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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7화 (17/483)

【17】16

다음 날 아침.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을 끝낸 레오는 곧바로 1학년 수업 건물인 시작의 관으로 향했다.

오늘의 가장 첫 전공 수업은 기사학 수업이었다.

임시 수업답게 기사학과 학생은 물론이고 다른 학과 학생들도 많이 참가했다.

사람이 많다 보니 반을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레오가 들어간 반에는 첼시와 칼이 있었다.

칼은 기사학과 학생들과 안면을 트기 위해서 임시 수업을 적극 활용했다.

첼시는 전투 메이지 지망이기에 부전공으로 기사학 수업을 들을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연무장에 모여 기다렸다.

이윽고 아인 교수가 나타났다.

“이미 내 소개를 이미 했으니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다. 이쪽은 내 부교수인 클라리아 리바체다.”

클라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부교수는 루메른 졸업생 중 교수의 간택을 받은 사람만이 될 수 있다.

교수를 도와 수업을 진행하며 유사시에는 교수를 대신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당연히 루메른의 졸업생인 만큼 실력이 보장되는 엘리트였다.

아인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레오 플로브, 셀리아 제르딩거, 듀란 모이라.’

아인 교수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 대표와 수석이 둘씩이나 수업을 들으러 왔으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중 마법학과와 소환사학과 학생들은 손을 들도록.”

절반이 넘는 학생이 손을 들었다.

고개를 끄덕인 아인 교수가 클라리아를 가리켰다.

“너희는 부교수에게 가라. 마력과 영력을 무술에 응용할 수 있는 법을 강의해 줄 것이다.”

기사 학생들을 따로 모은 아인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첫 수업이다. 그러니 기사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오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아인의 말에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마나에서 파생되는 세 개의 힘. 오러, 마력, 영력 중 오러는 가장 다루기 힘든 특성을 지고 있지. 그 이유에 대해 아는 학생이 있나?”

첫 질문부터 1학년들은 말문이 막혔다.

오러의 특성?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거의 없었다.

보통 기사들이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마나를 잘 느끼고 더 강력한 오러를 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정답을 모르는 학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셀리아가 손을 들었다.

“셀리아 제르딩거입니다.”

“그래, 셀리아 학생. 대답해 보도록.”

“오러는 변환 과정에서 마나의 특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정답이다.”

마력은 마나를 증폭시켜 만드는 힘이며 영력은 사용자의 의지를 마나에 공명시키는 힘이다.

그런 만큼 자연 상태의 마나의 특성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오러는 마나를 흡수하여 육체에 알맞게 가공시켜 만들어낸 힘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유동성을 잃고 고착화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다루기가 까다로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몸에 축적된 오러를 어떤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있나?”

이번에는 셀리아도 당황하고 말았다.

어떤 형태로 사용하냐고?

‘사용하는 형태를 어떻게 설명해?’

‘그냥…… 힘주면 쓰는 거잖아?’

그저 배운 대로, 오러심법의 흐름에 맞추어 감각적으로 쓸 뿐이다.

사용되는 형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아인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아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오러학의 기초이론으로 작년까지 루메른에는 없던 과목이다.

수인 영웅 사관 학교 아조니아에서만 강의 되던 내용을 올해 아인이 루메른에 도입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니 1학년들은 모르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인이 설명을 하려 할 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용기 있게 나선 학생에 아인 교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틀린다 해도 자신 있게 발표하는 학생을 싫어하는 교수는 잘 없다.

“레오 플로브입니다.”

“그래. 대답해 봐라.”

“우리는 마나를 연소시키는 형태로 오러의 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답이다. 그럼 오러를 연소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나?”

“체력입니다.”

“놀랍군, 레오 학생. 오러학을 배운 적이 있나?”

“아니요.”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았지?”

“오러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니까요.”

사람들이 가끔 자신이 사용하는 힘의 본질에 대해 등한시할 때가 있다.

물론 본질이나 원리를 몰라도 오러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쓰는 힘의 특성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크다.

특히나 오러는 마력과 영력에 비해 사용자의 의지에 영향 많이 받는 힘이고 정신의 힘을 끌어내는데 이미지만큼 좋은 건 없었다.

“훌륭하군. 셀리아 학생에게 가산점 5점. 레오 학생에게는 가산점 10점을 주도록 하겠다.”

동기생들의 부러움에 찬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

“레오 학생의 말대로 우리는 마나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힘을 사용하고 있지.”

아인 교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올해부터 나는 수업에 오러학을 접목시켜 너희 1학년을 가르칠 생각이다.”

“교수님! 오러학이란 무엇입니까?”

“오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조니아 아카데미에는 필수 과목 중 하나다.”

처음 듣는 학문에 1학년들은 눈을 빛냈다.

“그럼 오늘은 첫 수업이니만큼 오러의 활용법을 배우도록 하겠다. 오늘 강의 내용은 오러 스텝이다.”

오러 스텝은 오러의 힘을 다리에 집중시켜 도약력을 극대화 시키는 기술이다.

‘오러 스텝이라.’

레오가 눈을 빛냈다.

카일이 살던 시대에는 없던 개념의 기술이었다.

“오러 스텝은 오러를 지니고 있다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다만 숙련도에 따라 효과는 극명하지.”

아인 교수가 발을 들었다.

발끝에 은빛 오러가 일렁이나 싶더니 그는 그대로 허공 위에 섰다.

학생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아인 교수는 가볍게 허공을 걸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오러 스텝의 원리에 대해 말해주겠다.”

아인의 오러 스텝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러 운용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네.’

오러로 육체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각력 역시 증가한다.

오러 스텝은 그 육체 강화를 다리 쪽에 집중한 것이라고 보면 되었다.

아인이 한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을 때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이가 연무장으로 들어왔다.

“아인 교수님. 베테스 교수님이 아인 교수님과 클라리아 부교수님을 찾고 있습니다.”

“베테스 교수가?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아인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와 부교수는 잠시 비울 테니 오러 스텝을 연습해.”

그 말을 남기고 아인 교수가 자리를 비웠다.

“레오. 내가 오러 스텝 가르쳐 줄까?”

셀리아가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왔다.

레오는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

“아가씨라고 불러 보라고 하려고?”

“설마 치사하게 그러겠니?”

셀리아가 팔짱을 끼더니 빙긋 웃었다.

“난 너보다 생일이 빠르잖아. 그러니 누나라고 한번 불러주면 도와줄게.”

“더럽고 치사해서 너한테 안 배운다.”

“뭐야? 학생 대표씩이나 돼서 오러 스텝도 쓸 줄 모르는 건가? 한심하군.”

그때 누군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중부 시험의 수석, 듀란 모이라가 서 있었다.

듀란은 레오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녀석이 학년 대표를 맡았다니, 루메른의 기준을 도저히 모르겠군.”

“내가 학년 대표인 게 불만이야?”

레오가 앞으로 나서며 묻자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불만은 아니야. 단지 오러 스텝도 쓰지 못하는 녀석이 학년 대표라는 사실이 한탄스러워서 말이야.”

듀란이 다른 학생들을 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너뿐만이 아니다. 오러 스텝도 쓸 줄 모르는 녀석이 한 둘이 아니라니. 학년 전체의 품위가 상할까 걱정되는군.”

그 말에 몇몇 학생이 발끈했다.

하지만 쉽게 덤벼들지는 못했다.

누가 뭐라 해도 학년 수석.

500명에 가까운 1학년 중 열 손가락에 꼽힐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듀란의 말에 레오가 말했다.

“너야말로 영웅을 목표로 한다면 좀 더 품위를 지키는 게 어때?”

“품위? 영웅의 혈통인 나에게 영웅으로서 품위를 논하는 거냐?”

듀란이 속한 기사 공국 모이라는 50년 전 황금의 검이라 불렸던 기사 영웅 디올 모이라가 건국한 나라였다.

어려서부터 영웅의 길을 추구해온 듀란은 누구보다 영웅으로서 강한 자질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영웅에 혈통이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지. 영웅이란 선택 받은 사람을 의미하니까.”

“생각이 다르네, 난 영웅이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신입생 대표씩이나 된다는 녀석이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다니, 한심하군.”

“너야말로 혈통만 믿고 너무 까부는 거 아니야?”

“나에게 혈통은 부가적인 것일 뿐이야. 내가 믿는 건 따로 있지.”

“그게 뭔데?”

“실력이다, 레오 플로브.”

화악-!

듀란이 눈 깜짝할 사이에 레오의 거리를 좁혔다.

그 엄청난 이동 속도에 다른 학생들이 감탄했다.

보통 학생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속도다.

그러나 레오는 피식 웃었다.

“별로 빠르지도 않네.”

“아무래도 너에게 격이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겠어.”

듀란이 사납게 웃었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나와 누가 더 빠른지 시합이라도 할까?”

“웃기지 마, 듀란 모이라. 오러 스텝도 안 배운 사람이랑 누가 더 빠른지 대결하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셀리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끼어들자 듀란이 잘됐다는 듯 말했다.

“셀리아 제르딩거. 너에게는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

“어째서 레오 플로브가 학년 대표가 된 거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서부의 수석들이 형편없으니까 이 녀석이 부각 된 거 아니야?”

무슨 상황인가 싶어 몰려왔던 부전공 학생들 사이에 있던 첼시가 나섰다.

“지금 우리 오라버니보고 형편없다고 한 거야?”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첼시 르왈린. 로드렌 제국의 양대 영웅 명가라 기대했었는데 고작 저런 녀석에게 학년 대표 자리를 내줄 줄이야. 솔직히 실망했다.”

셀리아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 대표가 되지 못한 게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네? 그런데 학생 대표가 못 된 건 순전히 네가 형편없어서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어?”

“내가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이 녀석이 학생 대표가 되는 일은 없었을걸?”

거만한 표정을 지은 듀란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 녀석이 학년 대표가 된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일 뿐이야.”

“가자, 레오. 저런 헛소리를 들어 줄 필요 없어.”

“맞아.”

앙숙이라 할 수 있는 셀리아의 말에 동의한 첼시가 왼손가락으로 눈 아래 살을 잡아당기며 베-! 하고 혓바닥을 내밀었다,

“여자들에게 보호받는 처지라니.”

듀란 파벌의 중부 학생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 대결, 받아들이지.”

“레오!”

셀리아가 나무라듯 말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시하기도 그렇잖아? 그리고.”

레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런 녀석에게는 격이란 보여줘야 하는 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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