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25화 (125/187)

125화 : 전력투구할 리가 없잖아.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 청백전 3차전.

한수는 관중석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애리조나에서 함께 관람했던 이소희는 1차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운영팀을 오래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차 캠프에선 한수와 어울려줄 사람이 없었지만, 한수는 괜찮았다.

오히려 편하게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를 통해서 선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한수는 청팀 선발 투수로 올라온 홍진철의 레벨 창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 홍진철】

【레벨: 50 (+2 ↑) / 87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체력관리 S+】

‘역시 성실한 선수라니까.’

홍진철은 마무리 캠프 이후로 2레벨이 더 올라서 50레벨이 됐다.

염철수의 성장 속도에 비하면 느렸지만, 홍진철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계속 성장한다.

‘체력관리 S+ 특성 덕분에 시즌 중에 퍼질 염려도 없으니. 아주아주 좋은 선수지.’

이어서 정보창을 확인하며 눈을 반짝였다.

【홍진철】【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4%)

(타이탄스 코치진: 11%)

(타이탄스 프런트: 3%)

결론: 경기장의 서황(徐晃)입니다. 엄격하고 검소한 성격처럼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신경 씁니다. 수비수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선호 ···(중략)···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너구리.

2. S급 맞춰잡기.

3. 강심장.

4. 뛰어난 제구력.

5. 견제의 스페셜리스트.

6. 뛰어난 볼 배합

7.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

8. 천조국식 커브 [New]

9. 함구구 [New]

【호감도: + 82%】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천조국식 커브? 이게 뭐야?’

낯선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뭐가 됐든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장보형 코치한테 커브를 제대로 배웠다고 했느니···.’

그리고 여덟 번째 특기도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함구구(陷球鷗: 상대 구(球)단을 함(陷)락하는 갈매기(鷗))!

육성팀 심상호 팀장이 보유한 특기의 영향을 받은 첫 번째 선수가 등장한 거다!

다만, 이번 경기에 효과를 발휘하진 않을 거다.

함구구는 원정 경기에서 투지를 끌어 올려주는 특기니까 말이다.

한수는 홍진철이 마운드 위에서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히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홍 선수의 활약이 기대되네.’

그때였다.

누군가 한수의 옆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

고개를 돌리자 안경을 쓴 차분한 인상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한수를 무척 반갑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남자 옆에는 모자를 눌러쓴 체격 좋은 남자가 있었다.

안경 쓴 남자와 달리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한수는 안경 쓴 남자를 보며 말했다.

“안녕하긴 한데, 누구신지?”

“저는 주현우라고 합니다. 자람 빌런스 QC 코치입니다.”

“······!”

자람 빌런스!

그 순간 주현우라고 하는 남자의 몸에서 오색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수는 눈을 크게 뜨며,

‘이거 설마···.’

화려한 Diamond 등급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주현우】【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

(타이탄스 코치진: 93%)

(타이탄스 프런트: 96%)

결론: 더그아웃의 주유 공근(公瑾)입니다. 대상을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인재입니다. 코치로서 역량이나 프런트로서 역량 모두 뛰어나지만, 그가 최고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누군가를 통솔하는 자리에 앉았을 때입니다. 그렇다고 일인자는 그의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어울리는···.

【적성】

1순위: [프런트] 전력분석팀 팀장, 단장

2순위: [코치진] 퀄리트 컨트롤 코치

【특기】

1. 천부적인 통솔력

2. 치밀하고 무서운 분석력

···(중략)···

【호감도: + 71%】

대어(大魚)가 나타났다.

갑자기 Diamond 등급 인재라니!

심지어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운영팀의 이소희와 윤가희가 도와주고 있는 전력분석팀을 맡을 만한 인재다!

‘자람 빌런스 소속이기는 한데···.’

너무나도 탐이 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호감도까지 높았다.

한수는 반가운 미소로 대답했다.

“아~ 주 코치님이었군요. 반갑습니다. 이한수라고 합니다.”

“하하, 저도 무척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이 구단주님 팬이거든요.”

“팬이요?”

주현우는 빙긋 웃더니 한수의 옆자리에 앉으며,

“구단주님이 타이탄스로 오시고 나서 하신 일들이 너무도 효율적이고 인상 깊어서 말입니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구단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그런 부분이라면 우리 팀 운영팀장이랑 얘기를 나눠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이소희 팀장 말씀이시죠? 그분과도 꼭 한 번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한수는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명함을 꺼내서 내밀며 말했다.

“한국에 오시면 연락하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 저는 명함이 없는데···.”

그러자 한수는 빙긋 웃으며 폰을 내밀었다.

“명함이 뭔 필요 있습니까? 그냥 번호만 찍어주시면 되죠.”

“하하! 그렇죠. 구단주님 역시 재밌는 분이시네요.”

그때 주현우가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모자 쓴 남자를 보고,

“아! 은우야, 미안해. 대화에 정신이 팔려서 널 깜박했네···.”

모자 쓴 남자는 담담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한수는 ‘은우’라는 이름에 움찔했다.

‘설마···.’

그때 주현우가 웃으며 모자 쓴 남자를 소개해줬다.

“구단주님, 이쪽은 우리 팀의 떠오르는 샛별···. 박은우 선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은우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 순간, 그의 몸에서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박은우】【Silver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71%)

(타이탄스 코치진: 11%)

(타이탄스 프런트: 3%)

결론: 지난 시즌 신인왕이자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투수입니다. 능력치만 따지면 최소 Platinum 등급입니다만, 타이탄스와 성향이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여은포’가 속한 팀이랑은 상극입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특급 파이어볼러

2. S급 영점 조절

3. 천조국식 커브

···(중략)···

【호감도: 0%】

시상식 때 박은우를 눈여겨봤었는데, 김이 샜다.

‘여은포랑 같이 활용할 수 없는 선수구나.’

무슨 사연인지 조금 궁금했지만···.

박은우를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박은우 선수, 반가워요. 경기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한수는 박은우의 잠재 레벨 창을 확인했다.

【이름: 박은우】

【레벨: 60 / 93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양날의 에이스 S】

양날의 에이스는 기용찬이 보유한 특성이었다.

6이닝까지 투구 능력과 탈삼진 능력, 수비 능력이 대폭 올라가지만, 7이닝부터 버프가 사라지고 체력 소모가 심해지는 특성이다.

다만, 기용찬은 한수의 스킬 덕분에 등급이 올라서 S+ 되었고, 7이닝부터 버프가 사라지는 게 아니고 효과가 감소하는 걸로 바뀌었다.

그때 박은우의 특기 중에 ‘천조국식 커브’가 보였다.

‘이건 홍 선수가 이번에 개발한···.’

박은우의 커브는 KBO에서 유명했다.

한국은 발사각이 크고 회전이 많이 걸린 커브볼을 던지지만, 그는 미국식 커브라고 해서 발사각이 +0.9 정도로 적으며 회전이 많이 걸리지 않고 낙폭이 적은 커브를 던진다.

거기에 강한 어깨와 큰 키를 활용한 투구는 그의 커브를 ‘특별한’ 공으로 만들어줬는데···.

‘홍 선수도 작은 키는 아닌데···. 박은우처럼 던질 수 있는 건가?’

조금 기대가 됐다.

한수는 주현우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걸 보며 물었다.

“오늘은 정탐하러 오신 겁니까?”

“네, 우리 감독님이 홍진철 선수에게 관심이 많거든요. 그리고 타이탄스의 새 외인 투수도 분석해야 하니까요.”

“오늘은 선수들에게 살살 던지라고 해야겠습니다.”

“하하, 그러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부탁이라···. 맨입으로요?”

주현우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네?”

‘맨입? 뭔 말이지?’

그러자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홍진철 선수의 전력을 보고 싶은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세상만사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

주현우는 당황했다.

한수가 예측불허의 인물이란 건 알았지만 이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원하는 게 있는 건가? 혹시 정보 교환을 원하나? 우리 팀은 딱히 숨겨둔 비밀병기가 없는데···.’

지난 시즌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킨 빌런스지만, 선수층은 타 구단에 비해 얕았다.

경험 많은 고령의 선수들은 FA로 전부 팔아버리거나, 지명권을 받고 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업의 투자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늘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이번에 한국 시리즈 결승까지 진출한 건 모두 젊은 선수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코치진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하여튼!

주현우는 일단 한수가 원하는 들어보고 결정하고 생각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주 코치를 원합니다.”

“······.”

“······.”

“······!”

“······!?”

한수의 말에 주현우와 박은우 둘 다 화들짝 놀랐다.

‘이, 이게 무슨···.’

‘이 사람 ‘그런’ 취향인가···?’

“홍진철 선수가 전력투구하게 해드리죠. 대신 주 코치가 타이탄스로 오세요. 빌런스에서 받는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두 배로 드리죠.”

그 말에 주현우와 박은우는 오해를 풀었지만,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나랑 처음 본 거 아닌가? 그런데 영입 제안을 한다고? 지금 장난치는 건가?’

‘주 코치님이 능력이 있긴 하지만···. 이건 좀···.’

한수는 빙긋 웃더니,

“역시 첫 만남에 영입 제안은 조금 과했죠?”

“···아하하, 그게···.”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밥 쏘는 거 어떠십니까?”

“저녁밥이요? 음, 그 정도면···.”

타이탄스에서는 최고의 유망주로 염철수를 밀고 있지만, 다른 구단들이 경계하는 투수는 홍진철이다.

그만큼 홍진철이 신성 스페이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피칭은 완벽했다.

그런 홍진철의 전력투구라니···.

저녁밥이 아니고, 풀코스로 대접해도 부족하다.

“오케이. 그럼···.”

한수는 페르난도 킴 감독에게 연락했다.

= = = = = = =

페르난도 킴 감독은 한수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장보형 코치를 불렀다.

“감독님, 왜 그러십니까?”

“홍 선수, 오늘 컨디션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거라 조금 긴장했지만, 좋은 거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

“구단주님께서 홍 선수의 전력투구를 바라네요.”

“진철이요? 왜요?”

“글쎄요? 장 코치가 왜 그러냐고 물어볼래요?”

장보형은 식겁하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프리롤 아니었습니까?”

1차, 2차 청백전의 선발 투수들과 달리, 홍진철과 카를로스 디아즈한테는 따로 제약을 두지 않았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말했다.

“프리롤 지시를 내렸으니까 전력투구를 하라고 해야지요.”

“네? 아···.”

장보형은 뒤늦게 페르난도 킴 감독의 말을 이해했다.

홍진철은 팔색조처럼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완급조절을 통해 타자를 농락하고 맞혀 잡는 수비 야구를 주로 하는 영리한 투수다.

그야말로 너구리 같은 선수.

심지어 체력 관리도 완벽해서 훈련 중에도 체력 안배에 힘쓴다.

그런 홍진철에게 청백전에서 마음대로 던지라고 지시했다.

‘전력투구할 리가 없잖아.’

“알겠습니다. 진철이한테 전달하겠습니다.”

“부탁해요.”

장보형 코치는 마운드로 달려가 경기 준비 중인 홍진철에게 지시 사항은 전했다.

그러자 홍진철의 눈빛이 달라졌다.

“구단주님께서 제 전력투구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응? 어, 응···.”

“···알겠습니다.”

“그래, 너무 무리하진 말고···.”

“······.”

홍진철은 대답도 하지 않고 비장한 눈빛으로 홈플레이트를 바라봤다.

장보형은 고개를 갸웃했다.

‘···쟤, 뭔가 사고 칠 거 같은데···. 괜한 걱정이겠지?’

이때 홍진철은 생각했다.

‘구단주님께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는구나. 나를···!’

강대한에게 밀려 만년 2등으로 불리던 그를 강대한 따위와 비교도 안 되는 유망주라고 해준 한수다.

홍진철은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자···!”

전력투구해보기로 했다.

.

.

.

-띠링!

[특기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가 발동합니다. 홍진철 투수에게 ‘투지(鬪志)’ 효과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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