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0
첸 시아와 엘리자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이상하군. 저런 마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맞아요. 와이번 계통의 마수는 존재하지 않아요.”
워레든의 말에 엘리자가 거들었다.
“마수가 맞아. 재앙의 시대에 대영웅들에 의해 멸종한 마수지. 왜 지금 시대에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모르지만.”
화르르르륵-!
파프니르가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한 레오가 말했다.
“그리고 저게 정상으로 보이진 않잖아?”
“확실히…… 마수와 계약했을 때 부작용과 유사하군요.”
엘리자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럼 작전이 필요하겠군요. 이중 환수에 관해서는 이 중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엘리자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네 명령에 따르라는 건가?”
“그렇게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본론을 말하자면 비슷해요.”
“웃기는군.”
워레든은 차갑게 웃으며 그리폰을 몰아 리우에게 혼자 돌격했다.
화르륵! 콰앙-!
정령을 이용한 맹렬한 폭발 공격이 작렬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자가 혀를 찼다.
“역시 저 인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두 사람이라도 제 지시에 따라 주세요.”
첸 시아가 볼을 긁적였다.
“엘리자 양이 우리 중 환수에 관해 가장 잘 안다는 말은 동의해요. 하지만 레오 도령은 저 마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니 레오 도령의 지시를 따르는 게 옳다고 봐요.”
“흥, 이 사람이 마수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도 내가 더 올바른 지시를…….”
“지시고 자시고가 어딨어. 지금 이 상태에서는 연계가 제대로 안 될 게 뻔한데.”
레오가 그리폰의 고삐를 잡았다.
“그냥 상황에 맞춰서 연계하면 돼.”
“잠깐만요! 지금 무모하게 덤비겠다는 건가요? 역시 당신에게는 지시를 맡길 수 없어요! 헤르겐 가문의 직계인 내가……!”
화악-!
엘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오가 파프니르를 향해 돌격했다.
그 뒤를 따라 첸 시아 역시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어 준 후 돌격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게 엘리자의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난 헤르겐 가문의 직계라고요! 내 말을 무시하지 말란 말이얏!”
도끼눈을 뜬 엘리자 역시 그리폰을 몰아 돌격했다.
화르르륵! 콰앙!
강렬한 폭발이 파프니르를 덮쳤다.
연기가 걷히고 그 속에서 멀쩡한 파프니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하하하하! 역시 대단해! 내 환수는 역시 대단하다고!”
하얗게 질려 있던 리우가 희열에 찬 웃음을 내뱉었다.
“이거야! 이거라면 소환학 1위…… 아니! 학년 대표도 노릴 수 있어! 그래! 난 최고야! 항상 그래왔어! 내가 최고가 아닐 리가 없어!”
주먹을 움켜쥐며 실성한 웃음을 터트리는 리우를 보며 워레든이 혀를 찼다.
“확실하게 맛이 갔군.”
“고전하고 있는 모양인데?”
곁으로 날아온 레오의 말에 워레든이 코웃음을 쳤다.
고오오오오오-!
워레든의 뒤편으로 거대한 흙이 뭉치기 시작했다.
레오의 눈이 크게 뜨였다.
‘골렘 마법 술식?’
마법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거대 인형.
그 술식과 땅의 정령을 결합시켜 거대한 정령 골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녀석도 괴물이군.’
레오가 감탄하는 사이.
거대한 땅의 골렘을 본 리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앙-!
공기를 가르는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땅의 골렘이 팔을 휘둘렀다.
“피, 피해! 피하라고!”
무시무시한 질량 공격에 하얗게 질린 리우가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파프니르는 리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오히려 거친 포효를 내뱉었다.
땅의 골렘의 팔이 파프니르를 덮치기 직전 흩어져 아래로 떨어졌다.
워레든의 눈이 꿈틀거렸다.
“피어?”
강력한 기세를 내뿜어 일순간 마나의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기술이었다.
순간 그리폰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저 파프니르는 새끼야. 피어는 성체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기술이고!’
레오가 얼굴을 찡그렸다.
‘소환사의 능력으로 잠재 능력을 끌어냈다고 하기에는 저 리우라는 녀석의 실력은 형편없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뺙! 뺙!
그때 레오의 안 주머니에 있던 피오라가 짜증스럽게 울었다.
크르르!
순간 파프니르의 살기 어린 눈동자가 레오를 향했다.
캬아아아아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레오에게 돌격했다.
레오가 두려움에 떠는 그리폰을 진정시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워레든이 정령 폭발을 일으켰다.
쾅-! 쾅-!
폭발에 직격당했음에도 파프니르는 타겟을 바꾸지 않았다.
마치 원수라도 진 듯 미친 듯이 레오를 좇았다.
‘피닉스의 기운을 느낀 건가?’
피닉스와 마수는 상극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에 이끌려 파프니르가 강력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레오 플로브! 각오해라!”
‘계약자의 사념도 한몫한 모양이군.’
레오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나만 노린다면 의외로 쉽게 끝낼 수도 있겠군.’
레오가 품속에서 짜증스럽게 삐약거리는 피오라를 힐끔 보며 그리폰을 잡은 고삐에 힘을 주었다.
펄럭-!
끼아아악!
그리폰이 포효를 내지르며 힘차게 날갯짓하며 가속했다.
캬아아아아악!
파프니르가 괴성을 내지르며 그런 레오의 뒤를 추격했다.
“잠깐만요! 레오 도령! 혼자서 멀어지면……!”
“도대체 무슨 환수의 가호를 받은 거야! 그리고 왜 혼자 가는 거야! 같이 싸워도 모자랄 판에!”
합세하려던 첸 시아와 엘리자가 당황했다.
레오와 리우는 엄청난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리우 선수! 갑자기 룰을 위반하더니……!
-야! 이 멍청아! 지금이 해설하고 있을 때냐!
당황하는 해설 룬바에게 달려간 유라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마이크를 뺏었다.
-소환학 조교들! 지금 당장 비행 환수를 준비해! 비상사태다! 시합은 중지야!
그렇게 소리쳤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 교수들이 유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인가? 유라.”
세드젠이 미간을 좁히며 묻자 유라가 다급히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센 리우는 마수와 계약한 게 틀림없습니다!”
“뭐라고?”
교수들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나요? 센 리우 학생은 이런 사고를 칠 학생은 아니라고요!”
유라가 품에서 수정구를 꺼내며 말했다.
관중용 마법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유라가 든 마법 수정구에는 계속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유라의 말에 3반 담임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학기가 진행되면서 열등감을 보이긴 했지만…… 그거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저 정도까지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루메른 신입생들은 모두 학기 초에 열등감을 느끼곤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최고였지만 루메른에서는 자신보다 뛰어난 학생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걸 인정하고 노력하는 학생, 부정하고 이를 가는 학생 등.
다양한 유형의 학생이 있고 센 리우는 후자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유라의 말처럼 이 정도까지의 사고를 칠 학생은 아니었다.
“분노조절장애, 이성 마비 등등. 리우 학생이 보이는 행동들은 마수와 계약할 때 가지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교수들의 안색이 단번에 굳었다.
“하지만 소환사에게 그 정도까지 영향을 줄 마수라면 상위 마수일 텐데?”
할린드의 물음에 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세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우 학생이 타고 있는 저 변종 와이번 종이 혹시 마수가 아닐까요?”
“……!”
“……!”
교수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그렇다면 알려지지 않은 신종 마수가 아닌가?”
동요하는 교수들을 보며 유라가 말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리우 학생을 말려야 하는…….”
그때 화면 속에 리우가 레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잠깐! 야! 레오!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이거 빨리 화면 돌려봐요!”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는 레오를 보며 유라가 기겁했다.
마법전공 교수가 당황한 얼굴로 유라에게서 수정구를 받아 조작했다.
“마법 범위가 닿지 않는 곳으로 간 듯하네!”
“아아아아악! 진짜!”
유라가 영력을 일으켜 블랙 와이번을 소환했다.
“조교들! 출발이다! 지금 당장 레오 학생과 리우 학생을 찾아!”
“옙!”
***
레오는 엄청난 속도로 날며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영상 마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났군.’
마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레오의 의도였다.
“피오라.”
삐약?
“활약할 시간이다.”
품에서 계약자를 꺼낸 레오가 씩- 웃으며 오러와 영력을 동시에 일으켰다.
화르륵-!
피오라의 깃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레오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던 피오라의 깃털이 한올 한올 곤두섰다.
피오라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가 당혹스러운 듯 날개를 펴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피오라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화륵!
피오라의 깃털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더니 이내 레오의 몸통만 한 크기로 성장했다.
“이제 좀 피닉스다운데?”
레오의 말에 피오라가 고개를 치켜세우며 우아하게 레오의 팔등에 앉았다.
피오라는 빨간 병아리 같은 작은 모습을 탈피하고 아름다운 불새의 형상이 되어 있었다.
아직 성체 피닉스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기세를 내뿜었다.
캬륵?
살기를 드러내던 파프니르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날아!”
레오의 말과 함께 피오라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콰아아아악-!
피오라가 불꽃의 궤적을 그리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삐약-! 삐약-!
180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피오라가 기쁨에 차 지저귀었다.
‘여전히 병아리처럼 우는구만.’
레오가 실소를 터트리는 사이.
하늘 높이 치솟은 피오라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강했다.
화르륵!
피오라의 몸에 더욱 강렬한 화염이 일렁였다.
환수의 잠재 된 능력을 끌어내는 것은 소환사의 능력이다.
하지만 레오는 거기에 더해 특별한 능력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환수를 오러로 강화하는 것이었다.
환수는 영력을 지닌 생물이다.
그렇기에 오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카일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는 만능이었지만 무엇 하다 궁극에는 도달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
카일은 오러 능력으로는 아르온과 드웨노에게 뒤처졌다.
마법으로는 루나에게 소환술로는 리시나스를 따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오가 선택한 것이 바로 능력을 융합이었다.
오러와 마력을.
마력과 영력을.
영력과 오러를.
궁극에 이르지 못했다면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야 했다.
재앙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그걸 본 모든 사람, 심지어 동료들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순수한 마나의 형태를 잃어버린 순간 힘은 혼합될 수 없다고 말이지.’
끝없이 시도한 끝에 성공했고 카일은 동료들과 같이 대영웅의 반열에 올라 세상을 구했다.
고오오오-!
피오라의 날개에 오러가 맺혔다.
피오라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더욱더 신이나 날갯짓했다.
“큭! 뭐야! 이 새는!”
리우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처리해버려!”
캬아아아악!
파프니르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런 파프니르를 향해 피오라가 몸통 박치기를 해버렸다.
꽈앙-!
“컥?”
파프니르는 그대로 튕겨 나가 힘없이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리우 역시 충돌과 동시에 기절했는지 눈을 까뒤집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
레오는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오는 피오라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야? 왜 이렇게 쎄?”
영력을 이용해 피오라의 잠재능력을 끌어내고 오러를 이용해 강화했다.
그 정도만 해도 아직 새끼에 불과한 파프니르를 쓰러트릴 충분한 힘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피오라의 힘은 레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당황하던 레오는 피오라의 몸에 깃든 자신의 오러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걸 발견했다.
레오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익힌 오러는 제르딩거 가문의 오러야. 그리고 제르딩거 가문의 오러는 피닉스로부터 유래된 힘이지.’
레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피닉스의 불꽃이 서로 융합되어 힘을 강화한 거라면?’
이건 레오조차 예상치 못한 효과였다.
‘아직 가다듬고 강화할 부분이 있다는 건가?’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릴 때였다.
번뜩-!
기절해 있던 파프니르의 눈이 번뜩였다.
그러더니 리우를 등에 메단 채로 레오 앞으로 날아왔다.
파프니르와 눈이 마주친 레오는 얼굴을 굳혔다.
“너……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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