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 그까짓 거 별거 아니지!
타이탄스와 그리즐리스의 3차전.
1회 초부터 타이탄스 3번 타자 장문원이 3점 홈런을 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4번 타자 이소호가 2루타를 치고, 5번 타자 윤진호가 안타를 치며 무사 주자 1, 3루.
곽민 투수는 또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6번 타자 하민철.
데뷔하고 두 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답게···.
-따아아악!
안타를 치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무사 주자 1, 2루.
점수 차는···.
【신영 타이탄스 4 : 0 두성 그리즐리스】
그리즐리스 더그아웃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성현 감독은 불펜 코치를 불러서 뭔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곽민 투수의 조기 강판이 점쳐졌다.
곽민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 이번 시즌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했다고···. 자칫 잘못하면 선발 자리를···.’
송진 가루를 묻힌 손으로 공을 강하게 쥐고, 타석에 선 7번 타자 공형찬을 노려봤다.
‘물러설 데는 없어. 남은 세 타자, 전부 삼진으로 잡아야 해!’
이때 공형찬은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투수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네. 조기 강판은 싫은가 보네.’
그렇지만 공형찬도 물러설 수 없었다.
현재 타이탄스 1군 신인 중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선수는 공형찬뿐이다.
염철수, 장은수, 홍진철, 기용찬, 손재현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와 함께 ST 위닝스에서 타이탄스로 트레이드돼서 온 전예준은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았고, 동년배인 강민수나 여은포는 각각 백업 포수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또, 고교 시절 만년 후보였던 장문원은···.
‘아주 시원시원하게 홈런을 때리고···.’
공형찬은 지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1군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때 곽민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몸쪽으로 빠르게 날아와 꽂히는 포심 패스트볼.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지!’
그는 배트를 강하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홈런 가즈아아!”
-따아악!
강렬한 외침과 달리 공은 내야 땅볼로 곽민 투수에게 곧바로 날아갔다.
공형찬은 “젠장!”이라고 소리치고 곧장 1루로 뛰었지만, 곽민 투수는 공을 잡아 2루로 송구해서 주자를 잡았고, 2루수는 1루로 던져···.
“아웃!”
공형찬까지 아웃을 시켰다.
공형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타이탄스 팬들을 혀를 찼다.
└공형찬 쟤는 대체 왜 출전시킨 거지?
└손재현이나 데려와!
└기합은 슬러거였는데···. 진짜 덩치가 아깝다.
└저번 경기에선 그래도 1인분은 했는데···.
└마! 공형찬! 정신 차려!
투아웃 주자 3루.
곽민은 한 명만 더 잡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8번 타자 김효철을 잡아내고 1회 초를 마무리했다.
이어지는 1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장은수는 너클볼로 상대 타자를 농락했다.
볼 비율이 높기는 했지만, 전부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리즐리스 이성현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클볼을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타자가 본인의 경험과 운을 믿고 자신감 있게 배트를 휘둘러도 칠 확률이 낮았다.
이것 말고 유일한 방법은 투수가 실투하길 바라는 건데···.
이성현 감독은 마운드에 선 장은수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와인드업하는 걸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클볼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강심장을 가진 투수야. 체력의 한계가 오지 않는 한 실투를 바라긴 어려울 거야.’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오늘 경기도 쉽지 않겠구나···.”
= = = = = = =
VIP 관중석.
김은혜는 장은수 투수가 타자 세 명을 삼진 아웃시키는 걸 보고 물개박수를 치며 생각했다.
‘2회 초는 9번 타자부터니까···. 어쩌면 문원이가 타석에 다시 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큰소리로 외쳤다.
“타이탄스 파이팅!”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수가 물었다.
“장 선수 어머님께서 야구를 이렇게 좋아하시는지 몰랐습니다.”
그 말에 김은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네? 아하하, 그냥 조금···.”
“아~ 놀리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닙니다. 보기 좋아서요. 장 선수도 어머님께서 이렇게 즐겁게 응원하는 걸 안다면 무척 기뻐할 겁니다.”
“그, 그럴까요?”
“다음에는 타이탄스 홈경기를 보러오세요. 훨씬 더 재밌을 겁니다.”
김은혜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가요?”
“물론이죠. 다음번에 티켓 보내드릴 테니, 꼭 직관하러 오세요.”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수는 뭔가 더 말해볼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2회 초가 시작했고···.
‘일단 부산으로 내려오게 하는 게 1차 목표니까. 다음은 직장 문제인데···.’
그러다가 문득 김은혜의 정보창이 궁금했다.
한수는 아까 스킬을 쓴 이후에 벗어뒀던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쓰고 김은혜를 쳐다봤다.
그 순간, 금색 빛이 그녀로부터 흘러나왔고, Gold 등급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김은혜】【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1%)
(타이탄스 프런트: 89%)
결론: 프런트의 진궁 공대(公臺)입니다. 마케팅, 기획 쪽으로 뛰어난 인재입니다. 일상에서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업무에 있어서는 과감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회사에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중략)···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아들입니다.
【적성】
1순위: 마케팅팀, 기획팀
2순위: 그 외 프런트 부서 전부
【특기】
1. 세파에 휩쓸려 비정해진 인재.
2. 마케팅의 달인.
3. 기획 회의의 독사.
···(이하 생략)···
【호감도: + 10%】
한수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케팅팀에 인재가 없어서 전주희 팀장이 매번 고생하고 있었는데, 아주 좋은 인재가 등장했다.
심지어 장문원 선수 엄마라니!
‘김은혜를 프런트로 영입하면, 장문원이 타이탄스를 떠날 확률이 대폭 낮아지겠어.’
볼모로 잡아두기 알맞은 인재!
‘이 모자(母子)가 타이탄스에 뼈를 묻게 만들어야지! 흐흐.’
한수는 강덕수에게 김은혜를 프런트로 영입할 거니까 양승진 사장과 얘기해서 준비해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강덕수는 곧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때 환호성이 들렸다.
시선을 돌려 경기장을 보니, 9번 타자 안종렬에 이어서 1번 타자 김유빈이 안타를 쳤다.
무사 주자 1, 2루 상황.
2번 타자 최민준이 타석에 섰고···.
-따아아악!
그도 안타를 쳤다.
무사 주자 만루 상황.
타석에는 3번 타자 장문원이 섰다.
한수는 생각했다.
‘이거 치면···. 오늘 MVP는 장문원이겠는데···.’
그는 시선을 돌려 김은혜를 쳐다봤다.
그녀는 두 손을 모은 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보고 있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장 선수, 엄마를 위해서 홈런을 치세요. 흐흐.”
= = = = = = =
타석에 선 장문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곽민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바깥쪽을 노리고 높게 날아오는 포심 패스트볼.
순간 배트가 나갈 뻔했지만, 장문원은 팔에 힘을 주며 간신히 참았다.
“볼!”
심판의 판정을 들으며 안도했다.
‘침착하자. 성급하지 말자.’
장문원은 트리플스와 연습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친 뒤로 청백전과 시범경기 초반에 성적이 부진했다.
선구안이 나빠지거나, 배트 컨트롤이 나쁜 게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다.
그때 도움을 준 게 이종규 타격 코치였다.
[너는 눈도 좋고, 배트 컨트롤도 좋고, 힘도 받쳐주면서 뭐가 그렇게 급해?]
[급하다고요···?]
[그래. 치기 좋은 공만 오면 무조건 휘두르잖아.]
[안타를 노릴 기회니까 그렇죠···.]
[그게 홈런을 칠 타자한테 적당한 안타를 내주려는 투수와 포수의 개수작이면?]
[아···.]
[상대가 만들어주는 기회를 노리지 말고, 기회는 네가 만들어.]
[기회를 어떻게 만드는데요?]
[존버지. 존버.]
[네?]
[버티라고 인마. 네 눈을 믿고 기다리고 애매한 건 커트해서 상대 투구 수를 늘리면서 기회를 만들어!]
[그게 말은 쉽죠···.]
[걱정하지 마라. 훈련하다 보면 할 수 있어!]
장문원은 피식 웃으며, 배트를 꽉 쥐었다.
이종규 코치 덕분에 훈련은 죽도록 했고, 성급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걸 자제하게 됐으며, 기회를 만드는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했다.
그때 곽민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낮게 꽂히는 커브.
볼이라고 판단하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역시 존이 넓어.’
세 번째 와인드업.
바깥쪽으로 날아오는 포심 패스트볼.
‘이건 볼···.’
“볼!”
원 스트라이크 투 볼 상황.
볼카운트가 유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건 볼넷으로 출루가 아니다.
네 번째는 높은 코스를 노린 슬라이더였다.
‘이것도 볼···?’
“스트라이크 투!”
장문원은 살짝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스트라이크 존이 어느 정도인지 감 잡았어. 이제 기회를 만들어볼까?’
투수의 다섯 번째 와인드업.
상체를 살짝 뒤로 하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배트를 살짝 가져다 대며 커트했다.
“파울!”
여섯 번째 와인드업도 커트.
“파울!”
일곱 번째도 역시나 커트.
여덟 번째도···.
아홉 번째까지···!
“파울!”
곽민 투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양투지 포수와 사인 교환이 길어졌다.
장문원은 여유롭게 투수가 던질 열 번째 공을 생각했다.
‘나를 거르고 1점을 내주려고 할까? 하지만 내 뒤에는 소호 선배님이야. 그렇다면···.’
그때 곽민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
장문원은 직감했다.
‘결정구야. 슬라이더? 커브? 아니면···.’
그때 공이 날아왔다.
장문원은 배트를 급하게 휘두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역시 체인지업이구나!’
···그가 예상한 공이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날아왔으니까!
그리고···.
-따아아아악!
···강렬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장문원 선수! 쳤습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아~ 어디까지 가나요!?]
[장문원 선수! 제대로 노렸어요! 아주 대단한··· 아! 넘어갔습니다!]
[홈~ 런~! 장문원 선수 연타석 홈런을 기록합니다!]
[만루 홈런입니다! 이건 정말 크네요!]
연타석 홈런이자 만루홈런.
타이탄스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터뜨렸다.
김은혜도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한수는 힐끗 전광판을 확인했다.
【신영 타이탄스 8 : 0 두성 그리즐리스】
2회 초에 8점을 올렸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무조건 이기겠네.’
한수는 마음 편하게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람했다.
그리고 그날 경기는 9회 말에 양투지 포수가 1점 홈런을 치긴 했지만···.
【신영 타이탄스 11 : 1 두성 그리즐리스】
···타이탄스의 압승으로 끝났다.
덕분에 한수는 임무 26도 완벽히 달성했고, 3연승 보상으로 3,000포인트와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를 얻었다.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라···. 지금은 딱히 쓸 필요가 없는데···.’
그래서 일단 아이템 보관함에 넣어뒀다.
그리고 다음 임무를 확인했다.
『임무 27』
【구단주님, 14연승 중이시네요. 그거 아시나요? KBO 팀 최다 연승 기록은 NK 드레이크스 세운 22연승이래요. 자~ 그럼 우리 타이탄스는 몇 연승까지 할 수 있을까요?】
└??승 성공 시: ???
└신기록 달성 시: ???
‘22연승이라···.’
한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까짓 거 별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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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광주에서 재규어스 상대로 1차전 승리!】
【타이탄스, 16연승 달성! 염철수, 9회까지 1실점을 하며 완벽한 투구! 재규어스 감독 17연승은 반드시 막겠다고···.】
【타이탄스 17연승! 찰스 스팅!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1승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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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벌처스 상대로 3연승! 정규시즌 20연승 달성!】
【대전을 정복한 타이탄스! 22연승까지 단 2경기!】
【타이탄스의 대기록을 앞두고 홈으로 트리플스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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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정규시즌 첫 엔 꼴라시코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