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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50화 (50/483)

【50】49

파라라락-!

클로에가 오른손으로 검은 마도서를 펼쳐 들었다.

나열된 마법 술식들이 보였다.

왼손에 지팡이를 들고 정신을 집중하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술식에 의해 거대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흡!”

츄바른이 눈을 부릅떴다.

본능적으로 클로에의 마법이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비켜라! 대영웅의 잔재!”

“조급한 모양이군!”

레오가 비웃음을 날렸다.

후악! 콰가가각-!

허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도끼에 레오가 이를 악물고 버텼다.

파앗-!

하지만 이내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원래라면 피했을 공격이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버틴 것이다.

기형적으로 꺾인 왼손을 보며 살벌한 미소를 지은 레오가 다른 손에 검을 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츄바른을 막아섰다.

“네놈!”

“미안하지만 끝이야.”

레오의 선언과 동시에.

화르르륵-!

클로에가 쏘아낸 불꽃이 츄바른을 덮쳤다.

‘얼음이아니라, 불꽃?’

“크아아아아악!”

불꽃에 직격당한 츄바른이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효 저주라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면 소용없어!”

클로에의 말대로였다.

츄바른의 몸은 불타올랐다가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무한하게 반복했다.

이윽고 [무효] 저주가 힘을 다했다.

화르륵-! 털썩-!

츄바른가 쓰러졌다.

그때쯤 알리아 파티 역시 츄바른의 부하들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츄바른 정도의 마족이 아니라면 알리아 파티가 당할 일은 없었다.

츄바른이 쓰러지자 클로에가 흥분해서 레오에게 달려왔다.

“레오! 우리가 츄바른을 쓰러트렸어! 그 츄바른을 쓰러트렸다고!”

클로에는 레오를 격하게 껴안으며 기뻐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든 클로에는 숨이 맞닿을 거리에 레오의 얼굴이 있자 핫! 하는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미안한데. 나 왼 손목 부러졌는데…….”

“아! 미, 미안!”

얼굴이 빨게진 클로에가 황급히 물러섰다.

레오는 부러진 손목을 부여잡으며 츄바른 쪽을 보았다.

“어쨌든 네 고유마법이 대단하긴 하네.”

“어, 으응…… 내 고유마법…….”

클로에가 말끝을 흐렸다.

그 반응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화륵-!

츄바른에 붙은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고오오오오-!

츄바른의 몸을 태우던 붉은색 불꽃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까드득-!

“아?”

클로에가 자신의 지팡이를 내려다보며 당황했다.

지팡이의 오브에 금이 가 있었다.

“클로에! 마법을 해제해! 어서!”

레오의 외침에 클로에가 급히 마법을 해제했다.

콰아아아아아-!

까드드득! 퍽-!

“꺅?”

하지만 오브가 이내 터지더니 마법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째서?! 마법이 통제가 안 돼!”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손에 들린 검은 마도서가 멋대로 클로에의 마력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그걸 본 레오가 클로에에게서 마도서를 떼어내 던져버렸다.

휘청-!

마력을 빼앗긴 클로에가 휘청였다.

재빠르게 클로에를 부축한 레오가 츄바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쿠어어어어어어어!”

검은 불꽃에 휩싸인 츄바른이 포효를 내질렀다.

“해치운 거 아니었어?”

“클로에.”

“응?”

“사실대로 말해줘.”

레오가 무표정한 얼굴로 클로에를 보았다.

“네 꺼지지 않는 불꽃. 정말 네가 만든 고유마법이야?”

클로에가 흠칫했다.

갈등하던 클로에는 통제를 잃고 폭주하는 마법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아니.”

클로에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저 마도서에 있던 마법 술식이야.”

‘역시 에레보스의 불꽃이었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클로에가 왜 이상해졌었는지.

어떻게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었는지.

“잘 들어, 클로에. 그 마법은 흑마법이야.”

“뭐?”

“원래는 네가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야. 너도 알고 있었지? 네 힘만으로는 마법이 발동되지 않는다는 걸.”

“저, 저 마도서가 대체 뭐길래?”

“저건 마신기야.”

마족이 사용하면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인간이 다루면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는 물건이었다.

‘내가 흑마법을 사용한 거라고? 그걸 내 고유마법이라고 발표까지 했다고?’

클로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 아!”

팔을 감싼 클로에의 얼굴이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앞으로 나섰다.

“클로에. 뒤를 부탁해.”

“아?”

“달라진 건 없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하나야.”

레오가 멀쩡한 오른손으로 검을 다잡았다.

“저 빌어먹을 마족 놈을 처리하고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거지.”

레오가 웃었다.

“네 마법 때문에 무효 저주는 사라졌어. 지금 저놈은 그저 흑마법에 반응해 폭주하는 거에 불과해. 이제 놈을 처리할 차례야.”

레오가 츄바른에게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결정적인 한 방은 마법사의 몫이란 거 알고 있지?”

그 말을 남기고 레오가 츄바른에게 걸어갔다.

“우, 우리도 거들겠습니다!”

“맞아요! 힘을 합하면!”

테야드와 디나가 다가와 말했다.

“너희는 지쳤어. 잘못하다가는 방해만 될 뿐이야.”

레오가 츄바른을 막아 낼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전투 경험 있었기 가능했던 일이다.

상대의 공격과 방어, 반격을 모두 예측하고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수 싸움.

그 위험한 줄타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를 악무는 그들을 보며 레오가 웃었다.

“후방을 지켜 줘.”

그 뒷모습을 보며 클로에는 홀린 듯 바라보았다.

영웅이란 한계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는 자를 의미했다.

‘일어나, 클로에 뮐러!’

스스로를 다그치는 클로에의 눈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 마법뿐이야.’

원래 구상했던 고유마법이지만 도중에 만드는 걸 포기한 마법.

‘그걸 지금 완성 시키겠어!’

미완성의 마법을 실전에서 완성 시키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해내야 했다.

지팡이를 들던 클로에는 파괴된 지팡이를 보고 멈칫했다.

“여기요, 클로에님.”

알리아가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건넸다.

“부탁드려요.”

알리아의 지팡이를 받으며 클로에가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레오를 따라잡고 싶었어.’

하지만 묵묵히 앞서 나가는 저 등을 보니 자신이 어리석었다.

‘질투 같은 걸 하기에는…… 너무 멋있잖아.’

마치 동화 속의 영웅들처럼.

한계에 당당히 도전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눈부셨다.

‘나도 한계를 넘는 거야, 클로에 뮐러.’

자신을 믿어준 저 등에 부끄럽지 않도록.

머릿속에 떠도는 술식을 조합해 나갔다.

클로에의 입에서 룬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클로에는 즉석에서 주문을 술식을 조합해내고 있었다.

그 주문을 들으며 레오는 웃었다.

‘신기하단 말이지.’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순수한 마법사의 룬어는 왜 이렇게 용기를 주는 걸까.’

오래전, 루나에게 등을 맡겼던 시절이 떠올랐다.

레오는 냉정하게 츄바른의 전력을 가늠했다.

‘클로에가 쏜 흑마법 덕분에 가장 성가신 [무효] 저주는 사라졌어. 게다가 막대한 타격까지 입혔어.’

폭주로 이어지긴 했지만 츄바른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레오가 오러를 피워올렸다.

‘주문이 완성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어.’

“크워어어어어어!”

검은 불꽃에 둘러싸인 도끼날이 레오를 덮쳤다.

그에 맞서 레오는 붉은 불꽃이 담긴 검을 위로 쳐올렸다.

카가가가각-! 쾅!

레오의 검이 츄바른의 도끼날을 흘려보냈다.

땅에 박힌 도끼에 올라탄 레오가 검을 고쳐 세우고 츄바른에게 돌격했다.

고오오오오오-!

검은 불꽃이 레오를 감싸며 잿더미로 만들려고 했다.

레오는 온몸에 자신의 불꽃을 휘감아 검은 불꽃을 밀어냈다.

화르륵-!

두 개의 불꽃이 휘감겼다.

그러나 검은 불꽃이 레오의 불꽃을 조금씩 잡아먹으며 영역을 침범해 왔다.

그걸 보고 레오가 화력을 올렸다.

화륵! 치이이이익-!

스스로 내뿜은 불꽃에 의해 살이 타들어 갔다.

하지만 레오는 개의치 않았다.

‘좀 더 올려. 좀 더! 좀 더!’

레오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눈앞의 이 빌어먹을 불꽃을 완전히 태워버릴 때까지!’

콰아아아-!

레오의 불꽃이 검은 불꽃을 완전히 밀어냈다.

“으어어어어어!”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츄바른이 양손으로 도끼 손잡이를 잡아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화악-!

레오의 몸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츄바른은 그런 레오를 향해 도끼를 내질렀다.

레오는 극대화된 화력을 검 끝에 집중시켰다.

카강-!

검과 도끼가 교차했다.

그리고…….

콰각-!

레오의 검이 도끼를 베어버렸다.

휘리릭!

“크어어!”

무방비가 된 츄바른의 목을 레오의 검이 덮쳤다.

투칵-!

츄바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바닥에 착지한 레오가 움직임이 멈춘 츄바른을 보았다.

화르르륵!

검은 불꽃은 꺼지지 않고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폭발한다!’

레오가 눈을 부릅뜨고 충격에 대비하는 순간.

클로에의 주문 영창이 멈추었다.

“얼음 세계.”

쩌저저저저저적-!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치이이이이-!

츄바른의 몸과 함께 타오르던 검은 불꽃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꽈드득-!

츄바른의 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아-!

그리고 이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위기에 빠진 1학년들을 구출하였습니다.]

[츄바른을 토벌하였습니다.]

눈앞에 알림창 두 개가 떴다.

그걸 확인한 레오가 오러를 거두었다.

“레오!”

클로에가 다급히 달려왔다.

“괜찮아?”

“덕분에.”

레오가 웃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검은 마도서를 가리켰다.

“클로에 이렇게 대단한 마법이 있는데 왜 이 거지같은 마도서에 의지한 거야?”

“널……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딴 마도서에 있는 마법보다 네 진짜 고유마법이 훨씬 대단한데?”

레오가 얼어붙은 주변 일대를 보았다.

“필드 마법이라니. 난 도저히 못 따라 하는 마법이거든.”

주변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드는 필드 마법은 바이블로 구현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난 이런 마법 쓰는 마법사들이 제일 부럽던데.”

쩝- 입맛을 다시는 레오를 바라보던 클로에가 말했다.

“이번 일은 학교에 모두 말할 생각이야.”

“응?”

“마법 실기시험 발표 때 부정행위를 한 거랑. 내가 발표했던 게 흑마법이라는 거.”

클로에가 고개를 숙였다.

“퇴학당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야.”

그 말을 듣고 레오가 피식 웃었다.

“퇴학은 안 당할걸?”

“어?”

“너 같은 영웅 후보생이 또 어디 있다고 퇴학을 시키겠냐?”

오른손을 들어 클로에의 머리를 토닥여준 레오가 웃었다.

“넌 영웅이 될 거야. 내가 장담해.”

빙그레 웃어 주는 레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클로에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어, 응. 고, 고마워…….”

고개를 푹 숙이고 당황하여 대답했다.

“대단하세요!”

“진짜 영웅 같았어요!”

그때 알리아 파티가 주변에 몰려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그들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누고 있어. 나는 마무리 좀 하고 올게.”

레오가 검은 마도서를 향해 다가갔다.

희미하지만 여전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센 리우도 그렇고…… 클로에도 그렇고. 아무래도 타르타로스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네. 알비의 세계가 왜 폭주를 일으켜 영웅 던전이 됐는지 이해가 되는군.’

레오가 검을 들고 검은 마도서를 콱-! 내려찍었다.

꿀럭! 꿀럭!

그러자 검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마신기는 에레보스의 조각.

그 거대한 일부분이었다.

레오가 검에 힘을 주자 이내 모레가 되어 사라졌다.

검은 검집에 꽂아 넣은 레오가 오른손가락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레오 플로브입니다. 제 말 들립니까?”

-헉? 레오 학생? 레오 학생입니까! 아아! 살아 있었군요! 다행입니다! 지금 당장 영웅의 세계를 해제하겠습니다.

바깥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연락이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영웅의 세계가 정상화 된 모양이었다.

“아뇨, 공략이 거의 끝났습니다.”

-예? 공략이라니요?

“오래 걸렸지만, 정상참작 좀 해주시죠.”

레오가 알리아 파티를 바라보며 웃었다.

“5반의 레오 플로브와 1반의 클로에 뮐러. 츄바른을 토벌하고 알리아 파티를 구해냈습니다.”

“여기다!”

“여기 생존자가 있다!”

그때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메른에서 파견된 구출대였다.

“살았다!”

“진짜 한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

레오가 바깥과의 연락을 끊었을 때 클로에와 알리아가 다가왔다.

알리아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레오님, 클로에님. 파티 대표로서 감사드립니다.”

“아, 아니에요. 우리야말로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요?”

클로에가 손사래를 쳤다.

“알리아!”

그때 구출대 사이에서 안경을 낀 소년이 다급히 소리쳤다.

“알비 오빠?”

알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알비에게 다가갔다.

“알비 교수님 완전 어리네.”

“30년 전이니까.”

[위험에 빠진 1학년들의 안정 보장되었습니다.]

[알비의 세계: 서장- 체드머더스 사건이 공략되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클로에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 둘이서 공략에 성공했네.”

“수고했어.”

레오가 피식 웃을 때였다.

“레오님! 이걸 받아 주세요! 감사의 표시입니다!”

“당장 줄 수 있는 게 이거뿐이지만. 이거 꽤 좋은 마법 반지에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정식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알리아 파티원들이 감사의 보답으로 자신이 가진 액세서리를 주었다.

루메른 학생이 만큼 상당한 고가품들이었다.

“전 이거 드릴게요. 우리 가문에서 상당히 가치 있는 물건이에요.”

알리아는 아까 전 클로에에게 빌려주었던 지팡이를 주었다.

“이런 거 필요 없는데.”

“아니에요. 목숨을 구해주셨는걸요?”

알리아가 생긋 웃었다.

그와 동시에 세계는 환한 빛에 휩싸였다.

세계의 붕괴.

영웅의 세계 공략을 의미했다.

사라져 가는 세계에서 레오의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략 보상: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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