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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34화 (134/187)

134화 : 얼마야? 얼마면 되겠어?

월요일.

공명량은 퇴근 직전에 시장의 호출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시청에 근무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혹시 일요일에 2타점을 올린 것 때문에···.’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시장이 아무리 야구에 환장했다고 해도 이렇게 호출할 사람은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의문을 품은 채 시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장실에 있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 눈가를 움찔했다.

바로, 한수였다.

공명량은 한수를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타이탄스 구단주···. 왜 여기 있는 거지?’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찾으셨다고···.”

권순민 시장이 웃으며 말했다.

“정 서기보, 아직 근무 시간인데 미안해. 그런데 이 친구가 자네를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일요일에 봐서 얼굴은 알지?”

“아, 네···.”

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빙긋 웃으며,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죠? 이한수 입니다. 반갑습니다, 공명량씨.”

공명량은 속으로 경계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아~ 사실은 시장님께서 명량씨가 야구 보는 눈이 아~주 뛰어나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셔서요.”

“어허~ 이 사람아. 내가 언제 그렇게···.”

“에이~ 시장님, 제가 없는 말 했습니까? 저한테 죽여주는 투수라고까지 하셨으면서~.”

“험험···.”

권순민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한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우리 시장님이 부끄러우신가 보네. 직원 칭찬을 자주 안 하시나 봐요~?”

“어~험! 그만 놀리게.”

“흐흐, 알겠습니다.”

한수는 다시 공명량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여튼~ 우리 권 시장님께서 허언하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공명량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 사람, 대답을 거절한다고 물러날 사람이 아니야. 아마 더 귀찮게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구단주님이 뭐가 궁금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말씀해보세요. 아는 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적당히 대답해서 한수의 흥미를 식게 하고자 했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오케이. 그럼, 첫 번째 질문~ 지난 일요일 연습 경기에서 우리 팀 선발이었던 장은수 투수 기억하죠?”

“네.”

“명량씨가 감독이었다면 어떻게 공략했을 겁니까?”

공명량은 생각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장은수 공략법은 이미 생각해뒀었다.

하지만 말할 생각은 없다.

공명량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런 걸 알면 제가 9급 공무원을 하고 있겠습니까?”

“9급 공무원이 어때서요?”

“······.”

공명량이 입을 다물자, 한수는 씨익 웃으며,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진 말죠.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세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한수는 일요일 경기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공명량은 베테랑 투수가 완급 조절하듯 평범하지만 조금 야구에 식견이 있는 수준으로 대답했다.

공명량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관심을 끄겠지.’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있었다.

한수가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를 통해서 그의 정보창을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평범한 대답만 골라서 하네. 아주 여우가 따로 없군. 아니, 와룡(臥龍)이라고 해야 하나?’

한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공명량은 한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웃지?’

그리고···.

‘···어째서 눈빛이 더 뜨거워진 거 같지···?’

공명량은 한수의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 한수가 권순민 시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 역시 시장님 말씀대로 명량씨 식견이 예사롭지 않네요?”

“응? 그, 그런가?”

‘···누구나 할 법한 얘기를 한 거 같은데···.’

한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좋은 얘기도 들었는데···. 감사의 의미로 제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시장님, 어떠신가요?”

“이런~ 어쩌지? 나는 오늘 선약이 있어서···.”

물론 한수는 권순민이 저녁 일정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시장한테 식사를 제안한 건···.

“아이고~ 너~무 아쉽네요.”

“오래전부터 잡아둔 약속이라···.”

“어쩔 수 없지요. 오늘은 아쉽지만···. 명량씨랑 단둘이 식사해야겠네요?”

···먹잇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한수의 말에 공명량은 움찔했다.

그는 거절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권순민 시장이 껄껄 웃으며,

“하하, 그러게. 다음에는 나도 꼭 함께하지. 공 서기보, 우리 이 구단주 잘 부탁하네~”

공명량은 ‘당했다···.’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 = = = = =

부산 시청 근처, 어느 한정식 식당.

창가 쪽 테이블에 한수와 공명량이 마주 앉아 있다.

한수는 공명량에게 말했다.

“제가 쏘는 거니 더 비싼 걸 고르셔도 되는데요.”

“저 공무원입니다. 더치 페이로 하겠습니다.”

“하하, 보기보다 빡빡하시네···.”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그 질문에 한수는 피식 웃으며,

“왜 이러는 거 같습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닙니까?”

“에이~ 그건 1차전 룰이고, 2차전은 새롭게 가야죠.”

공명량은 생각했다.

‘능구렁이 같은 인간···.’

“···2차전 룰은 뭡니까?”

“음···. 진실 게임으로 할까요?”

“······.”

“여기는 우리 둘뿐이잖아? 숨김없지 그냥 말하는 걸로, 오케이?”

‘···당신과 함께여서 숨기고 싶은 건데···.’

공명량의 촉이 말하고 있다.

본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무척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때처럼···.’

중학교 때, 교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같은 반이었던 이소희와 방민준이 야구부와 관련된 문제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게 너무 짜증 나서 대충 문제에 대한 ‘답’을 말해준 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소희는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너 내 동료가 되라!]

···모 만화의 패러디까지 하면서 귀찮게 굴었다.

그러다가 불가능을 향해 올곧게 달려가는 그녀의 모습에 끌렸고, 손을 잡았고, 믿음까지 줬다.

그리고···.

‘배신당했지···.’

자기 마음대로 야구판으로 끌어들여 놓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멋대로 도망쳤다.

방민준은 이소희를 두둔했지만, 공명량은 그럴 수 없었고 그녀와 연을 끊었다.

하여튼···.

한수는 동료가 되라며 귀찮게 굴던 이소희와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왜 이런 관심을 보이는 건지 의아했다.

‘권 시장의 칭찬 때문에 나한테 관심이 생겼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설마 이소희가 뭔가 말했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다.

중, 고등학교 때 이소희한테 보여준 건 적당히 쓸만한 식견을 가진 타자로서의 모습 정도였다.

‘프로팀 구단주가 관심을 보일 만한 일을 벌인 적은 없는데···.’

지금까지는 그가 선택한 인재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선 이미 한수에게 신기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정규 시즌을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공명량은 한수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나한테도 뭔가 촉을 느낀 건가? 흠···.’

그때 한수가 말했다.

“숨기는 게 많나? 대답이 늦네요?”

공명량은 흥미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밥이나 먹죠.”

“이번에는 도망치는 겁니까? 진솔한 대화 나누기가 이렇게 어렵나?”

“······.”

“흐음~ 어떻게 하면 댁의 본모습을 볼 수 있지?”

“···구단주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 이렇게 해볼까?”

“······?”

한수는 씨익 웃더니,

“이소희를 지금 이 자리로 불러내면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

“이야, 반응이 바로 오네. 역시나 이소희가 아킬레스건이긴 한가 봐?”

공명량은 아차하며 표정을 바로 했다.

그는 한수가 몹시도 거슬렸다.

왠지 모르게 자꾸 그의 페이스에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권 시장이 뭐라고 하든 간에 그냥 집으로 가는 게 좋겠어.’

공명량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앉아요.”

“죄송하지만···.”

“에이~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친구 소주 한잔을 따라주고 가야죠?”

“네? 그게 무슨···.”

한수는 검지로 식당 입구를 가리켰다.

공명량은 한수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깜짝 놀랐다.

그곳엔 이소희가 서 있었다.

그녀는 식당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공명량은 한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당신···.”

한수는 피식 웃더니,

“둘이 절친한 사이인 거 같아서~ 이 팀장도 오라고 했지.”

“당장···.”

공명량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수는 벌떡 일어나 이소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 팀장, 여기~ 여기~!”

그녀는 한수는 발견하고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걸어오더니,

“구단주님,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있으시다더니···.”

이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수의 맞은편에 있는 공명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황하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

“······.”

공명량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수가 웃으며 말했다.

“이 팀장, 운영 1팀 가희씨랑 둘이 하기 힘들었죠?”

“네? 네···. 그게···.”

확실히 조금 버겁기는 했다.

그나마 주현우의 합류로 전력분석팀 일을 안 하게 돼서 나아졌지만···.

한수는 머뭇거리는 이소희에게 재차 말했다.

“그래서 제가 인재를 찾았습니다.”

“구단주님, 설마···.”

한수는 공명량을 가리키며,

“공명량씨를 타이탄스 프런트로 영입하려고요.”

그 말에 이소희는 놀라서 할 말을 잃었고, 공명량은 어이가 없어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제가 시청을 놔두고 왜 타이탄스로 갑니까?”

“그야~ 내가 당신을 원하니까?”

“하···. 말이 안 통하네요. 시장님 지인이라 적당히 참으려고 했는데, 더는 안 되겠습니다. 이만 가죠!”

“이 팀장도 왔는데 술 한잔하죠? ‘옛이야기’도 좀 하고···.”

옛이야기라는 말에 이소희와 공명량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공명량은 이소희를 휙 돌아보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

“명량아, 나는 아무 말도···.”

“명량씨~ 이 팀장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아요. 두 사람의 관계는 내가 뒷조사해서 알아낸 거예요~.”

공명량은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철면피가 다 있나 싶었다.

“당신···. 그거 불법이야. 당장 신고···.”

“아~ 신고하세요. 신영 그룹 법무팀이 알아서 처리하겠죠.”

“······.”

공명량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사도 하지 않고 몸을 휙 돌렸다.

한수는 그런 공명량에게 말했다.

“명량씨,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알아요?”

“······.”

공명량은 대답은 안 했지만, 삼고초려가 뭔지 알고 있었다.

제갈량의 출사표에 나오는 말로, 유비가 초야에 숨어 사는 제갈량을 불러내기 위해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가는 몸을 굽히는 정성을 보임으로 제갈량의 마음을 감동하게 만들어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는 거다.

공명량은 생각했다.

‘···나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라도 하겠다는 거야?’

한수는 히죽 웃으며,

“난 삼고초려가 참~ 답답한 소리라고 생각해. 정성을 보이려고 세 번이나 찾아가? 그냥 한 번에 화끈하게 보이면 되지. 안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한수는 다리를 꼬더니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얼마야? 얼마면 되겠어?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말해봐. 상식과 도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전~부 들어주지.”

“······.”

“이건 당신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일 거야. 놓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한수의 눈빛을 보던 공명량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거절하면···.”

“거절하면···.”

“······.”

“젠틀한 스카우트 말고 망나니 재벌 3세가 어떤 식으로 인재를 영입하는지 보여줄게.”

“······.”

한수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자~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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