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53화 (53/483)

【53】52

스포트라이트가 레오에게 쏟아졌다.

“축하해요!”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5반은 전체적으로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다른 반 학생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마법학과의 3등을 차지한 2반의 에미오 루찬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어째서 학과 성적이 탑 3안에 들지 않은 레오 플로브가 학년 대표가 될 수 있습니까!”

“맞아요! 이상해요!”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납득이 안 가요!”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졌다.

그 반응에 아르티안이 당황할 때였다.

“점수 선정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해주지.”

할린드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듀얼 클래스 학생은 학과 성적 순위를 반영하지 않는다. 듀얼 클래스 학생의 특성상 온전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

마검사를 예로 든다면 순수한 오러 능력으로는 순수한 기사보다 약하고 마법 능력으로는 마법사보다 약하다.

하지만 두 능력이 합쳐졌을 때는 엄청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두 번째. 레오 플로브의 영웅학 & 전투학 합동 실기시험 점수는 1학년 최고다.”

“예? 영웅학 & 전투학 합동 실기 점수야 다른 학생들도 최고점이지 않나요?”

“이해가 안 되는데요?”

“레오 플로브는 영웅의 세계를 초과 달성했다.”

그 사실을 몰랐던 학생들이 눈을 부릅뜨고 레오를 보았다.

“그 과정에서 츄바른을 쓰러트렸지. 이제 레오 플로브의 점수가 설명이 되었나?”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불가능한 공략을 해낸 학생에게 1등을 준다는 데 불만을 가지는 게 이상했다.

“츄바른을 쓰러트렸다고? 그것도 단둘이서? 제정신이야?”

“할린드 교수님이 츄바른과 싸우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퇴학 처리시킨다고 하셨었잖아! 넌 겁도 없냐?”

테이드와 일리아나가 다급히 묻자 레오가 음료수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게 아니면 영웅 던전을 탈출할 방법이 없었는걸?”

“와! 미친놈. 아무리 그래도 미친놈! 가끔 느끼는 거지만 너도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혀를 내두르는 일리아나를 보며 레오가 씩 웃었다.

그러는 사이 조교들이 등수표가 붙은 게시판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게시판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 생각보다 높아!”

“마, 말도 안 돼! 내 성적이 저렇게 낮다고?”

여기저기서 희비가 엇갈렸다.

그 모습을 보며 첼시가 말했다.

“할린드 교수님의 말대로네. 하위권이었던 애들 중에 치고 올라간 녀석들이 엄청 많아. 반대로 상위권이었던 녀석들 중에 떨어진 녀석도 많고.”

학기 초 할린드가 예고했던 대로였다.

물론 최상위권 학생 중 순위변동이 있는 건 중간고사에서 트러블을 일으켰던 클로에뿐이다.

물론 실질적인 실력으로는 여전히 1학년 최고의 실력자 중 하나이기에 클로에를 얕볼 학생은 없었다.

“원래 애들은 빨리 크는 법이거든. 너도 방심하고 있다가는 언제 밑에 애들에게 따라 잡힐지 몰라.”

“훗. 그럴 일은 없어. 그런데 레오 오빠. 말투가 너무 아저씨 같다. 레오 오빠도 우리 또래잖아.”

첼시의 지적에 레오가 빙긋 웃을 때 칼이 다가왔다.

“다른 반 애들 반응 보러 갔다 왔는데 레오 이야기로 난리도 아니야.”

“그럴 만도 하지.”

음음! 고개를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었다.

레오는 뷔페 음식을 고르며 파티를 즐겼다.

여러 지방에서 모이는 만큼 음식 역시 다양한 게 많았다.

“동부 음식들은 맛있는 게 많다니까!”

칼이 접시에 돼지고기로 만든 튀김을 담으며 즐겁게 말했다.

“그러게.”

신나게 파티를 즐기는 두 사람을 교수석에서 지켜보던 렌 교수가 무료하게 와인을 흔들었다.

“렌 교수님. 어째 기뻐 보이지 않으시네요.”

렌의 부교수 안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렌이 혀를 찼다.

“안나 부교수. 내가 어떻게 이 파티를 즐길 수 있겠나?”

“가장 아끼는 레오가 학년 대표를 차지했잖아요. 그가 학년 대표가 되는 걸 바라신 거 아니었나요?”

“물론 기쁘지. 하지만 그 기쁨을 순수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레오 학생이 마법학과생이 되어야 하네.”

“확실히 아깝기는 하죠.”

안나 부교수도 입맛을 다시며 레오 쪽을 보았다.

1학년이 입학하고 벌써 반 학기가 흘렀다.

많은 마법학과생도가 있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세 명을 꼽으라면 역시나 아바드, 클로에, 레오. 이 세 사람이었다.

‘아바드와 클로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평생 마법사로서 살면서 이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처음 볼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기뻤다.

가르치면 가르치는 족족 이해를 하고 빨아들인다.

‘마치 원석을 가공해가는 기분이야.’

교육자로서 이만큼 뿌듯한 일도 없었다.

‘반대로 레오는…….’

안나가 살짝 몸을 떨었다.

‘아바드와 클로에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이라면…… 레오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깊어.’

수업에서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면 레오는 단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맞게 재해석을 시켜 흡수한다.

마법학과 교수들은 그걸 재능이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안나는 레오에게서 원석을 가공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미 완벽한 보석을 더욱 빛나게 닦고 있는 것만 같아.’

가끔 그 끝을 알 수 없는 저력에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법학과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빨리 마법학과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 봐도 무서운 저 저력이 마법 하나만을 위해 사용된다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두겠는가?

“흑흑! 어째서 하늘은 레오 학생에게 검술과 소환학이라는 쓸데없는 곁다리 재능까지 같이 주셨단 말인가! 어허허헝! 안나 교수!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 인간 또 취했잖아?’

안나가 비명을 질렀다.

렌은 술이 약하다. 그리고 취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문제는 그러면서 다른 교수들이 들으면 난리 날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는 거다.

‘이래서 천재들이란! 남들 눈을 조금도 신경 안 쓴다니까.’

어느새 와인병을 껴안고 우는 렌 교수를 보며 안나는 빨리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곧 마법학과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레오의 가장 절친한 클래스메이트들을 생각해보세요. 첼시와 칼이잖아요.”

“……!”

렌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안나! 자네는 천재야!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두 사람을 시켜서 레오 학생을 회유하면 되는 거야.”

“회, 회유요? 렌 교수님! 잠깐만요!”

“하하하! 그런 쉬운 방법을 놔두고 왜 오랫동안 고민한 거지!”

“학과 강요는 학칙 위반이라고요! 교수가 그런 걸 사주하면 단순 징계로 끝나지 않아요!”

“당장 두 사람을 불러서…….”

“야! 이 인간아! 내 말 들으라고!”

안나가 달려들어 렌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왜 막는 건가? 레오 학생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만들 절호의 기회인데!”

“뭐가 쓸데없는 시간 낭비란 거지?”

안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일 만나면 안 되는 인간이 와버렸다.

“아, 아인 교수님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아인 선배님.”

“방금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아인이 훗- 하고 웃었다.

“레오 학생은 마법학과 학생들이랑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그거야말로 레오 학생이 마법학과를 고른다는 증거죠.”

“고작 친분으로 학과를 논하는 건가? 어리군. 학생이 최고로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교육자로서 올바른 선택 아닌가? 레오 플로브는 그 누구보다도 기사학과에 어울리는 인재다.”

“레오 학생을 탐내는 건 이해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세요. 사물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마법사로서의 능력…… 오우오우! 저의 실수. 아인 선배는 머리까지 근육으로 찬 기사라 잘 못 보겠군요. 어쩔 수 없죠. 마법사로서 혜안을 가진 제가 차근차근 레오 학생이 마법학과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마법사로서 혜안을 가졌다는 놈이 말을 그렇게 예의 바르게 하면 나한테 맞을 거라는 건 예상 못하나 보군.”

안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개탄했다.

‘망했다.’

싸늘하게 웃은 아인이 렌의 멱살을 쥐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렌은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 바빴다.

“둘 다 뭐해? 애들 보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어이없다는 듯 묻는 유라를 보며 아인이 말했다.

“레오 플로브의 학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레오요?”

‘이 인간들 또 헛꿈 꾸고 있는 모양이네. 레오는 소환학과인데.’

유라는 매우 측은한 얼굴로 선배 교수와 후배 교수를 바라보았다.

‘피닉스를 소환한 애가 소환학과에 오는 건 당연한 거잖아?’

딱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며 뜨뜻미지근한 얼굴로 자신들을 보는 유라를 보며 아인과 렌이 미간을 좁혔다.

셋 중 가장 제정신이 아닌 데다가 학과에 대한 야망이 높은 교수가 바로 유라다.

‘이 녀석은 또 왜 이딴 기분 나쁜 눈으로 날 보는 거지?’

‘유라 선배가 또 기분 나쁜 꿍꿍이를 생각하고 있군요.’

아인과 렌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편 세 사람의 신경전을 본 다른 교수들이 ‘저것들 또 저러네’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 세드젠 교수가 우아하게 스푼으로 와인잔을 두드리며 학생들을 집중시켰다.

“다들 주목. 파티를 즐기고 있는가?”

“네.”

“좋군! 그럼 예고했던 대로 수학여행지에 관련된 공지를 하겠다.”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수학여행은 단순히 놀러 가는 것이 아니네.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에서 견문을 넓히는 거지.”

세드젠 교수가 화려한 손짓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러자 조교 한 명이 천에 가려진 게시판을 가져왔다.

그걸 보고 세드젠 교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펄럭-!

그 소리에 맞춰 조교가 천을 치웠다.

게시판에는 대륙 지도가 있었다.

“저걸 굳이 저렇게 화려하게 해야 할까?”

“세드젠 교수님은 저런 걸 좋아하잖아.”

칼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여행지는 반별로 가고 싶은 지역을 정할 수 있다.”

그 말에 반별로 소란스러워졌다.

“동부! 동부 가보자!”

“뭐? 싫어. 나 동부 출신인거 잊었냐?”

“남부 어때? 나 사막이 어떤지 보고 싶은데.”

“엑! 덥기만 하잖아? 차라리 시원한 북부를 가보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져 학생들끼리 티격태격할 때 듀란이 손을 들었다.

“오우! 듀란 학생! 질문이 있나?”

“견문을 넓힌다고 하셨지만 교수님. 1학년 중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지역을 이미 가본 학생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수학여행은 단순히 그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배려해주기 위한 여행인 겁니까?”

듀란의 말대로였다.

레오처럼 자신의 나라를 떠나지 못한 학생도 있는 반면 여러 나라, 여러 문화권을 가본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여러 지역을 가본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상당수 학생이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세드젠 교수가 훗- 하고 웃었다.

“좋은 질문이야! 듀란 학생.”

세드젠 교수가 양팔을 벌렸다.

“확실히 이 중에는 어릴 때부터 모든 지역을 방문해본 학생도 있을 걸세! 그런 학생들에게는 견문을 넓힌다고 할 수 없지! 루메른은 그런 시시한 경험 따위 결코 자네들에게 선사하지 않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단순히 다른 지역을 가는 게 아니라면 뭐가 더 있단 말인가?

세드젠은 대륙 지도로 다가가 북부 지방을 탕! 쳤다.

“여러분이 갈 곳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그, 그렇다면! 설마!”

“그래! 다른 종족! 바로 엘프의 영역이다!”

그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환성이 쏟아졌다.

“오오오오!”

“대박!”

“역시 루메른이야! 엘프의 영역에 갈 수 있다니!”

듀란도 조금 얼떨떨한 듯하면서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눈을 깜빡였다.

‘새삼 시대가 흐르긴 했네.’

과거에는 종족 간의 벽이 없었지만 지금 시대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모든 종족은 교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지역을 자유롭게 오 갈 수 있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종족끼리 전쟁도 있었던가?’

실제 인간은 엘프와 사이가 나쁘다.

카일이 살았던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지금 시대에서는 옛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야! 첼시! 너 엘프 영역 가 봤냐?”

“가 봤을 리가 있겠어?”

“기대된다! 어디로 어떤 나라로 가지?”

“레오! 넌 어느 나라로 가고 싶냐?”

칼의 물음에 지도를 가리켰다.

“저기.”

“응?”

“엘살베키아에 가고 싶어.”

엘살베키아.

엘프의 나라 중에 작은 규모의 나라다.

그리고 이 나라에 특별한 것이 바로 있다.

[페어리 포레스트]

지금은 그저 옛 지명이 되어버렸다.

페어리 포레스트라는 이름과 달리 현재 이곳에는 요정이 살고 있지 않았다.

재앙의 시대가 끝나고 요정들이 떠났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 전까지 이곳은 요정들의 성역이었다.

‘생각보다 가볼 기회가 빨리 생겼군.’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레오는 소환술사로서 맹약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요정왕의 맹약.

‘요정들이 쉽게 성역을 버렸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설령 정말로 성역을 버렸다고 해도.’

레오가 눈을 빛냈다.

‘요정왕과 관련된 무언가를 남겨뒀을 확률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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