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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67화 (67/483)

【67】66

싸늘한 정적이 찾아왔다.

루메른 학생들은 의아한 얼굴로 레오를 보았고 세이룬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레오를 노려보았다.

“해석이…… 틀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 레오 플로브 학생.”

헤르디움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그 눈에는 차가움이 깃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볼을 긁적인 레오가 말했다.

“그 마법은 발동되지 않아요.”

“당연하죠. 이건 미완성 마법이기에 어차피 발동되지 않는 마법입니다.”

“예?”

레오가 당황했다.

그리고 헤르디움을 포함한 세이룬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오러와 소환이 전공인 애가 마법에 대해 뭘 안다고 저러는 거야?’

루니아도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레오를 보았다.

“하! 별의 마법 비슷한 걸 쓴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이 마법은 해석되지 않는 시조님의 유산이다! 수많은 엘프 마법사들이 어떻게든 지금의 형태로 복원했는데 그걸 보고 틀렸다고?”

레오에게 얻어터졌던 엘프 남학생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 이거 소실 된 마법이었어?’

레오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루니아는 그 남학생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잠깐? 마법? 분명 레오는 오러와 영력을 썼는데?’

“레오 학생은 별의 마법에 대한 조예가 있는 모양이군요. 흥미롭습니다. 인간의 눈에 비친 별의 마법이 어떤지는 말입니다.”

헤르디움이 차가운 목소리로 분필을 내밀었다.

“우리 엘프들의 해석이 틀렸다면 당신의 해석을 보여주겠습니까?”

‘쩝. 이거 안 보여 줄 수도 없겠네.’

별의 마법 중 기초 마법이라 아직 해석되지 않았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긴. 모를 수도 있겠네. 이 마법은 별의 마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루나가 마법 체계를 정립하면서 만든 마법이니까.’

지금 시대에 엘프들이 사용하는 건 별의 마법이지만 근본은 루나가 사용하던 것과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별의 마법의 정수가 오롯이 전수 된 대상은 엘프가 아닌 카일이었다.

‘나는 그 정수를 다른 엘프에게 전해주기 전 죽었으니까.’

정통한 별의 마법의 정수는 카일에게서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엘프들이 사용하는 별의 마법은 루나의 제자였던 베르키아가 기억하고 있는 별의 마법 술식과 루나가 남긴 마도서를 토대로 복원한 카피에 불과했다.

‘온전하지 않은 걸로 여기까지 구현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그런 상황이다 보니 기초 마법이라고 평가받는 마법에 대해 알지 못해도 이상할 건 없다.

루나나 카일의 기준에서 기초 마법일 뿐.

엘프들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잃어버린 소실 된 마법이었다.

레오는 실수를 자책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으로 다가갔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루메른 학생들은 기겁했다.

‘으아! 레오 오빠 대체 왜 그랬어!’

‘학년 대표인 네가 망신당하면 큰일이라고!’

‘컥! 할린드 교수님 눈에서 레이저 나온다!’

뒤에서 참관하고 있던 할린드 역시 살벌한 시선을 레오에게 보냈다.

그만큼 레오의 행동은 엄청난 무례였다.

5반 학생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렸고 세이룬 학생들은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라는 얼굴로 레오를 노려보았다.

헤르디움은 팔짱을 낀 채 한발짝 물러서서 해석 풀이를 시작하는 레오를 보았다.

분필 소리가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탁-!

레오는 망가진 술식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그 과정에서 지금 엘프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별의 마법 술식이 이용되는 건 당연했다.

‘저게 무슨 해석이야?’

‘별의 마법 같은데 처음 보는 해석 같은데?’

‘완전 이상한 해석이잖아?’

세이룬 학생들은 레오의 해석을 보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최고의 마법 실력을 자랑하는 루니아 조차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런 술식이 존재해?’

지금 세이룬 학생 중 레오가 칠판에 쓰고 있는 자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 학생은 그 누구도 없었다.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마법 술식에 눈이 핑글핑글 돌 지경이었다.

오직 한 사람, 헤르디움만은 칠판을 바라보며 전율하고 있었다.

탁-!

이윽고 레오가 분필을 놓고 물러섰다.

“다 했는데요.”

할린드는 팔짱을 낀 채 빤히 레오를 보았다.

별의 마법에 대해 아는 게 적은 할린드는 지금 레오의 마법 술식을 평가할 수 없었다.

레오에게서 시선을 뗀 할린드가 옆을 보았다.

그리고는 헤르디움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헤르디움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수 천 년 동안 수많은 엘프 마법사들이 달려들어도 해석할 수 없었던 시조의 마법.

그렇기에 미완성으로 평가받던 마법.

그리고 이 마법에 대해 일생동안 연구해온 헤르디움은 레오의 술식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마법이 완벽하게 풀렸잖아!’

***

“레오 플로브 학생.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헤르디움은 레오와 할린드를 데리고 대연회실에 옆에 딸린 작은 방에 들어와 다짜고짜 물었다.

할린드 역시 놀란 눈으로 레오를 보고 있었다.

둘의 시선을 받으며 레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순수하게 그냥 해석을 했다고 말하는 게 최선이겠군.’

자신이 카일이라느니.

루나에게서 직접 마법을 배웠다느니 같은 말은 어차피 해서 믿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될 말이었다.

“제가 별의 마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깊이 연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마법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별의 마법에 관심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닐 텐데요.”

헤르디움이 안경을 고쳐 쓰며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대답한 건 할린드였다.

“레오 플로브는 단순히 별의 마법에 조예가 있는 학생은 아닙니다.”

“그렇다면요?”

“이 학생은 실제로 별의 마법의 사용자입니다.”

할린드의 말에 헤르디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별의 마법을? 인간이요? 아, 아니. 인간이나 다른 종족이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어린 나이에요?”

별의 마법은 루나에 의해 탄생한 마법 체계이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엘프에게 맞춤 계량되어왔기에 다른 마법 체계와 비교해 다른 종족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마법이었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마력 숙련도가 높아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어린 나이에 사용하기 힘들며 사용한다 해도 위력이 반감된다.

‘그런데 이 학생은 고작 열다섯의 나이에 인간의 몸으로 별의 마법을 사용한단 말인가요?’

“하지만 별의 마법의 사용자라고 해서 그 마법을 해석하는 건…… 어떻게 해석했는지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헤르디움의 질문에 레오는 종이에 마법을 해석을 풀이하기 시작했다.

레오의 해석 풀이를 지켜보며 헤르디움의 눈은 점점 더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어쩌면 시조께서 해석을 하셨다면 이런 해석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레오의 해석은 자연스럽고 또 완벽했다.

이윽고 레오가 해석을 끝내자 그걸 받아 든 헤르디움이 몸을 떨었다.

“레오 플로브 학생…… 이 마법…… 대체 어떤 마법입니까? 써본 적이 있습니까?”

‘내가 직접 쓴 적은 없지만.’

레오가 볼을 긁적이더니 말했다.

“꽃을 피우는 마법이던데요.”

“꽃?”

할린드와 헤르디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노, 놀랍군요. 설마하니 수많은 속성의 마법이 파생된 이 마법이 단순히 꽃을 피우는 마법이었다니.”

시조의 엉뚱함에 헤르디움은 어안이 벙벙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레오가 마법을 사용했다.

따스한 빛이 레오의 손바닥에서 피어오르더니 어느새 손에는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단순하게 꽃을 피우는 마법은 아니죠. 재앙의 시대 당시는 꽃이 거의 전멸했었으니까요.”

헤르디움이 레오의 손에 핀 꽃 한 송이를 보았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과 바람, 물과 대지. 그리고 빛이 필요하죠.”

레오는 손에 피어난 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성운의 시조에게 꽃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었을까요?”

‘봐! 봐! 카일! 드디어 꽃을 피우는 마법을 드디어 완성했어!’

‘뭐 그딴 마법을 만들어?’

‘꽃이 어째서? 예쁘잖아? 언젠가 이 세상 한가득 꽃이 피는 세상을 되찾고 싶어. 너도 배울래?’

‘필요 없거든?’

손에 잡힌 꽃을 보며 레오는 옛날 일을 떠올렸다.

루나의 억지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배우긴 했지만 쓸 일은 없었다.

‘전생에서 쓰게 되는군.’

루나가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마법.

기초 마법인 만큼 자신이 쌓아 올렸던 모든 마법의 정수가 깃든 꽃을 피우는 마법.

‘루나가 별의 마법을 만든 이유가 이 마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엘프들이 알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활짝 웃는 루나의 미소를 떠올리며 레오가 과거를 추억할 때였다.

“과연! 이 마법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루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니야. 그 녀석은 단순히 꽃을 좋아했을 뿐이야.’

멋대로 해석하는 헤르디움을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레오 학생. 나는 할린드 교수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으니 다른 학생들처럼 자습을 하고 있겠습니까?”

“네.”

‘별 탈 없이 넘어갔네.’

레오가 속으로 안심하며 밖으로 나갔다.

“우리 학생이 무례를 범했군요.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할린드 교수님! 오히려 우리가 감사합니다! 미완이라고 생각되었던 시조님의 마법이 사실은 이렇게 완성된 마법이었다니요! 이건 대발견입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헤르디움을 보며 할린드가 쓰게 웃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묻는 말입니다만…….”

“……?”

“혹시 레오 플로브 학생…… 조상 중에 엘프가 있지는 않습니까?”

“루메른에서는 딱히 선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군요.”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레오 플로브 학생이 루메른의 학년 대표이니만큼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외람된 줄 압니다만.”

“……?”

“레오 플로브 학생을 우리 학교로 전학시킬 생각은 없으십니까?”

“…….”

전대미문의 전학 제의에 할린드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헤르디움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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