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46화 (146/187)

146화 : 이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직동, 어느 한식당 주차장, 차 안.

한수는 뒷좌석에 앉아 창 너머로 보이는 한식당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라···.”

그때 운전석 문이 열리고 강덕수가 탔다.

“모셔다드리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분위기는 어때? 김 선수가 왜 버렸냐고 멱살 잡고 그러진 않아?”

강덕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구까지만 모셔다드려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멱살보다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지 않을까요?”

“에이~ 이십 년 넘게 연락도 안 하고 버렸던 아버지인데?”

“사정이 있었으니까···. 서로 잘 얘기하면 이해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가족이니까요.”

“그거참 편한 이유네.”

강덕수는 차 시동을 걸면서 물었다.

“김 선수 아버님이 못마땅하세요?”

“관심 없어. 내 아버지도 아니잖아. 김 선수 컨디션에 나쁜 영향만 안 끼치면 돼.”

‘마음에 안 드시나 보네.’

강덕수는 차를 출발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너무 싫어하지 마세요. 어린 아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숨어 살았던 거잖아요. 그런 몸으로 매달 동산 보육원에 후원금도 보내고···.”

“관심 없다고 했잖아.”

한수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덕수는 백미러를 통해 한수를 살피더니 안타까운 눈빛을 했다.

‘김 선수 아버님을 보고 선친을 떠올리신 건가?’

그때 한수의 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박동준 QC 코치가 스페이스와 2차전에 출전할 선수 라인업을 보냈다.

【타이탄스 VS 스페이스 2차전, 타이탄스 라인업】

선발 투수 : 찰스 스팅(Gold 등급)

1번 타자 : 최민준(Gold 등급, 우익수)

2번 타자 : 오재근(Platinum 등급, 중견수)

3번 타자 : 김유빈(Platinum 등급, 1루수)

4번 타자 : 손재현(Platinum 등급, 3루수)

5번 타자 : 윤진호(Diamond 등급, 2루수)

6번 타자 : 하민철(Platinum 등급, 포수)

7번 타자 : 김효철(Gold 등급, 유격수)

8번 타자 : 장문원(Platinum 등급, 좌익수)

9번 타자 : 안종렬(Gold 등급, 지명타자)

선발 투수는 2선발 찰스 스팅이다.

1번 타자는 로빈 애플이 빠지고 최민준이다.

이소호는 허벅지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2차전엔 출전을 안 하고, 대신 김유빈이 출전한다.

타순은 3번이고 1루수다.

그래서 원래 3번 타자였던 손재현은 4번을 맡는다.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 생각했다.

‘내일 선발은 김상현이었지.’

김상현은 윌슨 폰스과 함께 스페이스의 원투 펀치다.

그는 스페이스의 전신(前身) NK 드레이크스의 에이스이자, KBO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좌완투수였고,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재작년···.

신성 스페이스 임정태 단장은 창단식에 맞춰서 김상현을 스카우트해왔다.

비록 팀명은 바뀌지만, NK 드레이크스를 혼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건 김상현이 좌완투수라는 거다.

선수의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타자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강하다.]

타이탄스 1군은 우타자 비율이 높다.

한수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투수든, 타자든 우투우타가 많았다.

‘최민준을 오늘도 출전시키는 것도 우타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겠지.’

원래 1번 타자였던 로빈 애플은 우투좌타이다.

덕분에 이번 라인업에 좌타자는 한 명뿐이다.

【7번 타자: 김효철(양투좌타)】

김효철은 왼손잡이였지만 지독한 훈련을 통해서 오른손을 능숙하게 사용하게 됐다.

그래서 스위치히터 훈련을 시켜봤지만, 태생적으로 양손잡이인 김유빈처럼 될 순 없었고 결국, 포기했다.

‘그렇다고 김효철을 뺄 순 없지.’

한수는 옆자리에 놔둔 포수 마스크를 착용한 뒤, 김효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띠링!

【김효철】【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9%)

(타이탄스 코치진: 21%)

(타이탄스 프런트: 7%)

결론: 경기장의 우금(于禁)입니다.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은 없지만, 부족하다는 건 아닙니다. 화려함보다 실리를 추구합니다. 느리지만 모든 능력치가 균등하게 성장해서 ···(중략)···

【포지션】

1순위: 유격수

2순위: 지명타자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조화로운 성장

2. 단풍 갈매기 [10월, 11월 경기 시 장타력 + 2]

3. 홈런을 노리며 적극적인···. [등급 ↑]

4. 행운 만점 무척 깔끔한 캐치 [등급 ↑]

5. 정확하고 빠른 송구 [등급 ↑]

6. 신출내기 내야 사령관 [New ↑]

7. 평범하고 정직한 배트 스윙 [New ↑]

【호감도: 31%】

‘잘 성장하고 있네.’

조화로운 성장 특기를 보유한 선수답게 여러 특기가 등급이 올랐고, 새로운 특기도 두 개나 추가됐다.

이어서 잠재 레벨 창도 확인했다.

-띠링!

【이름: 김효철】

【레벨: 44 / 8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위기 해결 S】

└대량 실점을 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 or 결정적인 득점이 필요한 순간. 본인 능력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활약을 선보입니다. (S등급 : 발동 확률 75%)

‘이거지. 이 특성 때문에 김효철은 뺄 수 없지.’

김효철은 원래 ‘위기 해결 A’ 특성이었지만, ‘구단주님도 나메크인 최고 장로처럼···.’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위기 해결 S’가 됐다.

이것 덕분에 김효철은 리그 평균 정도의 실력으로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타이탄스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수는 김효철의 정보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김상현의 정보도 확인해 볼까?’

김상현이 가진 타이탄스 선수로서의 재능은 49%로 Bronze 등급이었다.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을 뛰긴 했지만, KBO에선 인천에 연고지를 둔 드레이크스와 스페이스에서만 십여 년을 던진 에이스 투수다.

타이탄스와 궁합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잠재 레벨은 ‘89 / 94’였다.

특성은···.

‘위기 해결 A? 어라? 김상현도 이 특성이었나?’

위기 해결 A의 발동 확률은 50%다.

‘김상현이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투수라더니···. 이게 비밀이었나?’

십여 년 동안 마운드를 지킨 경험도 한몫할 거다.

어쨌든···.

‘쉽지 않은 상대네.’

“하지만 이기는 건 우리 타이탄스야.”

그때 페르난도 킴 감독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아~ 김유빈 선수가 아버지는 잘 만났나 해서요.]

그는 어젯밤에 한수를 통해 김유빈 상황을 전해 들었다.

한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잘 만났습니다. 멱살을 잡았는지 부둥켜안고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다행이네요.]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하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비슷한 처지인지라 관심이 가네요.]

페르난도 킴 감독의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분이었는데, 사고를 당했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 사고로 호탕했던 아버지는 우울증에 걸렸고, 극단적인 시도도 하려고 했다.

그런 아버지를 고치기 위해 페르난도 킴 감독은 아버지를 장애인 농구단에 입단시켰고, 직접 장애인 농구단 코치까지 했다.

한수는 말했다.

“다른 용무 없으면 이만···.”

[아~ 잠시만요.]

“······?”

[김유빈 선수 아버님을 경기장으로 모시는 건 어떻습니까?]

“김 선수가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김유빈 선수 성격에 아버지한테 괜히 부담을 주기 싫다며 밥만 먹고 헤어질 거 같습니다.]

“확실히 그럴 거 같긴 하군요. 흠···. 그런데 김 선수가 싫어하진 않을까요?”

[아버지를 애타게 찾던 김유빈 선수입니다. 싫어할 거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만화처럼 소중한 사람이 보러왔다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지도 모르죠. 하하.]

‘초인적인 힘이라···.’

생각해보면 한수도 포수 마스크를 통해 비현실적인 일을 겪고 있었다.

한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오케이. 김 선수 아버님은 제 비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수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강덕수에게 말했다.

“차 돌려.”

= = = = = = =

오후, 타이탄스 경기장.

타이탄스와 스페이스의 2차전 출전 선수 명단을 본 타이탄스 팬들은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왜냐하면 이소호가 빠졌기 때문이다.

└뭐야? 소호 형 왜 빠진 거지?

└이 중요한 경기에 이소호가 빠지면 어쩌냐?

└오늘 지면 다시 스페이스랑 공동 1위 아니야?

└허벅지 부상 때문인 듯.

└허벅지 다 나은 거 아님?

└위닝스 양아치 XX 때문에 다시 재발한 듯.

└안민혁 개XX 확 마!

└벤치클리어링 때 안민혁 반쯤 죽여놨어야 했는데!

위닝스 안민혁은 오늘도 타이탄스 팬들에게 까였다.

팬들은 이소호 대신 출전하는 김유빈을 보며 반신반의했다.

└어제 홈런 친 건 잘했는데···. 얘 좌타자 아님?

└그러게···. 김상현 상대로 좌타자? 차라리 박종구를 올려라!

└우리 종구는 까지 마 ㅋ

└어제 홈런 하나 쳤다고 감독이 밀어주는 건가?

└김유빈 팬클럽에서 출전시켜달라고 징징거린 듯.

└이건 타이탄스가 실수한 거 같음.

└공형찬도 시범 경기 때보니까 나쁘지 않던데.

└걔도 고등학교 때는 알아주던 4번 타자였음. 프로 와서 폼이 망했지만···.

└타이탄스 오고 살아난 거 같은데?

└공형찬이든, 김유빈이든 이기면 된다.

└ㅇㅈ 타이탄스 이겨라.

└7연승 가즈아아아!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1회 초.

마운드로 타이탄스 선발 투수 찰스 스팅이 올라왔다.

그는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3번 타자가 된 최적에게···.

-따아아아악!

···홈런을 맞았다.

[아~ 찰스 투수, 최적 선수에게 홈런을 내주네요.]

[투심이 너무 높았습니다. 보통 타자였다면 모르겠지만···. 최적 선수 힘은 보통이 아니거든요.]

[괜히 청년 장사겠습니까?]

[자~ 1회 초, 신성 스페이스 1점 앞서갑니다. 그리고 다음은 4번 타자···.]

찰스 스팅은 4번 타자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삼진을 잡아내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회 말.

타석에는 1번 타자 최민준이 섰고, 관중석의 타이탄스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 = = = = = =

타이탄스 구장, VIP 좌석.

한수는 순살 갈매기 치킨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찰스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나? 불안하네.”

그때 강덕수가 김유빈의 아버지, 김준재가 탄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

“구단주님, 김준재 씨, 모셔왔습니다.”

“아~ 수고했어.”

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준재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한수입니다.”

김준재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김준재입니다. 반갑습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오시는 길은 불편하지 않았나요?”

“괜찮았습니다.”

“다행이네요.”

한수는 휠체어를 밀어 테이블로 붙여주며 말했다.

“곧 김유빈 선수가 타석에 설 겁니다. 3번이 거든요.”

“네···.”

그때 1번 타자 최민준이 김상현이 3구째에 던진 포심 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했다.

한수는 김준재에게 물었다.

“아버님께서도 야구를 많이 좋아하신다면서요?”

“······.”

김준재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한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안 좋아하십니까? 김 선수는 아버님께서 야구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기억하던데···.”

“옛일입니다. 이제 좋아하지 않습니다.”

“김 선수가 들으면 실망하겠네요.”

“······?”

그때 2번 타자 오재근이 범타로 물러났고, 전광판에 다음 타자 김유빈이 타석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수는 말을 이어갔다.

“김 선수가 왜 야구 선수가 된 줄 아십니까?”

“모릅니다···.”

김준재는 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직 잘 모른다.

당연히 야구 선수가 된 이유도 듣지 못했다.

한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와 야구장에 갔을 때, 응원하던 팀이 이기자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안아줬던 추억 때문에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고 합니다.”

“······!”

“아버지가···. 본인이 출전한 경기를 보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면서요.”

“······.”

김준재는 멍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 순간, 김유빈이 타석에 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