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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70화 (70/483)

【70】69.

“우리의 임무는 페어리 포레스트의 이상 사태 조사야. 언데드가 출몰하는 이유에 관한 조사지.”

라우타의 말에 루니아가 손을 들었다.

“지금 페어리 포레스트에는 데스나이트도 출현한다고 들었어요. 라우타 선배님께서는 데스나이트와 싸운 적이 있으신가요.”

“그래.”

“그럼 데스나이트에 대한 대책도 세워 두셨겠군요.”

“데스나이트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네? 그게 무슨……?”

라우타의 물음에 루니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데스나이트가 출몰했다면 대책을 세워야겠지. 하지만.”

라우타가 힐끔 레오를 보았다.

“데스나이트를 본 사람은 한 명뿐이잖아.”

“레오 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요?”

“거짓말은 안 했겠지. 하지만 다른 언데드를 보고 착각했을 거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데스나이트처럼 보이기도 하거든.”

“그렇다고 해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대책을 세워 두는 게 옳다고 보는데요. 데스나이트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자랑스러운 세이룬의 학년 대표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라우타가 피식 웃었다.

“데스나이트 같은 상위 언데드는 네크로맨서에게 지속해서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소환이 해제되어 버리지. 그래서 데스나이트가 있는 곳에는 항상 마족이 있지. 하지만 이곳은 엘살베키아의 수도 베르키아야.”

“…….”

“세이룬의 학생이라면 알겠지? 베르키아 주변에는 대규모 별의 마법이 펼쳐져 있어. 위대한 시조, 루나님께서 만든 마법으로 마족은 결코 접근할 수 없지. 접근한다고 해도 바로 위치를 파악 당해.”

라우타는 마치 데스나이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 말에 루니아가 머뭇거릴 때 레오가 말했다.

“네크로맨서가 꼭 마족이라는 법은 없는데요.”

“뭐?”

“마족 이외의 존재도 얼마든지 어둠의 힘을 쓸 수 있습니다.”

레오의 말을 듣고 라우타가 말했다.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이야기군. 긍지 높은 엘프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짜증스럽게 말한 라우타가 획- 몸을 돌렸다.

“이 이상의 시간 낭비는 그만하고 출발하도록 하지.”

앞서 걸어가는 라우타를 보며 칼이 작게 소곤거렸다.

“아까랑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 같지 않냐?”

“더 이상 눈치를 볼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지.”

레오의 말에 칼이 혀를 찼다.

“저런 타입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케헤헤헥! 캬하하하하!

한 무리의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루메른의 실력 좀 볼까?”

라우타가 웃으며 고블린을 턱짓했다.

“너희 둘이서 상대해 보겠어?”

그 말에 레오가 나서려 하자 칼이 말했다.

“레오. 고블린 따위에 너까지 나설 필요 있냐?”

씩- 웃은 칼이 마법 지팡이를 꺼냈다.

“저런 조무래기들은 나한테 맡겨.”

‘칼의 전투라…… 그러고 보니 학기 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본 적이 없네.’

칼의 경우에는 입학 때부터 서포트 지망이었다.

그렇다 보니 전투학 수업에서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학생들을 서포터를 주로 맡았다.

거기에 더해 마법 역시 공격 마법 위주가 아닌 보조 마법이나 인첸트 마법을 주로 공부했다.

“고블린 정도야 껌이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짧은 지팡이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빙빙 돌리던 칼이 실수를 해서 지팡이를 놓쳤다.

“으헉?”

허겁지겁 지팡이를 줍는 칼을 보며 루니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쟤 왜 저렇게 어설퍼?”

지팡이를 주운 칼이 포위망을 형성하는 고블린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자, 그럼 내 작품들을 보여줄까?”

칼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와 함께 아공간에서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에이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기를…….”

“글쎄. 저 녀석 전문이 연금마법이긴 한데.”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칼이 마력을 일으켰다.

라우타가 코웃음을 쳤다.

“조악한 마력이군.”

확실히 칼의 마력은 루메른 평균의 턱걸이 수준이었다.

칼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지만 최고만 모이는 루메른에서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선택했다.

우웅-!

칼의 마력에 반응한 무기들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걸 본 레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뭐야, 단순한 염동 마법이네?”

조금 흥미롭게 바라보던 루니아가 살짝 김샌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기를 염동 마법을 이용해 사용하는 건 매우 보기 흔한 공격 방식이었다.

“아니, 저건 염동 마법이 아니야.”

“뭐?”

칼의 무기들이 마력을 내뿜더니 여러 속성의 힘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에이란이 놀랐다.

“어떻게 된 거죠?”

“인챈트야.”

“인챈트?”

“그래.”

레오는 순식간에 칼이 쓴 마법을 간파했다.

‘무기에 염동 마법 술식을 새겨 놨군. 그 마법 술식이 인챈트 마법에 반응한 거야.’

인챈트 마법은 마법사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순한 마법이다.

그리고 무기에 염동 마법 술식을 새긴다는 발상 역시 단순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구조로 인챈트 마법을 구현하는 건 노련한 마법사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저 무기들은 연금술로 만든 건가? 제법인데?’

“가랏!”

칼의 명령을 받은 무기들이 고블린을 향해 날아갔다.

다채로운 속성의 마법이 인챈트 된 무기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크륵?

캬아아악!

고블린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어딜!”

하지만 칼의 의지가 깃든 무기들은 복잡하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베어 넘긴 무기들이 칼에게 돌아왔다.

아공간에 무기를 넣은 칼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훗. 내 비장의 한 수가 어때?”

“칼님! 대단해요!”

에이란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레오도 감탄했다.

“중간고사 때 이 마법을 고유 마법으로 발표하지 그랬어?”

“단순한 인챈트 마법과 연금술로 만든 무기를 활용한 것뿐이라 고유 마법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

“이런 방식으로 마법에 접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고유 마법이라 불려도 손색없다고 보는데.”

“그런가? 그냥 어떻게든 괜찮은 거 만들어 보려고 발악하다 보니 생각난 아이디어인데.”

칼은 연금술 중에서도 물건에 무언가를 부여하는 인챈트에 특화된 마법사였다.

하지만 단순히 인챈터는 마법사로서 대성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칼은 입학 때부터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인챈트 마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어. 그래서 이런 마법을 완성한 거지.’

“렌 교수님께 보여주면 엄청나게 칭찬하실걸?”

“오! 진짜? 그러면 이걸로 2학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레오의 말에 칼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누가 뭐라 해도 레오의 보증이라면 확실했다.

의욕을 내는 칼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루니아와 라우타도 그런 칼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흥. 그래 봤자 단순한 인챈트 마법이지.”

라우타가 코웃음을 쳤지만 루니아는 생각이 달랐다.

‘우리 학교로 치면 하급반 수준인 애가 저런 마법을 생각해내다니.’

루니아는 복잡한 얼굴로 칼을 보았다.

“자, 다시 이동한다.”

이후 몇 번이고 몬스터와 전투가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데드도 나타나지 않는데 데스나이트라고? 웃기는군.”

라우타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레오의 얼굴은 심각했다.

현재 일행은 과거 페어리 랜드의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선대 요정왕이 펼친 마법은 건재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며칠 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땅에 저주가 걸려 있어.’

재앙의 시대를 살았던 레오만이 간파할 수 있는 은밀한 저주.

‘망자의 저주.’

마족들이 쓰는 수많은 저주 중에서도 이 저주는 특별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저주였기 때문이다.

재앙의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에레보스의 가장 충직한 심복이자 마족 중 가장 전율스러운 존재.

‘사령왕 헬 카이저.’

실질적으로 타르타로스를 이끄는 사령관이다.

‘놈이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을 거야.’

헬 카이저가 직접 움직였다면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이다.

‘재앙의 시대 이후 기록을 보면 놈이 직접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하지만 최소한 놈의 명령을 받은 부하가 이곳에 있는 건 확실해.’

굳은 얼굴로 페어리 랜드의 입구를 보았다.

‘이 너머에…… 실로드가 지키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있어.’

레오가 생각을 하는 사이 루니아가 라우타에게 말했다.

“라우타 선배. 일단 언데드의 낌새는 없으니 복귀하도록 할까요.”

“아니. 우리는 이 주변 일대를 좀 더 탐색한다.”

“알겠어요.”

“지금부터 각자 흩어져서 주변 일대를 탐색해.”

루니아가 멈칫했다.

“우리끼리요?”

“그럼? 내가 너희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해?”

라우타가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루니아가 당황했고 코웃음을 친 라우타는 진지한 얼굴로 주변을 조사했다.

“아니. 저 사람 우리 인솔하려고 온 거 아니야?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뭔가를…… 찾으시는 것 같은데요.”

칼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투덜거렸고 에이란은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냅둬. 저 재수 없는 녀석은 무시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주변을 탐색하자.”

라우타를 향해 혓바닥을 쏙 내밀며 일행을 챙기던 루니아가 레오를 보고는 멈칫했다.

레오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라우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의 눈이 가늘어지는 걸 본 루니아는 직감했다.

‘얘 뭔가 알고 있네.’

***

그날 저녁.

탐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루메른과 세이룬 학생들은 의문을 느꼈다.

“첼시, 너희 조도 언데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응. 우리 조뿐만 아니야. 모든 조가 언데드를 발견하지 못했데.”

“그렇단 말이지?”

언데드 발생은 이미 엘살베키아 의회에서도 확인했다.

그렇기에 루메른과 세이룬에 정식 의뢰를 한 것이다.

‘그런데 하루 만에 언데드가 종적을 감췄다?’

언데드 자체가 사라졌다면 이상할 건 없다.

언데드는 마력을 공급받지 않으면 활동 시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 페어리 포레스트 중심부에는 언데드를 무한히 생성시키는 저주인 ‘망자의 저주’ 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언데드가 모습을 감추었어. 마치 언데드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가 있는 것처럼.’

“헤르디움 선생님.”

그때 세이룬 학생들에게 보고를 듣던 헤르디움에게 라우타가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라우타 학생.”

“언데드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상 사태가 발생한 건 사실입니다. 페어리 포레스트는 엘프들의 성역. 불길한 무리는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1학년들은 위험할지 몰라도 2학년들은 밤에도 충분히 숲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밤에 탐색하는 걸 허락해주십시오.”

그 말에 몇몇 2학년들이 짜증 난다는 듯 소곤거렸다.

“어휴, 저거 또 아부한다.”

“재수 없는 자식.”

라우타를 제외한 모든 2학년들이 하급, 중급반인 만큼 라우타를 바라보는 동급생들의 시선은 좋지 못했다.

“역시 라우타 학생은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2학년에게도 야밤의 탐색은 위험합니다. 밤은 언데드의 기운이 더욱 강해지는 시간이니까요. 그러니 그 요청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라우타 학생. 의욕도 지나치면 문제가 생깁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헤르디움을 보며 라우타는 이를 악물고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레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점점 더 수상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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