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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63화 (63/483)

【63】62

맹렬하게 타오르는 레오의 오러 불꽃에 세이룬 학생이 다급히 물러섰다.

“흠.”

레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엄청 근엄 떨길래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실망인데.”

“웃기지 마라! 나는 세이룬의 상급 1반이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익!”

세이룬의 상급 1반이라고 하면 엘프 사회에서는 엄청난 엘리트로 대우받는다.

누구나 감탄하며 존경해 마지않는 지위.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다른 학생이었다면 세이룬의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으니 대단하단 걸 알겠지만 레오에게는 전혀 감흥이 없었다.

당장에 루메른 1학년 기사학과 중 눈앞의 세이룬 학생보다 강한 학생을 찾으라면 레오를 제외하고도 세 사람이나 더 있었다.

‘뭐, 그 셋이 기준 외긴 하지만. 어쨌든 세이룬 학생이라고 으스대는 것 치고는 살짝 실망스러운 수준인데?’

조금 전 은연중 루메른을 깔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기에 더더욱 실망이었다.

그때 세이룬 학생이 룬어를 외웠다.

‘별의 마법? 마검사였어?’

레오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마검사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게다가 지금 시대에서 엘프가 사용하는 별의 마법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어떨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신기루네.’

충분히 룬을 차단할 수 있었지만, 레오는 마법에 대해 파악하고 마법을 완성 시키도록 내버려 두었다.

네 개의 환상을 완성 시킨 세이룬 학생이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

레오의 눈에 살짝 실망감이 깃들었다.

‘이게 지금 시대의 별의 마법이라고?’

신기루는 최고의 환상 마법 중 하나였다.

무엇이 진짜인지 간파할 수 없을 현실성이 있는 마법.

루나가 정말로 즐겨 썼던 마법이다.

하지만 눈앞의 신기루는 레오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다른 환상 마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성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잡해. 쉽게 쓸 수 있게 술식 자체를 뜯어고쳤어.’

오랜 시간 동안 마법이 발전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나의 마법은 레오가 보기에 퇴보했다.

친구가 이걸 봤다면 얼마나 실망했을까?

‘욕을 아주 바가지로 퍼부었겠지.’

괴팍하기 짝이 없었던 루나의 성격을 떠올리며 레오가 고개를 저을 때였다.

“인간인 너로서는 구경조차 해 본 적 없는 마법일 거다.”

상념에 빠진 레오가 놀라서 굳었다고 생각한 세이룬 학생이 우월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환영 마법 정도는 쓸 줄 알거든?”

“훗. 인간의 마법 따위야 우리 엘프의 별의 마법에 비하면 조잡하겠지만…… 어디 한 번 봐보도록 할까?”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으며 룬어를 외웠다.

레오의 주문을 들은 세이룬 학생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날 놀리는 거냐! 인간이 별의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분노하던 세이룬 학생의 얼굴이 굳었다.

주문은 완성되었다.

자신과 똑같은 신기루 마법.

하지만 여덟 개의 레오의 환영을 보고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떴다.

“뭐, 내 마법은 이 정도?”

“마, 말도 안 돼!”

“인간 중에도 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얼마든지 있어. 아무래도 넌 그 편협한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할 것 같은데.”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하하하! 저 얼빠진 표정 좀 봐! 진짜 멍청해 보인다!]

레오의 어깨에서 키르안은 손뼉을 치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이 녀석은 진짜 자기 아버지를 하나도 안 닮았군.’

실로드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큭! 그건 별의 마법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가짜에 불과하다!”

세이룬 학생이 고함을 지르며 레오에게 돌격했다.

‘얘는 뭘 인정할 줄을 모르네.’

고개를 저은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순간 세이룬 학생의 검에서 오러의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네 개 다 진짜잖아?’

신기루와 검술을 조합시켜 만든 상위 기술이다.

‘이상하네. 기본기는 형편없는데 저런 강력한 상위 주문을 자유자재로 쓰다니.’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지금 저 기술은 레오로서는 쓸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세이룬 학생이 사용한 주문은 별의 마법이지만 레오가 알고 있는 별의 마법과는 달랐다.

‘루나는 순수한 마법사였으니까.’

검과 마법을 융합시킨다.

이건 루나가 생각할만한 응용법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레오의 눈에 비친 이 기술은 별의 마법이면서 별의 마법이 아닌 무언가였다.

정확하게는 후대의 엘프들이 루나의 뒤를 끝없이 쫓아 도달한 새로운 영역이었다.

‘조금 전 평가를 정정해야겠네, 퇴보한 게 아니야.’

마법사 중에는 자신이 발명한 주문을 마음대로 훼손하는 걸 탐탁잖게 여길 때도 있다.

자신의 마법을 일종의 작품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아니었다.

‘녀석은 그 누구보다도 마법사다운 녀석이지.’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험하여 그것을 구현하는 것에 그 누구보다 기쁨을 느끼는 마법사 그 자체.

그것이 루나라는 엘프였다.

‘이걸 본다면 녀석 기뻐했을 텐데.’

비록 루나 본인이 사용했던 별의 마법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이 또한 새로운 진보라며 환하게 웃었을 것이다.

화악-!

네 자루에서 뿜어져 나온 화려한 검기가 허공을 수놓았다.

레오가 만들어낸 환상이 허무하게 흩어졌다.

신기루 마법은 진짜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루나가 즐겨 사용했던 마법이지만 아무리 진짜 같더라도 그게 ‘환영’ 이 아닌 건 아니다.

‘저 녀석이 만들어 낸 건 본체는 환영이라도 검기만큼은 진짜야.’

레오가 뚫어져라 술식 구조를 파악했다.

“하하! 어떠냐! 네가 사용하는 가짜 별의 마법과는 다른 진짜 별의 마법의 위력이!”

‘가짜라니. 내 마법은 루나가 만든 마법 그 자체인데 말이야.’

말 그대로 별의 마법의 원점이자 시작, 오리지널 그 자체였다.

그런데 까마득한 후대의 녀석이 가짜 운운을 하고 있으니 절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가 웃기길래 날 비웃는 거냐!”

레오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한 세이룬 학생이 발끈했다.

사방으로 흩어진 환상이 매섭게 레오를 포위했다.

마치 네 개의 거울이 레오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듯했다.

물론 검기만은 진짜였다.

화르륵-!

주먹에 화염의 오러가 맺혔다.

‘뭐, 그게 전부지만.’

레오의 붉은 눈이 위험스럽게 빛났다.

화악! 콰앙!

레오가 주먹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져나간 불꽃이 주변을 휩쓸었다.

“크윽!”

환영이 순식간에 가라지고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가 싸늘하게 말했다.

“힘이 부족한 기술은 잔기술에 불과해.”

“웃기지 마!”

레오의 말에 발끈한 세이룬 학생이 또다시 환영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여덟 개.

여덟 개의 오러가 발현되었다.

‘마력과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었군.’

상대가 승부수를 띄운 걸 간파한 레오가 피식 웃었다.

‘저걸 쓸어버리는 건 간단하지만.’

레오의 붉은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 기술, 한 번 써볼까?’

우웅-!

마력을 일으킨 레오가 빠르게 마력 술식을 전개했다.

그러는 사이 여덟 개의 환영이 레오를 포위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똑같이 움직이며 레오를 압박했다.

그 순간.

화악-!

레오가 신기루를 사용했다.

아까와 달리 두 개였다.

“흥! 포위된 상태에서 환영 따위로 교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상대의 비웃음에 레오가 주먹에 오러를 일으켰다.

화륵-!

레오의 분신의 주먹에도 오러가 맺혔다.

그걸 본 세이룬 학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자식…… 설마!’

레오의 신기루 역시 그의 것과 똑같이 환영이 진짜 오러를 사용했다.

‘아니야! 놈의 환영은 어차피 두 개야! 달라지는 건 없…….’

순간 레오와 레오의 환영이 움직였다.

마치 거울이 아닌 두 사람처럼 다르게 움직이는 레오의 환영을 보며 세이룬 학생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오러 신기루를 저 수준으로 다루려면 최소 2학년 상급반은 되어야 하잖아!’

순식간에 일곱 개의 환영을 처리한 레오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괜찮은데, 이 기술?”

돌격해 오는 두 명의 레오를 보며 세이룬 학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화륵-! 쾅-!

두 개의 화염 불꽃이 강타하자 세이룬 학생은 눈을 까뒤집었다.

“대, 대체 어디서 세이룬에서 가르치는 마법 술식을…… 배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방금.”

술식 구조를 파악하고 자신이 쓸 수 있게 개조하는 것

매우 복잡한 과정이지만 레오에게는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거기에 응용까지 했다.

‘오러랑 마력 소모가 심한 기술이라 당장에 오랫동안 유지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훌륭해.’

피식 웃던 레오가 시선을 돌려 수풀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수풀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세이룬 여학생 교복을 입은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넌 누구야?”

“제 이름은 루니아 엘 룬드아. 세이룬의 1학년입니다.”

“너도 얘처럼 덤빌 거야?”

레오의 물음에 루니아가 땅에 쓰러진 동기와 타 학교 학생을 번갈아 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임무 실습을 왔는데 성역에 이변이 발생해서 이 친구가 착각을 했던 모양이에요. 물론 착각 이전에 너무도 무례한 행동이지만요. 선생님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는데…….”

루니아가 말끝을 흐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한 루니아가 고개를 숙였다.

“이 친구를 대신해 제가 사과할게요.”

“뭐, 사과하면 됐어.”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쓰게 웃었다.

“부디 모든 세이룬 학생이 이 친구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생각 안 해. 아무튼 오해가 풀렸으니 나는 가도 될까? 우리 교수님께 보고해야 할 게 있어서.”

“네.”

루니아가 빙긋 웃더니 말했다.

“나중에 또 봐요.”

“그래.”

레오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루니아가 바닥에 기절해 있는 남학생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야, 일어나. 이 자식아! 언제까지 기절해 있을 거야?”

“컥!”

“아무튼 상급 1반에서 가장 성적 떨어지는 놈이 뭔 근엄은 그렇게 떨어서 사고 치냐! 이 등신아! 아오! 진짜 쪽팔려서!”

조금 전 온화한 모습을 벗어 던진 루니아가 으르렁거렸다.

세이룬의 교칙 상 외부에는 영웅후보생으로서 용모와 품행이 단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내숭을 떨었다.

특히나 루니아는 세이룬 전교 1등인 만큼 세이룬의 얼굴마담이니 더욱 외부 시선을 신경 써야 했다.

‘그나저나 엄청 쿨하게 사과를 받아 줬네?’

루니아가 레오를 떠올렸다.

‘혹시 나한테 관심 있나? 하긴 그럴 수도 있어! 난 예쁘니까.’

우쭐한 표정을 지은 루니아가 웃었다.

‘귀엽게 생긴 게 내 타입이긴 했어. 얘를 쓰러트릴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고. 이름 물어보는 걸 깜빡했는데, 베르키아에서 또 만나겠지.’

흐흐흥~ 콧노래를 부르던 루니아의 눈에 호전적인 기운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 레오 플로브란 놈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고 말이야.’

***

“루니라 엘 룬드아? 어디서 들어봤던 이름인데?”

숲을 빠져나가며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탄성을 내질렀다.

“룬드아 가문의 후계자. 피오라의 원래 계약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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