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8화 (38/483)

【38】37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올해도 왔습니다! 1학년 1학기 최고의 빅 이벤트! 소환수 경주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해설을 맡은 저는 소환학과 3학년생 룬바 테스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소환술 실습 장소를 가득 메운 학생들이 환성을 내질렀다.

셀리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시험 맞아요?”

기사학 대련 시험 때도 관객은 있었지만 소환학 실기시험은 규모가 달랐다.

해설은 물론이고 관중석까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관중석에서 잘 보이는 곳에 영상 마법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셀리아 옆에 앉은 리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소환수 경주는 소환학 시험의 전통이라 인기가 많거든. 게다가 다른 영웅 사관 학교와의 교류전 때도 채택되는 종목이라 관심이 뜨거워.”

“학생회장님! 신문부에서 나왔는데요! 옆에 있는 1학년은 동생인 셀리아 제르딩거가 맞죠?”

목에 영상을 찍는 마도구를 건 남학생이 수첩과 펜을 들고 다가왔다.

“맞아.”

“오호! 두 분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될까요?”

신문부 학생의 요청해 왔다.

“팝콘 있습니다! 시원한 음료수 있습니다!”

“자! 골라! 골라! 누가 1등을 할 것인가! 지금 배당은 이렇습니다!”

그 외에도 상인 동아리 학생들이 나와 장사는 물론 도박까지 주선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시험이야!’

이때까지 엄숙했던 시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도떼기시장 분위기에 1학년들이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한편, 이 와중에 가장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건 1학년 소환학과 학생들이었다.

“아니! 왜 저렇게 몰려와서 집중 안 되게 떠드는 거야!”

테이드가 머리를 부여잡고 외치자 주변 1학년들이 동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없이 긴장했던 1학년들은 학교 사람들 전체가 몰려와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자 어쩔 줄 몰라 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더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여유로운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환학과의 에이스인 엘리자와 워레든이었다.

“헤르긴 가문의 영애인 나를 한낱 구경거리로 여기다니, 불쾌하네요.”

고운 미간을 찌푸린 엘리자를 보며 그녀의 추종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웨레든의 경우에는 언제나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엘리자는 그런 워레든을 힐끗 바라보다가 한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레오를 보았다.

무릎을 굽혔다 펴며 스트레칭을 하는 레오에게 엘리자가 조소하며 물었다.

“기사학 실기시험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이셨던데 소환학 실기시험도 잘 준비하셨나요?”

“물론이지.”

“역시 학년대표님은 자신감이 넘치는군요.”

엘리자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런데 소환학 실기시험 연습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데…… 실기시험을 우습게 생각하시나 봐요?”

환수 레이스는 원래라면 자신이 계약한 환수를 타고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1학년 중에는 아직 비행 환수와 계약하지 못한 학생도 많다.

그래서 루메른 측에서 비행 환수를 제공했다.

그 비행 환수를 얼마나 빠르게 테이밍하는 게 이번 시험의 관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소환학과에서는 시험기간 동안 훈련 시간을 줬는데 레오만은 그 연습에 참가한 적이 없었다.

“야, 엘리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뼈가 있는 그녀의 말에 테이드가 인상을 썼다.

그러나 레오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솔직히 저 녀석이 대충하는 건 사실이잖아.”

“기사학이랑 마법학에서는 유명해도 소환학에서는 영력만 있을 뿐. 정령이나 환수와 계약한 걸 못 봤어.”

“소환학을 우습게 여기는 거 아니야?”

“대충할 생각이라면 빠지지?”

소환학은 학생 수가 적은 만큼 학과에 대한 애착도 강한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험 연습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레오가 자신감을 드러내니 반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 레이스의 소환술을 총동원하여 빠르게 장애물을 통과하고 결승선을 지나는 시합이다.

장애물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고 선수 간의 방해도 허용된다.

레이스에서 크게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런 위험한 경주를 앞두고 연습 한 번 하러 온 적 없으니 소환학 학생들의 눈에 레오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전생에 환수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레오였지만 당연히 그걸 아는 학생은 없었다.

“말이 심하잖아.”

“하! 지금 같은 반 반장이라고 편드는 거야?”

5반 학생이 발끈하자 다른 반 학생이 비웃음을 날렸다.

“분위기가 좋지 않네요.”

첸 시아가 중재에 나섰다.

“시험 전이라 다들 날이 선 건 이해해요. 그래도 비방은…….”

“첸 시아. 너도 기사학과 성적이 좋으니까 소환학에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되겠다?”

한 여학생이 빈정거렸다.

그녀가 표적이 되자 이번에는 10반에서 발끈했다.

소환학과 학생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그걸 보며 레오가 혀를 찰 때였다.

“시끄럽군.”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관심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던 워레든이 어느새 황갈색 눈을 뜨고 있었다.

“고작 환수 좀 더 타본 걸 가지고 편을 갈라 짖을 거면 내 눈앞에서 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 해라.”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냐, 워레든!”

“환수를 좀 더 탄 게 대단한 일인 것마냥 떠드는 게 듣기 짜증 난다고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워레든을 보며 소환학과의 대륙 동부 출신 남학생, 센 리우가 대표로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하? 찔리는 모양이지? 너도 테이밍 훈련 때 거의 안 나왔잖아?”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소환학과 남학생을 보며 워레든이 픽- 웃었다.

“뭐야? 그 웃음은?”

“내가 왜 테이밍 훈련 때 안 나갔는지 말해줄까?”

“뭐?”

“훈련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너희처럼 고작 그리폰도 제대로 못 다루는 덜떨어진 바보가 아니거든.”

그 말에 리우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자식이!”

남학생이 워레든에게 주먹질을 했다.

텁-!

하지만 워레든에게 닫기 직전 리우의 주먹은 레오의 손에 붙잡혔다.

“시험 전에 싸우면 혼나는 걸로 끝나지 않아.”

“큭! 너한테 그따위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리우는 레오의 손을 떨쳐내며 소환학과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에효.’ 한숨을 쉰 레오가 워레든을 보며 말했다.

“너도 말을 좀 가려서 하는 게 어때?”

“사실을 말한 게 문제인가?”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남의 노력을 비웃을 자격은 없다고 보는데? 워레든 타이든.”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워레든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레오를 보며 싸늘하게 한 번 웃어 준 워레든은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안 좋네.”

소환학 수업은 그저 열심히 듣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학과생들 사이가 좋지 않았다.

레오의 말에 테이드가 한숨을 쉬었다.

“넌 다른 전공도 다 들어서 몰랐겠지만, 우리 기수 소환학과가 지금 분위가 조금 많이 안 좋아.”

“왜?”

“우리 기수 소환학과에서 상위권이 너랑 시아, 워레든, 엘리자잖아?”

“그렇지.”

“소환학은 원래 주전공자들과 부전공자들의 능력 차가 월등히 나는 학과인데 너랑 첸 시아가 상위권을 차지하다 보니 소환학과 2학년 선배들이 우리를 집합시킨 일이 있었거든.”

“그걸로 집합했다고? 완전 꼰대네.”

“내 말이! 그 와중에 워레든은 선배들이 집합시키는데 쌩까기 까지 했다니까?”

덕분에 2학년들이 더욱 화가 나서 1학년들을 갈궜다고 한다.

“아무튼 가뜩이나 그거 때문에 기분 상해 있는데…… 이번 시험 준비를 하면서 너랑 워레든이 훈련 참가까지 거의 안 하다 보니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지, 뭐.”

“분위기 안 좋을 만하네.”

“맞아. 그러니 네가 좀 이해해줘라.”

“알았어.”

그렇게 말한 레오는 시합 준비를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긴장된 기색을 내비치는 와중에 묘한 적의가 느껴졌다.

‘이런 문제도 생기는군.’

확실히 남들 눈에는 소홀하게 비춰질 수도 있었다.

‘물론 대충할 생각은 없지만.’

시합하는 이상 목표는 어디까지나 1등이었다.

***

-신사 숙녀 여러분! 드디어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선수들이 모두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출발선 안쪽에 1학년 학생들이 나란히 섰다.

저 앞에 그리폰들이 있는 울타리가 보였다.

시작과 동시에 학생들은 저 울타리에 있는 그리폰을 테이밍해 출발을 하는 것이었다.

소환학과 학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출발 준비를 했다.

“애송이들! 긴장하지 말고 연습한 대로만 해! 괜히 긴장해서 실력 발휘 못 하는 녀석이 있으면 끝나고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니까!”

심판인 유라가 신호탄을 들어 올리며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그 말에 소환학과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라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자, 그럼!”

유라가 신호탄을 들어 올렸다.

“셋, 둘, 하나!”

탕-!

콰가가각-!

시작과 동시에 레오와 워레든 주변으로 정령술이 쏟아졌다.

느닷없는 상황에 레오가 멈칫했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소환학과 학생들! 미리 단합이라도 듯 학년 대표인 레오 선수와 남부 수석 워레든 선수에게 견제를 퍼붓습니다!

전례 없는 사태에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5반의 소환학과 학생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악! 저거 뭐야!”

“치사하다! 소환학과 놈들!”

“야! 니들은 창피도 모르냐!”

“정정당당하게 시합해라!”

-하하! 1학년 5반 측에서 야유가 쏟아집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이 난리를 쳤다.

“바, 반장!”

“야! 레오! 기다려! 지금 도와줄게!”

“난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

레오를 방해하는 정령술을 풀기 위해 반 친구들이 출발하지 않자 레오는 다급히 소리쳤다.

“이건 시험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괜히 뒤처지지 마! 어서 가!”

“윽!”

“레오! 미안하다!”

5반 학생들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뒤늦게 출발했다.

물에 의해 진흙이 된 땅은 레오의 발을 붙잡았다.

불과 바람은 주변을 레오의 앞을 가로막았다.

레오와 똑같은 견제를 받은 워레든이 영력을 일으켰다.

“같잖군.”

화악-!

소환학과 생들이 작정하고 쓴 정령술이지만 워레든은 그걸 간단히 해체해 버렸다.

압도적인 역량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힘들어 보이는군. 도와줄까?”

워레든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묻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아니,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런가? 그럼 먼저 가도록 하지.”

워레든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그리폰 울타리로 향했다.

그사이 다른 학생들은 그리폰 테이밍을 끝내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걸 출발선에서 지켜보던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미움받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단체로 방해할 줄은 몰랐는데.”

피식 웃는 레오를 지켜보던 유라가 혀를 찼다.

‘저건 힘들겠네.’

만약 이게 시험이 아니라면 이 정도 견제는 뚫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합에서는 ‘소환술’만 써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게다가 유라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레오의 주력 소환술은 환수 소환이지 정령술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학과 단위로 정령술 견제를 받아 버렸다.

아직 실전에서는 미숙하다고 생각되는 레오가 이 난관을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1학년들의 감정의 골이 깊구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단체로 린치를 하다니.’

반칙은 아니지만 보기는 좋은 모습은 아니다.

교수로서 학생들을 신경 써주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스스로 자책하며 유라가 학과생들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

들려온 레오의 목소리에 유라는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마치 노래를 부르듯 부드러운 선율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 ─!”

선율이 계속될수록 정령의 힘은 약해졌다.

화악-!

이윽고 레오를 방해하던 힘이 자취를 감추었다.

계약자의 명령을 따르던 정령들이 까르르 웃으며 춤을 추듯 레오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이내 사라졌다.

타인과 계약한 정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

‘저 미친놈이 지금 정령어를 쓴 거야? 최소한 2학년 정령술 수업에 배우는걸?’

유라는 뒤늦은 출발을 하는 레오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물건이야, 물건! 무조건 레오는 소환학을 시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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