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 오늘은 반드시 이길 거야!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5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주말 3연전과 5월 9일부터 11일까지의 주중 3연전은 모두 타이탄스 홈구장에서 펼쳐진다.
주중 3연전 상대는 다름 아닌, 트리플스였다.
이번 시즌 두 번째 엔꼴라시코.
트리플스 극성팬들은 행복 회로를 돌렸다.
└벌처스랑 하는 거 보니까 타이탄스 별거 없던데?
└봄이 끝났나 봄.
└갈매기는 여름에 추락해야 제맛.
└DTD는 과학이죠.
└트리플스 3승 예상합니다.
└트리플스 역배 어마어마하다. 가즈아아!
└갈매기들 연승 기록 세웠으니 여한은 없을 듯.
└갈매기 ㅂㅇㅂㅇ
타이탄스 팬들은 코웃음을 쳤다.
└삼둥이놈들 대가리에 총 맞은 듯.
└트리플스 행복 회로 오지네.
└벌처스 3차전 패배한 건 라인업 탓이지.
└ㅇㅈ 선수들 기량은 그대로였음. 감독 탓이지.
└솔직히 감독 탓도 아님. 컨디션 나쁜 선수들 내보낼 수 없어서 백업 출전시켰다가 날벼락 맞은 거지.
└윗님 말이 맞음.
└오늘은 김유빈, 오재근, 손재현 다 출전함.
└엑조디아 완성 ㅋ
└트리플스 ㅈ된 거 ㅋㅋㅋ
└타이탄스 3연승 가즈아아아!
팬들의 말처럼 오늘은 주전 선수들이 컨디션을 모두 회복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타이탄스 최강 라인업이 구성됐다.
【타이탄스 VS 티라노스 1차전, 타이탄스 라인업】
선발 투수 : 기용찬(Platinum 등급)
1번 타자 : 김유빈(Platinum 등급, 좌익수)
2번 타자 : 오재근(Platinum 등급, 중견수)
3번 타자 : 손재현(Platinum 등급, 3루수)
4번 타자 : 이소호(Diamond 등급, 지명타자)
5번 타자 : 윤진호(Diamond 등급, 2루수)
6번 타자 : 장문원(Platinum 등급, 우익수)
7번 타자 : 하민철(Platinum 등급, 포수)
8번 타자 : 김효철(Gold 등급, 유격수)
9번 타자 : 안종렬(Gold 등급, 1루수)
전문가들은 타이탄스의 승리를 점쳤다.
그래서 타이탄스 선수들, 코치진은 조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프런트는 그렇지 못했다.
타이탄스 프런트는 이미 지난달부터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날이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그래서 직원들 모두 무척 바빴다.
돗자리를 깔고 경기를 보는 외야 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경기장 안팎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와 장난감들이 다양하게 준비하고, 운영팀뿐만 아니라 할 일이 없는 직원들은 모두 인형 탈을 팬서비스에 열중했다.
그 외에도 타이탄스 구단은 돈과 인맥을 동원해서 홈에서 펼쳐지는 6경기의 시구자들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특급 연예인으로 구성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했지만, 가장 인기를 끈 건 사인 이벤트였다.
미성년자 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온라인 사전 인기 투표를 통해서 뽑힌 1군 선수들이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행사였다.
투표를 통해 뽑힌 선수는···.
【1등 염철수】
【2등 기용찬】
【3등 손재현】
【4등 이소호】
【5등 장문원】
【6등 김유빈】
【7등 윤진호】
【8등 홍진철】
···이렇게 여덟 명이었다.
압도적인 표를 받은 염철수가 1등을 차지했고, 기용찬이 근소한 차이로 2등, 나머지 선수들은 비슷비슷한 표를 받으며 순위가 갈렸다.
아이들에게는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자 완전무결한 피칭을 선보이는 염철수와 100마일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타자들을 압살하는 기용찬이 가장 멋져 보였다.
선수들도 나름 즐겁게 팬들과 시간을 보냈다.
물론 모두가 즐거운 건 아니었다.
손재현은 인기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부터 계속 툴툴거렸다.
“제길···. 기용찬한테 지다니. 벌처스 전에서 홈런을 쳤어야 했는데···. 진호 형한테 선두 자리도 내주고···.”
기용찬은 어린 팬한테 사인해준 뒤, 손재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좀 웃어. 애들이 겁먹고 너한텐 안 오잖아.”
“네가 패배자의 설움을 알아?”
“제발,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가! 가란 말이야! 널 만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하···. 진짜···.”
아저씨 팬에게 사인해주던 홍진철은 두 사람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형들은 질리지도 않나?”
그러자 옆에 있던 장문원이 말했다.
“둘이 워낙 친하잖아.”
“뭐, 그건 그렇죠···.”
기용찬과 손재현은 앙숙처럼 굴지만, 언제나 함께 다닌다.
훈련할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말이다.
오죽하면 둘이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두 사람이 질색하며 부정해서 헛소문으로 끝났다.
그때 홍진철이 장문원을 보며 말했다.
“형은 오늘 컨디션 어때요? 어린이날인데 홈런 한 방 쳐야죠.”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
장문원도 홈런을 치길 바랐다.
벌처스 3차전에서 무안타로 활약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고···.
‘엄마가 경기를 보고 있을 테니까.’
그의 엄마는 이제 타이탄스 프런트 직원이 됐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경기를 보고 있을 거다.
지난 경기처럼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장문원은 진지한 눈빛을 하며 다짐했다.
‘오늘은 반드시 이길 거야!’
홍진철은 그런 장문원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형 오늘 한 건 할 거 같은데···.’
= = = = = = =
타이탄스 VIP 관중석.
한수는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포수 마스크를 임무 28을 확인하고 있었다.
『임무 28』
【구단주님, 5월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이 화목하기 위해선 가장이 책임이 막중한데요. 구단도 하나의 가족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구단주님은 가장입니다! 그~ 러~ 니~ 까~ 화목한 구단을 만들기 위해 구단주님의 역할이 몹시 중요합니다! 여기서 임무! 행복한 구단을 만들기 위해 총 네 번의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해보세요! 특별하지 않은 애매한 이벤트는 달성으로 취급하지 않을 겁니다!】
└① 팬을 위한 이벤트: [달성]
└② 선수를 위한 이벤트: [미달성]
└③ 코치진을 위한 이벤트: [미달성]
└④ 프런트 직원을 위한 이벤트: [미달성]
└보상: 3,000 Point, ‘Platinum 등급 진화권 [선수 전용]’, ‘재능 수치 1% 상승권’, ‘잠재 레벨 1 상승권’
솔직히 포인트 보상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임무 27을 달성하면서 28승을 기록한 보상으로 28,000포인트를 받고, 세계 신기록 달성한 보상으로 무려 100,000포인트를 추가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착용한 플래티넘 아이템을 전부 다이아몬드 등급으로 바꿔줬고, 장비 슬롯이 남은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아이템도 착용시켰고, 1군 선수들이 쓰던 플래티넘 장비들은 2군 선수들에게 착용시켰다.
이렇게 쇼핑하고도 아직 48,000포인트가 남았다.
한수는 생각했다.
‘재능 수치 1% 상승권이랑 잠재 레벨 1 상승권은 무척 탐나네.’
재능 수치 1% 상승권은 쓸 선수는 기용찬과 장문원, 홍진철 중에서 고민 중이다.
셋 다 플래티넘 최상등급인 94%이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셋 중에 둘은 자력으로 Diamond 등급이 되면 좋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90%부터는 재능 수치가 거의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94%는 마의 구간이나 다름없었다.
스토브리그부터 운영팀을 전담하며 갖은 고생 중인 이소희도 여전히 94%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등급으로 진화는 꼭 해야 해. 장비 슬롯도 늘어나고, 특기도 더 다양해지니까.’
잠재 레벨 1 상승권을 사용할 선수는 정해뒀다.
바로, 염철수다.
예쁜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도 있지만···.
【이름: 염철수】
【레벨: 60(+4 ↑) / 98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성장도 S+】
현재 염철수는 상승권을 사용하면 99가 된다.
이미 잠재 레벨 100인 여은포 이상으로 활약해주는 염철수인데, 한 단계 더 진화하면 얼마나 더 뛰어난 모습을 선보여줄지 기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일단 오늘 이벤트로 첫 번째 조건은 달성했으니, 이제 남은 조건은 세 개인데···.”
까다로운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가 ‘특별한’ 이벤트라고 지칭했으니, 오늘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어린이날 행사만큼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프런트 직원은 몰라도 선수와 코치진은 시즌 중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
휴무인 월요일에도 컨디션 관리하느라 바쁘니···.
‘올스타 브레이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건데···. 흠.’
문제는 올스타 경기에 타이탄스 1군 선수들이 대거 뽑힐 거 같았다.
‘일단 이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포인트도 여유있고 급한 건 아니니까.’
그때 장덕수가 먹거리를 잔뜩 사 들고 한수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죄송하다는 듯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손님이 엄~ 청 많아서 기다리느라···.”
“괜찮아. 손님 많으면 좋은 거지. 그보다 동산 보육원 아이들은 왔어?”
동산 보육원은 김유빈이 자란 곳이다.
한수는 이곳에 관심을 보이는 건 뛰어난 야구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김진만과 김종호다.
【이름: 김진만】
【레벨: 07 [+ 5] / 85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수비 S】
【이름: 김종호】
【레벨: 08 [+ 6] / 83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스위치히터 A】
한수는 보육원을 후원하면서 두 아이를 미래에 타이탄스 선수가 되게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특히 김종호는 김유빈에 이어 스위치히터로 활약할 인재여서 기대하는 바가 컸다.
강덕수는 한수의 앞에 음식을 세팅하며 대답했다.
“네, 제일 좋은 응원석으로 안내해줬습니다.”
“잘했어. 아~ 허진우는?”
허진우는 페르난도 킴과 박동준이 경의중 시절 키운 천재 타자로, 현재 동산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야구부에서 활약 중이다.
【이름: 허진우】
【레벨: 28 [+ 8] / 96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장타력 S】
잠재 레벨이 무려 96이고, 장타력 S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한수가 침을 발라놨다.
강덕수는 한수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진우는 박동준 코치랑 페르난도 킴 감독한테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인사가 끝나면 응원석으로 갈 겁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아닙니다. 아~ 그리고 아까 이소희 팀장을 만났는데 고민수 팀장이 외인 투수 후보 명단이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메일로 보내드릴지, 내일 직접 보고할지 여쭤봤는데···.”
“내일 아침에 보고하라고 해.”
“네!”
한수는 순살 갈매기 치킨을 한 조각 먹으며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랑 소년단이라는 그룹의 멤버 한 명이 올라와 시구한 뒤에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한수는 지루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경기는 언제 시작하려나···.”
얼마 후, 마운드에 선발 투수 기용찬이 올라갔고, 타석에는 트리플스 1번 타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쳤고, 한수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기용찬을 바라봤다.
그 순간, 기용찬의 간결하고 빠른 와인드업!
그리고···.
“스트라이크···!”
100마일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며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