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4화 (34/483)

【34】33.

“뭐어어어어어? 지혜의 왕을 봤다고!”

“대박! 대박 사건! 그럼 그게 리시나스님의 히어로 레코드인 거야?”

영웅학 사건으로 인해 학년 전체는 난리가 났다.

아카데미의 모든 교수가 소집되었고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되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중대한 일이었다.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최초의 영웅인 대영웅들의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리시나스가 등장하는 히어로 레코드의 새로운 페이지 조각이 발견되었다.

루메른에서 난리가 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른 학생들이 떠들썩한 반응을 보이는 와중에.

레오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왜 내 히어로 레코드만 유독 엉망이 된 거지?’

영웅의 세계가 생성된 이유는 아마 세계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레오가 히어로 레코드를 만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입학시험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영웅의 세계에 들어갈 때 누구의 세계인지 공략자에게 메시지가 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히어로 레코드 오픈. ■■의 세계. 챕터: ■■-■■■]

누구의 세계인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리시나스가 내 이름을 부를 때조차 이름이 들리지 않았어.’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카일의 이름을 지운 것 같았다.

‘내 히어로 레코드가 남지 않은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는 거야.’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히어로 레코드는 원래 하나라고 했지?’

지금은 다섯 개로 나뉘어진 히어로 레코드는 원래 하나의 온전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오래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다섯 개로 나뉘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페이지가 소실 되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기까지 했다.

‘만약 누군가 히어로 레코드를 일부러 파괴한 거라면?’

히어로 레코드는 영웅의 힘을 계승하는 물건.

말 그대로 영웅을 육성시키는 힘이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원치 않는 놈이라면…….’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에레보스.’

“레오 오빠?”

첼시의 부름에 레오가 정신을 차렸다.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히어로 레코드가 나뉜 이유부터 조사해 봐야겠어.’

***

영웅학 사건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떠들썩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리시나스와 관련된 히어로 레코드는 확실히 커다란 이슈였다.

하지만 그것과 관련되어 1학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많은 학생이 교수들에게 리시나스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대답해 주지 않았다.

거기다가 중간고사 일정이 겹치면서 영웅학 사건은 자연스럽게 1학년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렌 교수의 마법 이론 수업.

“모두 알겠지만,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렌 교수가 중간고사에 관해 언급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실기시험 이야기를 언급하시는구나.’

루메른의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전공과목들은 모두 실기의 점수 배당이 높았다.

당연히 학생들은 실기시험 이야기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렌 교수는 분필을 들고 칠판 앞에 섰다.

분필 소리가 강의실 전체에 울렸다.

그에 따라 학생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또 다른 말로는 고유마법이지. 이것이 여러분의 중간고사 실기시험 과제다.”

분필통에 분필을 툭 던지며 렌 교수가 터벅터벅- 단상 가운데로 걸어갔다.

“오리지널 마법은 마법사의 개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마법이다. 발동 수식이 주류가 된 지금 시대에는 마법사들이 오리지널을 추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비효율적이거든.”

학생들을 바라보며 렌 교수가 씩- 웃었다.

“하지만 마법사에게 오리지널 마법은 필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형화된 술식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주문은 파훼하기 힘들지. 위급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줄 비장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그 말에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비장의 한 수.

이 한 단어는 어린 마법사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럼 역사적으로 유명한 고유마법에 대해 말해볼까? 자신이 알고 있는 고유마법을 이야기해 볼 학생?”

질문에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첼시 학생.”

“루베르트 르왈린의 마법이요.”

“맞아. 확실히 르왈린 가문의 시조는 강력한 고유마법을 지니고 있었지.”

첼시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걸 시작으로 학생들이 너도나도 발표를 시작했다.

보통은 몇 개의 대답만 받고 끝냈을 렌 교수였지만 오늘따라 유독 많은 대답을 들었다.

마치 원하는 대답이 따로 있는 것만 같았다.

학생들도 그것을 눈치채고 보다 적극적으로 발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 레오가 손을 들었다.

“레오 학생! 대답해 보도록!”

렌의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다.

레오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렌이지만, 그런 렌과 다르게 레오는 교수 질문에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말했다.

“별의 마법입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별의 마법.

그건 엘프들의 독자적인 마법 체계를 의미했다.

물론 강력한 마법이다.

하지만 엘프라면 누구나 별의 마법을 쓴다.

그런 마법은 고유마법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레오의 이야기를 들은 클로에와 아바드, 첼시는 멈칫했다.

렌은 콧김을 강하게 불었다.

“정답이다! 내가 바라던 대답이 바로 그거였지!”

그는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설명했다.

“엘프라면 누구나 익히는 마법 체계로 자리 잡은 별의 마법! 하지만 그건 엘프의 마법사들이 누구나 익힐 수 있도록 수정한 마법이지!”

렌이 목소리를 높였다.

“별의 마법의 강력함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별의 마법.

그건 엘프의 마나 습성에 맞춰 만들어진 엘프라는 종족 고유의 마법이다.

다른 종족이 별의 마법을 쓰기 힘든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센스와 재능의 영역.

레오가 엘프의 마법을 썼을 때 마법 학과 전체가 뒤집힌 것이다.

“하지만!”

주먹을 콱 쥔 렌이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엘프들이 사용하는 별의 마법은 성운의 시조 루나의 오리지널 마법을 마이너 카피한 것에 불과하지. 진짜 별의 마법을 썼던 건 역사상 단 한 명뿐이다!”

‘두 명인데 말이야.’

턱을 괸 레오가 피식 웃었다.

“바로 별의 마법의 창시자인 [성운의 시조] 루나님이다.”

마법학과생들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 이제 여러분이 왜 오리지널 마법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나?”

영웅을 꿈꾸는 마법사에게 있어 루나는 존경의 대상이다.

그런 루나의 마법 근간이 오리지널이라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오리지널 마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충분했다.

딩동댕동-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자기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오리지널 마법에 토론하기 바빴다.

“오리지널이라. 진짜 골때리네.”

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오리지널 마법은 일종의 창작의 영역이기도 했다.

새로운 마법을 창조해내는 만큼 어려워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레오, 너는 학과 실기시험이 세 개나 되잖아? 준비하느라 고생 좀 하겠다.”

칼이 안 됐다는 듯 레오를 보며 말했다.

그에 레오가 웃었다.

“열심히 해야지.”

‘나야 고유마법이 많으니까.’

레오에게는 전생에 만들었던 고유마법이 많았다.

이번 시험은 레오에게 매우 고마운 실기시험이었다.

칼과 같이 레오가 강의실을 나설 때였다.

“레오.”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법서를 품에 안은 클로에가 서 있었다.

원래 레오와 칼, 클로에는 함께 마법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 클로에는 두 사람과 따로 앉기 시작했다.

싸우거나 사이가 나쁜 게 아니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잘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곤 했다.

하지만 수업만큼은 따로 앉았다.

‘나한테 경쟁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했었지?’

“같이 점심 먹을래?”

레오가 웃으면서 묻자 클로에가 심호흡을 하며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순간 클로에가 품에 안고 있는 검은색 마도서가 레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교과서가 아니네? 개인적으로 보는 마도서인가?’

“레오. 이번 실기시험에서 난 꼭 너를 이길 거야.”

힘 있게 말하는 클로에를 보며 칼이 당황했다.

“야야! 친구끼리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냐? 그리고 레오가 더 뛰어나다고? 마법사로서의 역량은 수석인 네가 더…….”

“아니.”

클로에가 마도서를 꼭 쥐었다.

“레오는 마법 술식에 관해서 나보다 더 뛰어나.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거기까지 말한 그녀의 눈빛이 순간 흐려졌다.

“마법 술식에 관해서 나는 언제나 최고여야 해. 그러니까 절대 질 수 없어.”

이를 악문 클로에가 레오를 똑바로 직시했다.

“그래서 이번 시험에서 레오를 이길 거야. 약속해줘. 너도 마법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른 전공학과를 신경 쓴다고 마법을 소홀히 하는 건 용납 못 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야, 레오!”

“걱정 마, 칼. 싸우는 게 아니니까.”

레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피하면 오히려 클로에에게 실례야.”

“고마워, 레오. 그럼 난 먼저 갈게.”

클로에가 웃으며 떠났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쩝- 입맛을 다셨다.

“청춘이네, 청춘이야.”

***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하나둘 1학년 실기시험 내용이 공개되었다.

기사학은 대련 시험이었다.

중간고사 기간 동안 기사학과 내에서 대련을 실시한다.

당연히 승점을 많이 획득한 순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그렇다 보니 가장 일찍 실기시험이 시작되는 과목이었다.

중간고사 당일에는 상위권 학생들 여덟 명을 뽑아 토너먼트 대련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소환학의 경우에는 실기시험이 두 개였다.

하나는 비행 환수를 탄 경주 시합이고 또 다른 건 정령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다루는지에 관한 시험이었다.

마법학은 오리지널 마법 개발로 루메른 외부의 심사위원을 초청하여 발표회를 연다고 했다.

벼락치기는 허용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전투학과 영웅학 시험의 경우에는 합동 시험이었다.

“역시.”

칼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웅학이랑 전투학 실기시험 목표는 영웅의 세계 공략이야.”

칼이 교실 앞에 있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시험 당일 날 랜덤하게 팀을 짜서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게 시험이라는 모양이야. 아주 골때리네!”

영웅의 세계 공략은 팀워크가 매우 중요했다.

미리 팀원이 정해진 상태에서 공략 작전을 짜면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공략을 준비해야 했다.

영웅 사관생으로서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묻어가는 건 안 되겠네~”

“야! 누가 묻어간다고 그래!”

“맞아. 칼은 묻어가는 것조차 안 되는 짐이라고!”

“첼시 너!”

오호호호! 까르르르! 웃으며 도망가는 일리아나와 첼시를 보며 칼이 머리를 부여잡을 때였다.

“칼, 이번 시험은 오히려 너한테 잘된 거 아니야?”

“뭐?”

“넌 서포터 지망이잖아?

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네가 어느 팀에 들어가든 네 역할은 확실하게 정해졌다고 보는데?”

“그래. 어떤 팀이든 지원할 수 있게 철저하게 하면 되겠구나!”

전투에서 서포터의 유무 차이는 매우 크다.

어쭙잖게 마법사 흉내를 내는 것보다 칼은 서포터로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고맙다! 레오! 너 때문에 길이 보인다!”

“칼의 서포트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나도 조금 걱정되네.”

“테이드! 넬라! 너희까지 그러기냐!”

친구들의 불신에 칼이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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