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 1선발은 염철수 선수입니다.
한수는 시범 경기가 끝나고 프런트 및 코치진들과 간단하게 회식을 했다.
아직 본경기가 시작하지 않아서 진짜 축배는 나중으로 미뤘다.
그는 회식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어디 보상을 볼까?’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6,800 Point입니다.】
【Lv 16 상점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입니다.】
【임무 21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해주세요.】
한수는 곧바로 임무 메뉴를 선택했다.
『임무 21』
【구단주님, ···(중략)··· 하여튼! 시범 경기 보너스 임무입니다~!】
└조건
① 시범 경기에서 1승을 할 때마다 300 Point 지급. [12승 달성. 총 3,600 Point 지급]
② 시범 경기에서 1등을 하면 3,000 Point 지급. [달성]
③ 시범 경기에서 4위 안에 들면 1,000 Point 지급. [달성]
【① 조건 달성으로 3,600 Point가 지급됩니다.】
【② 조건 달성으로 3,000 Point가 지급됩니다.】
【③ 조건 달성으로 1,000 Point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14,400 Point입니다.】
보유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걸 보고 한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예~!”
‘개막전 전날에 상점 업그레이드도 될 테니···. 그날 쇼핑 좀 해야겠구나! 흐흐.’
그때 오늘 회식 때 얘기가 나왔던 최종 엔트리에 대한 게 떠올랐다.
이소희 팀장이 조심스레 의견을 묻기는 했지만, 한수는 몇 가지 주의 사항만 말한 뒤에 알아서들 회의를 하라고 말했다.
“흠···. 머리 좋은 사람들이니, 알아서 잘 짜겠지.”
한수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야구팬들의 반응을 살펴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 = = = = = =
타이탄스가 12승 2무 2패로 시범 경기에서 1위를 하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타이탄스 팬들이야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한수 구단주가 팀 리빌딩을 잘했다는 칭찬을 했다.
└역시 갓단주 이한수!
└이대로 포스트 시즌 가즈아아!
└이번 시즌 진짜 뭔가 다르다.
└타자진들이 정말 막강하네.
└통합 우승 가즈아아아!
다른 팀 팬들은 이런 타이탄스 팬들을 조롱했다.
└갈매기들 끼룩거리는 거 시끄럽네.
└봄만 되면 갈매기들이랑 참새들이 설치죠?
└DTD 모르시나? 이제 알 때도 됐는데···.
└시범 경기 백날 잘하면 뭐 해?
└재작년이랑 작년 시범 경기 때도 타이탄스가 2위 했는데, 개막전부터 무참히 박살났지요?
└갈매기 놈들은 실전에 약해서 안 됨.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봄에라도 즐거워야지.
누가 뭐라던 간에 타이탄스가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맞았다.
하지만 한수가 바라는 통합 우승을 위해선 보완할 점이 있었다.
그래서 타이탄스 회의실에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했다.
박동준 QC 코치는 잔기침을 몇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러면 문희동 선수는 다시 셋업맨으로 하고···. 양창진 선수는 불펜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은포를 마무리로 하는 데 전부 동의하시죠?”
시범 경기를 통해 문희동은 마무리보다 소방수로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셋업맨이 되었고, 양창진은 불펜조로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마무리투수로 선택한 게 여은포였다.
여은포는 타자로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역시나 투수로서의 역량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투타 겸업도 노리고는 있지만, 선수의 체력과 부상을 생각해서 일단은 마무리투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력분석팀 주현우 팀장이 한숨을 내쉬더니,
“차라리 기용찬을 마무리로 돌리고, 여은포를 선발로 하는 건 어떤가요? 기용찬 선수는 시범 경기에서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주현우의 말대로 기용찬은 첫 번째 시범 경기에서는 승리를 차지했지만, 두 번째 출전했던 신성 스페이스와의 경기에서 바깥 코스밖에 던지지 못한다는 점을 철저하게 공략당했다.
그 결과, 4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 됐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운 드래곤스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하게 된 이유가 기용찬의 약점이 공략됐기 때문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 몇몇이 주현우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소희 팀장이 말했다.
“구단주님께서 기용찬 선수는 선발로 쓰지 않을 거면 2군으로 내리라고 하셨습니다.”
한수는 기용찬의 특성 ‘양날의 에이스 S+’가 선발 투수일 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엔트리를 짤 때, 기용찬은 선발로 쓸 게 아니면 2군으로 내리라는 말까지 해둔 거였다.
주현우는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2군은···. 이 팀장님께서 설득하시면 구단주님도 듣지 않으까요?”
“글쎄요. 장 코치님, 기용찬 선수 요즘 컨디션이 어떤가요?”
“연습 때는 다양한 코스를 던지는데, 타석에 타자가 서면 여전히 몸쪽에 던지는 걸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주현우는 장보형 코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장 코치님 말을 들으셨지요? 이제 개막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몸쪽 코스로 공을 던지지 못하면 선발 투수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
회의실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기용찬은 현재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선발 투수로 쓰자니 약점이 노출됐고, 마무리나 불펜으로 돌리자니 한수가 무섭고, 그렇다고 2군으로 보내자니 아깝고···.
박동준 QC 코치는 페르난도 킴 감독을 힐끔 쳐다봤다.
듣고 있지만 말고 뭐라도 해보라는 눈치였다.
그러자 페르난도 킴 감독은 빙긋 웃더니,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는 공명량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한수 구단주가 꽤 공을 들여 영입한 사람이었지?’
“공명량 씨, 의견은 어떤가요?”
공명량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움찔했다.
“제 의견 말입니까?”
“네.”
“음···.”
운영팀 팀장도 아니고 일개 직원한테 왜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다.
슬쩍 주변을 살펴보니 어떤 의견을 말할지 흥미로워하는 눈치였다.
왜냐면 공명량은 한수가 직접 스카우트해온 인재이기 때문이다.
공명량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주목받고 싶진 않지만···. 얼렁뚱땅 넘겼다가 구단주 귀에라도 들어가면 귀찮게 할 게 뻔하니···.’
그는 확실하게 의견을 내기로 했다.
“기용찬 선수는 4선발에서 5선발로 내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장 코치님 말씀대로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최대한 출전 경기를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여은포 선수는 마무리가 낫습니다. 역량은 분명 뛰어나지만 연습 경기 때 확인했다시피 너무 제멋대로 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자일 때도 주루 코치님의 지시도 어기고 멋대로 도루를 하고···.”
그러자 주현우가 반박했다.
“명백한 약점이 있는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건 좋은 판단 같지 않군요. 그리고 여은포가 멋대로라고는 하지만, 하민철 포수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감당은 하겠죠. 하민철 포수가 무척 스트레스를 받겠지만요.”
“······.”
“염철수 투수가 선발일 때를 제외하고 하민철 포수가 전부 주전인 건 알고 계시죠? 장은수 선수 때문에 너클볼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여은포 선수를 굳이 선발로 써서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포수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기용찬 선수 2군으로 보내자고요?”
“마무리나 불펜으로 돌리자는 겁니다.”
“구단주님 설득 가능하세요?”
“그건 이 팀장님이 나서주면···.”
“일은 주 팀장님이 저지르고 뒷감당은 왜 이 팀장님한테 시키는 겁니까?”
주현우는 인상을 팍 쓰며,
“뭐라고요?”
“주 팀장님 의견에 자신이 있으시면 구단주님께 직접 보고하세요. 그게 아니면 대의에 따르시고요.”
“당신···.”
그때 이소희가 말했다.
“둘 다 그쯤 하세요.”
주현우와 공명량은 입을 다물었지만,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노려봤다.
이소희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일할 때도 종종 의견 차이를 보이더니···. 회의를 하니까 서로 잡아먹으려고 하네···.’
그녀는 페르난도 킴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저는 기용찬 선수를 선발로 하는 데 찬성입니다. 5선발로 하면···. ST 위닝스와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는 거니 시간 여유가 있네요.”
타이탄스의 정규시즌 개막전 자람 빌런스와 2연전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ST 위닝스의 홈으로 이동해서 3연전을 진행한다.
5선발이면 ST 위닝스와의 세 번째 경기 때 마운드에 오를 거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흠···. 그럼 구단주님의 말씀도 있으니···. 일단 5선발은 기용찬 선수로 하죠. 하지만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페르난도 킴 감독이 보기와 달리 냉정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가 뒷말을 더 하지 않아도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다.
그러자 박동준 코치가 콜록콜록 기침하더니,
“그러면 한민석 투수는 다신 2군으로 보내고···. 안종렬 선수는 지명타자로 하는 걸로 하고···.”
한민석은 시범 경기에서 애매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자람 빌런스와 경기에서 말도 안 되는 실투를 했다.
그 결과, 당시 6회까지 호투했던 염철수를 패전 투수로 만들어버렸다.
임형민 불펜 코치는 다시 기회를 주자고 했지만···.
한수가 한민석을 2군으로 보내라고 지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안종렬은 나쁘지 않은 외야 수비를 보여줬지만, 여은포가 마무리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지명타자로 가게 됐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그리고 박종구는 주전 우익수로, 2군 최민준을 외야 백업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박동준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동준은 태블릿PC에 뭔가를 체크하더니 페르난도 킴 감독에게 물었다.
“5선발은 기용찬 선수로 하고···. 나머지 선발 순서를 어떻게 할까요, 감독님?”
“3선발은 홍진철, 4선발은 카를로스 디아즈로 하죠.”
“그렇게 되면 홍진철 선수랑 ST 위닝스 라이언 킴 선수가 붙을 확률이 높겠군요.”
ST 위닝스는 시범 경기 때는 라이언 킴을 2선발로 올렸지만, 이번 시범 경기에서 외인 투수들이 준수한 플레이를 해줘서 정석대로 외인 투수를 1, 2 선발로 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혼혈 투수 라이언 킴이 3선발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말했다.
“투수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홍 선수가 잘해 줄 겁니다.”
회의실에 모인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홍진철은 신인이지만 체력 관리는 물론, 완급 조절을 귀신처럼 잘하는 선수였으니까.
박동준은 “흠···.”하더니 물었다.
“그럼 찰스 선수가 또 1선발입니까?”
그에 페르난도 킴 감독은 고개를 젓더니,
“아뇨. 그러면 구단주님이 섭섭해하시죠. 1선발은 염철수 선수입니다.”
“그 말씀은···.”
“네, 염철수 선수도 이제 본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죠.”
그 말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감독의 지시로 염철수는 시범 경기에서도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두 가지만 구종만 던졌기 때문이다.
용왕 용정식이 가르쳐준 슬라이더와 찰스 스팅과 함께 익힌 컷 패스트볼은 철저히 숨긴 채 말이다.
그 두 가지만으로도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1패는 자람 빌런스에게 당한 기록이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씨익 웃으며,
“개막전···.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빌런스를 잡는 걸로 스타트하도록 하죠.”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정규시즌 개막전 전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