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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51화 (51/483)

【51】50

영웅의 세계를 공략해내고 복귀한 레오와 클로에는 곧바로 병동으로 옮겨졌다.

레오는 왼팔 골절에 전신 화상, 그리고 뼈 여기저기에 금이 가 있었다.

클로에의 경우에는 극심한 마력 소모로 인해 탈진 증세에 시달렸다.

병동에서 내린 처방은 절대 안정.

결국 두 사람은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다음날 오전.

늦잠을 잔 클로에는 지난밤 치료사가 왼 손목에 놔 준 마나 보충용 링거 수액을 보며 말했다.

“면회조차 금지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두 사람은 면회조차 금지된 상황이었다.

“단순히 부상 때문만은 아닐 거야.”

얼굴에 치료용 패치를 붙인 레오가 넓은 2인 병실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클로에의 얼굴이 흐려졌다.

레오는 몰라도 클로에는 루메른에서 조사받을 이야기가 남았다.

‘퇴학당하면 가문에는 뭐라고 하지?’

북부 마탑 소속의 뮐러 가문은 입지가 매우 좁았다.

가문의 역사가 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마법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마법 가문이었다.

하지만 수석 입학한 클로에 때문에 북부 마탑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퇴학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면 이전보다 취급이 나빠질 게 분명했다.

게다가 퇴학을 당하지 않는다 해도 문제였다.

뮐러 가문은 가난했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아 학교생활을 해 나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거니까 내 책임져야 해!’

‘뭔가 생각하고 있군.’

주먹을 꾹 쥐며 다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턱을 괴고 살짝 웃었다.

‘저 나이 때 애들은 참 빨리 성장한다니까.’

그렇게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레오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랐다.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가 폭주를 일으킨 적은 역사가 기록되는 한 한 번도 없다고 했지.’

하지만 어제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레오로서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히어로 레코드는 내가 살던 시대에는 없던 물건이니까.’

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클로에가 가지고 있었던 마도서가 히어로 레코드에 영향을 미쳤다면?’

에레보스 역시 굳이 따지면 신적 존재다.

‘마신기가 영향을 히어로 레코드에 영향을 끼친다면…… 내 히어로 레코드가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마족들은 여전히 레오를 기억하고 증오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은밀하게 히어로 레코드에 영향을 끼쳐오지 않았으리라는 법도 없다.

‘히어로 레코드가 파괴된 것 자체 타르타로스와 연관이 있을지도.’

가볍게 한숨을 내뱉을 쉰 레오는 탁자 서랍에 체스를 발견했다.

‘일단 생각 정리나 할까.’

“클로에. 체스 둘 줄 알아? 심심한데 이거나 둘래?”

“응, 그래.”

사락- 침대에서 내려온 클로에가 레오 앞에 앉았다.

체스가 시작되고 두 사람의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수가 막힌 레오가 팔짱을 끼고 혀를 내둘렀다.

‘잘 두네.’

지금과는 룰이 조금 달랐지만, 전생에도 체스는 있었다.

체스는 리시나스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이기에 자주 어울렸었다.

“체크메이트.”

클로에의 선언에 레오가 킹을 옮겼다.

킹을 추격하며 클로에가 웃었다.

‘이렇게 노는 것도 진짜 오랜만이네.’

학기 초가 지나서부터 레오를 따라잡겠다는 일념에 밤낮 가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했었다.

‘병동에 있는 동안 레오랑 실컷 놀 수 있겠다.’

거기까지 생각한 클로에가 멈칫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지금 레오랑 같은 병동을 쓰고 있잖아?’

입원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 둬?”

“응? 어? 응!”

당황하여 목소리 톤이 높아진 클로에가 허둥지둥 말을 움직였다.

잠시 후 레오가 외통수에 걸려 게임이 끝났다.

“아-! 재밌었다!”

기지개를 켜며 활짝 웃던 클로에의 배에서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아, 아니! 그러니까 이건! 배가 고파서!”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지? 한참 성장기인 애들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야?”

홍당무가 된 얼굴로 다급히 말하는 클로에의 말에 레오가 투덜거렸다.

어느새 시간은 점심때가 되어 있었다.

똑똑-!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병실 문이 열렸다.

방문자의 얼굴을 확인한 클로에가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잡았다.

“교, 교장 선생님!”

“허허! 반갑군! 레오 학생! 클로에 학생! 지난밤에는 푹 쉬었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칼리안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1학년 1반의 클로에 뮐러라고 합니다!”

“허허! 너무 긴장하지 말게. 그저 몇 가지 물을 게 있어서 찾아온 것뿐이니!”

‘이 사람이 검성. 지금 시대에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 사람인가.’

레오가 눈을 빛냈다.

칼리안 앞에 레오와 클로에가 앉았다.

“일단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군. 예측 불허의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영웅 던전의 발생으로 자네들을 위험에 빠트린 점. 교장으로서 사과하는 바이네.”

운을 뗀 칼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클로에가 허둥지둥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교장 선생님.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군.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칼리안이 고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기세에 눌린 클로에가 입을 다물었다.

“우선 클로에 학생.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네. 루메리아 시티 뒷골목에서 마도서를 구매한 마도서를 좀 보여줬으면 좋겠군. 자네가 몇 달 동안 그 마도서를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세드젠 교수와 렌 교수에게 들었네.”

클로에가 숨을 들이켰다.

옆에 있던 레오가 물었다.

“그건 왜 보시려는 거죠?”

“레오 학생에게는 숨길 것도 없겠군. 리우 학생이 소환 촉매를 구매한 곳이 클로에 학생이 마도서를 산 곳이라네.”

“역시 출처가 똑같았군요.”

“역시? 그게 무슨 뜻인가?”

“그 마도서는 마신기 였습니다.”

칼리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영웅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겠나?”

레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칼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신기가 영웅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단 말인가?”

“마신기를 없애고 나서 곧바로 영웅 던전이 정상화가 되었으니 지금으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칼리안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럼 두 번째 질문. 자네들이 어제 영웅 던전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에 관한 거라네.”

“영웅 던전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요? 영웅의 세계에서는 공략 보상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는 게 아니었나요?”

클로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진짜 같다고 해도 영웅의 세계는 결국에는 가짜.

어떤 물건을 얻든 공략에 현실로 돌아오면 모두 사라진다.

“클로에 학생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군. 어제 레오 학생이 다섯 개의 물건을 제출했네. 그건 알리아 파티원들의 유품이었지.”

칼리안의 말을 듣고 레오가 고민에 빠졌다.

‘또 나한테만 공략 보상이 주어진 거야?’

레오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건 두 번째.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살아 있는 자의 영웅의 세계에서는 공략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와 [영웅의 세계의 주인과 관련된 보상] 이라는 법칙이 깨졌다.

이번에는 영웅 던전이라 클로에도 보상을 받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왜 계속 나만 법칙이 어긋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려져서 좋을 건 없겠군.’

어느 세계든 무조건 공략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게 분명했다.

“그건 공략 보상이었습니다.”

“공략 보상? 살아 있는 자의 영웅의 세계에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을 텐데?”

“예. 하지만 어제 영웅의 세계는 영웅 던전이었잖습니까. 이상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닐까요?”

레오는 어제의 사태를 이용해 상황을 모면하기로 했다.

“클로에 학생이 공략 보상을 받지 못한 건?”

“그건 아마 공략에서 가장 활약한 게 레오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클로에가 말했다.

공략 기여도에 따라 보상유무가 차이 나는 건 사실이다.

“그렇군.”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네.”

칼리안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신기에 관해서는 함구하도록 하게.”

“예?”

“클로에 양. 자네에 관해서는 자네의 담당 교수인 세드젠 교수와 마법학과 교수인 렌 교수에게 따로 말해 놓겠네.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해지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함구하게.”

“어, 어째서요?”

“자네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빙긋 웃은 칼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네.”

두 사람을 뒤로하고 칼리안이 병실 문으로 걸어갔다.

“시험 기간 동안 몸조리 잘하고 푹 쉬게. 퇴원은 그 후에 할 수 있을 테니 말일세.”

껄껄 웃으며 문을 열던 칼리안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실기 점수 결과를 이야기해 주는 걸 깜빡했군.”

칼리안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웃었다.

“축하하네! 자네들은 루메른 역사상 최초로 1학년 중 영웅의 세계 임무 달성률을 초과 달성한 학생이 되었네.”

클로에가 눈을 크게 떴고 레오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앞으로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네.”

끼익-! 탁.

“레오! 임무 초과 달성이래! 루메른 역사상 최초래!”

루메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클로에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

“시험 기간이 끝났는데 왜 바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거지? 이놈의 학교는 인간미가 없어요! 인간미가!”

칼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수업받는 게 그렇게 싫어?”

“야! 첼시! 인간적으로 시험 끝나고 누가 수업을 받고 싶어 하겠냐!”

“넌 시험이랑 상관없이 수업받는 걸 싫어하잖아.”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마법동으로 향할 때였다.

“그 이야기 들었어? 클로에 말이야.”

“들었어. 발표했던 고유마법이 자기 거 아니라면서?”

“응. 자기 입으로 자수했데. 그래서 실기시험 0점 처리돼서 마법 학과 시험은 꼴찌라더라?”

“킥킥! 잘난 척하더니 꼴좋네.”

한 무리의 마법학과 학생들이 낄낄거리며 걸어가는 게 보였다.

그걸 본 칼이 얼굴을 구겼다.

“재수 없는 새끼들. 클로에에게 빌붙었던 주제에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 전환하는 거 보소.”

“원래 덜떨어진 애들은 저런 법이야.”

“그나저나 클로에가 걱정이네. 은근히 멘탈 약한데.”

칼이 벅벅 머리를 긁었다.

그때 마법동 정원 벤치에 앉아 있던 누군가 발을 뻗었다.

클로에를 뒷담 하던 선두 그룹의 남학생이 발에 걸려 넘어졌다.

“컥! 어떤 자식이야! 죽고 싶……!”

“아, 미안. 지나가고 있었어? 잘 좀 보지.”

“레, 레오 플로브?”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전혀 미안하지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우리한테 시비거냐?”.

“왜? 너희는 내 뒷담화하고 다니는데 난 너희한테 시비 걸면 안 되냐? 그리고 시비 걸고 있다면 어쩔 건데?”

울컥한 남학생을 보며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꼬우면 나랑 결투라도 하던가?”

“윽?!”

중간고사 전까지만 해도 레오는 이론파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중간고사 이후에는 학생 내에서 톱 클래스의 강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기사학, 마법학, 소환학.

어떤 과목이든 이들이 결투를 통해 레오를 이길 확률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렇게 시비 걸면 렌 교수님한테 이를 거야!”

하지만 입이 많으면 목소리도 커지는 법.

무리 중 여학생 한 명이 발끈했다.

하지만 레오는 여유롭게 웃었다.

“잘됐네. 마침 렌 교수님께서 너희를 찾던데.”

“뭐, 뭐라고?”

“너희에게 과제랑 관련되어서 물어볼 게 있으시다던데? 빨리 가봐.”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클로에에게 빌붙어 과제를 했기에 그에 관해 물어본다면 큰일이다.

“젠장! 비열한 자식!”

“두고 보자.”

그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급히 마법동으로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까불고 있어.”

“레오 오빠! 퇴원했구나!”

첼시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댄 칼이 히죽 웃었다.

“좋았어! 레오도 퇴원했으니 오늘 수업은 쨀까? 어차피 진도도 안 나가고 이론 복습만 할 게 뻔…… 아야야야야!”

“이번 마법학과 점수가 뒤에서 2등을 하신 분이 수업을 째시겠다? 그건 대체 무슨 배짱이실까?”

“크, 클로에?”

클로에가 칼의 귀를 잡아당겼다.

“안 되겠다. 오늘부터 나랑 제일 앞에서 같이 수업 듣자.”

“제일 앞? 싫어! 학기 초의 그 고통을 다시 느끼기 싫다고!”

비명을 내지르는 칼을 보며 첼시가 키득키득 웃더니 레오를 향해 활짝 웃었다.

“레오 오빠, 퇴원 축하해.”

그 말에 레오가 웃으며 첼시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그 모습을 돌아본 클로에가 중얼거렸다.

‘노력하자. 그때 용기를 준 레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비명을 내지르던 칼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얼굴이 한결 편해졌네? 이제 좀 괜찮아?”

“덕분에.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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