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 팀의 승리야.
신영 타이탄스와 ST 위닝스의 3차전, 1회 말.
기용찬은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중계석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기용찬 선수···. 분명 제구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주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둘 중 하나겠네요. 그 사이에 문제를 해결했거나, 타이탄스 감독이 일부로 기용찬 선수의 전력을 숨겼거나···.]
[저는 후자일 것 같습니다. 염철수 선수도 어마어마한 슬라이더를 숨기고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위닝스 타자들은 오늘 고생 좀 하겠습니다.]
당연한 결과였다.
ST 위닝스는 기용찬이 약점을 극복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위닝스 원종현 감독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용찬···. 약점을 극복한 건가? 아냐, 어쩌면···.’
그는 타격 코치에게 말했다.
“플랜 A는 폐기해. 지금부터 플랜 B로 간다.”
“알겠습니다.”
플랜 B는 만약에 기용찬이 몸쪽 코스를 던질 수 있을 때를 대비해서 짠 전략이다.
하지만 기용찬의 제구에 문제가 있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돼서 제대로 준비된 작전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위닝스 벤치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았다.
팀 분위기를 읽은 원종현 감독은 혀를 찼다.
‘어떻게든 반전을 꾀해야 하는데···.’
그는 타이탄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기용찬을 보며 중얼거렸다.
‘탐나는 선수야.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은데···.’
그러나 욕심을 접었다.
비열하게 웃으며 안민혁 폭행 증거로 트레이드를 요구하던 한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종현은 생각했다.
‘그 빌어먹을 구단주가 저런 보물을 내줄 리가 없지.’
그는 마운드로 향하는 안민혁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망나니 같은 놈이 정신을 차리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
6번 타자 하민철이 타석에 섰고, 3구째에 적시타를 쳤다.
꾸준하게 3할 초반대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답게 깔끔한 스윙이었다.
다음은 7번 타자 김효철.
안민혁은 이를 악물고 던졌다.
1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
3구 볼.
4구 볼.
5구 볼.
그리고 6구···.
“볼!”
안민혁은 심판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볼이야! 장난쳐!”
심판이 표정을 굳히자, 문정준 포수 다급하게 일어나며,
“우리 투수가 오늘 컨디션이 좀 나빠서···. 제가 주의 주고 오겠습니다.”
“흠···.”
심판에게 밉보여봤자 위닝스만 손해다.
문정준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알겠어요.”
문정준은 재차 고개를 숙인 뒤, 마운드로 향했다.
그는 안민혁한테 버럭 소리쳤다.
“야! 뭐 하는 거야!?”
“왜 나한테 뭐라고 해!? 저 심판이 판정을 개떡같이···.”
“안민혁! 적당히 해!”
“······.”
“너···. 이대로 계속 멋대로 굴면 감독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
“아니, XX···! 형! 그게 지금 마운드에 선 투수한테 할 말이야!?”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이 자식아!”
“······.”
“지금부터 무조건 내 리드에 따라. 안 그러면 알아서 해!”
문정준은 마운드로 돌아갔고, 안민혁은 이를 뿌득 갈았다.
‘황재혁 그 XX도 그렇고, 정준이 형도 왜 나한테만 지랄인데!? 씨X···. 너희들이 투수하든가! 씨X! 씨X!’
경기가 재개됐다.
주자 1루와 2루, 노 아웃 상황.
타석에 8번 타자 장문원이 섰다.
그리고···.
-따아아아악!
[장문원 선수! 초구를 노리고 스윙! 아! 길게 뻗어갑니다!]
[좌익수 달립니다! 달립니다!]
[아~ 넘어갔습니다···!]
[홈런! 홈런입니다! 장문원 선수 정규시즌 첫 타석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립니다!]
[이 선수, 연습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할 때부터 눈여겨 봐뒀는데···. 대단합니다!]
[안민혁 선수 글러브를 집어 던집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저러면 안 되죠···.]
타이탄스 팬들은 환호했다.
└이야~! 홈런 한번 시원하게 치네!
└장문원 출전하니까 하위타선이 살아나네!
└종구가 수비는 잘하는데 타율이 너무 구리니까.
└원래 투수였으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좀 심하긴 했지.
└앞으로 외야는 장문원으로 가즈아아!
2회 초···.
【ST 위닝스 0 : 3 신영 타이탄스】
···타이탄스가 경기를 앞서가기 시작했다.
= = = = = = =
야외 테이블 석.
한수는 맥주를 기분 좋게 원샷 하더니 대기하고 있던 강덕수에게 말했다.
“덕수야! 이따 장문원 선수한테 한우 세트 선물해!”
“알겠습니다.”
강덕수는 대답과 동시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수는 낄낄 웃으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고민수 팀장에게 말했다.
“고 팀장,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 맛이 아주 좋네요! 그렇죠?”
“그, 그렇습니다!”
“고 팀장 덕분입니다.”
“네? 제가 뭘···.”
“아~ 맞다! 피해 보상금 감면해주기로 했죠? 기분입니다. 30% 감면해줄게요.”
“삼십 프로요!? 저,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죠. 나 말한 건 지키는 구단주입니다.”
고민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한수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흐흐, 앞으로도 우리 타이탄스를 위해 열심히 해요. 알겠죠?”
“네!”
고민수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용찬이도 약점을 극복했고···. 피해 보상금도 감면받고···. 오늘 정말 최고의 날이야!’
그가 그렇게 기뻐하는 사이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문정준의 경고를 받은 안민혁은 결국 리드에 따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안민혁 입장에선 불만이 많았지만···.
경기 상황은 달라졌다.
9번 안종렬은 유인구를 쳐서 플라이 아웃.
1번 로빈 애플은 5구째에 삼진.
2번 최민준은 3구째에 플라이 아웃을 당했다.
위닝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3점 홈런을 맞고 타이탄스로 넘어가던 흐름을 적절하게 끊었으니까.
위닝스 코치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때 타이탄스 감독 페르난도 킴이 마운드로 향하는 기용찬을 불렀다.
“기용찬 선수.”
“네.”
“흐름을 다시 우리 쪽으로 가져오세요.”
기용찬은 피식 웃더니,
“맡겨주세요.”
2회 말.
기용찬은 159km/h의 포심과 체인지업을 무기로 상대 타자들을 농락했고···.
세 타자를 전부 삼진 아웃당했다.
중심 타선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기세는 다시 타이탄스로 넘어왔다.
그리고 3회 초.
기세가 넘어온 걸 증명이라도 하듯, 3번 타자 손재현이···.
-따아아아악!
···홈런을 쳤다.
그는 마운드를 돌면서 소리쳤다.
“으하핫! 기용찬! 봤냐? 봤냐고!”
다행히 문정준의 리드 덕분에 추가 실점은 없었다.
【ST 위닝스 0 : 4 신영 타이탄스】
그러나 안민혁의 투구 수가 너무 많아서 체력 소모가 큰 게 문제였다.
문정준은 3회 말에 타자들이 조금만 힘을 써서 안민혁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스윙! 아웃!”
“스윙! 아웃!”
“스윙! 아우웃!”
···위닝스 하위 타선은 기용찬의 공을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전부 삼진 아웃을 당했다.
원종현 감독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타격 코치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감독님···.”
“뭐야?”
“기용찬···. 탈삼진이 9개입니다.”
“그게 왜?”
“9타자 연속 탈삼진입니다. 1번만 더 삼진을 잡으면···. 최고 기록과 타이에요.”
“······!”
그걸 눈치챈 건 위닝스 벤치만이 아니었다.
타이탄스 벤치도, 중계진도, 팬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생각했다.
어쩌면 오늘···.
이십여 년 만에 한 경기 연속 탈삼진 신기록이 나올지도 모른다!
= = = = = = =
4회 초.
안민혁은 한계 투구 수까지 던져서 간신히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위닝스 불펜에선 중계 투수가 준비 중이었다.
4회 말.
마운드에 기용찬이 올라왔다.
팀원이나 코치진들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기용찬도 삼진을 1개만 더 잡으면 1998년 재규어스 이재진 투수가 세운 한 경기 연속 탈삼진 기록과 동률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 긴장이 됐지만, 곧 잡념을 털어냈다.
‘괜찮아. 삼진이 아니어도 돼. 경기에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히는데 불현듯 중학교 때 추억이 떠올랐다.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을 때···.
‘그때도 이랬지···.’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긴장도 되고 욕심도 났지만, 팀의 승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수에만 집중한 뒤···.
‘와인드업···.’
그런 다음···.
‘전력투구···!’
-휘이이익!
“스트라이크!”
오로지 포수의 미트만 주시하고···.
‘전력투구···!’
-휘이이익!
“스트라이크 투!”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타자의 표정도, 심판의 판정도, 팬들의 함성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포수의 미트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전력투구···!!!’
-휘이이이이익!
-퍼어어억!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심판이 소리쳤다.
“···삼진 아웃!”
연속 탈삼진 10개!
최고 기록과 동률!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용찬은···.
【160km/h】
···100마일의 공을 던졌다.
타이탄스 팬들은 커다란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방송으로 보던 팬들도 난리가 났다.
└미쳤다! 100마일! 대박! 와! 미친!
└기용찬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와! 연속 탈삼진 10개! 대박이네!
└와! 올해 타이탄스 투수들 미쳤네!
└갓단주 이한수!!!
└기용찬! 네가 최고다! 이야! 시원시원하네!
└미친 오늘부터 기용찬 팬이다!
└윗님 저번에 염철수 팬이라고 하지 않음?
└기용찬 염철수 다 좋아! 타이탄스 최고다!
└타이탄스 한국 시리즈 우승 가즈아아!
그날 기용찬은 연속 탈삼진 11개를 달성하면 신기록을 세웠다.
5회부터는 타자들이 기용찬의 공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출루까지 했다.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은 실패했지만···.
기용찬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의 체력이 6회에서 7회까지가 한계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용찬에게 기록보다 중요한 건···.
‘팀의 승리야.’
기용찬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7회에 문희동 투수와 교체됐다.
그리고 그날 경기는 반전 없이···.
【ST 위닝스 0 : 4 신영 타이탄스】
···타이탄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타이탄스는 정규시즌 5연승을 달성하며 부산으로 향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신성 스페이스와의 3연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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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자동차 뒷좌석에 타자마자 운전석에 앉은 강덕수에게 말했다.
“오늘 홈런 친 타자들한테 한우 세트 보냈어?”
“네!”
“기용찬 선수한테는?”
“한우 세트랑 신영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습니다.”
“오케이. 잘했어.”
“감사합니다.”
차가 출발하고,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썼다.
-띠링!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4,500 Point입니다.】
【임무 23을 완료했습니다.】
곧바로 임무 메뉴로 접속해서 보상을 받았다.
【ST 위닝스와 3연전에서 3승을 했습니다. 2,000포인트와 ‘다이아몬드 등급 배트 아이템 교환권’ 1장이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6,500 Point입니다.】
‘좋았어! 일단 쇼핑은 나중에 하고···.’
그는 임무 24를 확인했다.
『임무 24』
【구단주님, 신성 스페이스와 3연전이네요. 시즌 초반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목표는 하나입니다. 신성 스페이스를 누르고 단독 1위가 되세요!】
└보상: 2,500 Point, ‘다이아몬드 등급 글러브 아이템 교환권’ 1장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신성 스페이스···. 씹어먹어 주지. 흐흐.”
그렇게 다음 날이 됐다.
부산에서 펼쳐지는 타이탄스와 스페이스의 1차전.
선발 투수는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염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