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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2화 (42/483)

【42】41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단 말인가? 어린 피닉스의 계약자여.]

“타르타로스군.”

[나의 정체까지 꿰뚫어 본 건가? 흥미롭군. 흥미로워.]

“네놈들 하는 수작이야 뻔하지.”

재앙의 시대 당시 질릴 정도로 타르타로스를 상대해 본 레오는 그들의 수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침 잘됐군.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야.”

[영웅 후보생이 나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라…… 그래, 뭐가 궁금하지?]

“그 파프니르, 어디서 난 거지? 분명 재앙의 시대 당시 멸종했을 텐데.”

[파프니르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정말 네 정체가 뭐냐?]

“대답해 줄 것 같냐?”

[그렇긴 하지. 흥미로워. 아주 흥미로워.]

파프니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안 되겠어. 흥미로운 만큼 네놈은 여기서 사라져 주는 게 맞는 것 같군.]

파프니르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면 나도 그 재수 없는 마수를 살려 둘 이유는 없어.”

레오가 피식 웃으며 오러를 집중시켰다.

그에 따라 피오라의 몸에 타오르는 불꽃이 더욱 강해졌다.

‘아직 배우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원리는 알고 있지.’

레오는 입학시험 당시 셀리아가 사용했던 기술을 떠올렸다.

‘나 혼자라면 원리만 안다고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지. 하지만.’

레오가 씩- 웃으며 피오라에게 오러를 집중시켰다.

셀리아가 익힌 제르딩거의 직계들만 익힐 수 있는 강력한 검기.

피닉스 브레스 비기-프로미넌스. 소환술식.

시뻘건 홍염이 피오라를 감쌌다.

콰아아아아아-!

파프니르가 검을 불꽃을 레오에게 내뱉었다.

피오라가 그런 검은 불꽃을 향해 돌격했다.

화르륵!

마치 정화라도 하듯 검은 불꽃이 피오라의 불꽃과 맞닿으며 진홍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불꽃은 피오라의 화염이 되었다.

서걱-!

오러에 의해 칼날같이 변한 피오라의 날개가 파프니르의 목을 베었다.

푸확-!

검은색 피가 튀며 파프니르의 몸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피오라는 그 직전 발을 뻗어 기절한 리우의 옷자락을 잡고 레오에게 날아왔다.

화르륵-!

파프니르의 사채가 곧 검은 화염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피오라는 리우를 레오의 그리폰에 태운 후 레오의 머리 위에 사뿐히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폈다.

마치 어린아이가 거울 앞에서 새 옷을 뽐내듯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보았다.

‘대체 뭐였지? 그건.’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멸종한 마수의 등장.

그런 마수를 조종하는 타르타로스의 마수술사.

‘그리고 이 녀석은 저 파프니르를 어떻게 소환한 거야?’

레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무엇이 되었든 심상치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했다.

‘피리나가 루메른에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레오는 어머니의 친우이자 교장의 요청으로 루메른에 머물고 있는 피닉스, 피리나를 떠올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만나서 물어봐야겠군.’

레오가 한숨을 쉬며 영력을 거두었다.

퐁-!

불꽃에 휩싸인 피오라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레오의 머리 위에 툭-! 떨어졌다.

삐약! 삐약!

피오라가 항의라도 하듯 작은 부리로 레오의 정수리를 쪼았다.

“조금 전 그 모습으로 돌려달라고? 원래 네 모습도 아니잖아.”

뺙-! 뺙-!

피오라가 심통이 난 듯 부리로 레오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물더니 잡아당겼다.

그런 작은 피닉스를 무시하며 레오는 저 멀리 날아오는 블랙 와이번을 발견했다.

소환술 담당 교수 유라였다.

레오는 볼을 긁적였다.

“시합은 어떻게 되는 거지?”

***

“아아! 결국 취소되다니~”

깍지를 낀 손을 뒤통수에 댄 칼이 툴툴거렸다.

소환학 실기시험인 환수 레이스는 취소되었다.

물론 시험인 만큼 점수를 매겨야 했기에 채점은 시험에서 보여준 능력 활용법을 심사하기로 했다.

“어째 네가 더 아쉬워하는 것 같다?”

“당연하지! 내가 너한테 돈을 얼마나 걸었는데? 역배당 제대로 터질 수 있었는데!”

“돈 걸었었냐?”

실로 안타깝다는 얼굴로 말하는 칼을 보며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칼이 모르는 걸 보니 다른 학생들에게는 센 리우가 마수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군.’

시합 종료 후, 레오와 첸 시아, 워레든, 엘리자는 유라에게 불려갔다.

이후 마수와 관련되어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당했다.

‘루메른 학생이 마수와 계약한 건 대형사건이긴 하지. 근데 그 마수술사놈은 어떻게 센 리우에게 파프니르를 넘긴 거지?’

레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칼과 기숙사를 나섰다.

“그러고 보니 레오. 최근에 마법학과 애들이 네 뒷담을 하는 것 같더라.”

“내 뒷담을 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레오가 피식 웃었다.

학년 대표이자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인 레오는 1학년 중 가장 유명 인물이다.

학기 초까지만 해도 그저 올 클래스라는 것 이외에는 크게 레오를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듀얼 클래스만 해도 두 개의 이능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그런데 나는 세 개 전부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니.’

레오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교수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1학년 학과 대표 교수들인 아인, 유라, 렌.

세 교수가 모두 레오를 학과로 끌어들이기 위해 레오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다른 학생들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루메른에서는 어떻게든 교수에게 주목받고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학교생활에 유리하다.

그런데 레오는 세 학과 교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당연히 레오를 시기하는 학생이 생겨 날 수밖에 없었다.

레오도 그걸 이해했다.

‘물론 그렇다고 친절하게 대해 줄 생각은 없지만.’

다른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과 잘 대해주는 엄연히 다르다.

만약 눈앞에서 대놓고 뒷담을 하는 놈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응징을 해줄 생각이었다.

“하루 이틀은 아니지. 그런데 좀 거슬리는 게 요즘 클로에랑 어울리는 패거리 놈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네 뒷담이 나와서.”

“클로에랑 어울리는 패거리?”

“응. 왜, 있잖아. 명문 마법 가문 애들끼리 몰려다니는 녀석들.”

“클로에랑 어울릴만한 애들은 아닌 것 같은데.”

클로에는 북부 마탑 출신이었지만 마탑 내에서 잘 나가는 가문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클로에 역시 학기 초에 소위 말하는 명문 가문 그룹과 사이가 안 좋았다.

“내 말이! 그것들 예전에 니 뒷담뿐만 아니라 클로에 뒷담까지 하고 다녔거든? 근데 최근 시험 기간이라고 클로에한테 친한 척 들러붙었다니까? 요즘 보니까 클로에를 이용해 파벌까지 만들려는 모양이던데.”

“클로에는 그런 녀석들한테 휘둘릴 애가 아니야.”

“그렇긴 한데 너랑 클로에의 승부도 있고 최근 우리랑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걱정돼.”

칼이 깊게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남자 기숙사와 여자 기숙사 사이에 있는 2층 건물에 도착했다.

1학년들이 따로 모여서 공부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독서실이었다.

공부할 걸 챙긴 레오와 칼은 2층 끝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긴 공부용 테이블이 있었고 양쪽에는 기다란 의자가 있었다.

의자 한 곳을 차지한 첼시는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서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는 책을, 한 손으로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응? 와써?”

입에 기다란 막대과자를 문 첼시가 두 사람을 반겼다.

오독오독-

손으로 집는 부분을 제외하고 크림으로 코팅된 막대 과자를 조금씩 입에 넣는 첼시를 보며 칼이 레오에게 소곤거렸다.

“레오. 내가 원래 귀족 아가씨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거든. 왜, 그런 거 있잖아? 우아한 아가씨 느낌.”

“근데?”

“루메른에 입학하고 다 깨졌어.”

칼이 슬프다는 듯 말하자 공책이 날아왔다.

“내 말 들리냐?!”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무례한 말은 한 거 맞잖아?”

첼시가 호잇-!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앞에 앉으며 칼이 책상 한쪽에 잔뜩 있는 간식들을 보며 물었다.

“저녁 안 먹었어?”

“먹었는데?”

“그 간식은 뭐야.”

“후식.”

“이게 후식이라고? 너 그러다 돼지 된다?”

“난 칼과 다르게 운동 열심히 하거든~”

첼시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오늘 밤에 굳이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우리 모인 이유는 아까 말했다시피 내일 있을 마법학과 실기시험에 앞서 각자 만든 고유마법을 미리 발표하고 서로 보완해주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시간을 만들었어.”

“취지는 그런데 사실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지?”

첼시가 팔짱을 끼고 놀리듯 말했다.

그 말에 칼이 양손을 맞대더니 고개를 숙였다.

“맞아! 마법 술식 하나 때문에 주문 발동이 잘 안 돼!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 좀 줘! 제발! 형! 누님!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어쩔 수 없네.”

첼시가 훗- 하며 웃으며 다소곳하게 앉았다.

마법의 영웅 명가의 아가씨다운 품위 있는 모습에 칼이 오오! 하고 첼시를 찬양했다.

그런 칼을 보며 첼시가 생긋 웃으며 짝-! 손뼉을 쳤다.

“과자.”

“엉?”

“못 들었어? 과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르왈린 가문의 영애인 나에게 맨입으로 부탁할 생각은 아니지? 원래 내 조언은 비싸지만, 우리 사이니까 과자로 봐줄게.”

그렇게 말한 첼시가 주문하듯 말했다.

“1층 카페 가서 과자를 종류별로 다 사와.”

“……저기요, 첼시 아가씨? 여기 있는 과자들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응. 알고 있어.”

“젠장! 이 악마!”

루메른 카페에서 파는 과자는 모두 맛있는 만큼 비싸다.

피눈물을 흘리며 과자를 사러 가는 칼을 보며 첼시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레오 오빠는 어떤 오리지널 마법을 만들었는지 한 번도 안 말해 줬지?”

칼은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금 계통의 오리지널 마법을 만들었다.

첼시의 경우에는 당연히 가문의 영향으로 바람 계통의 오리지널 마법을 만들고 있었다.

“역시 엄청 대단한 걸 만들었지?”

“무속성 마력을 기반으로 둔 마법 계통이야.”

“무속성 마력을 기반으로 둔 마법 계통?”

“응. 모든 속성의 마법을 페널티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술식 체계를 만들었어.”

마법사에게는 모두 특화속성이란 게 있다.

첼시의 경우에는 바람 속성의 마법에 특화되어 있다.

물론 다른 속성의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페널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페널티가 바로 상극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시 위력은 반감되고 마력 소모량이 배가되는 것이다.

레오는 그러한 페널티 없이 마법을 쓰는 술식 체계를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그게 가능해?”

첼시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런 첼시를 보며 레오가 손바닥을 펼쳤다.

위잉-!

그 손바닥 위로 마력의 실로 짠 마법 술식 체계가 구현되었다.

그 술식을 본 첼시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법 실기시험도 잘하면 레오 오빠가 1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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