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29화 (129/187)

129화 : 요즘은 애들도 편식 안 합니다.

다음날, 공항.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는 ‘웰컴! 타이탄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박동준 코치가 콜록거리며 둘둘 말린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박동준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런 건 프런트 직원이 하는 거 아닙니까? 어째서 제가···.”

“너무 그러지 맙시다. 일에 귀천이 어딨습니까?”

“이런 상황에 쓸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구단주도 군말 없이 마중을 나왔잖아요.”

“단장으로 오신 거잖습니까. 저는 지금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산더미 같은데···.”

“하루 정도 쉰다고 데이터 안 사라집니다. 오늘은 여기저기 구경도 하면서 힐링 좀 하세요.”

“하지만···.”

“명령입니다. 명령~!”

“······.”

사실 한수도 다른 코치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정보창에 박동준의 건강 상태가 몹시 나쁘다고 경고창이 나타나서 당분간 업무와 떼어놓기 위해 데려온 거다.

‘무리하면 단명할 수도 있다더니···.’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박동준이 부산에 있을 때는 염철수의 모친이자 정보창에 프런트의 황충으로 비유되는 김명숙 영양사가 그의 식단과 생활을 관리해줬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이후 밤낮이 바뀐 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영양가 좋은 음식으로 가득한 식당에는 얼굴도 안 비추고 숙소에 처박혀서 본인이 좋아하는 육류와 즉석 음식만 먹고 있으니···.

‘김 영양사를 오라고 할 수도 없고···.’

그때 박동준이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할리보 젤리 봉투를 꺼냈다.

한수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휙!

젤리 봉투를 낚아챘다.

박동준은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뭐 하시는 겁니까?”

“참관단 오면 사진 찍고 곧바로 점심 먹으러 갈 텐데 뭔 젤리입니까.”

“점심은 생선구이잖아요.”

“그런데요?”

“생선 싫어합니다.”

“그래서 젤리로 배를 채운다고요?”

“······.”

“요즘은 애들도 편식 안 합니다. 이런 거만 먹지 말고 몸 좀 챙겨요.”

“나름대로 신경 쓰고···.”

“그 말, 박 코치 어머님 앞에서도 할 수 있습니까?”

“······.”

박동준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입을 다물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젤리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구단주님~!”

고개를 돌려보니 운영팀 직원 윤가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오더니 정보창이 떠올랐다.

-띠링!

【윤가희】【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2%) [0.1% ↑]

(타이탄스 코치진: 22%) [3% ↑]

(타이탄스 프런트: 89%) [2% ↑]

결론: 프런트의 장합. 판단력과 행동력이 뛰어납니다.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나는 인재입니다.

【적성】

1순위: 운영팀.

2순위: 스카우트팀 / 비서실[New!]

3순위: 전력분석팀.

【특기】

1. 안목 [내야수, 외야수]

2. 외모지상주의

3. 터보 엔진

4. 명사수(名射手)의 세이버매트릭스 [등급 ↑]

5. 보좌의 유망주 [New!]

6. 회의장의 재주꾼 [New!]

【호감도: + 81%】

오랜만에 살펴보는 그녀의 정보창은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재능 수치가 오른 건 물론이고, 이소희의 영향을 받은 건지 적성에 비서실이 추가됐고 여러 가지 특기가 생겼다.

‘흠···. 플래티넘 등급으로 곧 진화할 수도 있겠네.’

윤가희는 신영 투어 직원과 함께 참관단 인솔을 맡아서 오키나와에 온 거다.

그녀의 뒤로 신영 투어 직원과 참관단 인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참관단은 일가족이 다 함께 오기도 했고, 노부부도 보였고, 젊은 부부도 있었고,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

습관처럼 그들의 정보창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때 윤가희가 다가와 한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구단주 오빠야~ 억수로 오랜만이데이~!”

“어색한 사투리 좀 그만 써요.”

“에~ 어색한가요? 주인집 할머니한테 배운 건데···.”

한수는 팔에 붙은 그녀를 밀어내고 참관단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타이탄스 구단주 겸 단장 이한수라고 합니다. 참관단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참관단 대부분은 한수를 호의적인 눈빛을 바라봤다.

참관단에 참가할 정도면 타이탄스에 무척 우호적인 팬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수는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지만,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다.

왜냐면···.

오색찬란한 빛과 함께 Diamond 등급 정보창이 나타났으니까.

-띠링!

【최혜선】【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1%)

(타이탄스 프런트: 100%)

결론: 프런트의 초선(貂蟬)입니다. 기본적인 외모도 뛰어나지만, 그녀는 타고난 무희(舞姬)···. 그녀의 진가는 춤에서 비롯됩니다. 안무에 진심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녀 이상의 댄서는 없을 것이며, 누구나 그녀의 춤에 감동할 겁니다.

【적성】

1순위: 치어리더

【특기】

1. 폐월(閉月).

2. 해바라기 [활성화] [New!]

3. 칠정(七情)을 담은 춤사위 [New!]

4. 그대의 마음을 얻지 못할지라도 영원히···. [New]

5. 천의 가면 [New]

6. 【개발 중】

7. 【개발 중】

【호감도: 100%】 [↑↑↑]

‘최혜선···. 진짜 왔네.’

그런데···.

‘호감도 100%···?’

강덕수와 엄마 말고 호감도가 100%인 사람은 처음이다.

묘하게 거슬리는 특기부터···.

‘외면한다고 쉽게 포기할 거 같지 않네···.’

한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나란 놈은 왜 이렇게 잘나게 태어난 건지···.”

최혜선은 애틋한 눈빛으로 한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한수는 그녀가 오지 않길 바랐다.

그녀의 마음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여은포가 최혜선을 보면 또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거 같은데···.’

여은포는 2차 스프링캠프 초반, 훈련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지만, 근래에는 페르난도 킴 감독의 특별지도를 받으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노력 등수도 꼴찌에서 중하위권까지 올라왔다.

페르난도 킴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세술의 달인 다운 솜씨였다.

그때 옆에 있던 윤가희가 물었다.

“구단주님, 무슨 생각 하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버스로 가시죠. 식당 예약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그러자 박동준이 플래카드를 내밀며,

“이거 안 찍습니까? 오면 찍는다면서요”

“아~ 그러네요. 가희씨, 참관단분들 좀 모아주세요. 플래카드 들고 기념사진 찍어야죠.”

“네~! 참관단분들~! 기념사진 촬영이 있어요~! 오시기 전에 드렸던 타이탄스 야구 모자 쓰시고 모여주세요~!”

참관단 인원들은 우르르 모였다.

한수는 가장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참관단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는 참관단이니까.

그때 그의 옆으로 최혜선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잘 왔어요. 즐거운 여행 됐으면 좋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한수의 뒤쪽에 그림자처럼 있던 박동준은 콜록거리며 최혜선을 힐끗 쳐다봤다.

‘저 여자···. 분명 최혜선 치어리더인데···.’

그가 최혜선 치어리더의 얼굴을 아는 건 같은 팀이어서가 아니다.

여은포가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최혜선 치어리더가 부산 씽 응원팀 시절에 응원하는 영상을 봤기 때문에 미리 파악해뒀다.

여은포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 여자···. 구단주를 보는 눈빛이 왜 저렇게···.’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슬쩍 한수를 쳐다봤다.

최혜선이 보든 말든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안도가 됐다.

‘그래, 이 양반은 타이탄스 통합우승에 진심이 사람이야. 괜한 문제를 만들진 않을 거야. 아마 저 여자나 여은포에 대한 것도 다 계획이 있을 거야.’

박동준은 한수를 믿기로 했다.

그때 사진 기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모두 김~ 치!”

= = = = = = =

타이탄스 1군 스프링캠프 숙소 식당.

장은수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한 조각 잡으며 말했다.

“김치가 좀 더 짭짤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룸메이트 김유빈이 웃으며 말했다.

“덜 짜게 먹어야 몸에 좋으니까.”

“맛있게 먹어야 건강한 거라고요.”

“하하, 그 말도 일리 있네.”

“하~ 애리조나에선 훈련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여기선 음식 때문에 고생이네요···.”

“처음이니까 그래. 좀만 참아봐.”

“네~.”

그때 저편에서 식판을 들고 오는 여은포가 보였다.

장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김유빈에게 말했다.

“형, 재수 없는 놈 와요.”

“응? 아···.”

여은포는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김유빈과 눈이 마주쳤다.

김유빈은 어색하게 웃으며 맞은편 빈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비었···.”

그러나 여은포는 콧방귀를 끼고 그들을 지나쳐서 옆쪽 테이블로 향했다.

장은수는 발끈하며,

“저 자식···.”

“진정해.”

“형, 쟤 저러는 거 언제까지 두고 보실 거예요? 혹시 덩치 때문에 무서워서 그러는 거면 제가 손 봐줄까요?”

장은수는 예쁘장한 얼굴과 달리 이소호도 한수 접을 정도로 막강한 괴력을 지녔고, 싸움에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김유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럴 필요 없어. 문원이한테 듣기론 나쁜 애는 아니야. 그냥 뭔가 오해를 한 거 같은데···.”

“오해가 있다고 선배한테 저러는 건 아니죠.”

“하하···. 괜찮아. 뭐, 차차 나아지겠지.”

“···제가 봤을 땐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질 놈이 아니에요.”

장은수는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는 여은포를 쳐다보며,

“치어리더들 영상 보면서 맨날 히죽거리기나 하고···. 구단주는 왜 저런 놈을 영입한 거지?”

“그야 천재니까.”

“······.”

“은포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이런 건···.”

‘···익숙하니까.’

김유빈은 조용히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장은수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식사를 이어가려던 순간, 그는 “아~!”하며 물었다.

“형, 저녁에 참관단이랑 저녁 식사 함께한댔죠?”

“응.”

“이십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죠? 거기 음식 완전 고급지고 맛있다던데···. 부럽다···.”

“하하, 난 그냥 숙소 식당이 편한데···.”

“에이~ 고급 레스토랑 음식이 더 맛있겠죠. 그거 인지도 높은 1군 선수만 간다고 하던데···. 역시 형은 대단하네요.”

“내가 뭘···. 실력으로 뽑힌 거도 아닌데···.”

“그러니까 더 대단한 거죠.”

“······.”

김유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광고나 외모가 아닌 누구보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다.

트리플스와 연습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 기록한 장문원이나 이번 청백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홍진철처럼 말이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어. 민수한테도 근력 운동 강도를 더 높여달라고 하고···.’

그날 저녁, 참관단이 관광 일정을 마치고 타이탄스가 숙소로 잡은 호텔로 도착했다.

참관단은 각자 숙소에 짐을 푼 뒤,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이십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최혜선은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숙소에서 나왔다.

한수 때문에 상념에 잠겨 늦장을 부린 탓이다.

그녀는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민희 언니 말을 들을걸···. 괜히 온 거 같아···.’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혜선씨 맞죠?”

고개를 돌리자 그녀와 함께 갈매기 치킨 광고를 찍은 김유빈이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김유빈 선수···. 안녕하세요···.”

그녀는 일전의 겪은 사건의 여파로 한수를 제외한 다른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게 어색했다.

김유빈은 살갑게 웃으며 물었다.

“반가워요.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게···. 참관단으로···.”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저녁 식사하러 가는 건가요?”

“네···.”

“그럼 같이 가요. 저도 거기로 가는 길이거든요.”

“아, 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기다리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여은포가 나타났다.

김유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은포야, 어디 갔다 와?”

여은포는 콧방귀를 끼고 지나치려다가 김유빈 옆에 있는 최혜선을 발견하고 흠칫하며,

“어? 어? 혜, 혜선씨···?”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모두 여기서 뭐 합니까?”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가 복도 저편에서 걸어왔다.

김유빈과 최혜선은 반가운 표정으로 한수에게 인사를 했고, 여은포는 얼이 빠진 얼굴로 최혜선만 바라볼 뿐이었다.

한수는 여은포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찬 뒤, 김유빈과 최혜선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행사 시작한 거 같은데···.”

“아, 네!”

“네···.”

둘이 여은포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 여은포는 정신을 차리고 따라가려고 했다.

그 순간, 한수가 여은포의 어깨를 잡았다.

-탁!

“스탑~ 스탑~ 스타압.”

“놔주십쇼···.”

그때 김유빈과 최혜선을 태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여은포는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생각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 인간 때문에 또 혜선씨를 코앞에서···.’

“대체 나한테 왜 이럽니까?!”

“이야~ 배짱 두둑하네. 나한테 큰소리도 치고.”

“무슨···.”

“야, 여은포.”

“······?”

“너···. 나보다 돈 많냐?”

“네? 그게···.”

“나보다 잘생겼어?”

“뭐···.”

“그것도 아니면, 나보다 유명해?”

“이이···!”

“다 아니지?”

여은포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지금 그딴 소리를 왜 하는 겁니까?!”

“왜긴? 최혜선 포기하라는 거지.”

“뭐···.”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최혜선이 좋아하는 사람은 김유빈이 아니라 나거든.”

“······!”

그는 여은포의 볼을 툭툭 두드리며,

“돈 조금 있는 부모 말곤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프로 데뷔도 하지 못한 너 따위한테 흔들릴 최혜선이 아니란 말이야.”

여은포는 수치스러운 얼굴을 했다.

한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분해? 그런데 어쩌겠냐? 내가 너무 잘난걸. 그나마 네가 야구라도 XX 열심히 해서 나보다 유명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넌 야구 열심히 할 생각 없잖아?”

“······!”

“그러니까~ 그냥 최혜선은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알겠지?”

그러자 여은포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두고 봐. 절대 포기 안 해···!”

여은포는 몸을 휙 돌려서 본인 숙소로 걸어갔다.

한수는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단순한 놈.”

‘두 번째 작전, XX 나쁜 놈 되기 성공···.’

.

.

.

-띠링!

[여은포의 타이탄스 선수로서 재능이 99%에서 100%로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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