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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73화 (73/483)

【73】72.

“파이어 월.”

레오가 주문을 완성 시킴과 동시에 불의 벽이 오크들을 휘감았다.

키에에에엑!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오크들을 보며 레오가 마법을 거두었다.

백골만 남은 오크의 시체를 보며 루니아와 에이란이 걸음을 옮겼다.

“잠깐.”

“응?”

“네?”

루니아와 에이란이 걸음을 멈추었다.

둘을 멈춰 세운 레오가 빤히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고오오오-!

오크들의 해골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허공에 떠올랐다.

따닥- 딱딱-

뼈마디가 하나하나 맞춰지더니 스켈레톤이 되었다.

루니아와 에이란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언데드들은 모두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소환시켜둔 언데드들이 매복해 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 막 시체가 된 몬스터들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났다.

“주변에 네크로맨서가 있는 건가!”

루니아의 눈이 앙칼지게 올라갔다.

화르르륵-!

피닉스의 마력을 일으키며 주변을 경계했다.

에이란 역시 아니무스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검과 방패를 고쳐 쥐었다.

따다다다닥-!

오크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고쳐 쥐고 돌격했다.

코웃음을 친 루니아가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화르륵-!

손바닥 위에 작은 불꽃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불꽃 공격 마법인 파이어 볼이었다.

단순한 마법이지만 그만큼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위력이 천지 차이인 마법이기도 했다.

화화화화확-!

파이어 볼이 순식간에 여러 개로 증식했다.

그걸 본 레오가 눈을 빛냈다.

‘저 나이에 중첩 영창을 저 정도로 고속으로?’

같은 주문을 동시에 여러 번 외우는 기술.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하기 위해서는 베테랑 마법사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걸 오로지 센스로만 해내다니. 대단한데?’

레오가 순수하게 감탄하는 사이.

루니아의 파이어 볼이 오크 스켈레톤들을 덮쳤다.

콰가가강-!

불꽃의 폭발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오크 스켈레톤들을 박살을 내버렸다.

“간단하네.”

입꼬리를 말아 올린 루니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놈이 사용하는 저급한 스켈레톤은 다 처리했어!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지!”

사나운 루니아의 목소리가 겨울 숲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메아리가 된 루니아의 목소리뿐이었다.

“어쭈? 안 나온다 이거지? 그럼 이 주변 일대를 날려 버리겠…….”

“그만해. 주변에 네크로맨서는 없어.”

강력한 주문을 외우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손목을 잡아 공격을 제지했다.

“레오, 너도 방금 봤잖아. 오크가 스켈레톤이 되는 거.”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방금 그건 네크로맨서에 의한 언데드화가 아니야.”

“그럼 대체 뭔데?”

“저주야.”

“저주?”

루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이란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주 중에 언데드를 생성시키는 저주도 있나요?”

“망자의 저주.”

“망자의 저주? 처음 듣는 저주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이룬은 저주에 관해서 안 배워?”

“배, 배우거든! 다만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안 나갔을 뿐이야! 같은 과목이라도 진도는 다르잖아!”

“그렇다고 해도 유명한 저주인데?”

“윽?”

루니아가 움찔했다.

“엘프가 저주에 관한 내성이 강한 건 사실이고 별의 마법에 있는 축복 마법 때문에 다른 종족보다 저주를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저주는 마족들의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 중 하나야.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돼. 그 루나조차도 저주 때문에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으윽?”

차마 반박할 수 없는 말에 루니아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망자의 저주라면…… 사령왕 헬 카이저의 저주 아닌가요?”

그때 에이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 에이란은 잘 알고 있구나.”

“대영웅님들의 영웅담에 많이 등장했던 저주라 잘 알고 있어요.”

쑥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는 더더욱 위축되었다.

“그래서, 망자의 저주가 뭔데? 군단장과 관련된 저주라면 위험한 저주일 거 아니야?”

“망자의 저주는 주변 일대에 언데드를 계속해서 소환하는 위험한 저주에요”

“뭐?”

“저주가 펼쳐진 곳은 말 그대로 죽음의 땅이 되어 버리죠.”

어깨를 움츠러트리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뭐야? 지금 타르타로스에서 대대적으로 엘살베키아를 노리려고 한다는 거야?”

언데드가 끝없이 소환된다면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망자의 저주라고 해도 헬 카이저가 직접 펼치지 않는 이상 강력한 언데드는 만들어지지 않아. 아마 헬 카이저의 부하 중 한 사람이 펼친 저주겠지.”

레오가 숲을 노려보았다.

“다만 헬 카이저가 움직였다면 이 숲에 타르타로스에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군단장이 원할 만한 게 뭔데?”

“글쎄. 가령…….”

레오가 턱을 쓰다듬었다.

“대영웅과 관련된 물건?”

“시, 시조님과 관련된 물건이란 건가요?”

“그럼 완전 대박이잖아!”

“그거야 알 수 없지. 어쨌든 가보면 알게 될…….”

레오의 안색이 돌변했다.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변한 레오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던 두 엘프 역시 흠칫- 몸을 떨었다.

휘오오오오-!

차가운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그 눈보라를 헤치고 검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흐흐흐흐- 환영한다. 영웅 후보생들이여.”

이때까지 상대했던 언데드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운을 내뿜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루니아가 얼굴을 굳혔다.

“데스나이트?”

“그렇다! 나의 이름은 카르고르! 위대한 사령왕을 섬기는 자랑스러운 기사이자 네놈들을 죽음으로 인도할 사자다!”

콱-!

고오오오오오!

카르고르가 대검을 땅바닥에 박자 주변 일대의 식물이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땅에서 죽음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파박! 파바바밧-!

땅을 헤치고 엄청난 수의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뿐만 아니었다.

좀비와 구울.

심지어 시체 키메라까지.

온갖 언데드 종류의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절망해라! 두려움에 떨어라! 이 숲에 온 걸 후회하게 해주마! 으하하하하하!”

그워어어어!

카르고르의 광소와 함께 언데드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소름 끼치는 웃음을 흘리며 카르고르가 레오를 보았다.

“오늘은 도망칠 수 없을 거다.”

“저 데스나이트는 내가 상대할게. 에이란, 너는 언데드들을 상대해. 그리고 루니아는 네가 쓸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을 외워.”

“네!”

“알겠어.”

“호오? 이번에는 나와 맞서 싸우는 걸 선택한 건가?”

“상대해 줄게.”

“흐!”

레오의 말에 카르고르가 낮게 웃었다.

대검을 고쳐 쥔 카르고르의 몸에서 암흑의 오러가 흘러나왔다.

레오는 검을 늘어트리고 제르딩거의 오러를 일으켰다.

화르륵-!

피닉스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서로 대치한 가운데.

화악-!

레오의 몸이 꺼지듯 사라졌다.

“어설프군!”

카르고르가 뒤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쾅-!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진 대검이 레오의 롱소드에 막혔다.

카르고르의 안광이 꿈틀댔다.

튕겨 나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레오가 버텨낸 것이다.

콰악-!

레오가 검에 힘을 주자 손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레오의 검이 카르고르의 대검을 밀어냈다.

틈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레오는 망설이지 않고 카르고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하하! 어리석은 놈! 내가 보통의 인간 기사라고 생각한 거냐?”

그런 레오를 보며 카르고르가 비웃음을 날리며 암흑 오러를 방출했다.

고오오오오-!

암흑의 오러가 레오를 덮쳤다.

“으하하하!”

화악!

하지만 암흑의 오러를 뚫고 온 레오를 보며 안색이 굳었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전신에 불꽃의 오러를 휘감은 레오의 검에 불꽃이 맹렬하게 일렁였다.

‘제르딩거의 비전 검술. 프로미넌스.’

레오의 검이 진홍색 선을 그리며 카르고르를 향했다.

콰앙-!

카르고르는 대검을 휘둘러 레오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진홍색 불꽃이 사납게 날뛰었다.

“보통 애송이가 아니구나!”

레오와 카르고르의 순수한 기사로서의 역량은 비등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대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가르는 요소는 경험.

그리고 카르고르는 경험에서 레오를 앞선다고 자부했다.

데스나이트로 수많은 전장을 누빈 자신을 영웅 사관 학교의 1학년이 경험으로 압도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카르고르의 착각이었다.

‘내 모든 수를 꿰뚫고 있어!’

수없이 많은 전장을 넘어온 레오의 경험은 카르고르와 격이 달랐다.

무감정한 레오의 눈을 보며 카르고르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홍염의 불꽃이 카르고르의 대검을 파고들었다.

치이이익!

엄청난 고열에 카르고르의 검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화악-!

순간 카르고르의 몸이 흩어졌다.

‘망령화.’

데스나이트의 기술 중 하나인 망령화를 쓴 카르고르가 급하게 후퇴했다.

‘언데드 부대를 이용해 소모전을 해야겠군!’

화르륵-!

순간 카르고의 안광에 작은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이 멀 것만 같은 밝은 빛과 함께 주변의 눈이 급속도로 녹아내렸다.

작열을 시전한 루니아가 카르고르를 보며 소리쳤다.

“뒤져! 이 뼈다귀 자식아!”

거대한 불꽃의 구체가 카르고르를 향해 날아갔다.

불꽃에 휩쓸린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도 남기지 못하고 산화했다.

‘피할 곳이 없다!’

쿠구구구궁! 화르르르르륵-! 콰가강-!

사방으로 퍼진 불꽃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레오와 에이란이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다.

잠시 후 불꽃이 걷히고 주변 일대가 초토화 되어 있었다.

“나한테 걸리면 이렇게 된단 말씀!”

루니아가 가슴을 활짝 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수, 숲이……!”

에이란이 얼굴을 감싸고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쟤 엘프 맞아? 뭐가 저렇게 과격해?]

삐약- 삐약-!

키르안도 혀를 내둘렀고 피오라는 마음에 드는 듯 날갯짓했다.

카르고르가 있던 곳을 바라보던 레오가 중얼거렸다.

“끈질기군.”

“뭐?”

루니아가 멈칫했다.

고오오오-!

“으흐흐흐.”

“어쭈? 안 죽었네?”

루니아가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태워줄 수밖에.”

[쟤 아무리 봐도 엘프가 아닌 것 같아.]

키르안이 소곤거렸다.

“흐흐- 나 카르고르를 쉽게 멸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나?”

“맷집에 자신이 있나 봐?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볼까?”

호전적인 미소를 짓는 루니아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던 카르고르가 말했다.

“이 임무만 끝난다면 네놈들에게 죽음을 선사해주마.”

그 말과 함께 카르고르가 모습을 감추었다.

“도망치는 주제에 잘난 척은.”

코웃음을 친 루니아가 말했다.

“뭐해! 빨리 쫓아가서 저 빌어먹을 뼈다귀랑 이 숲에 내린 저주를 해주 하자!”

***

화악-!

전투에서 이탈한 카르고르가 소환진을 그리고 있는 라우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 처리하고 온 거야?”

“곧 놈들이 올 거다. 서두르도록.”

“뭐?”

라우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웃기지 마! 이 무능한 언데드! 고작 1학년 애송이들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

“흐흐흐. 그래. 고작 1학년 애송이들에게 이 몸이 이렇게 되었지.”

카르고르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좋다고 실실 처 웃고 난리야!”

“기쁘지 않을 수 있나! 미래에 영웅이 될 싹을 제거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것으로 사령왕께서도 몹시 기뻐하실 거다.”

희열에 찬 목소리로 외치는 카르고르를 보며 라우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영웅의…… 싹이라고?”

“그래, 네놈을 처음 봤을 때 영웅 사관 학교도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보통이 아니더군.”

“말 함부로 하지 마. 지금 네놈의 주인은 나야.”

“나보다 나약한 네놈이 나의 주인을 자처한단 말이냐?”

“네놈이 섬기는 사령왕이 그렇게 정했으니까!”

신경질적으로 소리친 라우타가 검은색 반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당장 네놈을 소멸시켜 버릴 수도 있어!”

“으흐흐흐. 해보시지. 지금 오는 1학년 세 명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면 말이야.”

카르고르의 비웃음에 라우타가 움찔 몸을 떨었다.

“크윽!”

“어서 빨리 소환진이나 완성해라. 버러지 같은 주인 놈아.”

이를 악문 라우타가 소환진을 그려나갔다.

‘시조의 힘을 손에 넣는 순간…… 네놈부터 처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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