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 1등은 누굴까?
오키나와로 향하는 비행기.
한수는 승무원이 따라준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옆에 놔둔 포수 마스크를 썼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2.815 Point입니다.】
【현재 Lv 1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입니다.】
1차 스프링캠프 기간에 Lv 11 상점으로 업그레이드됐고, 곧바로 300 Point를 사용해서 Lv 1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때 새로운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1차 스프링캠프 실시간 노력 등수 최종 결과를 확인해주세요!】
스프링캠프를 출발하기 전에 사용했던 Platinum 등급 스킬 ‘구단주가 캠프 훈련 보우하사···.’의 두 번째 효과가 발동됐다.
스프링캠프 동안 가장 성장을 많이 한 선수 두 명을 특별 강화(+1 ~ +2)해준다.
투수는 구위, 타자는 타격 능력이 강화된다.
지난번 마무리 캠프 때는 기용찬과 손재현이 1등과 2등을 차지했었다.
기용찬은 제구력이 2 올라서 ‘B급 영점 조절’ 특기를 얻었고, 손재현은 장타력이 1 올랐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1차와 2차로 나누어져서인지 보상도 두 번이나 받을 수 있었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이번 캠프의 1등은 누굴까?’
【1차 스프링 캠프 실시간 노력 등수 최종 결과】
1등: 김유빈(Platinum 등급)(타자)
└청백전에서 안타 한 번 말곤 아무것도 못 했어. 훈련 부족이야. 최선을 다하자. 그래야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2등: 염철수(Diamond 등급)(투수)
└컷 패스트볼은 슬라이더보다 더 어려운 거 같네. 그래도 힘내자. 코치님, 찰스 선배, 민수 형 모두 도와주니까···.
3등: 기용찬(Platinum 등급)(투수)
└공을 조금 더 몸쪽으로 던질 수 있게 됐지만···. 장 코치님 말씀대로 이대로는 시즌 중에 약점이 드러날 거야. 어떻게든 해결을···.
4등: 윤진호(Diamond 등급)(타자)
└민수의 근력 훈련이 생각보다 효과적이군. 트레이너 해도 되겠어.
5등: 안종렬(Gold 등급)(타자)
└청백전 때 홈런을 쳤던 그 감각···. 잡아야 해!
···(이하 생략)···
훈련 중독자인 염철수, 기용찬, 윤진호, 안종렬을 제치고 이번 1차 스프링캠프의 노력 1등은 김유빈이 차지했다.
‘역시 목적이 확실한 사람은 무서운 법이지.’
하지만 노력한 거에 비해서 2차 청백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좌타석에 서는 걸 봉인하고, 우타자로만 청백전에 출전하게 한 이유도 있지만, 뛰어난 선구안과 나쁘지 않은 배트컨트롤에 비해 힘이 부족했다.
정보창에 김유빈이 뛰어난 교타자라고 적혀 있는 만큼 타격 정확도 등은 의심되지 않지만, 장타력은 부족한 거 같았다.
‘트레이너한테 지도를 받고 있다곤 하는데, 성과가 좋은 거 같진 않네.’
그때 노력 등수에서 4등을 차지한 윤진호의 생각이 눈에 들어왔다.
‘강민수 포수의 근력 훈련···. 흠, 염 선수도 강민수 포수한테 근력 훈련을 받고 구위가 더 상승했지.’
“김유빈도 강민수 포수한테 지도를 받게 해야겠어.”
한수는 최하위권 선수들도 확인했다.
···(중략)···
36등: 한민석(Silver 등급)(투수)
└염철수···. 고등학교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놈인데···.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야? 컷 패스트볼을 배운다고? 나도···.
37등: 박철(Silver 등급)(타자)
└스프링캠프에서 금주령은 너무하네···. 솔직히 팀워크를 높이기 위해서 술만 한 게 없는데. 재우가 주장이었으면 뭐라고 항의라도 했을 텐데···. 희동이 그 자식은 꽉 막혀서···. 젠장
38등: 홍연준(Silver 등급)(포수)
└훈련 따라가기 힘드네. 창근이 형처럼 치질 핑계로 병원에 입원할까?
39등: 장재우(Bronze 등급)(투수)
└태규가 이런 기분이었나? 답이 안 보여···. 후배들한테 면목도 안 서고···. 과연 1군에 내 자리가 있을까? 이대로는···.
40등: 여은포(Diamond 등급)(타자 겸 투수)
└김유빈···. 훈련은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저러고 다른 생각을 하진 않겠지? 스프링캠프 끝나면 혜선씨를 만나서 관계를···.
한민석은 아직 팀에 완벽히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페르난도 킴 감독의 보고에 따르면 훈련에 열심히 참여는 하는데 겉돌고 있다는 거 같았다.
그래도 김태규나 양창진 같은 선배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훈련은 열심히 참여한다고 하는데···.
[구위를 높이겠다며 투구폼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고, 임 코치한테 컷 패스트볼을 가르쳐줄 수 있냐고 부탁도···. 아무래도 염 선수를 신경 쓰는 거 같습니다~.]
‘페르난도 감독이 제대로 파악했네.’
경쟁심이 무작정 나쁜 건 아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염철수는 ‘성장도 S+’ 특성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뱁새가 황새 쫓으려다 다리가 찢어지는 법인데···.’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한민석의 정보창을 살폈다.
'Silver 등급이긴 한데···. 잠재레벨이 높아···.'
한민석의 잠재레벨은 무려 80으로 기용찬이나 홍진철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투수다.
질투 때문에 망가지게 두고 싶진 않았다.
“날 잡고 얘기를 한 번 해봐야겠네.”
박철은 이삼수와 함께 타이탄스 구단의 최고령 선수다.
에이징커브가 왔다고 평가되는 선수지만, 대타로 나와 깜짝 득점포를 날리는 경우가 있어서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흠···. 주장에 대한 불만이 아니고, 금주령이 불만인 거 같네. 시즌 중에도 매일 술을 달고 살았다고 하던데···.’
박철에 대한 건 2차 스프링캠프까지 두고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리면···.
“은퇴해서 호프집이라도 차리라고 해야지.”
그리고···.
‘홍연준 포수는 더 강하게 훈련을 시키라고 하면 될 거 같고···.’
마지막으로 꼴찌를 한 여은포.
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에 김유빈 견제랑 최혜선에 대한 거밖에 없네.”
여은포는 1차 청백전 이후로 김유빈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고 다녔다.
그래서 여은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선수들도 많았다.
‘현재 재능 수치는 99%···.’
아직 100%로 회복되지 않은 건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과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수는 여은포와 최혜선 문제를 일단 지켜보자고 생각했었다.
이렇게까지 훈련에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으니까.
“만약 2차 스프링캠프까지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조치가 필요할 거 같네.’
몇 가지 생각해둔 방법은 있었다.
나쁜 방법, 존X 나쁜 방법, 존XX 나쁜 방법.
‘부디 스스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자, 그럼 1등, 2등한테 선물을 줘볼까?”
【‘구단주가 캠프 훈련 보우하사···. (Platinum 등급)’ 스킬의 ② 효과가 발동합니다.】
【1등 김유빈(Platinum 등급, 타자)의 선구안이 2 상승합니다.】
【김유빈의 특기 슬롯에 ‘한중왕의 B급 통찰력’이 추가됩니다.】
김유빈의 ‘한중왕의 B급 통찰력’은 인재를 보는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던 유비의 능력을 비유로 든 ‘선구안’이다.
B급이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특기다.
‘기왕이면 장타력이 올랐으면 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네.’
다음은 염철수···.
【2등 염철수(Diamond 등급, 투수)의 구속이 1 상승합니다.】
‘염 선수가 구속이 오르면 최고지.’
한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일정을 확인했다.
‘3차 청백전 선발은 홍진철과 카를로스 디아즈···. 4차 청백전 선발은 장재우와 한민석···.’
원래 4차 청백전 청팀 선발은 다른 선수였다.
하지만 페르난도 킴 감독은 갑자기 장재우로 선발을 변경했다.
‘아마 페르난도 감독이 장재우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이번에도 무너진다면 장재우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지도 몰랐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겉보기와 달리 냉정한 사람이니까.
“어떻게 되려나···. 궁금하네.”
한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오키나와에 언제쯤 도착하려나···.’
얼마 후···.
타이탄스 1군을 태운 비행기는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간을 빠르게 흘러갔다.
= = = = = = =
타이탄스 1군 2차 스프링캠프가 사 일째로 접어들었을 때, 희소식이 들려왔다.
‘타이탄스 1984’ 시사회 날짜가 잡혔단 소식이다.
한수는 ‘구단주가 캠프 훈련 보우하사···.’ 스킬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
구단주가 캠프에서 벗어나면 스킬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한수는 숙소의 소파에 털썩 앉으며 아쉽단 표정을 지었다.
‘2차 스프링캠프는 상동 구장에서 할 걸 그랬나?’
하지만 후회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다.
결국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은 감독을 비롯한 주, 조연 배우들과 1984년에 활약했던 몇몇 타이탄스 선수들도 시사회에 오기로 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거다.
‘이제 곧 임무 20을 달성할 수 있어!’
『임무 20』
【구단주님, 보너스 임무입니다. 현재 구단주님께서 투자하신 영화 ‘타이탄스 1984’를 몇 명이나 관람할 거 같으세요? 관람객 수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지급합니다! 단, 부정한 행위로 동원된 관람객 숫자는 카운트하지 않습니다!】
└보상
① 1만 명 달성 – 30 Point
② 10만 명 달성 – 300 Point
③ 100만 명 달성 – 3,000 Point
④ 1,000만 명 달성 – 30,000 Point
⓹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축하금 500 Point 지급
‘1,000만 명 달성하면 1군 선수들한테 전부 아이템을 선물해야지. 흐흐.’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천만 관객이라니!
누가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한수는 타이탄스 통합우승도 꿈꾸고 있는데, 천만 관객 달성을 바라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수는 한국에 있는 강덕수한테 연락해서 시사회가 끝나는 대로 영화가 개봉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에 앞으로 일정에 대해 생각했다.
‘내일은 3차 청백전이네···.’
외인 투수 카를로스 디아즈가 팬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기도 했다.
한수는 3차 청백전이 무척 기대됐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밤은 아니지만, 꽤 늦은 시간이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문을 열자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바로, 신영 그룹 이창호 부회장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한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양반이 왜 여기에···.’
그러다가 흠칫하며,
“여긴 뭔 일입니까? 말도 없이···.”
“출장 왔다가 네가 여기 있단 보고를 받아서···.”
그러니까···.
‘왜 날 보러 왔냐고요, 작은아버지!?’
그러자 이창호가 담담히 말했다.
“식사는 늦었고···. 차라도 한잔 함께 하자구나.”
“이미 커피 마셨어요.”
“······.”
한수는 빙긋 웃으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싫습니다.”
“······.”
“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하세요.”
그러자 이창호는 힐끔 시간을 살피더니,
“알겠다. 그럼, 여기서 말하마.”
“······.”
“타이탄스를 매각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