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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33화 (133/187)

133화 : 역시 선수보다는 프런트야.

자이언츠 더그아웃.

공명량은 장은수가 1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자 흥미로운 눈빛을 했다.

‘너클볼이라···. 저 공 하나만 던지는 건가?’

이어서 2번 타자도 배트 스윙 한 번 못해보고 아웃을 당했다.

타자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걸 본 공명량은 혀를 차며,

‘권 시장이 난리치겠군.’

그의 말대로 권순민 시장이 역정을 냈다.

“타석에서 뭐 하는 거야? 배트라도 휘둘러야지! 장난쳐!”

권순민 시장은 야구에 진심인 사람이다.

경기에서 질 순 있지만, 파이팅 넘치지 않는 플레이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이언츠 3번 타자인 부시장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둘렀지만···.

“아웃!”

···삼진아웃 당했다.

권순민은 부시장한테 정신 차리라며 버럭 호통을 쳤다.

공명량은 생각했다.

‘너클볼은 어디로 날아가서 꽂힐지 아무도 모르지. 휘두르다 보면 운 좋게 칠 수도 있을 거야. 평범한 너클볼이라면 말이지.’

그는 마운드 위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은수와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완급 조절 잘하네.”

이건···.

‘자이언츠 타자 수준으로는 공략하기 어렵겠네.’

물론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명량아, 내 꿈은 타이탄스를 우승시키는 거야.]

[···지금 네 실력으론 어림없어.]

[그러니까 네가 도와줘.]

[······하는 거 봐서.]

그를 배신했던 친구···.

이소희가 좋아하는 타이탄스와의 경기에서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그는 흥미를 잃은 눈을 했다.

= = = = = = =

타이탄스 더그아웃.

한수는 흥미를 잃은 눈을 했다.

왜냐면 너무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타이탄스 2군 9 : 0 자이언츠】

이제 4회 초인데도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2군이라도 아마추어와 차이는 컸다.

심지어 자이언츠는 아마추어 리그에서도 늘 하위권에 머무는 팀이다.

한수는 장은수의 너클볼에 아웃을 당하는 자이언츠 타자를 보며 생각했다.

‘2군 주전급 타자들이 나왔으면 더 많은 점수 차가 났겠지.’

그러면서 자이언츠 더그아웃을 쳐다봤다.

무료한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공명량의 모습이 보였다.

한수는 공명량이 출전하지 않자, 권순민에게 ‘죽여주는 투수는 언제쯤 보여주실 건가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기대하던 답장이 오지는 않았다.

‘갑자기 복통으로 출전을 할 수 없다고? 딱 봐도 꾀병 같은데···.’

정보창에 나온 재능 수치로 봐선 제법 실력이 있을 거 같았다.

물론 프런트 인재로 활약하는 게 최고지만···.

그때 한수는 아차 하며 중얼거렸다.

“잠재 레벨을 확인 안 했네.”

이틀 전에 잠깐 만났고, 능력치가 선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워서 잠재 레벨 확인하는 걸 깜박했다.

‘어디···.’

한수는 스킬을 사용해서 공명량의 잠재 레벨을 확인했다.

-띠링!

【이름: 공명량】

【레벨: 33 / 45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소총수 S】

‘체력 조건이 좋지 않다더니···. 잠재 레벨이 역시 낮네.’

성장 한계치도 가까워져서 레벨 올리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특성은 괜찮네.’

소총수는 타격 정확도를 높여주는 특성이다.

S등급이면 아마 뛰어난 교타자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선수로 영입할 생각은 아니지만.’

한수는 공명량의 능력치를 보고, 몇 가지 시험을 한 뒤에 프런트로 영입할 계획이다.

그에게 딱 맞는 자리로···.

‘일단···.’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장은수는 4회 초에 주자를 두 명 출루시켰다.

2군 포수가 포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3회 초에도 몇 번 아슬아슬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사고를 친 거다.

물론 2군 포수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3회까지 패스드 볼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잘한 거니까.

한수는 2군 감독에게 투수를 교체하라고 눈짓했다.

장은수는 좀 더 던질 수 있다면 투덜거렸지만, 투수는 한민석으로 교체됐다.

한민석은 스프링캠프 4차 청백전에서 당한 분풀이를 오늘 하겠다며 이를 갈았다.

‘사회인야구팀 따위···. 씹어 먹어주지.’

= = = = = = =

자이언츠 더그아웃.

공명량은 타이탄스 2군이 투수 교체를 하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내려가네···.”

공명량은 심심하던 차에 권순민 시장한테 장은수를 공략한 네 가지 방법을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대로 지면 당분간 특훈이라며 권순민 시장이 귀찮게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법은 경기 경험이 부족한 장은수를 초조하게 만드는 거다.

프로 경기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판정이 느슨한 이런 연습 경기에선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준비를 조~금 오래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

두 번째 방법도 경험이 부족한 장은수를 흔드는 건데···.

‘고육지계(苦肉之計).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거지.’

바로, 장은수가 던진 공에 맞는 거다.

너클볼 특성상 어디로 날아갈지 몰라서 데드볼이 종종 일어난다.

그 점을 이용해서 일부러 맞는 연기를 하는 거다.

물론, 데드볼 한 번 했다고 마운드에서 너클볼 하나만 던져대는 강심장을 가진 투수가 흔들릴 거 같진 않았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도 실수로 데드볼을 맞히면 미안하긴 하지만 경기 중 일부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장은수는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약간의 연기력을 보태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조금은 흔들 수 있을 거다.

‘제구가 어려운 너클볼이라면···. 작은 균열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지.’

하지만 데드볼도 맞아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니 여러모로 귀찮은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환경을 이용하는 거다.

너클볼은 제구가 무척 어렵다.

날씨나 습도의 영향으로도 폭투가 나와서 배팅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왜냐면 오늘은 햇빛이 아주 쨍쨍하다.

‘비가 올 날씨도 아니고···. 적당히 건조하니, 공이 미끄러질 일도 없으니까. 시장한테 기우제라도 드리라고 할까?’

속으로 낄낄 웃은 그는 마지막 가장 편한 방법이자, 효율적인 방법을 떠올렸다.

‘너클볼의 약점이지.’

[투수는 제구할 수가 없고, 타자는 칠 수 없고, 포수는 잡을 수 없다.]

KBO 포수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하민철이 장은수와 배터리를 짜고, 포구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군 주전 포수 하민철은 정말 뛰어난 포수다.

그런 그도 종종 실패하는데 2군 포수가 완벽하게 포구한다고?

‘그럴 리가 없지.’

아니나 다를까, 위태로운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다.

지금 2군 포수는 외줄 타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타석에서 트래시 토크로 포수 멘탈을 조금만 흔들어줘도 포구에 실패하고···.

배터리 애러로 이어질 거다.

‘그러면 손쉽게 출루할 수도 있겠지. 너클볼러는 송구도 느린 편이고, 장은수는 경기 경험도 부족하니 작전을 걸면···.’

그러나 말짱 도루묵이 됐다.

타이탄스에서 포수가 흔들리자마자 투수를 교체했으니까.

그는 중계 투수 한민석을 쳐다봤다.

동시에 공명량의 머릿속에 한민석의 고교 시절 자료와 4차 청백전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떠올랐다.

‘한민석은 성격이 급해서 커트하면서 시간을 끌면 자멸할 텐데···.’

하지만···.

‘뭐, 장은수도 아니고 저 정도면 굳이 조언을···.’

그때 권순민 시장이 말했다.

“이봐, 공 서기보.”

“네?”

“복통을 좀 어때? 얼굴색을 보니까 괜찮은 거 같은데···.”

“···좀 나아지긴 했는데, 공을 던지는 건 조금···.”

“그래? 그럼, 배트 휘두르는 건 괜찮지?”

“네? 아···. 그게···.”

나가고 싶지 않다.

귀찮다.

타이탄스와의 경기에서 힘 빼고 싶지 않다.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권순민 시장 뒤에서 손을 싹싹 비비는 동료 공무원들을 보니···.

“···알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다다음 타석에 대타로 나가. 수비는···. 유격수 괜찮지? 그냥 적당히 보면 돼. 알겠지?”

공명량은 어이가 없었다.

내야의 야전사령관인 유격수를 적당히 보라니···.

그렇지만···.

“···네.”

안 그러면 내일부터 야간 훈련에 들어갈 거 같아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러면서 생각했다.

‘자이언츠 슬슬 그만둘까? 점점 귀찮아지는데···.’

한민석은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연달아 잡아내면 아웃 카운트를 2개로 올렸다.

주자가 1, 2루에 있지만, 도루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회인야구팀이 감히 프로를 상대로 도루할 생각이나 하겠어?’

그때 타석에 왜소한 체격의 남자, 공명량이 섰다.

한민석은 피식 웃었다.

겉모습부터 별 볼 일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놀려볼까?’

그는 4차 청백전에서 무참히 패배했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공명량의 몸쪽 가까운 곳으로 유인구를 던졌다.

-휘이익!

-퍼어억!

미트에 포심 패스트 볼이 꽂혔지만, 공명량은 무심한 눈빛으로 꿈쩍도 안 했다.

심판은 볼을 선언했고, 한민석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쫄아서 반응도 못한 건가?”

한민석은 다시 와인드업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바짝 붙은 낮은 공이다.

-휘이익!

-퍼어억!

제구가 조금 흔들려서 공명량의 몸으로 더 바짝 붙었다.

그러나 공명량은 이번에도 꿈쩍 안 했다.

이어지는 볼 판정.

한민석은 낄낄 웃으며 생각했다.

‘구단주도 보고 있으니까 그만 놀고 제대로 던져야겠네.’

그는 힐끗 벤치에 앉아 있는 한수를 보며,

‘잘 보라고···. 이게 바로 내 진짜 실력이야!’

한민석은 힘차게 와인드업했다.

동시에 145km/h 속도의 포심 패스트 볼이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를 노리고 날아갔다.

그 순간, 공명량이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고···.

-따아아악!

심상치 않은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좌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였다.

한민석은 생각했다.

‘씨X···!’

그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안 돼! 막아! 막으라고!”

2루와 1루에 있던 자이언츠 주자들은 멍하니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권순민 시장의 외침이 들렸다.

“드루와! 드루와! 점수 못 내면 알아서 해!!!”

한 집안의 가장인 두 주자는 이를 악물었다.

‘못 들어가면 끝이다···! 안 돼!’

‘여보···! 아들아···! 아빠한테 힘을···!’

그들은 정말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그때 타이탄스 2군 외야수는 포구에 실패했다.

한민석은 버럭 소리쳤다.

“야! 뭐해!!?”

외야수가 공을 잡아 포수를 향해 강하게 송구했을 때, 2루에 있던 주자는 홈을 밟았고, 1루에 있던 주자는 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1루에 있던 주자는 눈을 질끈 감고,

‘점수를 내야 해!’

해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이때 포수는 망설였다.

연습 경기이고 일반인을 상대로 진지하게 막다가 다치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틈에···.

“세이프!”

1루에 있던 주자도 터치에 성공했다.

【타이탄스 2군 9 : 2 자이언츠】

한민석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젠장···!”

공명량은 여유롭게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야간 훈련은 안 하겠지.”

이때 타이탄스 더그아웃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한수의 눈치를 봤다.

‘미친···. 수비 실수로 2실점이라니···.’

‘한민석이 장난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저 자식 포수 맞아? 홈 터치를 하는 걸 왜 보고만 있어?’

‘외야수 XX들···. 오늘부터 지옥 훈련이다!’

장은수는 옆에 앉은 김유빈에게 속삭였다.

“형, 2루에 있는 저 타자 있잖아요.”

“왜?”

“저랑 붙었으면 누가 이겼을 거 같아요?”

김유빈은 공명량을 빤히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글쎄다···.”

“아~ 너무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왔어요. 좀 더 던졌으면 저 타자랑 승부를 겨룰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실망하지 마.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지.”

그리고···.

‘지금은 승부를 아쉬워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그는 한수가 오늘 실수한 선수들에게 벌을 내리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한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공명량의 실력을 볼 수 있어서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선수보다는 프런트야.’

한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공명량, 타이탄스에 뼈를 묻게 해줄게. 꺼져버린 열정까지 활활 불태워서 말이야. 흐흐.”

그날 경기는 13대 2로 타이탄스 2군의 승리로 끝났다.

권순민은 졌지만, 2점이나 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한수는 부산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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