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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9화 (29/483)

【29】28

번개의 오러로 감싼 듀란의 공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윈드 실드!”

순간 첼시가 다급하게 방어 주문을 외웠다.

5반 측의 골대에서 강력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공이 일순간 속도가 줄었다.

하지만 기세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공을 잡아 둔 것에 불과했다.

공에 번개의 오러가 휘감겨 있기에 섣부르게 잡을 수 없었다.

잡는다 해도 다른 학생들의 손에 닿기 전에 첼시의 방어 마법을 뚫고 골대로 날아갈 게 분명했다.

“쓸데없는 짓을!”

듀란이 조소할 때 레오가 소리쳤다.

“칼! 내가 말했던 거 준비해!”

“아오! 화장실 청소만 아니었어도!”

칼이 마력을 일으켰다.

칼은 땅 속성의 마법사였다.

땅 속성의 특화 성향은 방어, 그리고 무게!

칼의 몸에서 희미한 갈색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방어 마법으로 몸을 보호하고 중력 마법을 이용해 무게가 줄어든 칼의 손을 잡은 레오가 골대를 향해 칼을 던졌다.

육탄 방어를 할 생각이었다.

붕! 화악-!

칼의 몸이 골대로 날아갔다.

훅-! 쐐애애애액-!

그와 동시에 공 역시 첼시의 방어 마법을 뚫는 데 성공했다.

공보다 가벼워진 칼은 레오의 힘 때문에 공보다 빨리 골대 앞에 도달했다.

“소용없어! 공이랑 같이 골대에 들어갈 거다!”

듀란이 비웃음을 날렸다.

하지만 공에 맞기 직전 칼은 마법을 이용해 몸의 무게를 최대한으로 늘렸다.

거기에 더해 첼시가 급하게 칼에게 실드 마법을 걸어 주었다.

퍽-!

“꾸엑!”

철썩-!

공에 맞은 칼만 골대로 들어갔고 공은 튕겨 나왔다.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 공을 잡으면 공격권이 유지되지만 놓치면 공격권이 사라진다.

톡-! 떼구르르르.

공이 바닥을 뒹굴었다.

삑-!

“공격권은 5반으로!”

“꺄아악! 멋있어! 칼”

“반을 위한 너희 희생정신! 잊지 않을게!”

레오, 첼시, 칼의 연계로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하자 5반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칼은 자신의 희생만 기억하고 걱정해주지 않는 반 친구들을 보며 구슬픈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칼.”

“괜찮아?”

“레오, 첼시 너희밖에 없다.”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레오와 첼시를 보며 칼이 감동했다.

“멋있었어. 그건 무슨 작전이야?”

치료를 위해 다가 온 넬라가 나른하게 묻자 첼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작전명, 프랜드 쉴드! 레오 오빠가 이럴 상황을 예측하고 구상한 방어 작전이지!”

“승리를 위해 친구를 도구로 이용하다니. 멋진 판단이야.”

칼은 울고 싶어졌다.

그러는 사이 공을 든 일리아나가 팔을 빙-! 빙-! 돌렸다.

“좋았어! 좋았어! 추가 득점을 노리……!”

쭈욱-!

1반 쪽에서 채찍 같은 게 쭉-! 하고 뻗어 나오더니 일리아나의 손에 있던 공을 가져가 버렸다.

“오오오오오오오오! 하울!”

“섹쉬해!”

“역시 스네이크 스피어의 계승자!”

순식간에 공격권을 되찾아간 1반의 사기가 급상승했다.

자신의 손과 1반이 가져가 버린 공을 멍하니 번갈아 보던 일리아나가 칼에게 양손을 맞대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 뺏겼어.”

“내 희생 돌려줘어어어어어어!”

***

“오호! 이 시간에 연병장에는 웬 일이십니까, 아인 선배님!”

“당연한 걸 뭘 묻지? 전투학 수업을 참관하러 왔다.”

아인과 렌은 연병장 앞에서 마주쳤다.

“후후! 그렇군요. 하긴. 지금 연병장에는 셀리아 학생과 듀란 학생, 그리고 첸 시아 학생이 수업 중이군요! 전공 교수로서 기사학 에이스들이 얼마만큼 전투에 능숙한지 보고 싶겠군요!”

“나는 모든 기사학과 학생들을 살펴보기 위해 왔다, 렌. 너처럼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저도 모든 마법학과 학생들을 살피러 왔습니다.”

렌 교수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두 사람은 단순히 교사로서 선후배 사이가 아니었다.

둘 다 루메른의 졸업생으로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물론 좋은 인연은 아니고 다른 학과로서 ‘악연’을 이어온 사이였다.

여기에 소환학 교수 유라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폭탄 조합의 탄생이라는 건 교수들과 재학생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나저나 교수님들이 1학년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두 분이 저학년을 맡는 건 처음이긴 하지.”

“그러고 보니 아인 선배는 세드젠 교수님의 첫 학생이었죠? 그때는 어떠셨나요?”

“지금이랑 똑같았어. 자기 반 학생들을 끔찍하게 아끼셨지. 할린드 교수님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지셨지만.”

“제가 5학년이 되었을 때는 이미 통곡의 벽이라 불리셨는데 말이죠.”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두 교수가 연병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랐다.

“바스테라? 첫 수업부터?”

“파격적이군요.”

바스테라를 하는 게 1반과 5반이라는 걸 깨달은 두 교수가 눈을 빛냈다.

‘스코어는 1대 0으로 5반이 앞서고 있군.’

의외의 결과였다.

1반 에이스들이 총출동 상태였다.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1반은 입학시험 평균 점수가 높은 학생이 몰린 엘리트 반이었다.

1등과 꼴등 반의 대결.

아무리 몇 달 뒤에 입학 성적이 의미 없어진다지만 지금은 분명히 차이가 분명 있었다.

‘레오와 첼시. 일리아나와 테이드. 그리고 넬라…… 5반 에이스라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은 아니군.’

아인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요.”

경기를 지켜보던 렌이 감탄했다.

“레오 학생은 타고난 리더가 분명합니다.”

“입학식 때부터 확실히 느꼈지.”

1반은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개인플레이를 통해 5반을 압도해 나갔다.

반대로 5반은 협력 위주의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그 핵심이 바로 레오였다.

매 순간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어떨 때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1반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었다.

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오러만 사용하다니!’

마법도 사용하면 좋으련만 레오는 오러만 쓰고 있었다.

물론 어쩔 수 없었다.

레오의 술식 해석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보유한 마력량은 적다.

그렇다 보니 전투의 메인 능력은 오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렌은 초조한 얼굴로 힐끔- 아인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인도 레오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조한 렌과는 다르게 매우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분함을 느낀 렌이 속으로 소리쳤다.

‘레오 학생! 마법도 사용해 줘~!’

렌이 애타는 마음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경기는 후반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스테라는 이능력을 총동원하는 만큼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원래는 한 시간 동안 경기를 하지만 지금 1학년의 스테미나로는 이십 분 정도가 한계였다.

그때 셀리아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5반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셀리아! 멋져! 반할 것 같아!”

“언니! 동생으로 삼아주세요!”

1반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셀리아는 골대 앞에 육탄 방어를 하는 5반 학생을 셋이나 뚫고 득점에 성공해 버린 것이다.

“괴, 괴물이냐……?”

공에 직격당한 칼이 질렸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더니 풀썩-! 고개를 떨구고 기절했다.

“허억-! 허억-!”

하지만 온 힘을 다한 셀리아도 탈진 상태였다.

“셋을 쓰러트렸고 시간도 얼마 없어! 이번 공격만 막으면 역공해서 이길 수 있으니까 무조건 역전해!”

셀리아가 힘겹게 소리쳤다.

간신히 가지고 있던 우위를 순식간에 상실한 5반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반대로 1반의 사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후방에서 클로에가 5반을 노려보았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건 단연 클로에였다.

초반에 기습적인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5반의 공격의 핵인 레오와 첼시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온갖 방법을 이용해 의표를 찔렀지만 클로에를 넘을 수는 없었다.

공격을 준비하는 레오를 바라보며 클로에가 다짐했다.

‘절대 안 져.’

첫 마법 수업 이후.

클로에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레오를 의식하는 자신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마법으로 뒤처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동기 중 최강의 마법사라 평가받는 아바드보다도 마법 술식 해석 능력은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북부 마탑에서도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술식의 천재.

그게 클로에 뮐러였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마법 해석에서 뒤처졌다.

‘레오 플로브에게 절대 질 수 없어.’

클로에가 주먹을 꽉 쥐었다.

셀리아의 공백으로 1반에도 수비에 구멍이 뻥 뚫렸다.

“공격해! 이번에 못 넣으면 무조건 져!”

일리아나가 소리쳤다.

첼시는 레오를 마크하기 위해 달려드는 듀란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른 선수들도 어떻게든 레오와 클로에를 일대일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레오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1반 진영을 누비며 골대로 달려갔다.

셀리아라는 견제자가 사라지고 듀란 역시 첼시에게 발이 묶인 지금 레오를 저지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1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레오 앞을 클로에가 막아섰다.

“절대 못 가.”

“미안한데 일 대 일이라면 뚫어 볼 만할 것 같은데?”

레오의 말에 클로에가 피식 웃었다.

쩌저저적-!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허공에 순식간에 얼음이 뭉치더니 얼음 조각이 나타났다.

클로에와 똑같이 생긴 얼음 조각 네 개는 마치 살아 있는 인형처럼 레오의 앞을 가로막았다.

“말도 안 돼! 얼음 분신? 저런 고난도 마법 술식을 쓴다고? 오라버니도 저 정도까지는 아닌데!”

첼시가 경악했다.

“이건 단순한 분신이 아니야!”

얼음 분신들 주변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한 명, 한 명이 마법사라고 보면 된다.

“그 나이에 이 정도 술식을 사용한다고? 천재네.”

레오가 감탄했다.

클로에의 눈이 꿈틀거렸다.

“지금 나 놀려?”

‘자기는 마법 이론 시험에서 1등 했으면서!’

무서운 눈으로 레오를 노려본 클로에가 코웃음을 쳤다.

“어쨌든 넌 날 못 뚫어! 그러니까 포기해!”

“확실히 내 오러 능력으로는 이걸 못 뚫지.”

레오가 빙긋 웃었다.

“오러 능력으로는 말이야.”

화악!

‘마력?’

클로에가 당황했다.

설마 이 순간에 마법을 쓸 줄은 몰랐다.

레오의 몸이 여러 개로 늘어났다.

‘환영 마법? 얄팍해!’

허를 찔렸지만 환영 마법이라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

마법으로 선수를 공격하는 건 반칙이지만 마법으로 만들어낸 환영은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

‘진짜는 뭐지?’

그리고 단순한 환영 마법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건 클로에에게 몹시 간단한 일이었다.

눈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환영을 보았다.

그 순간 클로에의 얼굴이 굳었다.

‘어떤 게 가짜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진짜를 모르는 이상 섣부르게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이건…… 이 마법은……!’

클로에가 경악하는 사이 그녀를 제친 레오가 골대에 가볍게 골을 집어넣었다.

너무 놀라 대응하는 것조차 잊은 클로에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를 파악할 수 없는 완벽한 환상 마법.

방금 레오가 쓴 마법은 클로에도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클로에는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레오가 쓴 건 인간의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클로에가 멍하니 뒤를 바라보았다.

환상이 사라지며 잎사귀가 흩날렸다.

근본부터가 다른 마법 체계.

“엘프의…… 별의 마법?”

신기루.

레오가 사용한 건 성운의 시조 루나가 만든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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