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40화 (140/187)

140화 : 제법 거래할 줄 아네?

퍼펙트게임.

투수가 9이닝 이상의 경기를 진행해서 상대 팀 타자를 단 한 번도 1루로 내보내지 않고 승리하는 완벽한 경기를 뜻한다.

KBO 무대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제일 근접했던 투수는 신성 스페이스의 외인 투수 윌슨 폰스다.

그는 작년 대명 티라노스와의 개막전에서 9이닝 퍼펙트를 완성했지만, 스페이스 타선이 한점도 내지 못했고 연장전으로 가는 바람에 교체됐고 퍼펙트게임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KBO 최초의 9이닝 퍼펙트였고, 전문가들은 KBO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타이탄스와 빌런스의 개막전에서···.

퍼펙트게임을 향해 나아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염철수다.

9회 말.

경기장은 고요했다.

만원 관중인데도 대기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모두 숨을 죽이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투수라면 누구나 긴장이 될 상황.

마운드에 선 염철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염철수는 생각했다.

‘아빠···. 보고 있어요?’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려던 그에게 아빠가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남들의 말에 휘둘려서 꿈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물론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을 수 있어. 철수 너 아빠 믿지? 그럼, 너를 믿는 아빠를 믿어봐. 아빠가 장담하는데, 철수 너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어. 아빠를 믿어!]

패전처리 투수 생활을 하며 모두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아빠의 조언을 믿고 버텼다.

그 덕분에···.

[신영 그룹 황태자인 제가 장담하는데, 염 선수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한수와 만났다

그때 타석에 빌런스 7번 타자가 섰고,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쳤다.

송진 가루를 손에 묻혀 신발 끈을 확인하고, 겉 양말, 안경, 모자를 차례로 터치했다.

동시에 강민수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바깥쪽 낮은 곳을 노리는 슬라이더.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게 공을 쥐었다.

이어지는 역동적인 와인드업!

그리고···!

“스트라이크!”

149km/h의 슬라이더가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타자는 반응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9회가 됐는데도 염철수의 구위는 1회랑 똑같았다.

그야말로 괴물···.

타자는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공도 건드리지 못하고 삼진 아웃을 당했다.

탈삼진 15개.

경기는 현재까지 퍼펙트.

이어서 올라온 8번 타자.

역시나 삼진 아웃.

경기장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빌런스 응원석에서는 “안돼!”, “그러지 마!”, “우리한테 왜 이래!?” 같은 외침이 들렸지만···.

염철수의 눈에는 타석에 선 9번 타자가 보였다.

퍼펙트게임이라는 기록을 앞둬서 긴장될 법한데,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엔 그저···.

상대 타자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마음을 담아···.

“가자···!”

전력을 다해 와인드업했다.

1구 볼.

2구 스트라이크.

3구 파울.

4구 볼.

그리고 5구···.

“스윙 아웃! 경기 끝!!!”

···스트라이크!

동시에···.

-와아아아아아아!!!

고척 돔 구장에 타이탄스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염철수는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으아아···!!!”

포수 강민수과 야수들, 더그아웃에 대기하고 있던 주전 선수들이 모두 마운드로 달려갔다.

“마! 철수! 이 자식···!!”

“퍼펙트 근육! 퍼펙트 근육이야!”

“염철수!!! 이 미친 XX!!!”

“괴물 자식! 사고 칠 줄 알았어!!!”

그들은 동시에 염철수를 덮쳤다.

동료들에 파묻혀 비틀거리던 염철수는 푸르른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빠···. 고마워요···.”

앵커와 해설 위원들도 경기 결과에 무척 놀랐다.

[역사적인 순간이네요. KBO 최초의 퍼펙트게임이라뇨···. 정말 뭐라고 말이 안 나옵니다···.]

[개막전 경기에 신인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다니···. 이건 정말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거 같습니다.]

[타이탄스 이한수 구단주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염철수 선수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샛별이라고 했는데···.]

[이 구단주는 참 대단한 거 같습니다.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패전처리 투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퍼펙트게임도 퍼펙트게임이지만, 오늘 타이탄스는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또한, 이한수 구단주의 리빌딩의···.]

[타이탄스 응원석은 한국 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거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아···. 진심 지렸다···.

└대박···. 개막전 퍼펙트게임 실화냐?

└염철수 XX 멋지네.

└오늘부터 염철수 팬이다.

└철수 형 최고다!

└갓단주 이한수. 이런 보물을 발견하다니!

└패전처리 투수 지명했다고 욕한 XX들 대가리 박고 있냐?

└강대한 노래 부르던 놈들 어딨음?

└와···. 타이탄스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했다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어쨌든···! 시작 좋네! 타이탄스 올해는 우승 가즈아아아!

경기 MVP는 당연히 염철수였다.

염철수는 마운드에서 자신감 넘치게 공을 던질 때와 달리 덜덜 떨면서 인터뷰를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 저를 혼자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엄마···. 정말···.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모든 걸 포기하려던 때···. 제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신 이한수 구단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타이탄스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 = =

한수는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김명숙을 간신히 달래서 강덕수에게 맡긴 뒤 혼자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나온 이유는···.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모으고 키운 선수들이 대기록을 달성하고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퍼펙트게임···. 좋아. 좋지.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야. 기뻐할 때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그의 목표는···.

‘통합 우승이니까!’

한수는 곧바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띠링!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0 Point입니다.】

【임무 21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해주세요.】

‘좋아. 다시 포인트 부자가 되자!’

곧바로 임무 메뉴로 접속했다.

『임무 21』

【구단주님, 드디어 정규시즌 개막전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승리하세요.】

└조건

① 개막전에서 승리 시 1,000포인트 지급 [달성]

② 완봉승할 시 1,500포인트 지급 [초과 달성]

③ 특별한 기록을 세울 시 각각 ??? 포인트 지급

└KBO 첫 퍼펙트게임, 9이닝 17탈삼진, 개막전 백투백홈런

【조건 ① 달성으로 1,000포인트 받았습니다.】

【조건 ② 초과 달성으로 5,000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조건 ③ KBO 첫 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습니다. 7,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조건 ③ 9이닝 탈삼진 17개 타이기록을 달성했습니다. 2,5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조건 ③ 개막전 백투백홈런을 달성했습니다. 1,5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17,000포인트입니다.】

한수는 활짝 웃었다.

“좋아. 다시 포인트 부자구나!”

곧바로 임무 22도 확인했다.

『임무 22』

【구단주님, 자람 빌런스와 2차전도 승리하세요!】

└조건

① 승리 시 500포인트 지급

② 완봉승할 시 1,000포인트 지급

③ 특별한 기록을 세울 시 각각 ??? 포인트 지급

임무 내용은 임무 21과 비슷했다.

다만, 조건 1과 조건 2를 달성했을 때 주는 포인트가 줄었다.

‘개막전 버프였나?’

어쨌든 중요한 건 내일도 승리를 해야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쇼핑해볼까? 흐흐.’

일단 플래티넘 등급으로 장비를 맞췄던 불펜조 투수들과 백업 야수들한테 다이아몬드 등급 아이템을 선물했다.

단숨에 1만 포인트를 소모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7,000포인트입니다.】

‘음···. 기용찬 선수가 아직도 몸쪽 공을 못 던져서 고생한다고 했지. 아이템을 찾아볼까?’

-띠링!

【기용찬이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하는 문제는 제구력이나 정신력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S급 영점 조절’ 특기로 진화해야지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인마, 야박하게 그러지 말고···. 고리타분하게 깨달음이 뭐냐? 우리 편하게 가자. 포인트도 많잖아. 응?’

-띠링!

【기용찬이어서 드리는 조언입니다. 그는 다이아몬드 등급 아이템인 특기 등급 진화 주문서를 사용해서 ‘S급 영점 조절’로 올려도 특기가 비활성화될 겁니다.】

‘그럼 어쩌라고? 이대로 반쪽짜리 파이어볼러로 놔두라고?’

-띠링!

【3,000포인트를 소모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야, 탈삼진 17개 해서 2,500포인트를 받았는데, 힌트 하나로 3,000포인트를 달라고? 장난치냐?”

-띠링!

【구단주님, 이런 말이 있죠.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고요. 3,000포인트면 싼 거 아닐까요?】

“너···. 제법 거래할 줄 아네?”

-띠링!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포인트는 다시 모으면 그만이야. 그리고 선수를 위해서 쓰는 건데···. 아끼면 안 되지!’

“콜!”

【3,000포인트를 소모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4,000포인트입니다.】

‘이제 기용찬 문제를 해결할 힌트를 줘.’

-띠링!

【기용찬 선수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고민수 팀장입니다. 고민수 팀장과 기용찬 선수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

【······.】

“···끝이야?”

【네.】

한수는 별거 없는 힌트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힌트가 아니었다면 이런저런 아이템을 사서 삽질을 하고 있었을 테니까.

‘오케이. 일단 4,000포인트는 킵해두고···.’

한수는 다시 경기장을 바라봤다.

선수들 대기실로 가서 축하의 말이라도 해줄까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의 주연은 선수들이다.

‘조연은 조연의 무대로 향해야지.’

한수는 차로 강덕수에게 연락해 차를 대기시키라고 한 다음에 고민수 팀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구단주님, 안녕하십니까. 첫 승 축하드립니다!]

“땡큐, 땡큐.”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별건 아니고···. 고 팀장, ST 위닝스와 하는 3연전, 나랑 같이 직관합시다.”

[네? 그게···.]

“내일 저녁까지 수원으로 오세요. 그럼.”

한수는 전화를 끝내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고척 돔구장에서 펼쳐진 타이탄스와 빌런스의 2차전은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졌고···.

【자람 빌런스 10 : 13 신영 타이탄스】

타이탄스가 승리했다.

강적 빌런스를 상대로 2승을 챙긴 타이탄스는 ST 위닝스와의 3연전을 위해 수원으로 이동했다.

신영 타이탄스와 ST 위닝스의 1차전.

타이탄스 선발 투수는 홍진철, 위닝스의 선발 투수는 라이언 킴이었다.

페르난도 킴 감독의 예상대로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홍진철은 6회에 문희동과 교체됐고, 라이언 킴은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9회 초.

위닝스는 라이언 킴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완봉승을 위해서였고, 투수의 컨디션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9번 타자 안종렬이 깜짝 홈런을 쳤다.

【ST 위닝스 0 : 1 신영 타이탄스】

추가 득점 없이 9회 말이 됐고···.

타이탄스는 마무리투수 여은포로 교체했고, 깔끔하게 경기에서 승리했다.

다음 날, ST 위닝스와 2차전.

【ST 위닝스 2 : 4 신영 타이탄스】

치열한 불펜 싸움 끝에 타이탄스가 승리했고, 정규시즌 4연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ST 위닝스와 3차전.

타이탄스 선발 투수는 기용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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