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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8화 (28/483)

【28】27

양 진영으로 갈라진 5반과 1반은 각 담당 교수를 중심으로 둥근 원을 그리고 앉았다.

“출전을 지망하는 학생이 있나?”

“일단 레오와 첼시를 추천합니다!”

칼이 손을 들며 말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는 학년 대표일 뿐만 아니라 임시 수업 기간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학생들의 뇌리에 실력자로 강하게 자리를 잡았다.

첼시는 뭐라 할 것도 없이 명문 영웅 가문의 사람이자 입학시험 점수도 5반 제일이었다.

“레오 플로브, 첼시 르왈린. 불만은?”

“없는데요.”

“저도 없어요.”

“좋아, 추천한 칼 토마스. 너도 나가라.”

“예? 저, 저보다 다른 친구들이 나가는 게…….”

“거부권은 없다.”

“옙!”

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게 되었다.

“다음은?”

“제가 나가겠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일리아나와 테이드가 의욕적으로 손을 들었다.

“일리아나 라덴, 테이드 마르코아. 앞으로 네 명 남았군.”

“저도 할게요.”

“넬라 카븐.”

넬라가 나른한 목소리로 출전 의사를 밝히자 남학생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반 제일의 미소녀 중 한 명인 넬라의 출전에 의욕을 낸 것이다.

그렇게 여덟 명의 출전자가 앞으로 나섰다.

“5반도 멤버가 정해진 것 같군, 그럼!”

세드젠이 양손을 펼쳤다.

우웅-!

연병장에 빛이 일어나더니 직사각형 선이 그어졌다.

그와 함께 사각형 끝자락에 마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골대가 생겨났다.

중앙에 양 팀 선수가 모였다.

“경기  간은 20분. 승부도 중요 하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은 더 중요하다. 작전 회의 시간을 잠시 주마.”

작전 회의 시간을 준 세드젠 교수가 심판석으로 갔다.

“겁도 없이 나왔네?”

“박살을 내주겠어.”

셀리아와 클로에가 칼을 노려보며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겁먹은 칼이 첼시 뒤에 숨었다.

서로 인사를 끝낸 양 선수가 각 진영의 중앙에 모였다.

주장은 첼시의 추천으로 레오가 맡게 되었다.

“수석들은 그렇다 치지만 다른 1반 애들 좀 봐.”

“다들 명문 가문 자제들이네.”

“무조건 이기겠다는 거구만.”

“반 평균치가 가장 높은 반이 1반이었지?”

다들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작전을 짜는 와중에 푸른빛이 나는 조끼를 입으며 레오가 물었다.

“근데 몸 움직이는 건 기사학과가 무조건 유리한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레오. 바스테라는 기사학과라고 무조건 유리하지 않아. 마법학과나 소환학과의 활약도 엄청 중요해!”

테이드가 대답했다.

“왜?”

“왜냐니? 당연히…….”

말끝을 흐리던 테이드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레오 너 바스테라 해 본 적 있어?”

“없는데.”

“너 델라드 왕국 출신이지?”

“응.”

“아차차. 델라드 왕국은 변방이라 모르겠구나.”

테이드가 얼굴을 감쌌다.

“바스테라는 제한 시간 동안 공을 상대 골대에 많이 넣으면 이겨. 다만.”

“다만?”

“작전 회의 시간은 끝났다. 각 팀의 주장은 앞으로 나오도록! 선공을 정하겠다.”

레오가 대표로 나갔다.

1반의 대표는 듀란이었다.

동전을 든 세드젠이 레오에게 물었다.

“앞, 뒤 중 뭘 선택할 거지?”

“앞이요.”

세드젠이 힐끔 듀란을 보자 그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띵-!

동전이 튕겨 올라가 세드젠의 손등에 떨어졌다.

“뒷면. 1반의 선공이다.”

투명한 공을 받은 듀란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박살 내줄게.”

듀란의 도발을 레오가 어깨를 으쓱하며 흘려냈다.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구긴 듀란이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셀리아에게 공을 건넸다.

“남은 설명 마저 해줘.”

레오의 말에 테이드가 긴장된 얼굴로 소리쳤다.

“설명할 시간 없어! 직접 경험해! 온다!”

“응?”

화르르륵-!

투명한 공이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화염에 휩싸였다.

“간다!”

셀리아가 공을 힘껏 던졌다.

번쩍-!

공이 일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레오를 향해 날아왔다.

레오가 다급히 피했다.

퍼억-!

“꾸엑?”

레오의 뒤에 있던 남학생이 옆구리를 맞더니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 나갔다.

털썩! 데굴데굴데굴!

셀리아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팀원들과 하이파이브했다.

처참하게 바닥을 구른 반 친구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레오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죽는 거 아니야?”

“일단 보호복으로 보호를 받긴 하는데…… 엄청 아프지.”

칼이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테이드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바로 바스테라야! 공으로 상대방을 맞추면 공격권이 넘어가! 대신 공에 맞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 아웃! 진짜 강한 사람이 던지면 목숨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종목이야!”

이제야 레오는 학생들이 왜 이렇게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득점을 많이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전에 상대방 전원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려도 승리다.

***

“멋지군! 강력해! 엘레강스! 역시 제르딩거의 직계로군!”

세드젠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할린드! 자네의 반은 절대 우리 반을 이길 수 없어!”

“아직 경기가 초반이다만?”

“후후후! 그렇지! 하지만 셀리아 학생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절대적으로 유리해! 제르딩거 가문이 바스테라에 매우 특화되어 있다는 건 자네가 가장 잘 알 텐데!”

“…….”

세드젠의 말에 1반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왜 제르딩거 가문이 바스테라에 유리한가요?”

“좋은 질문이야! 바스테라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건 파괴력이 높은 불꽃 속성이지! 그리고 제르딩거 가문의 불꽃은 인간 중에서 가장 강력한 불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할린드를 가리켰다.

“루메른 아카데미에서 전설적으로 회자 되는 너희의 선배! 나와 이 친구의 첫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바스테라의 여제도 제르딩거 사람이었지!”

설명을 듣고 있던 세나가 웃었다.

“우리 쪽에도 불꽃의 오러를 다루는 학생이 있어요.”

할린드가 공을 잡는 레오를 보았다.

레오가 든 공에서 불꽃을 뿜어져 나왔다.

***

‘무속성 마나가 담겨 있네?’

공의 특성을 파악한 레오가 가볍게 화염의 오러에 휩싸인 공을 손바닥 위에 굴렸다.

1반 학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레오를 보았다.

“칼.”

“응?”

“능력으로 사람을 공격하거나 붙잡는 건 돼?”

“안 돼. 못 지나가게 마크를 하는 건 허용 되지만 공격은 오직 공으로만 할 수 있어.”

‘그럼 공은 유일한 공격 수단이군. 공을 가지고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겠어.’

“그렇단 말이지?”

레오가 룰에 대해 파악하는 사이 넬라는 가장 먼저 쓰러진 같은 반 남학생에게 다가가 오러를 일으켰다.

하얀 오러의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남학생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호오? 치유 속성의 오러? 희귀 속성이네.’

오러에는 다양한 속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공격력을 강화하는 속성이 많지만 넬라처럼 상처를 치유하는 계열의 속성도 존재한다.

“레오 오빠. 공을 너무 오래 들고 있어도 반칙으로 공격권이 넘어가.”

“알았어.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 딱히 손 말고 발로 공을 차도 상관없지?”

“상관없어. 하지만 그러면 정확도가 떨어질 텐데?”

“상관없어.”

레오가 공을 허공에 던진 후 냅다 발로 걷어찼다.

꽝-!

레오의 발끝에 맺힌 오러가 폭발하더니 그 반발력이 공에 더해졌다.

순간적으로 화력을 끌어낸 오러와 무지막지한 신체 능력이 더해져 공은 셀리아가 던진 것보다 더 빨리 1반의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막아!”

셀리아가 다급히 소리쳤다.

쩌저저저적-!

클로에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골대 앞에 두꺼운 얼음벽이 생성되었다.

콰앙-! 쩍-!

공이 두꺼운 얼음벽에 깊숙이 박혔다.

“내가 있는 한 골을 넣는 건 불…….”

“가능하다고?”

1반 진영으로 뛰어든 레오가 클로에에게 빙긋 웃어 주며 골대를 향해 돌격했다.

그에 1반 학생들이 당황했다.

“무, 무슨……!”

그 사이 레오는 얼음벽을 향해 도약했다.

“앗!”

콰직-!

얼음벽에 박힌 공에 날아차기를 날렸다.

쩌저적-! 파칭-!

얼음벽이 부서지며 공이 1반의 골대로 들어갔다.

삑-!

“5반…… 선취점 득점.”

휘슬을 분 세드젠 교수가 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학년 대표!”

“순발력이 엄청나잖아!”

5반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역시 만만치 않아.’

‘으으! 방심했어.’

‘이 자식!’

셀리아와 클로에, 그리고 듀란이 얼굴을 찡그리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나이스! 선취점이 엄청 중요한데 말이야!”

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좋아! 이대로 1반 공격을 방어해서 공격권을 따내자!”

분위기 메이커인 일리아나가 손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오우!”

5반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무모한 공격처럼 보였는데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득점을 올렸네요!”

세나가 감탄사를 터트리자 할린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건 작전이다.”

“네?”

‘아인의 말에 따르면 입학식 날에도 배에서 리더 역할을 맡았다고 했었지? 그런 만큼 클로에 뮐러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터.’

클로에는 얼음 마법이 특기고 고속 영창 능력은 1학년 중 원탑이다.

즉, 1반 선수 중 골대를 지키기 가장 특화된 선수인 셈이다.

레오는 그걸 미리 파악하고 빈틈을 노린 것이다.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전략가군.’

할린드가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빛냈다.

그러는 동안 1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공을 든 듀란이 5반 진영으로 달려갔다.

파지직-!

그의 몸에 황금색 오러의 스파크가 튀었다.

파악-!

그가 질주하자 첼시가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번개와 바람. 둘 다 스피드에 특화된 속성이다.

“어딜 가려고!”

“쳇!”

첼시가 끈질기게 따라붙자 듀란이 혀를 차며 뒤에서 따라오던 셀리아 쪽으로 패스했다.

“앗!”

첼시가 당황했다.

‘재수는 없는데 패스는 정확하네.’

듀란의 패스를 받은 셀리아가 거침없이 5반의 골대를 향해 돌격했다.

눈앞에 학생들이 막아섰지만 셀리아는 가볍게 따돌렸다.

그런 셀리아 앞에 레오가 나타났다.

“안녕.”

“네가 올 줄 알았어.”

셀리아가 방긋 웃었다.

“하지만 어쩌지? 재수 없긴 해도.”

파지직-!

“이 녀석 속도만큼은 꽤 빠르거든?”

“무식하게 파괴력만 높은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셀리아 제르딩거?”

어느새 첼시를 따돌린 듀란이 셀리아의 머리 위로 점프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속도에 특화되었다고 해도 뜀박질 대결에서 첼시가 듀란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셀리아와 듀란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둘은 당연히 사이가 극도로 나빴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위해 승리를 그르치진 않았다.

휙-!

셀리아가 듀란에게 패스했다.

레오는 인터셉터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뭐지, 포기했나?’

패스 저지가 없자 셀리아가 의아해하며 레오를 보았다.

그리고 레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듀란 잠깐…….”

하지만 셀리아의 말이 닿을 때 이미 듀란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파지직!

“이걸로 동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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