지 않은, 역시나 올해도 꼴찌 할 거 같은 타이탄스.
└떨어지는 팀이 떨어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훈련 백날 해도 경기 때 못하면 XX인데···.
└기용찬 던지는 것 좀 보고 싶다.
└김유빈 선수 선발 투수로 세워주세요!
└윗님 김유빈은 이제 타자예요···.
└타이탄스 연습 경기 보고 싶었는데···.
└타이탄스 팬 서비스 최악이네.
그렇지만 다행히도 청백전은 스타튜브 채널 ‘타이탄스 TV’를 통해서 중계한다고 했다.
청백전은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와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각각 두 번씩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 타이탄스 스프링캠프 오 일차.
마침내, 첫 번째 청백전 경기가 열렸다.
타이탄스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청팀과 백팀 라인업을 공개했다.
【청팀 라인업】
선발 투수 : 염철수(Diamond 등급, 조운)
포수 : 강민수(Platinum 등급, 마충) 6번 타자
일루수 : 이소호(Diamond 등급, 관우) 4번 타자
이루수 : 양동식(Gold 등급, 조누) 번 7타자
삼루수 : 장문원(Platinum 등급, 장료) 5번 타자
유격수 : 서동진(Gold 등급, 습진) 1번 타자
좌익수 : 박종구(Gold 등급, 유엽) 8번 타자
중견수 : 오재근(Platinum 등급, 방덕) 2번 타자
우익수 : 안종렬(Gold 등급, 국의) 9번 타자
지명타자 : 김유빈(Platinum 등급, 유비) 3번 타자
청팀에서 주목을 받는 선수는 선발 투수 염철수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패전처리투수에 불과했지만, 타이탄스 전(前) 감독 염규식과 동산고 야구부 감독이 야구판을 뒤흔들 천재라고 한 선수.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신성 스페이스가 노린 투수.
2군 청백전에서 활약했다는 소문은 있지만, 염철수의 ‘진짜’ 실력을 본 팬들은 없었다.
└드디어 나온다, 타이탄스의 샛별.
└염! 철! 수!
└염규식 감독이 강대한과 비교할 수도 없는 천재라고 했는데···.
└그냥 구라 같음.
└맞아. 강대한 지명 포기한 거 만회하려고···.
└그러면 선발 투수로 세웠겠음?
└이한수 구단주가 괜히 염철수를 데리고 왔겠냐?
└안경 쓴 우완투수가 타이탄스 마운드에 오르면 뭔가 안심이 됨.
그리고 백팀의 라인업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선발 투수였다.
처음에는 백마고 출신 에이스 전예준 투수였는데, 컨디션 난조로 새로운 투수가 선발로 됐다.
바로, 적토고 출신 괴물 투수 여은포였다.
【백팀 라인업】
선발 투수 : 여은포(Diamond 등급, 여포)
포수 : 하민철(Platinum 등급, 육손) 6번 타자
일루수 : 공형찬(Gold 등급, 공손찬) 5번 타자
이루수 : 윤진호(Diamond 등급, 마초) 4번 타자
삼루수 : 손재현(Platinum 등급, 손견) 3번 타자
유격수 : 김효철(Gold 등급, 우금) 7번 타자
좌익수 : 로빈 애플(Gold 등급, 마대) 2번 타자
중견수 : 최민준(Gold 등급, 여몽) 1번 타자
우익수 : 고대현(Gold 등급, 금환삼결) 9번 타자
지명타자 : 이삼수(Gold 등급, 오반) 8번 타자
고등학교 1학년 때, 적토고 에이스로 등극해 고교 야구를 씹어먹어 버린 괴물.
그렇지만 갑자기 타자로 전향하고 첫 경기에 삼 연타석 홈런을 때리고 어마어마한 천재성을 보이더니···.
그 이후 경기부터는 타석에서 배트 스윙도 하지 않는 망나니가 됐다.
트리플스는 여은포를 다시 마운드에 올리겠다는 희망을 품고 지명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적토고 괴물 투수 여은포다.
└와···. 얘 다시 투수 복귀하는 거?
└그냥 이름만 올려둔 거 아님?
└마운드에 올라가서 아리랑볼 던지는 거 아님?
└트리플스 XX 배 아프겠다. 얘가 투수 안 하겠다고 고집부려서 버린 건데···.
└온 우주의 기운이 트리플스를 엿 먹이고 있는 거 같은데···.
└여은포 타자할 때도 대박이었는데. 삼 연타석 홈런 때리고···.
└삼 연타석 홈런? 미친 X네. 그런데 왜 투수를 함.
└투수할 때가 더 괴물이었음
└그래도 난 얘 좀 별로임. 야구를 장난으로 생각하는 거 같음.
└야구에 진심이 안 느껴짐.
└그래도 재능은 진짜임. 얘가 2, 3학년 때도 야구만 제대로 했으면 바로 메이저리거가 됐을걸?
└청백전 언제 시작하냐? XX 기대되네.
고작 청백전에 불과했지만···.
팬들은 베일에 싸인 샛별 염철수와 고교리그를 씹어먹은 괴물 여은포의 승부를 기대했다.
그리고 마침내 청백전 당일이 됐다.
= = = = = = = =
키노스포츠콤플렉스, 야구 연습 경기장.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이소희 팀장이 있었다.
한수는 그녀에게 물었다.
“누가 이길 거 같아요?”
“···데이터로만 봤을 따져봤을 땐 백팀이 좀 더 우세합니다.”
“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일단 키스톤콤비의 수준 차이가 심합니다. 김효철 선수가 윤진호 선수랑 합을 맞추면서 제대로 각성한 거 같아요. 반면에 청팀 서동진과 양동식은 아직 신인이라 경험도 적고 협동 플레이에 아직 능하지 않아서···.”
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창에 마초와 우금으로 비유되는 윤진호, 김효철 조합과 조누와 습진으로 비유되는 양동식, 서동진 조합의 승부···.
아무리 봐도 마초와 우금이 우세했다.
“외야는 어때요?”
“외야는 비슷합니다. 백팀에 로빈 애플, 최민준이 있지만, 청팀에는 오재근 선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박종구 선수도 수비 실력은 뛰어나니까요. 안종렬 선수가 조금 불안하긴 하네요. 타격에선 눈에 띄게 성장한 거 같은데, 수비는 조금···.”
확실히 안종렬의 정보창에서 수비와 관련된 특기는 아직 개발 중이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이란 특이한 특기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걱정은 없었다.
‘굴리고 굴리다 보면 수비도 늘겠지.’
“타격 라인은 어때요?”
“백팀이 우세합니다. 상위타선부터 하위타선까지 전부.”
“이소호 선수가 있는데도요?”
“백팀에도 윤진호 선수가 있으니까요. 데이터로 판단했을 때, 백팀이 우세합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로만 판단했을 때, 이소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수는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를 통해 청팀 선수들의 숨겨진 재능을 파악하고 있었다.
‘화력은 두 팀 다 비슷해. 그렇다면 승부를 가르는 건 투수인가?’
한수는 염철수와 여은포의 정보창과 잠재 레벨 창을 확인했다.
【염철수】【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8%)
(타이탄스 코치진: 22%) [+10% ↑]
(타이탄스 프런트: 13%) [+3% ↑]
결론: 경기장의 자룡(子龍)입니다. 심지가 곧고, 강직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노력파입니다.
···(중략)···
【특기】
1. 흔들리지 않고 침착한 Ace 마인드
2. 염라대왕 슬라이더 [유니크 초고속 슬라이더]
3. ??? 커터(미개발)
4. 철인(鐵人)
5. 헌신(獻身)의 아이콘
6. 신비한 회복력
7. 승부의 화신
8. 도깨비 무브먼트
9. 문무를 겸비한 지장(智將) [New]
【호감도: + 90%】
타이탄스 선수로서 재능 수치는 98%에서 멈췄지만, 코치진과 프런트 재능이 상승했다.
요즘 야구 이론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아홉 번째 특기, ‘문무를 겸비한 지장’이 추가됐다.
‘훌륭한 정보창이야.’
잠재 레벨 창도 확인했다.
【이름: 염철수】
【레벨: 46(+8 ↑) / 98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성장도 S+】
마무리 캠프 이후 현재 레벨이 8이나 상승했다.
‘성장도 S+’로 특성이 진화한 덕분인지 성장 속도가 정말 미쳤다.
아마 스프링캠프가 끝날 땐 50레벨을 훌쩍 넘어 있을 거 같았다.
50레벨이면 1군 주전 붙박이 수준으로 팀에 중요한 인재다.
물론 염철수는 특기 덕분에 50레벨 플러스알파이지만···.
하여튼!
‘무럭무럭 성장해서 리그를 씹어 먹어 달라고! 흐흐.’
이어서 여은포의 정보창도 확인했다.
【여은포】【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8%) [- 2% ↓]
(타이탄스 코치진: 13%)
(타이탄스 프런트: 10%)
결론: 경기장의 천하무쌍 여포(呂布)입니다. 선수로서 재능 하나만큼은 KBO 최고입니다. 투수로서 재능뿐만 아니라, 타자로서 재능도 뛰어나서 투타 겸업할 수 있습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 지명타자
2순위: 내야수
3순위: 외야수
【투타】
우투좌타
【특기】
1. 해바라기 [활성화]
2. 방천화극 타법 [타격력, 장타력]
3. 내 공에 적토마 있다. [구속]
4. 내 발에 적토마 있다. [주력]
5. 괴력(怪力)
6. 철인(鐵人)
7. 황금만능주의
8. 봉선화(鳳仙花) 스크루 볼(Screw Ball)
9. 경기장의 비장(飛將) [호타준족]
10. 단무지(단순, 무식, 지랄) 같은 성격
11. 자존심보다 보신(保身)
【호감도: + 20%】
【이름: 여은포】
【레벨: 56(+1 ↑) / 10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성장도 S】
정보창만 보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였다.
훈련을 설렁설렁한다는 소리가 있는데도 입단 당시보다 레벨도 1이 올랐다.
그때 한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타이탄스 선수 재능 수치가 왜 2% 내려간 거지?’
타이탄스 선수로서 재능 수치는 선수의 객관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타이탄스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주는 지표다.
아무리 잠재 레벨이 높아도 타이탄스 선수 재능 수치는 낮을 수도 있다.
여은포는 분명 100% 재능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수는 백팀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경기가 끝나면 페르난도 감독한테 물어봐야겠군.’
타이탄스에 해가 되는 문제를 빠르게 처리해야 되니까.
복잡한 상념은 잠시 덮어두고, 이소희한테 재차 물었다.
“선발 투수는 누가 우세한가요?”
“그건···.”
지금까지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던 이소희도 이번만큼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고교리그 성적만 두고 봤을 땐, 여은포가 압승이다.
하지만 잠재력으로 봤을 땐···.
‘···비슷해. 물론 피지컬 측면에서 여은포가 조금 앞서지만, 염 선수의 강점은 피지컬보다는 정신력이야. 하지만···.’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은포 선수가 우세하다고 봅니다.”
“이유는요?”
“염 선수는 오늘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 외에도 근소하게 여은포 선수가···.”
염철수는 용정식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최대한 숨길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그가 던질 수 있는 건 투심과 포심 뿐이다.
반면에 여은포는 위닝샷을 숨긴다고 해도···.
던질 수 있는 공이 홍진철만큼이나 다양했다.
“···그리고 뒤를 받쳐줄 수비도 백팀이 우세하니. 백팀이 승리할 거 같습니다.”
그 말에 한수는 가만히 경기장을 쳐다봤다.
그때 백팀 선발 투수 여은포가 마운드에 올랐고, 청팀 1번 타자 서동진이 타석에 섰다.
한수는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히는 여은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기할래요? 난 청팀이 이길 거 같아요.”
“···내기 조건은요?”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밥 한 끼 쏘는 걸로 해요.”
그리고 심판의 플레이볼 신호와 함께···.
청백전 경기가 시작됐고, 여은포는 씨익 웃으며 와인드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