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52화 (52/483)

【52】51

시험 기간이 끝난 다음 날 방과 후 5반 학생들이 즐겁게 떠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우리 시험 끝난 기념으로 파티하자! 파티!”

“칼! 뭔가를 아는구나? 난 적극 찬성이야!”

칼과 일리아나가 기념 파티를 계획할 때였다.

드륵-!

교실문이 열리며 할린드가 들어왔다.

“다들 자리에 앉아라. 5초 주겠다.”

“허억!”

“야! 비켜! 비켜!”

할린드의 선언에 반을 나서던 5반 학생들이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갔다.

착-!

순식간에 착석한 학생들을 보며 할린드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 채점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윽! 잊고 있었는데.”

칼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할린드가 말했다.

“우리 반에서 자퇴 권고를 받은 학생은…….”

꿀꺽-

가차 없는 통보에 마른침을 삼키며 모두가 할린드의 입에 집중했다.

“없다.”

“오오오오오오오!”

“만세! 살았다!”

“이걸로 1학기까지는 버틸 수 있어!”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성적이 간당간당했던 학생들은 눈물을 흘렸다.

5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에서도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소리를 지르다니. 배짱 한 번 좋군.”

할린드의 한마디에 바로 침묵이 찾아왔다.

“너무 들뜨지 말도록. 자퇴 권고를 받은 녀석은 없지만 아슬아슬한 놈들은 많다. 그 녀석들을 위해 내가 친히 방과 후 보충수업 일정을 준비해놨다.”

이후 할린드는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호명했다.

보충수업 대상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쁘지 않은 모양이군.”

“기쁩니다.”

“눈물 나게 기뻐요! 하하. 하하하하하.”

“마지막으로 전달 사항이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세나에게 향했다.

“오늘 밤 중간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파티가 있을 예정이에요.”

그 말에 5반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달아올랐다.

“그러고 파티에서 일주일 후에 있을 수학여행 일정을 잡을 예정입니다.”

5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오오!”

루메른은 1년에 한 번씩 학년별로 수학여행을 간다.

반별로 갈 때도 있고 학과별로 갈 때도 있다.

이번에는 반별로 간다는 것이 할린드의 설명이었다.

“우리 학교는 은근히 즉흥적인 구석이 있다니까.”

“수학여행은 1학년 학과 일정에 잡혀 있었잖아.”

“잡혀 있긴 했지. 그런데 정확한 날짜는 없었잖아? 그런데 느닷없이 일주일 후라잖아.”

첼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넬라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훗. 드디어 이 몸이 나설 차례인가.”

칼이 턱에 손을 대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나설 차례란 거니?”

“내가 발이 넓잖아? 2학년 3학년 선배들과는 충분히 안면을 터놓은 상태거든? 가서 1학년 수학여행은 뭘 하는지 알아 올게!”

“후후. 그러면 부탁해.”

칼이 후다닥 반을 빠져나갔다.

‘수학여행이라.’

레오가 턱을 괴고 창밖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태어난 이후에는 이곳저곳을 둘러본 적이 없군.’

레오가 있었던 곳이라고 해봐야 플로브 가문의 영지와 델라드 왕국 수도의 가문 저택.

그리고 루메른 아카데미와 루메리아 시티가 전부였다.

전생에는 이 나이에 세상 저곳을 떠돌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여행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느끼며 레오가 웃었다.

***

“수학여행으로 어디를 갈까?”

“뭐가 됐든 조금 힐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놀 수 있지 않을까?”

그날 저녁.

기숙사 강당에는 파티가 열렸다.

첫 중간고사를 끝난 기념 파티였다.

게다가 새로운 학과 이벤트가 공개된 만큼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물론 마냥 분위기가 좋지만은 못했다.

이번 시험은 자퇴 권고를 받은 학생들의 작별 파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은근히 잔인한 구석이 있다니까.”

파티에 걸맞게 턱시도를 빼입은 칼이 투덜거렸다.

“그러게.”

테이드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파티는 1학년은 전원 참석이다.

즉, 자퇴 권고를 받은 학생도 참석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약육강식까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위를 바라볼 수 있도록 끝없이 재촉하는 분위기라니까.”

“뭐, 위대한 영웅님을 육성하는 학교인데 어쩔 수 있나.”

테이드의 중얼거림에 칼이 한숨을 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숙사 강당에는 속속 학생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5반 학생들도 하나둘 들어오더니 5반 좌석으로 다가왔다.

그중에는 남녀 학생이 같이 입장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학생들이 농담 섞인 야유를 날렸다.

그 분위기에 편승하던 칼이 강당 문으로 들어온 두 여학생을 발견하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넬라랑 일리이나다.”

“어디! 어디!”

주변에 있던 다른 5반 남학생들도 격렬한 관심을 보였다.

“오오! 역시 넬라!”

“일리아나도 평소에는 걸걸해서 그렇지 차려입으면 미소녀라니까!”

반을 대표하는 두 소녀의 등장에 남학생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러다 다른 반 남학생들이 다가가는 걸 발견하고는 급히 움직였다.

“야야! 벌레들 꼬인다!”

“가서 데려와!”

5반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반장은 언제 올까?

“나 반장 턱시도 입은 거 빨리 보고 싶어!”

“넬라~ 일리아나~ 어서 와.”

여학생들도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강당이 어느 정도 채워졌을 무렵 강당으로 두 남녀가 함께 들어왔다.

물론 앞선 야유를 보내던 분위기와 달랐다.

연청색 머리카락에 눈동자를 가진 두 소년 소녀.

다름 아닌 아바드와 첼시였다.

남매끼리 입장했는데 야유를 날릴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다르게 입장했다고 해도 상대가 너무 거물이었다.

르왈린 남매가 등장하자 몇몇 로드렌 제국 학생들이 두 사람 주변으로 다가갔다.

“새삼 저 모습을 보니 거물 가문이긴 거물 가문이다.”

칼이 혀를 내둘렀다.

루메른은 영웅 명가 출신이 많다.

하지만 르왈린의 경우에는 보통의 영웅 명가들과는 비교를 거절하는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저기에 뒤지지 않는 거물이 또 있잖아.”

일리아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남녀가 등장했다.

이번에도 야유는 없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백발이라는 대조적인 외모.

레오와 셀리아였다.

“반장이다!”

“역시 예상대로 멋있어!”

5반 여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평소에는 뭐랄까. 늠름했는데 저렇게 입으니까 확실히 예쁘다.”

“셀리아! 예뻐!”

1반에서는 남녀 가리지 않고 환성이 터져 나왔다.

평소 늠름하고 당당한 셀리아는 남녀 불문 인기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붉은 드레스로 아름답게 치장했으니 분위기가 열렬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왜 하필 1반의 부반장이야!”

“근데 왜 하필 5반의 반장 놈이야!”

동시에 같은 불만을 터트린 두 반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할린드와 세드젠.

루메른에서 높은 명성을 가진 두 교수의 라이벌 관계는 이미 유명했다.

물론 세드젠의 일방적인 라이벌 선언이지만 어쨌든 덕분에 5반과 1반은 본의 아니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셀리아가 등장하자 역시나 로드렌 제국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렇게 로드렌 제국 학생들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레오는 빠져나와 5반이 있는 곳으로 왔다.

“왜 넌 벌써 와? 첼시는 저기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칼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서.”

“네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쟤들 전부 서부 시험 출신들 아냐?”

일리아나가 포크를 입에 물고 묻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서부 출신이라도 다 로드렌 제국이잖아. 나랑은 나라가 달라.”

“아하!”

서부 입학시험은 대부분 로드렌 제국 학생들이다.

로드렌 제국 자체가 서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제국이니 어쩔 수 없었다.

“반장! 조금 있다가 댄스 타임 때 나랑 춤춰 줄 거지?”

“나랑도 춰 줘야 해~”

“레오 이 자식!”

“학교 성적도 좋으면서 인기까지 많기냐?”

5반 여학생들이 레오에게 웃으며 말하자 남학생들이 레오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후훗. 다들 활기차게 보내고 있군요.”

“오! 세나 부교수님!”

5반에 있는 곳으로 부담임 교수 세나가 웃으며 다가왔다

“우리 반 모두 아무도 자퇴 권고 자가 없어서 전 너무 기뻐요.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해요!”

활짝 웃는 세나를 보며 학생들이 찡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서슬 퍼런 할린드의 교육을 받는 5반 학생들에게 세나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가 계속될 때 강당의 조명이 꺼졌다.

그와 동시에 단상으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1학년의 공포라 불리는 5반과 8반의 담임, 할린드와 아르티안의 등장에 떠들썩하던 파티장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왜, 왜들 그러시나요? 파티는 즐거운 법이니까 조용히 안 해도 돼요.”

그 말에도 학생들은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에 아르티안이 울상을 지을 때였다.

할린드 교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즐거워해라, 좋은 말 할 때.”

“와아아아아.”

“너무너무 즐겁다.”

“하하하.”

언제 그랬냐는 듯 학생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다시 소란스러워진 학생들을 보며 아르티안이 말했다.

“즐기면서 들어주세요. 지금부터 성적 발표가 있겠습니다.”

‘아니! 즐기라면서!’

‘왜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적 발표를 하는 건데!’

“우선 학과별 전공 점수 상위 학생 세 명을 발표가 있어요. 그다음은 학년 대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아르티안 교수가 빙긋 웃었다.

“아울러 파티장 곳곳에 전체 등수가 개시될 예정이니 확인해주세요.”

조교 교수들이 가려진 게시판을 들고 오는 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할린드가 덧붙였다.

“그리고 이 파티의 떠나는 학생들을 위로해주는 자리다. 그 사실을 명심하도록.”

파티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잔인하다. 잔인해. 아무튼 이놈의 학교는 학생들을 너무 잘 자극시킨다니까.”

칼이 혀를 찼다.

자퇴 권고를 받은 학생들을 위로해주는 자리라면서 우수 학생을 발표하다니.

이건 중위권 학생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너희들도 노력해서 위로 올라가라는 것과 너희들도 언제든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두 개의 메시지.

“그럼 학과별 상위 학생부터 발표하겠어요. 우선 기사학과부터 하겠어요. 기사학과 1등은.”

북소리가 울리며 파티장 내의 스포트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1반의 셀리아 제르딩거 학생! 축하해요!”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셀리아에게 쏟아졌다.

“자, 다들 박수!”

짝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셀리아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생긋 웃었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셀리아답다면 셀리아 다운 모습이었다.

“그다음 2등은 1반의 듀란 모이라 입니다!”

팔짱을 낀 듀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엘레강스! 엘레강스하다! 셀리아 학생! 듀란 학생!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구나!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1, 2등이 갈렸다!”

단상 아래에서 세드젠 교수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3등은 10반의 첸 시아 입니다!”

동부 지방 특유의 품이 넓고 단아한 분위기의 전통 의상을 입은 첸 시아가 양 소매에 손을 넣은 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빙긋 웃었다.

“웃-! 레오 오빠가 3등 안에 못 들다니!”

“어쩔 수 없지. 저것들은 기사학과 애들이 괴물 3인방이라고 부르고 있거든.”

첼시가 분한 듯 주먹을 꼭 쥐자 일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다음은 마법학과입니다. 마법학과 1등은…… 8반의 아바드 르왈린 학생! 아바드 군! 축하해요!”

담당 학생이 1등을 차지하자 아르티안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콧방귀를 낀 첼시가 팔짱을 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2등은 5반의 첼시 르왈린 학생!”

그러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나?”

“3등은 2반의 에미오 루찬 학생입니다. 축하해요.”

마법학과 발표가 끝나자 파티장 전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모두가 한 학생을 주목하고 있었다.

“클로에는 역시 실기시험이 0점 처리된 게 크구나.”

칼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크흑! 클로에 학생! 원래라면! 원래라면 클로에 학생이 1등이었는데……! 크흑! 절대 좌절하거나 굴하지 말도록!”

“시끄럽군, 발표에 방해된다. 끌고가.”

서럽게 오열하는 세드젠을 본 할린드가 차갑게 턱짓했다.

몇몇 조교가 급히 세드젠을 부축하고 데려갔다.

1반 학생들도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클로에가 쓴웃음을 지을 때 듀란이 코웃음을 치며 다가왔다.

“클로에 뮐러. 반 전체의 망신이다.”

“미안, 듀란.”

“넌 나를 이기고 반장이 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추태는 용납하지 않겠다. 만약 더 날 실망시켰다간 반장 자리를 가져가겠다.”

그렇게 말한 듀란이 자리를 획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칼이 중얼거렸다.

“저 싸가지가 저렇게 말한 순간 클로에의 손에 쥐어진 합격 목걸이…….”

실제 듀란 말고도 1반 학생들은 모두 클로에를 위로해주었다.

평소 반장으로서 클로에의 인망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다음은 소환학과에요! 소환학과 1등은 2반의 워레든 타이든 학생입니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워레든은 무표정한 얼굴을 지을 뿐이었다.

“이어서 2등은 6반의 엘리자 헤르긴 학생! 역시나 아주 근소한 차이였답니다.”

어디서 났는지 우아하고 폭신한 의자에 앉은 엘리자는 손톱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여유로운 얼굴과 달리 살짝 짜증이 담긴 얼굴로 워레든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3등은 8반의 쥬레든 르센이 차지했다.

“난 레오가 무조건 세 과목 중 하나에는 탑 3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일리아나가 놀랍다는 듯 말하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여유 넘치는 거 아니야? 학과 과목 탑3 안에 못 들면 학년 대표는 물 건너간 거라고!”

“그럼 다음으로 중간고사 수석. 학년 대표를 발표하겠습니다.”

그 말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가 아홉 명의 학생을 주목하는 가운데, 아르티안이 입을 열었다.

“중간고사 1등! 레오 플로브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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