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 염 선수, 힘내세요.
드림팀 더그아웃.
강원식 감독은 마운드로 향하는 염철수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공 잘 던지고, 성격도 좋고, 공손하고···. 진짜 우리 팀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데···. 투수 둘에 지명권까지 준다고 하면 트레이드 가능하려나···.’
그때 강원식 감독 옆자리로 드림팀 코치를 맡은 페르난도 킴 감독이 앉으며 말했다.
“강 감독님.”
“아, 페르난도 감독···. 무슨 일입니까?”
“염 선수가 탐이 나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안 됩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강원식 감독은 움찔하더니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흠···. 뜬금없이 무슨 말을···. 그런 거 아닙니다.”
페르난도 킴은 그를 보며 빙긋 웃은 뒤, 더그아웃에 있는 그리즐리스, 드래곤스, 위닝스 감독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그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강원식뿐만 아니라, 그들도 마음에 드는 타이탄스 선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즐리스는 홍진철과 기용찬한테 관심을 보였고, 드래곤스는 왕년의 타자 명가답게 장문원과 손재현한테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위닝스 원종현 감독은 라이언 킴과 마찬가지로 너클볼러인 장은수와 염철수를 눈독 들이고 있었다.
페르난도 킴 감독은 생각했다.
‘하긴···. 나라도 저랬을 테지···.’
그만큼 타이탄스 선수들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그보다 대단한 건···.
‘이런 인재들을 찾아낸 구단주님이지···.’
한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현재 타이탄스 선수들을 다 잃는다고 해도 한수만 있다면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우리 선수들을 뺏겨도 된다는 건 아니지.’
페르난도 킴은 경기장을 바라봤다.
드림팀 선수들이 각자 수비 위치에 있었고, 염철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염철수는 경기 시작 전에 마운드에 올라 하늘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하늘의 정기를 받는 거다.’, ‘원기옥을 만들고 있는 거다.’ 등등 장난스러운 얘기가 돌고 있지만, 페르난도 킴 감독은 저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오늘도 아버지 생각을 하고 있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대견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니까 말이다.
페르난도 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염 선수, 힘내세요.”
= = = = = = =
염철수는 마운드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빠, 오늘 올스타전이에요. 지켜봐 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그때 마운드로 하민철 포수가 다가오며 말했다.
“1회뿐이지만 잘 부탁해.”
염철수의 전담 포수는 강민수여서, 하민철과 정식 경기에서 합을 맞춰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둘 다 걱정은 없어 보였다.
올스타전이어서 승패에 부담이 없고, 서로의 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염철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리드 부탁드릴게요.”
그 말에 하민철은 가슴이 찡했다.
그가 담당하는 투수들과 너무도 다른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홍진철은 완벽주의자라 배터리를 짜면 조금 피곤하고, 장은수는 주구장창 너클볼만 던지는 너클볼무새다.
찰스 스팅은 보기보다 자존감이 낮아서 격려를 자주 해줘야 하고, 새로 영입한 잭 마티니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본인 마음에 조금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똥고집을 부린다.
마지막으로 여은포는 종잡을 수가 없어서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생각을 말자. 생각을···.’
하민철은 염철수를 전담하는 강민수가 부러웠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배터리를 짜는 게 맞았다.
하민철은 염철수를 보며 빙긋 웃으며,
“오케이. 맡겨둬.”
하민철이 홈플레이트로 돌아가자 염철수는 다시 한번 하늘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때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쳤다.
염철수는 하민철과 사인을 교환한 뒤에 송진 가루를 묻히고 신발 끈, 겉 양말, 안경, 모자챙을 만지는 최종권식 루틴을 선보인 다음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했다.
150km의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낯은 코스를 노리고 날아갔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염철수는 첫 타자를 상대로 삼구삼진을 잡아내고, 두 번째 타자, 세 번째 타자도 연속해서 삼구삼진을 기록했다.
포심, 투심, 슬라이더, 커브를 활용한 완벽한 피칭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환호했다.
└역시 철수다! 시원하게 삼진 잡네!
└오늘 우수 투수는 철수다!
└겨우 우수 투수가 뭐냐? MVP도 철수가 받아야지.
└1회 던지고 MVP는 오바임.
└MVP는 아마 장문원이 받을 듯.
└윤진호가 받을 수도 있어.
└MVP든 우수 투수든 타이탄스 다 받을 거임.
└ㅇㅈ ㅋㅋㅋ
1회 말, 드림 팀의 공격.
김유빈과 오재근은 범타로 물러났지만, 3번 타자 손재현과 4번 타자 최적이 안타를 치며 2사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전반기 홈런 1위인 윤진호가 장타를 치며 손재현을 홈으로 불렀다.
【드림팀 1 : 0 나눔팀】
2사 주자 1, 3루.
드림팀이 1점 앞서 나가는 상황.
타석에 6번 타자 장문원이 섰다.
타격 1위, 타율 1위, 홈런 2위···.
지난 시즌 타격 5관왕 이정후를 뛰어넘는 기록을 보여주는 장문원.
그를 맞이한 나눔팀 투수는 올스타전인데도 불구하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눔팀 투수는 생각했다.
‘올스타전이지만 지고 싶지 않아. 잡자. 무조건 잡는 거야. 무조건!’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따아아아악!
[아~! 장문원 쳤습니다! 쭉쭉 뻗어갑니다! 어디까지 가나요!?]
[넘어갔습니다! 역시 장문원이네요! 초구는 노리고 아주 예술적인 스윙을 했어요!]
[굉장히 공이 쉽게 넘어간 거 같습니다. 장문원 선수의 손목 힘이 무척 뛰어나단 증거죠.]
[드림팀이 4점 앞서가는데요. 나눔팀 분발해야 합니다. 드림팀 선수들은 대부분 타이탄스 선수예요. 초반에 승기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거든요.]
[맞습니다. 타이탄스가 1회에 승기를 잡으면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타석에 7번 타자 하민철 선수가 섰습니다.]
[하민철 선수는 포수로서 만점 활약을 펼쳐주고 있고, 전반기 타율은 2할 후반대죠.]
[타격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눔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하민철 선수는 뛰어난 장타력을 보유했거든요.]
나눔팀 투수도 하민철이 뛰어난 타자라는 걸 알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승부를 겨뤘고 간신히 아웃을 잡아냈다.
2회 초에는 홍진철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홍진철은 세 타자 모두 범타로 잡아내며, 깔끔하고 빠르게 공수 교대를 했다.
2회 말은 8번 타자 김효철부터 타석에 섰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삼진을 당했다.
9번 타자 안종렬도 풀카운트까지 갔지만, 범타로 물러났다.
1번 타자 김유빈은 안타를 쳐서 출루했지만, 오재근이 아웃을 당하며 공수 교대를 했다.
그리고 3회 초.
감독 추천으로 드림팀에 합류한 ST 위닝스의 라이언 킴 투수가 마운드 위로 올랐다.
그는 2아웃까지 쉽게 잡았지만, 세 번째 타자가 결정구로 던진 너클볼을 쳐서 홈런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를 범타로 잡았지만···.
【드림팀 4 : 1 나눔팀】
나눔팀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기용찬, 장은수, 전예준으로 이어지는 타이탄스 투수들이 나눔팀 타자들을 완벽히 봉쇄했고, 오늘 제대로 발동이 걸린 장문원이 3연타석 홈런을 치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8회 말이 끝났을 때 점수 차는···.
【드림팀 10 : 1 나눔팀】
드림팀의 압승 분위기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이건 그냥 타이탄스랑 나눔팀 경기 아니냐?
└타이탄스 선수들이 잘해서 좋긴 한데, 올스타전 같지는 않네.
└인기 있는 팀으로 줄 세우는 거 안 했으면 좋겠다.
└괜히 시비 거네. 타이탄스로 줄 세워서 배 아프냐?
└시비 거는 놈들 티라노스 아니면 트리플스 팬임.
└스페이스 놈들일 수도 있음.
└아~ 홈런 레이스나 빨리 시작해라!
└마무리는 여은포네. 드림팀 승리 ㅊㅋㅊㅋ
올스타전 9회 초, 나눔팀의 마지막 공격.
마운드 위로 마무리투수 여은포가 올라갔다.
여은포는 손에 송진 가루를 묻히고 씨익 웃으며,
“자~ 자~ 빨리 끝내고 소고기 뜯으러 가볼까!”
그는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했고···.
타자 세 명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타이탄스 수호신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올스타전은 타이탄스 선수들로 줄을 세운 드림팀의 승리로 끝났다.
그렇지만 모든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바로, 홈런 레이스가 남았기 때문이다.
총 9명의 타자가 참가했는데, 타이탄스에서는 이번 시즌 홈런 1위인 윤진호와 공동 2위인 장문원, 손재현 이렇게 세 명이 출전했다.
티라노스, 그리즐리스, 벌처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홈런 레이스에 출전하는 선수가 없었다.
경기는 결선 없이 10아웃제로 진행되며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올스타전 경기와 달리 빠르게 진행됐고···.
우승은 홈런을 6개 친 손재현이 차지했고, 준우승은 5개를 친 장문원이었다.
윤진호는 아쉽게 4개에 그쳤지만, 133m의 홈런을 쳐서 최고의 비거리를 기록했다.
그렇게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대 주변에는 각 구단 마스코트와 해체된 구단들의 마스코트가 잔뜩 모여서 볼거리를 제공했다.
【홈런레이스 우승: 손재현(타이탄스)】
【홈런레이스 준우승: 장문원(타이탄스)】
【최고의 비거리 상: 윤진호(타이탄스)】
우승한 손재현은 오백만 원을 상금으로 받았고, 준우승한 장문원은 이백만 원을 받았다.
윤진호는 최신형 태블릿PC를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대망의 올스타전 수상자가 발표됐다.
【MVP : 장문원(타이탄스)】
【우수타자상 : 윤진호(타이탄스)】
【우수투수상 : 염철수(타이탄스)】
【퍼포먼스상 : 손재현(타이탄스)】
MVP는 3연타석 홈런을 친 장문원이 차지했고, 나머지도 상도 전부 타이탄스 선수들이 받았다.
덕분에 타이탄스 팬들을 난리가 났다.
└타이탄스 상이랑 상은 다 휩쓰네!
└진짜 타이탄스 대박이다.
└진심 존경스럽다.
└진짜 살아있길 잘했다···. 타이탄스가 올스타전상을 싹쓸이 하는 것도 보고···.
└올스타전 씹어먹었네 ㅋㅋ
└이대로 가을까지 가즈아아!
└올해는 진짜 통합 우승해보자.
= = = = = = =
잠실 구장, VIP 관중석.
한수는 시상식을 지켜본 뒤 맥주를 원샷했다.
그는 뿌듯한 미소로 옆에 앉은 강덕수에게 말했다.
“오늘 올스타전 출전한 선수들한테 선물 챙겨줘.”
“네! 상을 받은 선수들한테는 상여금을 지급할까요?”
“그래, 그래.”
“알겠습니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챙겨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즐거운 파티를 즐기러 가볼까?”
‘겸사겸사 임무 28도 완료하고! 흐흐.’
그렇게 한수는 단체 회식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