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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73화 (173/187)

173화 :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죠.

허지웅은 버스를 타고 트리플스 2군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래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허지웅은 2군에서 재활 중인 이원복 투수의 투구 연습을 돕기 위해 2군 경기장으로 가고 있는 거였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다가, 욱신욱신 통증이 느껴지는 왼쪽 무릎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비가 오려나···.’

허지웅은 비 오는 날이 싫다.

비가 오며 무릎을 다쳤을 때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기장.

1점이 아쉬운 박빙의 승부.

와인드업하는 투수를 노려보며 배트를 휘둘러···.

전력을 다해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그와 1루를 커버하기 위해 뛰어오던 투수 그리고···.

끔찍한 사고···.

허지웅은 악몽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잊을 때도 됐는데···.’

그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 아픈 무릎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원복 선배가 몇 구나 던지려나···.”

무릎에 통증이 있는 날엔 투구 연습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원복은 그보다 한참 선배인데다가 뒤끝이 있는 사람이었다.

‘후반기부터 1군에 포함된다고 했으니···. 괜히 잘못 보였다간···.’

이원복은 1군 코치진들과도 친분이 깊으니 허지웅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었다.

허지웅은 생각했다.

‘원복 선배가 적당히 연습했으면 좋겠네···.’

재차 한숨을 내쉰 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뉴스 기사들을 살펴보는데, 엊그제 있었던 올스타전 기사들이 보였다.

특히···.

【장문원! 올스타전 MVP, 홈런레이스 준우승!】

【장문원, 타이탄스에서 꽃피운 천재적인 재능!】

【홈런 공동 2위, 타율 1위의 장문원! 올스타전도···.】

···장문원과 관련된 기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허지웅과 장문원은 동갑이지만, 장문원이 1년 먼저 트리플스 2군으로 입단했다.

허지웅도 팀에서 좋은 대접을 받진 못했지만, 장문원은 그 정도가 심했다.

여은포가 장문원을 2군에 입단시켜 주는 조건으로 트리플스 지명을 수락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무시와 멸시가 장문원에게 향할 때, 허지웅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문원이 불쌍했지만, 입단한 지 1년도 안 된 허지웅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심지어 허지웅도 불펜 포수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장문원이 타이탄스로 트레이드된다고 했을 때 내심 응원했다.

그곳에서는 팀원들과 잘 지내길 바랐다.

그런데 잘 지내는 정도가 아니고 장문원은 트리플스를 나가자마자 날개라도 단 것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허지웅은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네. 훈련을 열심히 하는 건 알았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잘 됐다고 생각했다.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은 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동시에···.

‘···부럽네.’

훈련이라면 허지웅도 장문원 못지않게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장문원만큼은 아니겠지만, 재능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폭풍고 최고의 타자이자 포수였으니까.

허지웅은 생각했다.

‘고교 시절부터 무안타였던 장문원도 타이탄스로 가서 천재 타자로 거듭났지. 혹시 나도···.’

그러나 이내 자조 섞인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 주제에 무슨···.’

그는 씁쓸한 눈빛으로 왼쪽 무릎을 바라봤다.

무릎 부상 이후 포수로 재능은 반 토막 났고, 타석에 서면 이상하게 몸이 굳어져서 마음먹은 대로 배트를 휘두를 수 없었다.

1군이 꿈이지만, 2군에서 주전으로 활동할 수나 있으면 다행일 정도다.

그런데 타이탄스라니···.

현재 타이탄스는 이한수 구단주의 어마어마한 지원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팀이다.

허지웅이 바란다고 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타이탄스는 이미 하민철과 강민수라는 뛰어난 포수가 둘이나 있다.

허지웅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타이탄스에서 나를 원할 리가 없지.”

그때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지웅은 버스에서 내려서 트리플스 2군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멀찍이 고급스러운 스포츠카 한 대가 보였다.

허지웅은 ‘와~’하고 감탄했다.

‘엄청 멋진 차네.’

그 옆에는 모델처럼 훤칠한 키를 가진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허지웅은 중얼거렸다.

“연예인인가?”

그러나 이내 관심을 끄고 그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포츠카 옆에 서 있던 남자,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더니 허지웅을 보며 씨익 웃었다.

= = = = = = =

한수는 멀어지는 허지웅을 보며 정보창을 닫은 뒤 곧바로 잠재 레벨을 확인했다.

【이름: 허지웅】

【레벨: ?? / 95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장타력 S [비활성화]】

허지웅은 박동준 코치의 제자인 천재 타자 허진우와 똑같은 장타력 S 특성을 보유했다.

잠재 레벨은 허진우가 1레벨 더 높았다.

문제는 현재 레벨과 특성이 비활성화된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 베이스를 향해 달리다가 무릎을 다쳤던 기억이 트라우마가 돼서 출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했지. 그게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 거고···.’

한 마디로 입스였다.

한수는 차에 타며 중얼거렸다.

“이놈의 야구판은 입스 온 선수가 왜 이렇게 많은지···.”

입스를 해결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허지웅의 정보창을 봤을 때 떠오른 아이템이 세 가지 있다.

한수는 상점에 접속해서 관심 상품 목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네 가지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종류 : 선수 전용 부적(소모 아이템)

└등급 : Silver 등급

└설명

① 정신력 +1 (트라우마, 입스 극복에 유용)

② 중복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요 포인트: 20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은 염철수와 기용찬에게도 사용했던 아이템이다.

Silver 등급 아이템이지만, 트라우마 극복에 효과적이다.

원래는 가격은 5포인트였는데, 중복 구매로 20포인트까지 가격이 올랐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템은···.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하고 유일한 1승]

└종류 : 선수 전용 액세서리

└등급 : Platinum 등급

└설명

투수 Thanks Dragon은 롯X와의 일전에서 1승을 기록합니다. 이 1승은 Thank Dragon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소중한 1승이자, 그가 출전한 KBO 5시즌 동안 유일한 1승입니다.

① 정신력 + 4

└필요 포인트: 300

플래티넘 등급 아이템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하고 유일한 1승’은 일전에 기용찬에게 착용시켜 준 적이 있는 골드 등급 아이템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한 1승’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정신력을 2배 더 높여주는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한 아이템이다.

그리고 세 번째 아이템도 Thanks Dragon과 관련이 있는 아이템인데···.

[감사합니다, Thanks Dragon!]

└종류 : 타자 전용 장비 아이템(배트)

└등급 : Diamond 등급

└설명

그 옛날 슬럼프에 빠졌던 타자들은 Thanks Dragon과 승부를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슬럼프를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Thanks Dragon을 향해 항상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배트는 그들의 감사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① 타격에 대한 자신감 상승

② 정신력 +3

③ 타격력 +1

④ 선구안 +1

└필요 포인트: 1,000

‘감사합니다, Thanks Dragon!’은 다이아몬드 등급이지만 올려주는 능력치는 낮다.

하지만 ‘타격에 대한 자신감 상승’이란 능력 덕분에 허지웅의 불안정한 타격력을 보조해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 아이템은···.

[바람의 아들은 출루를 좋아해~!]

└종류 : 선수 전용 장비(신발)

└등급 : Diamond 등급

└설명

이름 모를 전설적인 선수는 출루도 잘하고, 도루도 잘해서 바람의 아들이라고 불렸다. 이 신발에는 그 선수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으며, 출루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서려 있다.

① 도루 & 출루에 대한 자신감 상승

② 주력 +4

③ 정신력 +1

④ 선구안 +1

└필요 포인트: 1680 포인트

‘바람의 아들은 출루를 좋아해~!’도 다이아몬든 등급 아이템치고는 효율이 좋은 아이템은 아니다.

주력은 많이 높여주지만, 그래봤자 효과는 미비했다.

차라리 타격과 관련된 능력치를 올려주는 게 좋다.

하지만 출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허지웅에게는 이만한 아이템도 없다.

부족한 능력치는 남은 세 개의 장비 슬롯 활용해서 채우면 되니까.

한수는 생각했다.

‘이 아이템들이면 허지웅의 입스도 해결되겠지.’

“입스 극복하기 참 쉽죠~? 흐흐.”

물론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보다 허지웅을 데려오는 게 먼저다.

‘하지만 트리플스 이기혁 단장이 곱게 허지웅을 내주려 하지 않을 거야.’

한수가 허지웅에게 관심을 보이기만 해도 이기혁 단장은 허지웅에게 뭔가 있다고 생각하고 절대 트레이드를 허락하지 않을 거다.

‘정공법은 통하지 않을 거야.’

또, ‘탈G는 과학이다.’라는 조롱을 듣고 싶진 않을 테니까.

물론 그들이 원하는 먹음직스러운 선수를 준다면 허지웅을 내줄 테지만···.

‘거래는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우리한테 불필요한 걸 내주고, 필요한 걸 얻어와야지.’

트리플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투수진을 보강했고, 덕분에 투수진은 작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타자들의 화력은 작년보다 줄었다.

덕분에 투수들이 호투해도 경기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에는 뛰어난 타자를 얻고 싶을 테지만···. 우리 2군에는 트리플스가 탐낼 만한 타자가 없지.’

“흠···. 이걸 어떻게 할까?”

한수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지만, 마땅히 답이 나오진 않았다.

그는 포수 마스크를 벗은 다음 차에 시동을 걸며 중얼거렸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씽크 탱크지.”

한수는 차를 출발시키며 스피커폰을 통해 이소희 팀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 팀장, 오후에 트레이드 관련해서 회의할 겁니다. 운영팀은 전원 참석하고, 전력분석팀, 스카우트팀 팀장만 들어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통화를 끝내고 곧장 강덕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구단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덕수야, 부산 가자.”

= = = = = = =

한수는 강덕수와 함께 전세기를 타고 부산 김해 공항에 도착해서 곧장 타이탄스 프런트 오피스로 향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인데도 직원들은 한수가 오후에 온다는 걸 알고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한수는 그런 직원들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뒤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휴가 중인 운영팀 윤가희를 제외한 전원이 모여 있었다.

운영팀 이소희, 공명량, 심연주, 스카우트팀 고민수, 전력분석팀 주현우까지 총 다섯 명이었다.

한수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다섯 사람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한수는 인사를 대충 받은 뒤,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죠. 트리플스 2군의 허지웅 선수를 데려오고 싶습니다. 방법을 찾아요.”

스카우트팀 고민수 팀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 구단주님, 허지웅 선수는 포수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2군에도 포수 자원이···.”

“포수를 쓰려고 데려오는 거 아닙니다.”

“네? 그럼···.”

한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허지웅은 우리 타이탄스의 내야 거포형 타자가 될 겁니다.”

그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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