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0화 (40/483)

【40】39

“레오가 은근히 집요하네.”

“같은 반이라서 다행이야.”

관중석에서 마법 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넬라는 혀를 내둘렀고 일리아나가 진저리를 쳤다.

워레든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소환학과 학생들은 레오에게 손쉬운 사냥감에 불과했다.

“꼴 좋다! 잘한다! 레오 오빠! 다 박살 내버려!”

“가라! 레오! 내가 너한테 돈을 얼마나 걸었는데!”

집단 린치에 가장 화를 내던 첼시는 방방 뛰었고 역배당을 노리며 레오에게 걸었던 칼은 교복 재킷을 손에 잡고 빙빙 돌리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넬라.”

“네. 할린드 교수님.”

“당장 칼 토마스를 내게 불러오도록. 누가 교복을 저따위로 취급하라고 했는지 한 번 들어는 봐야겠군.”

할린드 교수의 차가운 호출에 넬라는 칼에게 다가갔다.

담임 교수에게 혼나는 칼을 보며 5반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아! 선두 그룹에서 드디어 워레든 선수와 엘리자 선수가 맞붙습니다!

마법 화면이 갑자기 선두그룹을 비췄다.

소환학 에이스들의 본격적인 싸움에 관중에서 환호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던 엘리자는 눈앞에 생성된 작은 불꽃을 확인하고 공중에서 빠르게 선회했다.

화르륵-!

순간적으로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꽃이 빠르게 수축하더니 콰앙-! 거대한 불꽃을 일으켰다.

그걸 보며 엘리자가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불과 바람의 정령을 활용한 폭발 공격.’

원리는 단순했다.

불의 정령으로 강력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그 불의 힘을 바람의 정령으로 사방으로 퍼지지 못하게 압축시킨다.

압축된 불꽃은 더욱 강력해졌고 그 위력이 최대치가 되었을 때 해방 시켰다.

같은 속성의 정령에게 두 개의 명령을 내리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워레든은 다른 속성의 정령에게, 그것도 힘을 올리는 명령과 힘을 제어하는 명령을 동시에 내리고 있었다.

‘단순히 정령을 다루는 데 능숙한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에요. 마법 수업을 듣는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

이 폭발의 원리는 순수한 정령의 힘만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다.

마법 술식의 원리로 정령을 운용하고 있었다.

엘리자가 훗- 하고 웃었다.

‘과연 괴물이라 불릴 만하네요.’

하지만 엘리자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소환 영웅 명가의 직계로서 북부 시험에서 차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수석인 클로에와는 간발의 차로 1, 2등이 갈렸다.

워레든의 정령 운용법도 엄청났지만, 엘리자 역시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그리폰을 다루었다.

실제로 허무하게 워레든의 공격에 직격당한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엘리자는 큰 어려움 없이 워레든의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도 맞추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엘리자의 외침에 워레든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럼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볼까?”

워레든 주변으로 수많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엘리자에게 발사되었다.

엘리자는 코웃음을 치며 영력을 일으켰다.

끼아아아악!

엘리자가 단 그리폰이 포효하더니 몸집이 1.5배는 커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워레든의 눈이 꿈틀거렸다.

‘환수 강화?’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리폰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강렬한 바람의 브레스가 워레든의 공격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그리폰에게 브레스를 사용하게 만든 건가? 제법이군.’

그리폰은 원래 브레스를 사용하는 환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환수을 조종하여 비슷한 능력을 구현하게 만들었다.

환수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내는 능력.

그녀의 환수소환사로서의 자질이 얼마나 뛰어난지 엿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소환학 에이스들의 치열한 싸움에 모두가 감탄할 때였다.

“이럇!”

뒤편에 있던 첸 시아가 빠르게 그리폰을 몰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아까 전 워레든의 공격을 피했던 첸 시아는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첸 시아를 보며 엘리자가 웃었다.

“그건 용납 못 해요.”

휘리릭!

“후읍?”

엘리자가 품에서 채찍을 꺼내 휘둘렀다.

길이가 10m는 될법한 엄청나게 긴 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휘리릭- 움직여 첸 시아의 목을 텁-! 묶었다.

그와 동시에 첸 시아 앞에 불꽃이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첸 시아는 다급히 다리에 힘을 줘 그리폰을 강하게 밀어냈다.

파앗-!

그리폰이 첸 시아에 의해 빠르게 하강했다.

첸 시아는 그 반동을 이용해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며 채찍을 힘으로 뜯어냈다.

허공에서 추락하는 첸 시아를 가까스로 폭발을 피한 그리폰이 날아와 받아냈다.

“후아! 콜록-! 이건 너무하잖아요, 엘리자 양.”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앞으로 나아갈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였다.

화악-!

거대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첸 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블랙 와이번?”

“제에에에엔장!”

거친 욕지거리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완전히 탈락했다고 생각했던 센 리우가 작은 검은색 와이번을 타고 후미에 따라붙고 있었다.

“리우! 그리폰 외에 환수 탑승은 반칙이잖아요!”

“닥쳐! 그딴 거 알까 보냐! 비장의 한수로 숨겨뒀던 건데! 워레든! 엘리자! 첸 시아! 너희 셋 다 동시에 박살 내주마! 조져버려!”

쿠아아아아아!

리우가 탄 검은색 와이번이 포효했다.

“저 덜떨어진 놈이 어떻게 블랙 와이번과 계약한 거지?”

“저건 블랙 와이번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변종 와이번 같군요.”

워레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엘리자는 미간을 좁혔다.

검은색 와이번이 검은 숨결을 내뿜을 때였다.

끼아아악!

멀리서 그리폰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후아아아악-!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레오가 선두 그룹에 난입했다.

“레오 도령!”

첸 시아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런 첸 시아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레오가 리우를 발견하고 눈을 꿈틀거렸다.

“하! 어떻게 따라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됐군! 레오 플로브! 네놈도 같이 박살 내…….”

“야.”

레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순식간에 주변 분위기가 압도 되었다.

“너 그 도마뱀 어디서 났냐?”

레오의 붉은 눈이 사납게 빛났다.

리우가 타고 있는 건 와이번이 아니었다.

환수도 아니었다.

‘파프니르.’

오래전 재앙의 시대 당시 대영웅들이 멸종시킨 타르타로스에서 부리는 고대 마수 중 하나였다.

“뭐라고?”

레오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리우가 흠칫했다.

“그 도마뱀 어디서 났냐고 물었다.”

“이건 내가 계약한 환수다! 좋은 환수랑 계약해서 부러운가 보지?”

“환수?”

레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타르타로스의 마수술사들이 다루는 괴수를 환수라고 부르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레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학생들 역시 딱히 경계 이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도 파프니르를 환수로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확실히 소환학 수업에서 마수에 관해 배울 때 파프니르는 없었어.’

파프니르는 재앙의 시대 당시 타르타로스의 주력 마수였다.

그렇기에 카일과 동료들은 작정하고 그 괴물들을 토벌했었다.

‘그 덕에 재앙의 시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멸종하다시피 했지.’

그 영향으로 완전히 사라졌다면 지금 시대 사람들이 파프니르에 관해서 몰라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상한 점도 하나 있어.’

레오의 낯빛이 굳었다.

‘오래전 멸종한 마수가 왜 지금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지?’

레오가 낯빛을 굳히고 있는 사이 리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흥! 너 역시 상급 환수와 계약한 나를 보고 놀란 모양이군!”

“리우 군. 당신의 소환수가 아무리 대단해도 시합에서 탈락했으니 물러서세요. 이 이상 억지를 부리면 혼나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거예요.”

“시끄러워! 애초에 제약을 둔 시합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난 너희를 모조리 쓸어 버릴 실력을 가지고 있어! 그걸 지금 증명해주마!”

캬아아아아악!

파프니르가 입을 쩍 벌리더니 화염의 브레스를 내뿜으며 돌격했다.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것도 정도가 있네요.”

엘리자가 리우를 조롱했다.

“닥쳐! 우연히 좋은 집안에 태어난 주제에!”

이를 갈며 다음 목표를 엘리자로 바꾸었다.

파프니르는 그리폰을 능가하는 속도과 힘을 가진 마수였다.

그러나 파프니르를 다루는 리우의 실력은 영 아니었다.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파프니르를 피하던 엘리자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저건 단순히 마수에 휘둘리는 꼴이군.’

파프니르를 조종하기는커녕 오히려 상급 마수인 파프니르의 힘에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리폰에서 점프한 첸 시아가 파프니르의 꼬리 위에 올라탔다.

파프니르가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휘저었지만 첸 시아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중심을 잡고 리우에게 돌진했다.

푸른색 오러를 휘감은 첸 시아의 돌격에 리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헉?”

어떻게든 대응하려 했지만, 근접전에서 리우가 첸 시아를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화악! 뚜두두둑!

“엇?”

파프니르의 날개가 기묘한 각도로 꺾였다.

돌격하던 첸 시아는 느닷없이 기이한 형태로 꺾여 휘둘러지는 날개를 피하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고 말았다.

“하하하! 어떠냐! 내 환수의 힘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첸 시아를 보며 리우가 꼴좋다는 듯 웃었다.

그녀의 그리폰이 주인을 태우기 위해 하강했다.

“어딜!”

그러나 리우의 방해로 그리폰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엘리자가 혀를 차며 떨어지는 첸 시아를 잡아주기 위해 아래로 하강했다.

화악-!

“……!”

하지만 엘리자를 빠르게 앞지른 레오가 순식간에 첸 시아를 따라잡아 허리를 감아 자신의 앞에 태웠다.

“고마워요! 레오 도령!”

“무모한 짓 하지 마.”

레오가 피식 웃으며 다시 활강했다.

‘빨라, 도대체 그리폰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눈을 가늘게 뜬 엘리자가 그런 레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레오 플로브으으으으으!”

리우가 분노를 표출했다.

‘마수와의 계약으로 이성을 잃어가고 있어.’

힐끗 리오를 바라본 레오는 첸 시아를 그녀의 그리폰에 태워주었다.

워레든과 엘리자가 두 사람에게 날아왔다.

“역시 학생 대표다운 실력이에요.”

엘리자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환수와 계약하지 않은 척하더니 뒤로는 가호 스킬을 보유한 상위 환수와 계약했군요?”

“눈썰미 좋은데?”

“헤르겐 가문의 사람인 나를 속일 수는 없죠. 그래서 무슨 환수와 계약을 한 거죠? 보아하니 불꽃 속성의 환수인 것 같은데?”

“그건 비밀이야.”

레오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웃었다.

그런 레오의 행동에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흥, 어쨌든 리우는 상위 환수를 다루고 있어요.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스펙은 저쪽이 압도적으로 우월하죠. 그러니 힘을 합쳐야 해요.”

“저건 환수가 아니야.”

“뭐라고요?”

“저건 마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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