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58화 (158/187)

158화 : 이 사람이 99%라고?

KBO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 구단 중 두 곳인 타이탄스와 트리플스의 1차전 경기를 보기 위해 어마어마한 관중이 사직 구장을 찾았다.

타이탄스가 팀 연승 신기록에 도전하는 중이라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심지어···.

[철인(鐵人) 최종권을 닮은 역동적인 와인드업.]

[용왕(龍王) 용정식에게 배운 무시무시한 슬라이더.]

[KBO 최초의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샛별 염철수가 선발 투수였다.

많은 타이탄스 팬들이 염철수의 등번호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염철수 말고도 타이탄스 라인업은 화려했다.

【타이탄스 VS 트리플스 1차전, 타이탄스 라인업】

선발 투수 : 염철수(Diamond 등급)

1번 타자 : 김유빈(Platinum 등급, 좌익수)

2번 타자 : 오재근(Platinum 등급, 중견수)

3번 타자 : 손재현(Platinum 등급, 3루수)

4번 타자 : 이소호(Diamond 등급, 지명타자)

5번 타자 : 윤진호(Diamond 등급, 2루수)

6번 타자 : 장문원(Platinum 등급, 우익수)

7번 타자 : 강민수(Platinum 등급, 포수)

8번 타자 : 김효철(Gold 등급, 유격수)

9번 타자 : 안종렬(Gold 등급, 1루수)

홈런왕 경쟁 중인 손재현, 장문원, 윤진호.

허벅지 부상을 떨쳐내고 점점 기세를 올리는 이소호.

백만 불짜리 다리를 보유한 김유빈.

손목 컨디션을 회복하고 타율을 높이고 있는 오재근.

위기의 순간 언제나 호수비를 펼치는 김효철.

그리고 9회에 한 건씩 해주는 안종렬까지···.

타이탄스에서 인기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특히, 타이탄스 팬들은 장문원과 오재근이 친정팀이었던 트리플스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특별한 이들도 타이탄스 구장을 찾았다.

바로, 신영 백화점 총괄사장 이연호와 LT 그룹 기획실장 심연주다.

한수는 강덕수를 대동한 채 타이탄스 직원 전용 주차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 나이에도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이연호와 무표정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미녀 심연주는 주차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연호는 한수를 발견하고 움찔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한수야, 정~ 말 오랜만이네?”

“고모님, 오실 거면 연락을 하고 오시죠.”

“아~ 깜박했네. 미안~!”

한수는 이연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헛소리···. 오지 말라고 막을 거 같아서 연락도 없이 온 거면서···. 쯧.’

그때 이연호가 물었다.

“그런데 내가 오는 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마중을 나왔어?”

“그건 알 필요 없고요.”

“아, 그래···.”

한수는 이연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이연호가 이태백 회장에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빠, 큰오빠 몫으로 물려주려던 유산을 어떻게 할 거예요? 설마, 작은오빠 다 줄 건 아니죠? 그럼, 저 가만히 안 있어요!]

그날의 기억 때문에 한수는 망나니 생활을 하면서 특히나 이연호한테 엿을 많이 먹였다.

그래서일까?

이연호는 한수 얼굴만 봐도 움찔하며 놀라곤 한다.

그때 이연호가 입을 열었다.

“아~ 여기는 LT 그룹···.”

“알고 있어요. 심연주 실장 맞죠?”

“어? 응, 맞아···.”

이연호는 등골이 오싹했다.

‘···얘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지? 설마, 내 주변에 사람을 붙여둔 건가?’

정답이다.

이연호만이 아니다.

한수의 지시를 받은 강덕수가 신영 그룹 내의 모든 중진한테 사람을 붙여두고 12시간마다 보고받고 있다.

심연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한수를 쳐다봤다.

한수는 그런 심연주를 보며 생각했다.

‘얼음 공주라더니···. 작은아버지랑 비슷한 느낌이네. 속내 파악하기도 힘들 거 같고···. 빨리 쫓아버리자.’

그는 강덕수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강덕수가 서류 봉투 하나를 심연주에게 건넸다.

심연주는 서류 봉투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물었다.

“이게 뭔가요?”

“심 회장 명줄.”

“······.”

“지금 당장 안 돌아가면 그거 터뜨릴 겁니다. 아무리 심 회장이라도 막기 힘들 겁니다.”

그러자 이연호가 깜짝 놀라며,

“한수야! 이게 무슨···.”

“고모 조용히 하세요. 심 회장 명줄도 가지고 있는데, 고모 거는 없을 거 같아요?”

“······!”

“그러길래 왜 내 걸 건드려요. 심지어 심 회장의 심복을 데리고 여길 와?”

“아니, 자, 잠깐.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심 회장은 이제 타이탄스를 매입할 생각이 없어. 그러니까···.”

“아~ 구구절절한 TMI 듣고 싶지 않고, 다치기 싫으면 그냥 가세요.”

이연호는 조카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이를 뿌득 갈았지만, 뭐라고 더 하진 못했다.

‘얘가 빈말로 협박할 애는 아닌데···. 그렇다면 뭔가 내 약점을 잡았다는 건데···.’

걸리는 게 너무 많아서 불안했다.

이연호가 전전긍긍하는 사이, 심연주는 서류 봉투에 들어 있는 심 회장의 명줄을 훑어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이거···. 터뜨리세요.”

“···뭐?”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터뜨리셔도 한 달 정도면 해결될 겁니다. 주가는 소폭 떨어질 수 있겠지만···. 금방 정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러니 터뜨리세요.”

한수는 ‘이것 봐라?’라는 표정을 지었다.

심연주는 천천히 한수에게 다가오더니 서류를 돌려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걸 터뜨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저랑 거래하지 않겠어요?”

“타이탄스를 매각하라고?”

“아뇨.”

“그럼?”

“노하우.”

“뭐?”

“팔 년 연속 꼴찌팀을 단시간에 리그를 씹어먹는 최강팀으로 만든 노하우···. 그걸 알고 싶습니다.”

“······.”

심연주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얼마면 가르쳐줄 수 있나요?”

= = = = = = =

타이탄스 라커룸.

염철수와 홍진철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홍진철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현수 선배는 정말 조심해. 범타를 노리더라도 안타가 될 수 있어. 차라리 거르는 게 나을 거야.”

임현수는 두성 그리즐리스 육성 선수로 시작해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현재는 엔젤 트리플스 3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뛰어난 선구안과 장타력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타자로, 별명은 타격 기계다.

염철수는 빙긋 웃으며,

“음···. 그렇게 말하니까 더 승부를 겨뤄보고 싶네.”

“그러면 차라리 확실한 승부수를 던져. 선구안이 무척 뛰어나서 유인구는 걸려들지 않을 거야.”

“응.”

“컷 패스트볼은 아직도 던지지 말래?”

“박동준 코치님이 기왕이면 후반기까지 숨겨두자고 하셔서···.”

“음···. 커브는 어때?”

“커브는 그냥 대충···. 민수 형은 활용해보자고 하는데···.”

“팜볼은?”

염철수는 장보형에게 팜볼을 배웠다.

팜볼도 너클볼만큼이나 사용하는 투수가 적은 구종으로 회전수를 억제해서 던지는 공이다.

체인지업만큼이나 느리고, 큰 낙차를 이용해서 투수를 잡는 건데···.

염철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감이 안 잡혀서···.”

“그래?”

“응, 일단 커브에 집중하려고···. 최종권 선수의 특기이기도 했으니까. 제대로 던져보고 싶거든.”

홍진철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염철수가 말하는 ‘제대로’는 그 의미가 보통 선수들과 달랐다.

아마 현재 던지는 커브도 KBO 평균 이상은 될 거다.

하지만 염철수가 원하는 건 커브의 달인이다.

그 옛날 폭포수 커브를 던지며 마운드를 호령하던 최종권 정도로 던질 수 있어야 만족할 게 분명하다.

홍진철은 생각했다.

‘얘는 아무리 봐도 나랑 성향이 너무 달라.’

홍진철은 평균 이상급의 다양한 공을 던지는 만능형 투수고, 염철수는 구종 하나의 숙련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달인형 투수다.

‘만약 커브도 슬라이더 수준에 도달하면···. 정말 괴물이 되겠네.’

홍진철은 힐끗 라커룸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휴대폰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는 여은포가 보였다.

‘괴물이 두 명···. 이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도 죽을 각오로 훈련해야겠어.’

하지만 당장 무리한 훈련을 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그는 이틀 뒤, 트리플스와 3차전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다.

타이탄스가 오늘, 내일 경기를 잡으면 22승으로 NK 드레이크스 세웠던 기록과 동률이다.

그리고 3차전에서 승리하면···.

KBO 신기록이다.

홍진철은 눈에 힘을 주며 생각했다.

‘3차전은 무조건 이겨야 해. 그러니까 지금은 컨디션 관리를 하면서 트리플스 타자들을 철저하게 분석하자.’

옆에 앉아 있던 염철수는 그런 홍진철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진철이는 또 생각에 잠겼나 보네.’

홍진철을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종종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다.

처음에는 조금 기분 나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에 빠졌다가도···.

“···아, 내가 또 얘기하다 말고 딴생각을 했네. 미안.”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하니까.

염철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줘서 고마워. 하여튼 오늘 경기 힘내.”

“응!”

그때 박종구와 안종렬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박종구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야구 잘하는 것보다 얼굴 잘생긴 게 역시 최고인 거 같아. 아~ 나는 언제 그런 미녀랑 데이트해보냐?”

안종렬이 혀를 차며,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야? 딱 봐도 비즈니스 중이신 거 같던데.”

“에이~ 여자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데? 형은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연애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모태솔로 주제에 누구 연애를 걱정하냐? 그리고 너 괜히 입방정 떨지 마. 괜히 기자들 귀에 들어가서 구단주님 스캔들이라도 나면 우리만 손해야. 알겠어?”

“알겠어. 알겠어. 하~ 그보다 부럽다. 부러워. 그 여자 진짜 예뻤는데···. 어라? 근데 구단주님 이 팀장님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나···?”

“그거 헛소문으로 판명 난 지가 언젠데···.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들은 여은포는 최혜선이 치어리더로 활약하는 영상을 일시 정지하며 질투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 자식···. 감히 혜선씨를 홀려놓고 다른 여자를 만나? 개XX···.”

여은포는 한참 동안 한수 욕을 하다가 멈칫하며 생각했다.

‘가만···. 이건 나한테 좋은 상황 아니야? 그 자식이 다른 여자를 만나면 혜선씨는···.’

여은포는 갑자기 실실 웃으며,

“그래, 그래. 아주 좋아. 구단주 놈···. 그렇게 다른 여자랑 계속 놀아나라! 흐흐.”

그때 페르난도 감독과 코치진이 라커룸에 들어왔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모두 준비됐나요?”

타이탄스 선수들은 우렁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페르난도 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이기러 가봅시다.”

= = = = = = =

VIP 관중석.

한수는 팔짱을 끼고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마운드에는 타이탄스 1선발 염철수가 서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심연주가 갈매기 치킨을 잡으며 물었다.

“이 치킨 한수씨가 새로 런칭한 거죠? 맛이 괜찮네요. 그리고 포장 상자에 있는 두 모델···. 김유빈 선수와 최혜선 치어리더 맞죠? 요즘 정말 핫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재를 찾아낸 건가요?”

“······.”

“이 의자 꽤 편하네요. 그러고 보니 구단주로 취임하고 구장 리모델링을 했죠? 관중석 의자를 싹 다 교체하고 경기장을 확장하면서 펜스 높이도 바꿨다는데···. 관중 동원력을 높이고 투수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이유 말고 또 무슨···.”

한수는 인상을 팍 쓰며,

“이봐요.”

“네?”

“고모처럼 쫓겨나고 싶어요?”

그러자 심연주는 잠깐 고민하더니,

“···한수씨가 현재 저를 쫓아낼 방법은 무력 행위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실 건가요?”

“자꾸 시끄럽게 하면 할 수도 있습니다.”

“음···. 그럼,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도록 할게요.”

한수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얼음 공주라더니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귀찮아 죽겠네.’

이연호처럼 쫓아버리고 싶지만, 협박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원하는 걸 얻기 전엔 절대 안 떠날 생각인가 보네.’

[···꼴찌팀을 단시간에 리그를 씹어먹는 최강팀으로 만든 노하우···. 그걸 알고 싶습니다.]

‘노하우라···. 그건···.’

한수는 테이블에 올려둔 포수 마스크를 바라봤다.

‘이거 덕분이지.’

그때 심연주의 정보창이 궁금해졌다.

말하는 투나 행동을 보니 머리가 제법 좋은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심연주를 쳐다봤다.

그 순간, 그녀에게서 오색찬란한 빛이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한수는 눈가를 움찔했다.

‘다이아몬드···?’

-띠링!

【심연주】【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40%)

(타이탄스 프런트: 99%)

결론: 프런트의 왕좌지재(王佐之才) 순욱 문약(文若)입니다. 상관을 보좌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인재입니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다면 누구나 그녀를 심복으로 쓰고 싶어 할 겁니다. 모략이나 계략보다는 구단을 다스리고 안정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현재 LT 그룹 기획실장을 ···(중략)···

【적성】

1순위: 비서 / 운영팀

2순위: 프런트 모든 팀

【특기】

1. 하늘이 내린 킹메이커

···(중략)···

【호감도: 50%】

‘이 사람이 99%라고?’

그때 심연주가 한수를 보더니 “아!”하며 말했다

“그거 한수씨 아버님의 포수 마스크 맞죠? 한 번 써봐도 돼요?”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아~ 아쉽네요.”

그때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쳤다.

타석에는 트리플스 1번 타자 홍창우.

마운드에 선 염철수는 와인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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