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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79화 (79/483)

【79】78.

다음날.

부여받은 자유시간을 만끽한 5반은 저녁이 되자 아쉬운 감정을 뒤로하고 텔레포트 게이트에 올랐다.

“그래도 재미있는 수학여행이었다!”

“응. 보람찼어.”

일리아나가 기지개를 켜며 말하자 넬라도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아마 모든 반을 통틀어 우리보다 알찬 수학여행을 보낸 반은 없을걸?”

“맞아. 맞아. 누가 세이룬 학생이랑 합동 수업 같은 걸 해보겠어?”

테이드의 말에 칼이 킬킬 웃으며 동의했다.

“재미있었다, 그치 레오 오빠?”

히히- 웃으며 묻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5반 전체가 텔레포트 게이트에 몸을 올렸을 무렵.

텔레포트 게이트로 세이룬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들 역시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세이룬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루메른 여러분.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또 볼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헤르디움이 빙긋 웃으며 말하자 5반도 환하게 웃었다.

“다음에 또 봬요! 헤르디움 선생님!”

“수업 재미있었어요!”

헤르디움 외에도 각자 친분을 쌓은 세이룬 학생들이 인사해왔다.

레오는 우등생 모습으로 돌아간 루니아와 곁에 서 있는 에이란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란이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루니아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면서도 힐끔, 레오를 보더니 손을 흔들어주었다.

“여러분, 잊은 물건은 없죠? 이제 출발할 거예요.”

“네!”

세나의 말에 5반 학생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우웅-!

텔레포트 게이트가 발동되면서 환한 빛이 휩싸였다.

***

밤이 되자 루메른의 1학년 기숙사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야! 너희는 어땠어?”

“우리? 후후! 놀라지 마! 무려 몬스터 토벌을 했다니까?”

“와, 우리는 그냥 봉사 활동 같은 거만 했는데.”

친분이 있는 다른 반 학생들과 수학여행 때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칼은 남자 기숙사 목욕탕으로 향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가소롭긴. 우리 반만큼 알차게 수학여행을 보낸 반은 없구만.”

공중목욕탕에서 몸을 헹구고 대형 욕조에 몸을 담갔다.

“크. 이 뜨끈한 느낌이 그리웠어.”

수학여행기간 동안에는 기껏해야 샤워만 할 수 있었기에 칼은 호화스러운 기숙사 목욕탕을 만끽했다.

레오 역시 몸을 담그고 있을 때였다.

“비켜라, 워레든 타이든. 이 욕조는 내가 쓸 거다.”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듀란 모이라.”

“뭐라고?”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내 말이 거슬린다면 실력으로 증명해봐라.”

“재미있군. 가뜩이나 네놈을 쓰러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욕실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이크. 결국 저것들 드디어 한판 붙었네.”

칼이 혀를 찼다.

남자 기숙사는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만큼 목욕탕이 매우 넓었다.

그리고 많은 욕조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중 유독 고급스럽게 치장된 욕조가 있었는데 다른 욕조에 비해 크기가 작았다.

네다섯 명이서 이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였지만 귀족들 입장에서는 딱 개인 욕조로 쓸 만한 크기였다.

하지만 그 욕조를 이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들의 지정석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1반의 듀란 모이라와 7반의 반장 워레든 타이든이었다.

1학년 최강의 실력자들인 두 사람은 이 자리를 자기 개인 지정석처럼 쓰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지금까지 씻는 시간이 달라서 부딪힐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칼의 말대로 씻는 시간이 달랐던 두 사람은 목욕탕에서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수학여행 복귀 날이 맞물려 욕탕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지금 마주치게 된 것이다.

험악한 분위기를 내뿜는 두 사람에 덕에 남학생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살폈다.

듀란과 워레든.

1학년 중 수위의 실력자로 손꼽히는 한편 성격이 거친 것으로 유명했다.

두 사람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을 때였다.

찰박.

“그냥 사이좋게 씻지 그래?”

모두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욕조에 등을 기댄 레오는 고개만 뒤로 끝까지 젖힌 채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뭘 욕조 자리 가지고 싸우냐. 애도 아니고.”

“학년 대표로서 분란을 중재하기 위해 참견하겠다는 거냐, 레오 플로브?”

듀란의 물음에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창한 이유일 것 같냐? 괜히 사고 치지 말라는 소리야.”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네놈도 덤벼라.”

듀란이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와-! 역시 우리 왕자님은 자기 듣고 싶은 대로 해석을 한다니까!”

칼이 감탄하자 듀란의 살벌한 시선이 칼에게 향했다.

“이크.”

칼이 능청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지속될 때였다.

드륵-

“응? 분위기가 왜 이래?”

욕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아바드 르왈린이었다.

1학년 남학생 TOP4가 한자리에 모이자 괜스레 긴장된 남학생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첨벙-

“…….”

“…….”

듀란과 워레든이 신경전을 벌이던 자리에 아바드가 들어갔다.

아바드 역시 이곳을 지정석으로 쓰고 있었다.

물론 듀란과 워레든처럼 다른 학생들을 이용 못 하게 눈치를 준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이 아바드와 같은 탕을 쓰는 것을 꺼린 것에 가까웠다.

어쨌든 귀족은 남과 같이 씻는 걸 꺼리니 말이다.

모두가 멍한 눈으로 아바드를 보았다.

“왜?”

특유의 웃는 낯으로 묻는 아바드를 보며 듀란과 워레든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크큭!”

레오는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따라 듀란과 워레든의 얼굴은 더더욱 험악해졌다.

‘야! 웃지 마!’

남학생 모두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폭풍전야 같던 목욕탕 사건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

[날개다! 날개! 야호! 날개를 되찾았다!]

휘잉-!

레오가 씻고 방으로 돌아오자 키르안이 방 위를 빙글빙글 날고 있었다.

그때마다 빛나는 작은 가루들이 주변에 흩날렸다.

“정신 사나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레오! 봐봐! 날개야! 내 날개라고!]

레오 앞으로 날아온 키르안이 등 쪽을 보여주며 자신의 날개를 뽐내듯 파닥거렸다.

“이미 충분히 봤거든? 그리고 세 쌍 중 고작 한 쌍의 날개일 뿐이잖아.”

레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위대한 페어리 프린스께서 힘을 되찾았는데 좀 더 놀라워하란 말이야!]

요정은 강력한 환수인 만큼 소환사들이 모시다시피 하는 환수였다.

하지만 그런 걸 바라기에는 번지수가 틀려먹었다.

[그래, 레오 넌 이 몸의 힘을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군! 좋아! 그러면 이 몸이 특별히 힘을 보여주지!]

“어떻게 보여 줄 건데?”

레오가 시큰둥하게 묻자 키르안이 허공에서 멋들어지게 선회하더니 방 한쪽에서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초콜렛을 먹고 있는 피오라 곁으로 날아갔다.

삐약?

[여기 건방진 빨간 병아리가 있습니다!]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듯 키르안이 과장 된 동작으로 피오라를 가리켰다.

삐약-

[끄악!]

피오라는 부리로 키르안의 정수리를 찍어 버렸다.

그리고는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는 키르안을 밟아 버렸다.

[발 좀 치워 봐! 내가 멋진 거 보여줄 테니까!]

삐약?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키르안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들어 피오라의 머리 위에 빛의 가루를 솔솔 뿌렸다.

그러자 피오라의 몸이 은은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폴리모프?”

폴리모프.

고차원의 정신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또 다른 이면을 불러오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대표적으로 즐겨 쓰는 종족이 바로 드래곤이었다.

하지만 요정들은 거의 배우지 않는 마법이었다.

요정급의 최고위 환수는 마법이 아니더라도 힘을 이용해 자신의 이면을 불러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피오라는 아직 어려서 무리였지만 폴리모프의 도움을 받는다면 자신의 이면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이걸 왜 익힌 거야?”

[장난치려고.]

‘그래, 이 자식은 사고 쳐서 실로드에게 추방당했었지.’

레오가 혀를 차는 사이 빛이 가셨다.

모습을 드러낸 건 다섯 살 남짓으로 보이는 귀여운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였다.

당장에라도 타오를 듯한 선홍빛 머리카락에 눈동자.

오밀조밀하여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인형 같은 외모.

[훗-! 어때! 이 몸의 힘이!]

우쭐하는 키르안을 무시한 레오가 턱을 괴었다.

달라진 눈높이에 눈을 크게 뜨던 피오라가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모습이 마음에 든 듯 거울 앞에서 가볍게 턴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레오 앞으로 걸어 왔다.

“이렇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네요.”

자기 딴에는 최대한 위엄 있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려 한 듯했지만 애석하게도 외모와 어우러져 귀엽다는 인상밖에 주지 않았다.

“당신의 맹약…….”

파닥파닥-

[어떠냐! 이 몸의 놀라운 힘이!]

인사를 하려던 피오라는 눈앞에서 키르안이 정신 없이 날아다녔다.

“방해하지 마요.”

[훗, 허접한 몸놀림이군.]

키르안을 붙잡기 위해 작은 손을 뻗었지만 얄밉게 피해버렸다.

울컥한 피오라가 레오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고 키르안을 쫓았다.

그러다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레오 앞으로 돌아와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고 무릎을 굽혔다.

“당신의 맹약자 피오라에요.”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아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예의 바르네.”

“어머니가 맹약자에게는 예의 있게 대하라고 하셨어요.”

[올~ 기특한 꼬마네.]

피오라의 머리 위에 날아와 앉은 키르안은 손바닥으로 찰싹- 찰싹- 피오라의 이마를 때렸다.

눈을 치켜뜬 피오라가 다시 키르안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키르안은 유유히 빠져나갈 뿐이었다.

“거기서요!”

화가 난 듯 쫓아다니던 피오라는 인간의 몸이 익숙하지 않은 듯 곧 발을 삐끗해 엎어지고 말았다.

[우하하하! 그런 짜리몽땅한 팔다리로 이 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키르안이 피오라의 눈앞으로 날아가 마구 약 올렸다.

양 주먹을 쥔 피오라가 볼에 바람을 가득 집어넣었다.

어린아이가 화를 내듯 커다란 눈망울 끝에는 눈물이 살짝 맺혔고 몸은 푸들푸들 떨렸다.

[푸하하하하하! 가서 모이나 더 쪼아 먹고 와…… 커억-!]

얄밉게 약 올리던 키르안이 레오에게 짓밟혔다.

피오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키르안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복수에 성공해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은 피오라가 말했다.

“레오. 엄마한테도 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길을 열어주세요.”

“알았어. 가는 김에 얘도 데려가.”

바닥에서 움찔움찔 떨고 있는 키르안을 주워 피오라에게 주었다.

이 요정을 기숙사에 내버려 뒀다간 무슨 사고를 칠지 몰랐다.

‘일단 피리나씨의 영역에 머물게 해야지.’

“예절 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다는 말도 같이 해주고.”

“네.”

고개를 끄덕인 피오라는 레오가 열어준 소환진을 통과했다.

‘겨우 조용해졌군.’

아까부터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며 떠들던 수다쟁이 요정이 사라지자 레오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이제야 겨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베르키아에서 발견한 내 히어로 레코드와 단검은 일단 세이룬이 맡게 되었고.’

레오가 창밖을 보았다.

루메른은 마물 여왕 실라투나가.

세이룬은 사령왕 헬 카이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르타로스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었다.

레오는 창밖으로 보이는 루메른의 풍경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세이룬에는 라우타라는 직접적인 배신자가 있었어.’

루메른에도 그런 배신자가 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일단 루메른 침투해 있는 타르타로스의 세력부터 척결이 우선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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