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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42화 (142/187)

142화 : 됐다!

수원 ST 위닝스 파크, 야외 테이블 석.

한수는 이곳 야구장의 명물인 진미 치킨을 먹으면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옆자리에 앉은 고민수에게 말했다.

“수원 통닭 거리의 그 맛 그대로라더니···.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고민수를 쳐다보니, 고민수는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지?’

고민수는 어제 급발진해서 기용찬에게 호통을 친 일 때문에 잠까지 설쳤고, 오늘 한수를 만나고 나서 피해보상금 20% 감면 기회가 날아갔다는 사실이 떠올라 멘탈이 나가버렸다.

그래서 한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크나큰 실수를 저지른 거다.

한수는 재차 입을 열었다.

“고 팀장.”

“아? 아,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

“흠···.”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듯했지만, 한수는 더 묻지 않기로 하고, 말을 무시한 것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고민수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바로, 기용찬의 약점을 해결하는 것 말이다.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한수는 고민수가 또 생각에 잠기자 어깨를 으쓱한 쉬, 테이블 위에 올려둔 포수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4,500 Point입니다.】

【현재 임무 23을 진행 중입니다.】

임무 23은 ‘ST 위닝스의 3연전에서 승리해라!’다.

3연전에서 1승을 하면 500포인트, 2승을 하면 1,500포인트, 3승을 하면 2,000포인트와 ‘다이아몬드 등급 배트 아이템 교환권 1장’을 받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 등급 배트 아이템 교환권’은 가격에 상관없이 상점에 있는 다이아몬드 등급 아이템이랑 교환할 수 있는 주문서다.

아쉬운 점은 오로지 ‘배트’ 종류의 아이템으로만 교환할 수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무조건 3승이다. 3승!’

ST 위닝스와 1차전, 2차전이 워낙 치열해서 어제까지만 해도 3차전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말씀···!’

한수는 기용찬의 업그레이드된 정보창을 확인했다.

【기용찬】【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4%)

(타이탄스 코치진: 23%) 【+13 ↑】

(타이탄스 프런트: 20%) 【+2 ↑】

결론: 경기장의 하후돈 원양(元讓)입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고난과 가시밭길의 연속이지만, 피하지 않고 힘차게 나아가는 강한 의지를 가진 선수입니다. 고민수의 ‘조언’ 덕분에 의지로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아직 자각하지 못했지만, 경기를 시작하면 깨달을 겁니다. 그러니 ···(중략)···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좌투우타

【특기】

1. 의지의 끝판왕

2. 강철 좌완

3. 고속 슬라이더

4. 미친 훈련 중독자 【등급 ↑】

5. S급 영점 조절 【등급 ↑】

6. 전력투구(全力投球)

7. 내 사전엔 삼진(三振)밖에 없다!

8. 준수한 체인지업 【New】

【호감도: 67%】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흐흐,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드디어 완벽하게 얻었단 말씀!’

한수는 잠재 레벨 창도 확인했다.

【이름: 기용찬】

【레벨: 59 / 9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양날의 에이스 S+】

기용찬은 미친 훈련 중독자란 특기를 보유한 선수답게 성장도 특성을 보유한 선수들만큼이나 빠르게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좋아, 좋아.’

그때 마운드로 ST 위닝스의 선발 투수 안민혁이 올라왔다.

타석에는 타이탄스의 1번 타자 로빈 애플이 섰다.

그리고···.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됐다.

= = = = = = =

1회 초.

ST 위닝스의 안민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와인드업했다.

그는 마무리 캠프 때 타이탄스 타자들한테 처참하게 당했던 걸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물론 가장 짓밟고 싶은 강민수였지만, 그는 아쉽게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시즌 중에 한 번은 만나겠지. 돼지 근육 새끼는 그때 짓밟아주면 돼!’

지금처럼···!

1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

3구 볼

4구 파울.

5구 볼.

6구 파울.

7구 스트라이크···!

“스윙 아웃!”

초반부터 140km/h 후반대의 패스트볼로 로빈 애플을 삼진 아웃시켰다.

다음은 2번 타자 최민준.

안민혁은 강하게 와인드업했다.

1구 파울.

2구 파울.

3구 볼.

4구 파울.

5구 볼.

6구 스트라이크!

“스윙 아웃!”

두 번째 삼진을 잡아내고 안민혁은 웃으며 생각했다

‘타이탄스의 애송이 새끼가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지? 그럼, 나도 할 수 있어! 이참에 탈삼진 기록도 갈아치우는 거야!’

그의 머릿속에는 ‘퍼펙트게임’과 ‘탈삼진 18개’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위닝스 벤치의 원종현 감독은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타자 2명 잡는데 13개나 던졌다.

‘초반부터 투구 수가 너무 많은데···.’

안민혁은 체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벌써 투구 수를 조절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는 포수 문정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단 정준이 리드를 믿는 수밖에 없군.’

그리고 3번 타자 손재현이 타석에 섰다.

손재현은 얼굴에 난 상처를 살짝 만진 뒤 길게 숨을 내쉬고 자세를 잡았다.

그는 안민혁을 보며 생각했다.

‘그때 대가리 노리고 공 던진 놈이네.’

“무조건 친다! 으랴! 으랴! 용찬아!!! 호오오옴런 가즈아!!”

그의 외침에 심판과 문정준 포수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고, 안민혁은 와락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미친 XX가···!’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손재현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재현이 예고 홈런 나왔쥬?

└근데 대체 기용찬은 왜 자꾸 찾는 거?

└이쯤 되면 손재현이랑 기용찬 사이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님?

└대가리에 공 맞아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안민혁 제대로 빡친 듯.

└홈런 치면 웃기겠다.

동시에 안민혁이 와인드업했다.

‘이 XX, 삼진으로 짓밟아주마!’

151km/h의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가운데 스트라이크 존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 순간, 손재현이 소리쳤다.

“가즈아아아!”

-따아아악!

강하게 맞은 타구가 좌중간으로 길게 뻗었다.

안민혁이 “안돼!!!”라고 소리친 순간, 손재현은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전하게 2루 베이스를 밟고···.

“다음엔 홈런이야! 푸하하!”

···주둥이를 놀리기 시작했다.

안민혁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내 퍼펙트게임이···. 빌어먹을···.’

문정준 포수는 마운드로 올라가 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민혁이 송진 가루를 묻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루에 있는 손재현을 쳐다봤다.

‘초구부터 그냥 때려버리네···. 손재현은 유인구 위주로 던지게 해야겠어.’

그때 타석에 위압감을 풀풀 풍기는 타자가 들어섰다.

바로, 타이탄스의 심장, 4번 타자 이소호였다.

문정준은 생각했다.

‘이소호는 거르고 5번이랑 승부를 봐야 하나? 아냐, 윤진호도 요즘 감을 되찾아서···. 차라리 6번이랑 승부를 봐야 하나?’

하지만 6번 타자는 하민철이다.

데뷔 이후 꾸준히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

문정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젠장···. 만만히 볼 타자가 없네···.’

마무리 캠프 때도 느꼈지만, 타이탄스의 공격력이 무척 강해졌다.

‘하지만 오늘도 질 순 없어. 일단 이소호는 거르고···. 윤진호랑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지.’

문정준은 안민혁한테 볼넷으로 거르자고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안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삼진으로 잡을 거야.’

‘안 돼. 위험해. 시범 경기 때도 홈런 맞았던 거 잊었어?’

‘그땐 그때고, 지금은 달라.’

‘안 돼.’

‘싫어.’

어떻게든 이소호는 거르고 싶지만, 안민혁은 고집이 보통이 아니었다.

문정준은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어쩔 수 없네···. 이소호를 어떻게든 공략해봐야지.’

그는 안민혁에게 다시 사인을 보냈다.

안민혁은 이제야 마음에 든 듯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와인드업했다.

1구 볼.

2구 파울.

3구 파울.

4구 파울.

5구 볼.

6구 파울.

7구 파울.

8구 볼.

.

.

.

안민혁의 이소호가 10번째 공을 커트하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미친···.”

아직 1회인데 공을 24개나 던지다니···.

이건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

왜 이렇게 됐지?

설마, 이대로 홈런을···.

‘그건 안 돼!’

그때 문정준이 사인을 보냈다.

‘그냥 거르자.’

‘공을 10개나 던졌다고!’

‘감이 안 좋아. 걸러.’

‘젠장! 젠장!’

안민혁은 이를 뿌득 갈았다.

사실 그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분하지만 거르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순 없지.’

기분을 잡치게 한 만큼···.

‘갚아줘야지!’

그는 와인드업했다.

문정준의 미트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공이 향한 곳은···.

-퍼억!

“큭···!”

···이소호의 허벅지였다.

그 순간, 타이탄스 팬들이 버럭 소리쳤다.

-마!!!

-우우우!!!

-미쳤나?!!

안민혁은 마치 실수였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어색하게 웃는 연기를 하며 생각했다.

‘그냥 1루로 꺼져. 돼지 XX야!’

그러나 그는 부산 사나이 이소호를 너무 물로 봤다.

이소호는 방망이를 집어 던지더니,

“이런 개XX가···.”

마운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안민혁은 “어? 어?”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문정준은 ‘X 됐다!’라고 생각하며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이소호를 따라갔다.

그 순간, 타이탄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뛰쳐나왔다.

“야! 달려!”

“투수 개XX!”

“우리 왜 뛰어나가는 거야?!”

“그냥 조져!”

“어디서 야구를 개같이 해!”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이래?”

“그냥 마운드로 달려!!!”

위닝스 선수들은 한발 늦게 경기장으로 뛰쳐나왔다.

“뭔데? 왜 그래?”

“쟤네 왜 뛰어나와?”

“안민혁 개XX가 소호 형 맞혔어!”

“아···. 일진 더럽네···.”

“1회부터 귀찮게···.”

그 결과 마운드에 선수들이 얽히며 난장판이 됐다.

중계진들은 올해 첫 벤치클리어링을 생생하게 중계했다.

[아~ 장은수 선수 위닝스 선수 다섯 명을 질질 끌고 다니네요. 어마어마한 괴력입니다.]

[문정준 선수와 손재현 선수 서로 밀치기 시작했습니다. 아···. 주먹다짐으로 번지면 안 될 텐데요.]

[윤진호 선수···. 눈빛으로 위닝스 선수들을 제압하고 있네요. 윤진호 선수가 짬도 있고, 좀 무섭긴 하죠.]

[이소호 선수 씩씩거리며 안민혁 선수를 좇고 있는데요. 안민혁 선수 잘 도망칩니다.]

[이쯤에서 끝나면 좋겠는데요···.]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한수도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저 양아치 XX! 밟아! 밟아버려!”

“구, 구단주님, 발차기하면 큰일 납니다···!”

“그럼 주먹으로 면상을···!”

“포, 폭력을 쓰면 퇴장이에요!”

“뭐야!? 그럼 그냥 애들처럼 밀고 눈싸움만 해?! 저 XX가 먼저 공을 맞혔잖아!”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위협이 목적이니까요.”

한수는 자리에 앉더니 혀를 차며,

“쳇···. 엉망이네.”

그때 위닝스 황재혁이 이소호한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

“형, 안민혁 저 XX 내가 주의 줄 테니까. 여기까지 하자. 응?”

황재혁은 한때 타이탄스에서 뛰었던 선수였고, 이소호와 친분이 있었다.

이소호는 인상을 쓰며,

“저 XX, 한 번 더 이딴 짓 하면 알아서 하라고 해!”

“알겠어. 알겠어. 형, 그런데 내 결혼식 올 거지?”

“···당연히 가지.”

황재혁은 씨익 웃으며,

“오케이. 축의금 기대할게?”

“돈도 많이 버는 놈이···.”

“형만 하겠어?”

“···결혼해봐라. 내 돈이 내 돈이 아니다···.”

“그게 뭔 소리야?”

“곧 알게 될 거다!”

하여튼 그렇게 상황은 정리됐고, 경기가 재개됐다.

5번 타자 윤진호가 타석에 섰고,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웃을 당했다.

공수 교체.

점수는···.

【ST 위닝스 0 : 0 신영 타이탄스】

1회 말.

마운드에 기용찬이 올라왔다.

1번 타자 조용훈은 타석 앞으로 바짝 붙으며 생각했다.

‘쟤는 몸쪽으론 공을 못 던지니까. 편하네.’

하민철은 조용훈 타자를 살피더니,

‘대놓고 바깥쪽을 노리겠단 거네. 어쩔 수 없지. 일단 최대한 낮은 코스로···.’

그는 기용찬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기용찬이 고개를 저었다.

하민철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깥쪽 유인구로 코스를 바꿨다.

하지만 기용찬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뭐지? 잠깐 설마···.’

그때 기용찬이 사인을 했다.

‘몸쪽.’

‘진짜요?’

‘응.’

‘···오케이.’

하민철은 미트를 몸쪽 코스로 옮겼다.

기용찬은 송진 가루를 묻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어. 하는 거야. 해야만 해!’

그는 공을 꽉 쥐며 특유의 간결한 와인드업을 했다.

-휘이이이익!

155km/h의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코스를 노리고 날아갔다!

타자는 깜짝 놀라며 몸을 비틀며,

“우왁!?”

그 순간···.

-퍼어어억!

···공이 미트에 꽂혔고, 기용찬은 생각했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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