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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96화 (96/483)

【96】95.

레오의 주변으로 빠르게 몰려든 1학년은 전부 아홉 명이었다.

‘기사학과 세 명 소환학과 두 명 마법 학과 네 명…… 제법 많군.’

“제빈!”

“니베아! 잘됐네! 운이 좋은데? 이렇게 일찍 합류하다니 말이야!”

제빈은 자신과 같은 패거리인 마법학과 여학생 니베아를 발견하고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딱히 원한 살 짓은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레오의 말에 니베아가 코웃음을 쳤다.

“흥! 웃기셔! 너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게 하루 이틀인 줄 알아?”

“나 때문에 무슨 피해를 봤는데.”

“올 클래스다 뭐다 교수님들에게 편애나 받고! 네가 쓸데없이 나대는 덕분에 괜히 마법 수업 내용만 어려워지고 있잖아! 넌 다른 애들 배려란 걸 할 줄 몰라?”

“맞아! 소환 수업도 네가 항상 잘난 척하는 바람에 매일 어려운 과제만 잔뜩 받고 있어!”

“기사 수업도 매일 힘든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고!”

쏟아지는 불만을 가만히 듣고 있던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불만이면 교수님들께 항의해야지.”

그 말에 학생들이 움찔했다.

“그리고 나 한 명 때문에 수업 진도가 바뀐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단순히 너희가 수업 진도를 못 따라오는 것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어?”

“뭐야!”

레오의 말에 니베아가 발끈했다.

“난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에 다녔던 아카데미에서 항상 수석이었어! 그런 내가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말이 되니까 못 따라가는 거지. 너희가 부족한 걸 남 탓으로 돌리면 안 쪽팔리냐?”

“이익! 닥쳐!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지직-!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전류의 사슬이 레오를 향해 날아왔다.

전류의 사슬이 코앞에 이르자 레오는 손을 휘둘러 마법을 쳐냈다.

휘익! 파칭! 파바바바박!

튕겨 나간 마법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맹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어, 어떻게?”

“위력은 강해도 술식 구조가 단순해. 그러니 쉽게 디스펠 되는 거야. 첫 수업 시간에 배웠잖아?”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발동 수식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이익! 잘난 척하지 마! 변방 왕국 촌놈 주제에!”

니베아가 발끈하여 마법을 마구잡이로 날려대기 시작했다.

“다들 공격해! 학년 대표가 뭐고 어차피 우리랑 같은 1학년이야! 이 정도 숫자로 덤빈다면 저 녀석도 어쩔 수 없어!”

“같은 1학년?”

제빈의 외침에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제대로 된 루메른 1학년이라면 나도 고생 좀 했겠지만 자기가 부족한 걸 남 탓으로 돌리는 너희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걸?”

“뭐라고!”

“이 자식이!”

레오를 향해 마법학과생들이 일제히 마법을 쏘았고 기사학과 학생들은 무기를 쥐고 레오의 주변을 돌며 압박해 왔다.

소환학과 학생들은 정령을 소환했다.

화르륵-!

레오가 손에 불꽃을 만들어냈다.

“파이어 윌.”

콰가가가강-!

치솟은 화염의 벽이 날아오는 마법을 상쇄시켰다.

레오를 압박하던 마법학과 학생들은 기겁하며 물러섰다.

“마, 말도 안 돼! 우리 마법이 이렇게 허무하게……!”

“겁먹지 마! 저런 강력한 마법은 마력 소모가 심할 게 뻔하잖아! 그냥 발악하는 거라고!”

학생들을 다독인 기사학과 학생은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창을 고쳐 쥐고 레오에게 돌격했다.

휘익-!

빠른 찌르기 공격.

섬광 같은 공격이었지만 레오는 별 어려움 없이 그 자리에서 창대를 잡았다.

텁-!

“큭!”

공격이 허무하게 막히자 다급히 창을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창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가 힘을 가하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끌려왔다.

‘무, 무슨 놈의 힘이!’

그는 몰랐지만 순수한 육체적인 힘으로는 기사학과에서 레오가 최고였다.

우웅-!

창을 잡지 않은 레오의 오른손에 오러가 일렁였다.

레오는 자신에게 끌려오는 학생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헉!”

콰앙!

다급히 오러 아머로 레오의 공격을 보호했다.

하지만 남학생은 머리가 띵- 하고 울리는 걸 느꼈다.

퍼억-!

“컥!”

레오는 후속 공격으로 그의 배를 걷어찼다.

휘잉! 쿵!

“크억!”

날아가 나무에 부딪힌 남학생이 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졌다.

“빈틈 발견!”

덩치가 큰 남학생이 레오의 뒤를 급습했다.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치켜든 남학생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넌 탈락이야! 레오 플로브!”

텁-!

“……!”

레오는 손을 뻗어 투핸드소드의 거대한 칼날 끝을 잡았다.

순간 공격이 막히자 당황한 남학생이 검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레오의 손에 잡힌 검은 꿈쩍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빠드드득-!

오히려 레오가 힘을 주자 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오러가 깃든 검인데!”

”오러는 무적이 아니거든?“

꽈악-! 콰직!

“……!”

산산조각난 투핸드소드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막힐 걸 대비하고 다음 대책을 세워뒀어야지.”

퍼억-!

“끄억!”

레오가 그대로 남학생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콰앙!

“커억!”

속절없이 날아간 남학생 역시 허무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꿈틀거리던 두 기사학과 학생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텔레포트 마법.

학과대항전에서 탈락한 것을 의미했다.

쿠구구국!

그때 살아 있는 생명처럼 땅바닥이 움직이더니 뱀처럼 레오의 몸을 칭칭 감았다.

그와 함께 얼굴 주변으로 물방울이 생성되더니 그대로 머리 크기의 물방울이 레오의 얼굴에 씌웠다.

보글- 보글-

“좋았어!”

“그대로 질식시켜서 탈락시켜주지!”

정령을 소환했던 소환학과 학생 두 명이 쾌재를 불렸다.

투두둑! 퍼엉-!

하지만 레오를 붙잡은 땅은 흙덩이가 되어 흩어졌고 물방울은 허무하게 터져 버렸다.

“이럴 수가! 우리 정령 정령술이……!”

망연자실한 정령술사들을 보며 레오가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 일대 정령들과 간이 계약을 맺었으면 더 뛰어난 정령사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도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레오는 몸에 붙은 흙더미를 털어내며 물었다.

“그래서, 다음은 뭐야?”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고?’

“없어?”

고오오오-!

레오가 오러를 일으켰다.

“그럼 각오는 됐지?”

“자, 잠깐! 레오! 잠깐만!”

제빈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소리쳤다.

“우, 우리가 잘못했어! 이대로 탈락하면 우리는 퇴학이야! 제발 한 번만 봐줘!”

“그, 그래! 용서해 줘!”

“나, 난 너랑 싸울 생각 없었어! 레오! 얘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웃기지 마! 네가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했잖아!”

전의를 상실한 그들은 빠르게 붕괴되었다.

“레, 레오! 어차피 넌 굳이 우리를 탈락시킬 필요 없잖아? 응? 그러니까…….”

니베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니베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확실히 너희 같은 거 내버려 둔다고 해서 딱히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고 너희를 탈락시킨다고 내게 득이 되는 것도 없지.”

그 말에 다투던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그럼!”

“그런데 말이야.”

레오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너희들은 과연 나를 봐줬을까?”

학생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스릉-!

“루메른 학생으로서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어. 그러니 루메른 학생답게 맞서 싸워.”

“웃기지 마! 난 루메른에 남을 거라고!”

욕지거리를 내뱉은 제빈이 윙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치사한 자식!”

“젠장! 도망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동기생들을 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기말 실기 시험에서 생존한다고 무조건 점수를 높이 쳐주지 않는다.

“영웅이라면 진다는 걸 알아도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이들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망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아.”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

학과대항전이 시작되고 네이그랑에 떨궈진 루메른 학생 대다수가 패닉에 빠졌다.

“몬스터? 야! 이쪽으로 몰고 오지 마!”

“사랑하는 학과 친우야! 같이 몬스터를 처리하자! 우리 힘을 합치기로 했었잖아!”

“야! 그건 평범한 학과대항전 때 얘기고! 지금은 시험이 걸렸…… 아! 진짜 저리 좀 꺼져!”

네이그랑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에게 쫓기는 와중에 같은 학과학생에게 돌진하는 학생.

“잠깐! 여기 지금 저주가 발동된…… 우웨에에엑!”

“감각계 혼란 저주…… 우웩! 머, 멀미!”

네이그랑 곳곳에 퍼진 저주에 당하는 학생.

“덤벼!”

“바라던 바다! 한판 붙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학생.

“제발! 우리 같은 반이잖아! 제발 같이 파티 맺어 줘!”

“아! 그, 그러니까 너랑 나는 다른 학과……! 이것 좀 놔!”

같은 반에게 매달리는 학생 등.

갑작스럽게 기말 실기 시험이라는 요소가 추가로 학과대항전은 혼돈 그 자체였다.

기존에 세웠던 작전 자체가 뒤엎어질 만큼 기말시험의 압박은 컸다.

루메른에서 송출 마법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8반의 담임 교수 아르티안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안일한 생각이다, 아르티안 교수.”

할린드의 말에 아르티안이 움찔 목을 움츠렸다.

“이번 학과대항전은 언뜻 보기에는 개인전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엄밀히 말하면 학생끼리 충분히 팀을 짜고 협력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영웅에게는 정치 외교도 중요한 덕목. 그런 만큼 사전에 협력을 하는 것 역시 준비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할린드의 말을 이어받은 세드젠 교수는 송출 마법에 비친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일세. 교장 선생님도 그걸 노리셨던 게지. 이번 학과대항전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시험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도 너무 가혹해요. 보다 안정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루메른 출신이 아닌 신입교수 아르티안으로서는 학생들에게 매 순간 시련을 강요하는 루메른의 교육 방침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보통의 학교라면 그래야겠지. 하지만 아르티안 교수, 이곳은 루메른이라네.”

“네?”

“우리가 키우는 학생은 영웅 후보생. 그리고 영웅은 시련을 이겨내는 자를 의미하지.”

세드젠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시련조차 넘지 못하면 영웅이 되는 건 고사하고 루메른의 학업과정 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네.”

그렇게 말한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험해야 하네.”

누구보다 많은 학생의 죽음을 지켜봐 온 세드젠의 말에 모든 교사들이 침묵할 때였다.

“교수님들.”

“에레나 비서, 무슨 일인가?”

1학년 교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교장의 비서 에레나가 찾아왔다.

“부담임 교수님들께 급하게 시킬 일이 생겼는데 모셔가도 될까요?”

“부담임 교수들에게 갑자기 시킬 일이란 게 뭐지?”

할린드의 물음에 에레나 비서가 빙긋 웃었다.

“이번 봉쇄령 때문에 인원 차출이 필요해서요.”

“알겠네, 부담임 교수들, 학교 일이니 수고해주게.”

세드젠의 허락이 떨어지자 부담인 교수들이 에레나 비서를 따라 연병장을 빠져나갔다.

“왜 그러나? 할린드.”

세드젠이 빤히 에레나를 보고 있는 할린드에게 묻자 할린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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