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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69화 (69/483)

【69】68

다음 날 아침.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이 숙소 한가운데에 모였다.

할린드와 헤르디움이 각자 인솔 학생들을 통솔했다.

레오와 루니아가 반의 대표로서 인솔을 도와주고 있을 때였다.

“잠깐? 저거 혹시 에이란 아니야?”

세이룬 학생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루니아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룬의 뒤를 쭈뼛쭈뼛 따라오는 에이란을 발견했다.

세이룬 학생들도 에이란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이란 학생!”

헤르디움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에이란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헤르디움 선생님.”

“에이란 학생! 제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학교에 나올 생각이 든 거군요!”

뿌듯한 미소를 짓는 담임 선생을 보며 에이란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헤르디움은 이곳에 온 이후 담당 학생이었던 에이란과 개인적인 면담을 하기도 했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에이란이 어느 순간부터 등교를 거부했었기에 헤르디움으로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신경 써 줘서 고맙네. 헤르디움군.”

“아닙니다, 룬 선생님. 아, 지금은 대의회장님이시죠.”

“에이란. 아무 말도 없이 본가로 돌아가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루니아 양. 그, 그러니까 그게…….”

“몸이 아픈 건 좀 괜찮고?”

학교에는 에이란이 몸이 아파 집에서 쉬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 자신에게 이것저것 묻는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이 당황할 때 레오가 다가와다.

“너도 이번 의뢰에 참가하는 거야?”

“아! 레오님.”

세이룬의 교복을 입은 에이란은 누가 봐도 어엿한 영웅 사관생도였다.

레오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가 멈칫하더니 미간을 좁혔다.

‘나랑은 대화도 잘 안 하는 에이란이 왜 이 녀석이랑은 이렇게 친하게 지내지?’

“저 루메른 분들에게도 인사하고 올게요.”

“그래.”

하룻밤 사이 친해진 5반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에이란을 조금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한편 루메른 학생들과 살갑게 대화하는 에이란의 모습을 본 루니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레오 군.”

순식간에 우등생의 탈을 쓴 루니아가 생긋 웃으며 레오를 불렀다.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할래요?”

얘가 또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따라 들어갔다.

“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에이란이 어째서 나보다 너한테 더 살갑게 구는 건데?”

둘만 남게 되자 돌변한 루니아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레오가 대답했다.

“너보다 내가 더 편한 모양이야.”

“그게 말이 되냐? 너 에이란이랑 알고 지낸 지 얼마다 됐다고?”

“고작해야 이틀?”

“더 말이 안 되잖아! 난 학교 친구인데!”

“에이란은 널 무서워하던데?”

“뭐? 그럴 리가.”

“결투 평가 때 이후 네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면서 자기를 싫어하게 된 줄 알았대.”

“그건 결투에 집중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에이란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나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거든.”

“그럼 좀 챙겨 주지 그랬어? 에이란도 너랑 친해지고 싶었던 모양인데.”

에이란은 매사에 당당한 루니아를 동경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챙겨줘? 에이란 같이 뛰어난 학생을? 그건 오히려 에이란에게 실례 아니야?”

엘프에게 있어 남을 돕는 건 미덕이지만 대등한 이에게 함부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건 오히려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다.

루니아는 에이란을 대등한 라이벌로 인정하고 이전처럼 챙기지 않게 된 모양이었다.

‘성격이 극과 극이군.’

두 소녀의 생각 차이가 아무래도 친구가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되었던 모양이다.

“챙겨줘. 그 애는 너 같은 애가 돌봐줘야 할 것 같으니까.”

레오의 말에도 루니아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갈 때 루니아가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정말 올 클래스야?”

“응.”

“진짜야? 정말 그런 게 가능해?”

“안 믿을 거면 왜 물어본 거야?”

“동화 속에만 나올 법한 이야기니까.”

루니아의 말에 레오가 오러와 마력, 영력을 동시에 방출했다.

그걸 보고 루니아가 입을 떡 벌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니아에게 레오가 웃어주었다.

“아무래도 너랑은 날 잡아서 제대로 실력을 겨뤄봐야 할 것 같네.”

“결투에서는 내가 이긴 거 아니었어?”

“그건 제대로 된 결투는 아니었잖아?”

생긋 웃은 루니아가 팔짱을 꼈다.

“난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

“그래. 그래. 기회가 되면 상대해 줄게.”

레오와 루니아가 돌아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저벅- 저벅-

멀리서 세이룬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세이룬의 고학년들이었다.

스무 명의 그들은 절도 있게 1학년들 앞에 도열 했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남학생이 나섰다.

“헤르디움 선생님. 2학년 모두 의뢰 요청을 받고 지금 도착했습니다.”

“오! 라우타 학생도 온 겁니까?”

“예.”

“이번 별의 마법에 관한 논문! 참으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헤르디움 선생님이 좋게 봐주신다니 다행이네요.”

“라우타 학생의 실력 아니겠습니까?”

“예, 그런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헤르디움 선생님.”

“무슨 소리죠?”

“시조님의 마법이 해석되었는데 그 해석을 해낸 것이 루메른 학생이라고 하더군요.”

“라우타. 헛소문이라니까.”

“왜 그런 걸 헤르디움 선생님께 해서 곤란하게 만들어?”

라우타의 물음에 다른 2학년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문은 사실입니다.”

“네?”

“여기 루메른의 1학년 대표, 레오 플로브 학생이 그 마법을 해석하는 데 성공했죠.”

헤르디움이 웃으면서 레오를 소개했다.

세이룬의 2학년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던 라우타는 이내 레오 앞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레오라고 했지? 시조님의 마법을 해석하다니. 정말 대단하네. 내 이름은 라우타 알그라야. 세이룬의 2학년 상급 2반이야.”

“레오 플로브라고 합니다.”

손을 내미는 라우타의 손을 맞잡은 레오가 자신을 소개했다.

“……?”

순간 레오의 눈에 라우타의 손에 자리 잡은 검은색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레오의 시선이 반지 쪽으로 향하자 라우타가 재빠르게 레오의 손을 놓은 후 루니아를 보았다.

“그리고 네가 루니아 엘 룬드아지? 그 유명한 1학년 대표를 보다니, 영광인데.”

“과찬이세요.”

“이번 의뢰에서 네 실력을 지켜볼게.”

그렇게 말한 라우타가 루니아의 어깨를 토닥거린 후 2학년들에게로 돌아갔다.

“좋은 선배는 아닌 것 같네.”

“그걸 한눈에 알아봐?”

“얼굴은 웃는데 눈은 안 웃고 있었거든.”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한숨을 쉬었다.

“하급반과 중급반을 막 멸시한다 하더라고. 그러면서 선생님들 앞에서는 온갖 모범생인 척 다한다고 들었어.”

“어딜 가나 그런 사람들은 있나 보네.”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이 세이룬 2학년들은 1학년들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동아리 2학년 선배들은 날 놀릴 생각만 하는데.”

“1, 2학년 사이가 저렇게 살뜰할 수 있는 관계였어?”

후배들을 챙겨 주는 세이룬의 2학년들을 보며 5반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5반 쪽으로 돌아온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왜 그래?”

“레오 넌 동아리 활동 안 해서 모르지? 우리 학교 2학년들은 후배를 장난감 혹은 노동력으로밖에 안 보거든.”

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에 비하면 저쪽은…… 어후, 부럽다. 부러워.”

대다수 반 학생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는 사이.

할린드와 헤르디움이 학생들을 모았다.

“지금부터 조 편성을 시작하겠다. 조 편성은 제비뽑기로 진행되고 조장은 세이룬의 2학년생이다.”

할린드의 말이 끝나고 1학년 학생들이 제비를 뽑았다.

조는 1학년 네 명, 2학년 한 명으로 편성되었다.

“레오! 몇조 뽑았냐?”

“1조.”

“오! 나도 1조인데!”

칼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1조 조장은 다름 아닌 라우타였다.

“너희가 루메른 쪽 1조구나. 잘 부탁한다.”

“잘 부탁합니다!”

칼이 쾌활하게 인사했다.

잠시 후, 세이룬 1학년들이 왔다.

다름 아닌 루니아와 에이란이 이었다.

“너희가 1조야?”

“레오 님도 1조이신가요?”

“그래.”

에이란의 얼굴이 레오를 보고 살짝 밝아졌다.

“잘 부탁해, 에이란 양.”

“칼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을 보며 루니아가 미간을 좁혔다.

‘조금 전 까지 고양이 앞에 생쥐마냥 내 눈치를 살피던 애가 레오를 보자마자 얼굴이 확 밝아지네.’

아까 전 챙겨 주라던 레오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잘 챙겨 줄 수 있어!’

“에이란, 이리 와. 선배님께 인사부터 해야지.”

“죄, 죄송해요!

어깨를 움츠러트리며 사과하는 모습에 루니아가 인상을 썼다.

“에이란. 너무 비굴하게 굴지 마. 너도 세이룬 학년 대표잖아. 그렇다면 좀 더 자신감을…….”

“비, 비굴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저 같은 게 학년 대표라서 죄송합니다!”

루니아가 화났다고 생각한 에이란이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아니.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하려는 게 아니라!”

에이란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했던 루니아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 버리자 당황했다.

“학년 대표? 에이란 양도 학년 대표였어?”

“응. 에이란은 세이룬 1학년 차석이야.”

“오? 대단한데!”

오직 전교 1등만 학년 대표가 되는 루메른과 달리 세이룬의 경우에는 1등부터 3등까지 학년 대표가 된다.

에이란을 진정시킨 루니아가 라우타에게 인사했다.

“라우타 선배님. 잘 부탁드려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학년 대표들을 지도하게 되어서 영광이야.”

라우타가 빙긋 웃었다.

“뭐. 1학년 학년 대표 중 둘은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 말에 에이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루니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선배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루니아. 넌 분명 매우 뛰어난 학생이야. 하지만 여기 있는 에이란과 루카는 아니지.”

라우타가 딱 잘라 말했다.

“등교 거부를 일으키는 학년 대표에 혼혈 학년 대표라니. 2학년에서 이번 1학년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기나 해?”

루니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오! 진짜! 선배만 아니었으면 확 들이박아 버리는 건데!’

루니아도 선배들이 1학년 대표들을 어떻게 보는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권위 의식이 강한 세이룬에서 루니아를 제외한 다른 학년 대표들인 에이란과 루카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에이란과 루카는 오직 실력만으로 그 자리를 쟁취했다고!’

“2학년들은 집합하도록 하세요.”

“난 갔다 올 테니 준비를 하고 있어.”

라우타가 떠나자 루니아는 쿵! 쿵! 발을 구르며 으르렁거렸다.

“재수 없어! 언제가 날 잡아서 면상을 뭉개 버리겠어!”

“오! 박력이 넘치는걸?”

루니아가 획-! 고개를 돌리자 칼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우등생 모습은 가면이었군!”

“왜 그렇게 생각했어?”

“첫날에 레오 멱살 잡을 때부터 알아봤지.”

킬킬- 웃은 칼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칼 토마스.”

“재미있는 애네. 루니아 엘 룬드아야.”

우등생 가면을 벗어 던진 루니아가 시원스럽게 칼과 악수했다.

“그나저나 말하는 게 재수 없긴 하네. 안 그러냐, 레오?”

칼이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바치며 툴툴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말이 심하네.”

“흥! 열등감 덩어리니까 그런 거겠지.”

“상급반이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있어?”

“1학년 때까지는 하급반이라 들었거든. 2학년에 와서 갑자기 상급반 수준으로 성장한 모양이야.”

루니아의 말에 레오가 멈칫했다.

“갑자기 실력이 올랐다고?”

“응. 그래서 세이룬 전체에서 학기 초부터 엄청난 이슈였어. 이번 학기 화제의 인물이야.”

‘갑자기 성적이 올랐다고?’

중간고사 때 있었던 사건을 떠올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라우타를 보았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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