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65화 (65/483)

【65】64.

“이게 무슨 일입니까! 싸움이라뇨!”

헤르디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사람을 다그쳤다.

현재 두 사람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파티장을 빠져나와 있는 상태였다.

루니아는 고개를 획 돌리고 있었고 레오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린드가 물었다.

“원인이 뭐지? 누가 먼저 잘못한 거냐?”

차가운 할린드의 목소리에 순간 루니아가 흠칫했다.

세이룬에는 할린드와 같은 타입의 선생이 없었다.

헤르디움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우리 학생을 추궁하는 겁니까?”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뭐! 좋습니다! 루니아 학생은 우리 학교 1학년의 학년 대표! 잘못을 저지를 학생이 아닙니다!”

당당하게 말한 헤르디움이 레오에게 말했다.

“레오 플로브 학생. 싸움의 원인이 뭡니까?”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투로 묻는 헤르디움을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제가 작은 실수를 했던 모양입니다.”

“아하! 그럴 줄 알았습니다! 루니아 학생이 잘못을 저지를 리가……!”

“헤르디움 선생.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오만?”

“무슨 소립니까! 지금 레오 플로브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

“루니아 엘 룬드아 학생이 세이룬의 1학년 대표라면 레오 플로브 역시 우리 루메른의 1학년 대표입니다.”

딱 잘라 말하는 할린드를 보며 헤르디움이 놀랐다.

설마하니 레오가 1학년 대표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세이룬은 다른 학교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할린드의 서늘한 시선이 닿자 헤르디움이 움찔했다.

“헤르디움 선생이 담당 학생을 믿듯 나 역시 내 담당 학생을 믿습니다.”

그 말에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지만 할린드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이었다.

‘무섭게 대하는 것도 학생들을 위해서겠지.’

할린드의 말을 듣고 헤르디움이 크흠! 헛기침했다.

“뭐, 좋습니다! 루니아 학생, 레오 플로브 학생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없어!’

룬드아 가문의 후계자로서 피닉스를 빼앗겼다는 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사실이 세이룬에 알려진다면 비웃음을 살 게 분명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제가 계약…….”

“아하하하! 그냥 사소한 오해였어요.”

루니아가 급히 레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쌍심지를 켜고 레오를 노려보았다.

마치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 안 둔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뗀 루니아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헤르디움 선생님, 할린드 교수님. 화합의 장소에서 소란을 부려서, 그리고…….”

루니아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미안해요, 레오 플로브. 무례한 짓을 한 것에 사과드릴게요.”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헤르디움이 ‘아아! 그럴 수가.’ 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오해가 풀린 것 같으니 파티를 계속하도록 하죠. 이 일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걸로 합시다.”

할린드의 말에 헤르디움이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린드 교수님과 레오 학생은 먼저 들어가시죠. 저는 루니아 학생에게 따로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 말에 할린드와 레오가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바깥에 둘만 남게 되자 루니아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이니 어쩔 수 없죠. 낮에 티르엔 학생과 싸움이 있었던 것도 저 학생인가요?”

“예.”

“레오 플로브. 그렇군요. 기억이 납니다. 루메른 1학년 입학 당시 대표였단 학생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헤르디움이 팔짱을 꼈다.

“앞으로 절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도록 하세요. 루니아 학생. 당신은 세이룬 1학년 대표, 앞으로 우리 학교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입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내일부터 있을 합동 수업에서 절대 저 레오 플로브 학생에게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 세이룬은 오랫동안 루메른을 앞서 왔습니다!”

헤르디움이 주먹을 꼭 쥐며 경쟁심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 세이룬이 루메른 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아니! 모든 영웅 학교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학교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 자식한테는 절대 안 져요! 아주 개작살을 내버릴 테니 걱정마세요! 세이룬의 명예를 걸고!”

“루니아 학새애애앵! 그런 험한 말버릇을 고치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머리를 부여잡으며 애원하는 헤르디움을 무시하며 루니아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파티장을 노려보았다.

‘각오해라! 레오 플로브!’

***

파티가 끝났다.

하지만 두 학교 사이의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무려 각 학교의 학년 대표씩이나 되는 이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서먹함이 두 학교를 사이에 맴돌았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온 레오는 편안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숙소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은 레오는 팔짱을 끼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휘익-!

창문 사이로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어느새 눈보라는 그치고 없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루니아가 있었다.

레오와 눈이 마주친 루니아가 작게 주문을 외웠다.

딸칵-!

창문이 열리고 루니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날 기다리고 있었어?”

“성격을 보아하니 달밤에 올 것 같았거든.”

“그럼 해명해보실까? 어쩌다 내 계약자를 훔치게 됐는지!”

“훔쳤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피리나님의 권유로 피오라와 계약을 한 것뿐이야.”

“헛소리! 나는 다섯 살 때부터 피리나님께 피오라의 계약자로 선택받았어! 내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피오라를 아꼈는데! 항상 놀러 다닐 때 함께하고! 매일 목욕도 같이했어! 옷도 입혀주고!”

“피오라가 부화한 건 석 달 전인데?”

“알인 상태에서도 잘 돌볼 수 있어!”

“다른 맹약자를 알아봐. 피리나님도 네게 미안해서 해서 열심히 다른 피닉스를 찾고 있으니까.”

보통 사람에게 피닉스는 전설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희귀한 환수지만 룬드아 가문의 영향력이라면 계약할 만한 피닉스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 아이가 아니면 안 돼!”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소리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미안하긴 하군.’

계약자가 내정된 환수를 가로채는 건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다.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오갈 수 있다.

피리나가 레오와 피오라의 계약을 주선하긴 했지만 그건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무리도 아니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소환술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피닉스와 계약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레오는 피오라와 계약을 해냈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이지만 루니아는 확실히 자신의 계약자를 빼앗긴 셈이었다.

‘게다가 피닉스는 계약자를 한 사람 밖에 안 두기도 하고.’

일전에 피리나가 레오에게 계약을 제의한 건 은인의 아들이기에 예외를 둔 것일 뿐.

고고한 피닉스는 두 명의 맹약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환수였다.

“내가 피오라를 얼마나 정성껏 돌봤는데! 흑흑! 우린 늘 함께였단 말이야! 엉엉! 그런데 이제 내 계약자가 아니라니이! 피오라아아아아! 엉엉엉!”

어느새 바닥 엎드려 구슬프게 오열하기 시작한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루니아가 뚝-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힐끗, 레오를 쳐다보았다.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내가 들어 줄 수 있는 거라면.”

“나랑 결투해.”

“뭐?”

“증명해주겠어! 내가 너보다 피닉스에 어울리는 맹약자라는 사실을!”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눈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나갈까?”

***

숙소를 나선 레오와 루니아는 인적이 드문 넓은 공터로 향했다.

하얗게 쌓인 눈밭에 발걸음을 남긴 둘은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경고하는데.”

“응?”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항복해. 괜히 오기 부리다가 다치지 말고.”

루니아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걱정해주는 거야?”

“걱정은 개뿔.”

콧방귀를 낀 루니아가 팔짱을 꼈다.

“우리 아버지의 은인인 레이나님의 아들이니까 이야기해 준 것뿐이야!”

그렇게 말한 루니아가 품에서 동전을 꺼냈다.

“이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 결투 시작이야.”

“그래.”

“그럼.”

띵-! 휘리리리리리릭!

높이 허공에 떠오른 금화가 달빛을 받으며 반짝이며 아래로 떨어졌다.

툭-!

화르르륵-!

화르르륵-!

불꽃의 오러와 불꽃의 마력이 동시에 일렁였다.

레오의 불꽃을 본 루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제르딩거의 불꽃. 우리 가문처럼 피닉스의 축복을 받은 가문.’

세계에 몇 없는 피닉스의 힘을 다루는 가문인 만큼 루니아로서는 호승심을 느꼈다.

‘절대 안 져!’

“계약자의 이름으로 부르노니.”

루니아의 주변에 다섯 개의 소환진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불꽃 속성의 중급 환수 살라만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족보행을 하는 환수 살라만더는 입에서 불을 뿜고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환수였다.

“중급 환수를 다섯이나?”

레오가 감탄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루니아가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살라만더의 손에 불꽃의 창과 방패가 만들어졌다.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살라만더를 강화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과연 세이룬의 학년 대표답군.”

“여유가 넘치네? 그런데 아직 난 시작도 안 했거든? 모두 부탁해!”

살라만더에게 전방을 맡긴 루니아가 훌쩍 레오와 거리를 벌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신을 압박해오는 다섯 마리의 살라만더를 상대하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전투를 환수들에게 일임하고 자기는 강력한 주문을 쓴다라…… 고전적이군.”

“엘프들의 전통적인 전투법이야! 루나님께서도 이렇게 싸우셨으니까!”

요즘 시대의 기준으로 봤을 때 루나는 강력한 주문으로 전장의 판도를 뒤집어엎는 전통형 마법사로 평가받고 있었다.

“확실히 요즘 시대에는 루나가 전통형 마법사로 알려져있지.”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틀렸어.”

“뭐?”

“요즘 시대로 본다면 루나는 전투형 마법사야.”

끝없이 전장을 누비며 쉴 틈 없이 주문을 난사하는 마법사.

카일과 동료들이 헤쳐나갔던 전장은 쓰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죽음에 직결되곤 했다.

루나가 움직임을 멈추고 주문을 외울 때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전장에서 뿐이었다.

그런데도 루나가 지금 시대에서 전통형으로 알려진 이유는 간단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 한방 한방이 전장을 뒤엎어버릴 수준의 강력한 마법이었으니까.’

완전무결의 마법사.

그것이 바로 성운의 시조 루나였다.

“흐응~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보네. 하지만 시조님에 관해서는 인간 보다 엘프의 기록이 진실에 가깝지 않겠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레오는 다섯 마리의 살라만더를 역소환 시켰다.

루니아가 좀 더 살라만더를 서포트 했다면 이렇게 빨리 제압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루니아는 마법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루니아만 쓰러트리면.’

레오가 빠르게 루니아와 거리를 좁혔다.

그러다가 싱긋- 미소 짓는 루니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감이 좋구나?”

빙긋 웃은 루니아가 오른손을 활짝 펴서 들어 올렸다.

집채만 한 크기의 불꽃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화르르르륵-!

강렬한 열기에 주변의 눈이 모두 녹아내렸다.

“작열(灼熱). 우리 가문의 궁극 마법이야.”

제르딩거 가문의 피닉스 브레스처럼 피닉스의 힘을 이용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저 강력한 마법을 정면에서 맞을 바보는 없다.

‘물론 저만한 마법이라면 파편만으로도 무시 못 할 수준의 위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괜찮겠어? 피닉스의 힘을 이용한 마법은 나에게 위력이 반감될 텐데.”

그랬다.

레오의 불꽃과 루니아의 불꽃은 기본적으로 같은 속성의 힘이었다.

그런 만큼 루니아의 마법은 레오에게 온전한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이 마법으로 널 쓰러트릴 거야.”

“어째서?”

“이건 단순한 결투가 아니야. 내가 너보다 피오라에게 더 어울리는 맹약자라는 걸 증명하는 싸움이야. 그러니 단순하게 이기는 것만으로는 안 돼.”

루니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피닉스의 맹약자로서 자존심이야.”

“그래? 그럼 그 도전 받아 주지.”

“뭐?”

순간 레오의 말뜻을 이해 못 한 루니아가 멈칫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마법을 레오에게 날려 보냈다.

“각오해!”

마치 작은 태양과도 같은 화염이 레오를 덮쳤다.

화르륵-!

레오의 몸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심호흡을 한 레오가 작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쿠구구구궁!

그 모습에 루니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제정신이야! 잘못하다가는 죽는다고!”

“네가 피오라에게 어울리는 맹약자란 걸 증명하고 싶다며? 그렇다면 나도 증명해주지!”

다급히 마법을 캔슬하려 했던 루니아가 멈칫했다.

“왜 피오라가 날 선택했는지!”

루니아가 입을 떡 벌렸다.

‘그래? 그럼 그 도전 받아 주지.’

‘이런 의미였어?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지금 레오를 공격한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결투는 단순한 실력대결이 아니게 되었다.

소환사 대 소환사로서.

그리고 피닉스의 힘을 사용하는 자로서 자존심 싸움이 된 것이다.

콱-! 콱-!

작열을 막아내며 레오는 계속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레오의 불꽃은 루니아의 불꽃을 계속 갉아냈다.

‘더욱 강하게! 더욱 맹렬하게!’

화르륵-! 콰아아아!

레오의 불꽃이 루니아의 마법에서 떨어져 나온 불꽃의 파편을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자신의 몸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화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방식이다.

상처 입으면서까지 허용된 이상의 화력을 내뿜다니!

그럼에도 레오는 끝없이 루니아의 불꽃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윽고…….

화르르륵-!

거대한 작열을 레오의 불꽃이 남김없이 집어삼키고 말았다.

털썩-

루니아는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다.

터벅- 터벅-

잿더미가 되어 제구실을 못 하는 상의를 대충 찢어 버린 레오가 루니아 앞으로 걸어갔다.

루니아가 그런 레오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제대로 된 결투를 원한다면 그쪽으로 상대해 줄게. 어쩔래?”

“하하! 아하하하하하하!”

루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내가 졌어.”

이렇게 정면으로 자신의 분노를 받아낸 상대에게 어떻게 계속 화를 낸단 말인가?

끙차, 자리에서 일어난 루니아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인정하느니 못하느니. 주제넘게 말해서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괜찮아. 나라도 화가 났을 거야.”

‘……같은 1학년 학년 대표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창피하네.’

상대의 넓은 그릇에 부끄러워졌다.

“널 인정하긴 했지만 난 포기한 게 아니야.”

팔짱을 낀 루니아가 말했다.

“내가 피오라에게 어울리는 맹약자라는 걸 나도 증명하겠어! 후에 피오라가 날 선택할 수 있도록!”

피오라가 손으로 레오 플로브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레오 플로브! 이제부터 넌 내 라이벌이야!”

“마음대로 생각해.”

“내일 합동 수업, 기대하고 있을게.”

붉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획 돌아서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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