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74.
“레오! 저건 대체 뭐야!”
루니아와 에이란이 다급히 레오 쪽으로 달려왔다.
“스켈레톤 킹.”
그 말에 루니아와 에이란이 숨을 들이 삼켰다.
스켈레톤 킹.
네크로맨서가 다룰 수 있는 최강의 언데드 중 하나.
“도, 도망치는 것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하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에이란 말대로 지금은 물러서는 게 맞아! 오기 부릴 때가 아니라고!”
아무리 루메른과 세이룬의 1학년 최고 수준이라고 하나 스켈레톤 킹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루니아와 에이란의 의견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섣부르게 도망쳤다가는 오히려 위험해.”
레오는 카르고르와 라우타 쪽을 바라보았다.
“저쪽에서는 우리가 순순히 물러서는 걸 지켜볼 생각이 없을 테니까.”
루니아는 이를 악물었고 에이란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최상급 언데드인 스켈레톤 킹을 등 뒤에 두고 도주를 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레오가 앞으로 나섰다.
“쓰러트려야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눈을 크게 떴다.
“불가능해!”
“보통의 경우라면 불가능할지 모르지, 하지만.”
레오가 스켈레톤 킹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금 저 스켈레톤 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환된 게 아니야.”
“뭐?”
“라우타는 죽음으로 헬 카이저와 계약을 맺고 힘을 얻었어. 그 힘과 지금 이곳에 펼쳐져 있는 망자의 저주의 힘을 합쳐 어떻게 스켈레톤 킹을 소환한 모양이지만.”
레오가 검을 쥐었다.
“가까스로 소환 조건만 충족했을 뿐이야. 저 스켈레톤 킹은 오랫동안 소환 유지가 되지 않아.”
소환술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그것은 바로 소환한 대상을 유지할 영력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사령술 역시 소환술의 영역인 만큼 유지할 영력 떨어지면 소환이 해제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그렇다면 스켈레톤 킹의 소환을 유지하는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겠군요!”
“하지만 저쪽에는 스켈레톤 킹뿐만 아니라 라우타와 데스나이트까지 있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해 봐야지. 루니아. 넌 라우타를 맡아. 에이란은 데스나이트를 상대하고.”
“네?”
“너 지금 혼자서 스켈레톤 킹을 상대할 생각이야?”
깜짝 놀라는 두 소녀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 생각인데.”
가벼운 투로 말하는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소리쳤다.
“무모해!”
“무모해도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어. 날 믿어. 저 스켈레톤 킹이 최상급 언데드라면.”
레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삐약?
“나한테는 최강의 환수가 있으니까.”
그 말에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루니아가 심호흡을 했다.
“너! 죽으면 가만 안 둔다.”
“풉.”
“뭐야? 왜 웃어?”
“아니, 예전에도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당황하는 루니아의 머리를 흐트러트려 준 레오가 히죽 웃었다.
“걱정 마. 저런 해골바가지 따위에게 죽을 일 같은 건 없을 테니까.”
***
“후하하하! 힘이! 힘이 넘쳐나!”
폭주하는 힘을 주체 못 하며 라우타가 소리쳤다.
“스켈레톤 킹! 지금 당장 눈앞의 결계를 파괴해!”
우오오오오오오-!
라우타의 명령과 함께 스켈레톤 킹이 바닥에 거대한 손을 짚었다.
콰하학-!
회색의 빛과 함께 낡아 빠진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
소름 끼치는 흑색의 오라가 깃든 검을 휘두르기 위해 스켈레톤 킹이 손을 들어 올렸다.
화아아악-!
그것만으로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 주변의 눈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거 굉장하군!”
희열에 찬 라우타의 눈에 레오의 모습이 보였다.
“놈! 감히 나를 죽였겠다!”
눈에 불똥이 튄 라우타가 주문을 외웠다.
화르륵-! 콰가각-!
검은색 화염의 화살이 레오의 등 뒤를 노리고 날아갔다.
콰가각! 퍼엉-!
하지만 붉은색 화염의 벽이 생성되어 그 공격을 막았다.
라우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신 상대는 나야.”
루니아가 라우타 앞에 섰다.
“감히! 선배인 나를 막는 거야?”
“선배? 웃기지 마. 네놈은 세이룬의 이름을 더럽힌 변절자일 뿐이야!”
눈에 경멸감을 담은 루니아를 보며 라우타의 안색이 돌변했다.
“아무래도 선배를 공경하는 법을 배워야겠군.”
라우타가 지팡이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쿵-! 고오오오!
바닥에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코웃음을 친 루니아가 영력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수많은 화염의 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술사 vs 네크로맨서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흐흐- 겁에 질린 것만큼 상대하기 쉬운 적도 없지.”
검을 고쳐 쥔 카르고르가 소름 끼치는 웃음을 내뱉었다.
그런 카르고르를 보며 에이란이 뒷걸음질 쳤다.
“으으.”
숲에 들어온 이후 에이란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레오와 루니아가 등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에이란 혼자서 데스나이트와 맞서 싸워야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에이란의 손이 떨렸다.
싸움을 싫어하는 에이란은 도망치고 싶었다.
뒷걸음질 치던 에이란은 레오와 루니아를 보았다.
‘내가 해내지 못하면 레오님도 루니아 양도 위험해져.’
불안으로 흔들리던 에이란의 눈이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웃으면서 스켈레톤 킹에 맞서 싸우는 레오를 보고 이야기 속의 영웅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레오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원하는 루니아가 그 어느 때 보다 눈부셔 보였다.
‘나는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 하지만…… 하지만…….’
영웅담을 사랑하는 소녀는 그 영웅담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세이룬에 입학했다.
‘최소한 두 사람의 발목을 잡을 순 없어!’
고오오오-!
에이란의 눈에 투기가 감돌았다.
‘이 계집…… 분위기가 변했다?’
떨림을 멈추고 자세를 잡는 에이란을 보며 카르고르가 얼굴을 굳혔다.
스켈레톤 킹을 향해 돌격하던 레오가 웃었다.
‘원대한 꿈을 품는다고 영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레오의 몸에 오러 불꽃이 휘감겼다.
‘때로는 작은 꿈이 하나하나 모여, 위대한 영웅이 되기도 하지. 성격은 다르지만 그런 면에서 넌 누구보다도 베르키아를 닮았어, 에이란.’
에이란의 선조 베르키아가 그러했다.
위대한 대영웅들의 발자취를 동경했던 작은 엘프 소녀를 떠올리며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피오라!”
피오라의 몸에 강력한 불꽃의 오러가 휘감겼다.
화악-!
그워어어어어어어-!
스켈레톤 킹의 포효가 길게 울려 퍼졌다.
소리를 들은 레오의 몸에 검은색 기운이 감돌았다.
“망자의 외침이군.”
언데드가 사용하는 피어 형태 저주의 일종.
외침을 들은 살아 있는 자는 방어력이 감소하고 반대로 죽은 자는 공격력이 상승하는 저주!
지금 상황에서는 최악의 저주였다.
하지만 레오는 씩 웃었다.
“피오라. 소리쳐!”
삐야아아아아아아아악-!
피오라의 맑고 귀여운 울음소리가 숲속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레오와 루니아, 에이란의 몸에 붉은색 기운이 감돌았다.
피닉스가 가진 힘,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의 외침.
언데드가 사용하는 망자의 외침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진 축복이었다.
“너 대체 언제까지 삐약거릴 거야?”
레오가 웃음을 터트리며 선대 요정왕이 펼친 결계를 향해 휘둘러지는 스켈레톤 킹의 검을 향해 레오가 돌격했다.
화르르륵-!
작고 귀여운 아기 새에서 아름다운 피닉스의 형상이 된 피오라가 레오의 검 위에 사뿐히 앉았다.
‘소환술-현신.’
화르르륵-!
피오라가 불꽃으로 변하더니 레오의 검에 깃들었다.
환수나 정령을 몸이나 무기에 깃들게 하여 그 위력을 끌어내는 기술이었다.
화르륵-!
레오의 검 끝에 불꽃의 날개가 생성되더니 불꽃의 검날이 생성되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의 검은 순식간에 스켈레톤 킹의 검만큼 크기가 커졌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레오를 보았다.
레오의 붉은 눈이 번뜩임과 동시에 스켈레톤 킹의 검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아아! 콰앙!
콰아아아!
그어어어어어어어어!
엄청난 폭음과 함께 스켈레톤 킹의 팔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충격으로 휘청거린 스켈레톤 킹이 그대로 쓰러졌다.
쿠구구구구! 콰앙-!
거구에 휩쓸려 나무 여러 개가 쓰러졌다.
레오가 마법을 이용해 허공에 몸을 띄웠다.
화악-!
검에서 빠져나온 피오라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며 레오의 머리 위에 앉았다.
[와! 레오! 너 현신까지 사용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던 키르안이 혀를 내둘렀다.
현신은 노련한 소환사들도 쓰기 힘든 기술이었다.
[너도 아직 어린애인데 제법인데?]
키르안의 말에 피오라가 뺙-! 하고 울더니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훗. 그 정도면 내 부하로 충분하지. 앞으로 널 내 부하 1로 삼…… 악! 이 병아리 자식! 난 먹는 게 아니야!]
피오라의 부리에 머리가 삼켜진 키르안이 버둥거렸다.
“장난은 그만 쳐.”
레오의 말에 피오라가 퉤-! 하고 키르안을 뱉어냈다.
쿵-! 쿠구구구구!
스켈레톤 킹이 몸을 일으켰다.
레오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고는 하지만 큰 타격을 입힌 건 아니었다.
쿵! 쿵!
몸을 일으킨 스켈레톤 킹의 시선이 레오에게 닿았다.
후욱-! 콰아아아아악!
스켈레톤 킹의 검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콰가가가가강-!
레오가 서 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스켈레톤 킹의 시선이 검 끝으로 향했다.
스켈레톤 킹의 검붉은색 안광과 눈이 마주친 레오가 손가락 끝으로 스켈레톤 킹을 가리켰다.
“키르안.”
[응? 오?]
화악-!
키르안의 몸에서 은은한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보조해.”
[알았어!]
레오의 손끝에 룬어가 떠올랐다.
다름 아닌 요정의 마법이었다.
“루미넌스 레이!”
번쩍-!
레오의 손끝에 별의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강렬한 빛의 탄환이 쏘아졌다.
콰앙-!
그워어어어!
오른쪽 눈이 직격당한 스켈레톤 킹이 괴성을 내질렀다.
화악-!
스켈레톤 킹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자 레오가 급하게 검에서 이탈했다.
‘마력 소모가 심하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마법은 지금 레오가 사용할 수 없는 상위주문이었다.
그런데도 레오가 쓸 수 있었던 건 던 다름 아닌 키르안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력을 이용해 키르안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렸다.
요정은 강력한 마법의 행사자이기도 했다.
원래라면 구현할 수 없는 마법 연산이지만 키르안의 힘으로 보좌한 것이다.
‘키르안의 힘이 온전했다면 별 무리 없이 쓸 수 있었겠지만.’
지금 마법으로 인해 타격을 입힌 건 사실이지만 레오 역시 마력에 과부하가 걸렸다.
타닥-!
레오가 자리에서 착지했다.
그어어어어!
파괴되었던 스켈레톤 킹의 안광이 회복되었다.
‘체급차가 너무 큰데.’
레오가 머리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두 번의 공격 역시 지금의 레오에게 허락된 이상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시간만 끌면 돼.’
레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스켈레톤 킹을 저지하는 것.
자세를 낮춘 레오가 다음 공격에 대비할 때였다.
스윽-!
스켈레톤 킹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아무리 강력한 언데드라고 해도 제대로 된 네크로맨서의 보조를 받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힘을 끌어내는 건 불가능해.’
언데드 역시 환수와 같다.
지금 레오가 피오라의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는 것처럼 라우타가 소환한 스켈레톤 킹 역시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었다.
‘시간만 끌면 막을 수 있…….’
우웅-!
순간 스켈레톤 킹의 검이 검붉은색으로 빛났다.
그걸 본 레오의 뇌리에 무언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레오는 본능적으로 옆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확-! 콱-!
“……!”
옆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레오가 숨을 들이켰다.
공간을 이동하기라도 한 듯 스켈레톤의 검이 어느새 레오의 옆에 있었다.
그걸 인지도 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막아낸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콰가가가가강-!
레오의 몸이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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