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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03화 (103/483)

【103】102.

에레크 연병장에서 관중들이 숨을 죽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기간테스를 공략해 나가기 시작하는 1학년들의 모습이었다.

“1학년들 대단합니다! 아무리 성체가 아니라도 기간테스를 상대로 저렇게 싸울 수 있다니!”

놀라서 감탄하는 릴을 보며 엘레나가 생긋 웃었다.

“안 그렇습니까? 선배님!”

“…….”

“엘레나 선배님?”

릴이 살짝 의아한 얼굴로 엘레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엘레나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뚫어져라 화면에 잡힌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뭐라고 했더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1학년들 사이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기간테스라니?

아무리 성체가 아니라고 하지만 1학년들이 뛰어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시련이 아닌가?

압도적인 절망을 느낀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 애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바뀌었어.’

단순히 전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레오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 세상에 위대한 영웅은 많아.’

그리고 이번 1학년에는 영웅의 자질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저 애는 그중에서도 격이 달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존재.

그런 사람을 부르는 특별한 단어가 있었다.

‘그래.’

엘레나는 등에 전율이 이는 걸 느꼈다.

오랫동안 히어로 레코드를 지켜온 가문의 후계자의 눈에 비친 레오는 어떤 이들을 닮아 있었다.

‘대영웅.’

***

화악-!

윈드 와이번 위에 올라탄 아바드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어!

기간테스가 포효를 내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화악-!

거대한 팔뚝이 아슬아슬하게 윈드 와이번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치기만 해도 즉사.

하지만 윈드 와이번을 조종하는 엘리자는 동요하지 않고 고삐를 잡아당겼다.

헤르긴 가문의 후계자.

엘리자 헤르긴은 어려서부터 환수를 다루는 자질이 몹시 뛰어났다.

영력을 일으켜 윈드 와이번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낸 엘리자는 말 그대로 바람과도 같았다.

바람의 마법사로서 그걸 본능적으로 느낀 아바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단한데.”

“칭찬할 거면 저 망할 마수에게 한방 크게 먹여주시죠.”

“좋아. 대신 저 녀석 입 주변으로 가 줄 수 있어?”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방금 셀리아가 놈의 머리를 날려 버렸잖아?”

엘리자가 인상을 쓰며 아바드를 돌아보았다.

그는 1학년 여학생들이 껌뻑 죽는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엘리자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런데요?”

“르왈린의 바람은 제르딩거의 불꽃에 질 수 없거든.”

“흥!”

엘리자가 코웃음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법사가 기사보다 위력이 떨어지면 엄청난 창피란 거 알고 있죠?”

그렇게 말한 엘리자가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윈드 와이번이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러고는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에 안광을 번뜩인 기간테스가 입을 쩍 벌렸다.

번쩍!

보랏빛 브레스가 하늘을 수놓았다.

엘리자는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그 공격을 피하며 빠른 속도로 기간테스에 접근했다.

워어어어어어어어!

기간테스의 주먹이 엘리자의 옆을 노렸다.

‘쳇! 접근을 못 하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한 엘리자가 틈을 노리려 할 때였다.

파앗-!

허공으로 뛰어오른 첸 시아가 보였다.

첸 시아가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그와 함께 허공에 거대한 물의 오러가 생성되었다.

퍼엉-!

첸 시아가 손바닥을 펴 일장을 내지르자 손바닥 모양의 물의 오러가 기간테스의 팔을 쳐냈다.

“훌륭해요! 시아!”

“레오 도령이 지시해 줬어요!”

아래로 떨어지며 소리치는 첸 시아의 말에 엘리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움직임을 예측하고 첸 시아에게 지휘를 내리다니……!’

기간테스의 얼굴에 도달한 엘리자가 훗- 하고 웃었다.

“지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고오오오오오-!

아바드를 중심으로 미친듯한 광풍이 휘몰아쳤다.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마력을 두른 아바드가 주문을 해방했다.

“템페스트.”

화악-!

휘몰아치던 바람이 사라지고 일순간 고요가 찾아왔다.

기간테스의 얼굴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거라면……!”

아바드가 주먹을 꽉 쥐는 가운데.

투둑--!

기간테스의 머리에서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엘리자가 급하게 기간테스와 거리를 벌렸다.

“말도 안 돼! 저 괴물은 대체 어떻게 해야 죽는 거예요!”

머리를 날려도 소용없었다.

큰 상처를 입혀도 순식간에 회복했다.

도대체 어떻게 공략해야 한단 말인가?

“거기 비켜!”

그때 허공에서 셀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공을 본 아바드가 셀리아를 받아 주기 위해 양팔을 벌렸다.

그걸 본 셀리아가 ‘싫다!’ 라는 표정을 짓더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엘리자의 위로 떨어졌다.

“꺄악!”

“미안!”

“아바드에게 떨어지면 될 것이지 왜 굳이 나한테 떨어진 건가요!”

“이런 르왈린 녀석에게 안길까 보냐!”

“지금이 그런 거 따질 때예요!”

“셀리아. 너까지 여긴 웬일이야. 아무리 윈드 와이번이라도 셋이 타면 기동성이 떨어질 텐데.”

“맞아요! 내려요!”

“레오가 이리로 가라고 시켰단 말이야!”

셀리아가 검을 고쳐 쥐었다.

“아바드, 준비해. 클로에가 준비가 끝났데.”

그 말에 아바드가 웃었다.

“그렇군.”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저 덩치를 저지하기 위해 큰 거 한 방 먹여야 해.”

아바드가 지팡이를 들고 마력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룬어를 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 소리로 외웠기 때문이 아니다.

주변 일대의 마나가 ‘한 마법사’ 에게 공명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콰가가각-!

검을 휘둘러 기간테스를 향해 화염을 날려 보낸 레오가 내성 쪽을 보았다.

“시작됐군.”

“와! 와! 뭔가 용기가 생기는데!”

클로에의 주문을 들은 첼시가 의욕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촤르르륵! 파지지지직!

듀란과 첸 시아가 힘을 합쳤다.

물과 번개의 상성이 좋은 만큼 둘이 호흡을 맞추자 효율이 극대화되었다.

번개의 단점은 한곳으로 힘이 모이기 힘들다는 점, 첸 시아의 물길을 따라 듀란의 번개가 한 점으로 모였다.

그워어어어어!

클로에의 심상치 않은 마력을 느낀 기간테스가 포효를 내지르며 내성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기간테스의 등에 듀란과 첸 시아의 공격이 박혔다.

콰득! 파지지지지직!

우어어어어어어!

온몸이 감전되어 튀겨지는 와중에도 기간테스는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촤르르르르륵! 콱-! 쿠궁-!

그때 거대한 대지의 사슬이 기간테스의 목을 휘감았다.

대지의 정령을 이용한 스피릿 아머드로 사슬을 만들어 낸 워레든이 기간테스의 목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

대지의 정령과의 계약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근력이 폭증한 워레든은 물리력으로 기간테스의 몸을 잡아두었다.

투둑! 툭!

대지의 정령으로 만든 사슬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퍼억! 촤르륵!

사슬을 끊어 낸 기간테스가 내성을 향해 질주했다.

그 순간 첼시가 준비한 마법이 발동되었다.

“게일 하르푼.”

광풍의 작살이 기간테스의 왼쪽 눈에 박혔다.

퍼억-!

그워어어어어!

눈이 터지고 피가 쏟아졌다.

얼굴을 부여잡은 기간테스가 휘청였지만, 피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수의 정점에 선 전율스러운 생물체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공격을 막지 않으면 죽는다고!

연달아 쏟아지는 강력한 공격을 무시하며 오직 내성만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그때, 화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기간테스의 앞을 화염의 폭풍을 휘감은 검을 치켜든 셀리아가 막아냈다.

“그만 죽어, 이 괴물아!”

높이 치솟은 화염의 폭풍이 죽음의 선고 마냥 기간테스를 향해 쏟아졌다.

콰가가가각-!

기간테스의 왼쪽 어깻죽지를 시작으로 화염의 폭풍이 파고들었다.

그워어어어어어어!

기간테스가 포효를 내질렀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을 번뜩이며 셀리아가 기합을 내지르며 손에 힘을 주었다.

부와아아악!

왼쪽 어깨를 시작으로 오른쪽 옆구리까지.

절단된 상체가 허공을 날았다.

그 치명적인 상처에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쿵-! 쿵-! 쿵-!

“마, 말도 안 돼!”

경악스러운 생명력은 상체의 절반 가량이 날아갔음에도 건재했다.

하나 남은 왼팔을 덜렁거리며 기간테스는 달렸다.

내성 성벽 위에 서서 지팡이를 쥐고 있는 클로에를 향해.

그런 기간테스의 앞을 레오가 가로막았다.

철컥-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러자 그 위로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마법검.’

검에 마력을 담는 마검사의 기술.

화르륵-!

검의 표면에 화염이 휘몰아쳤다.

마법이 오러에 반응하여 융합했다.

고오오오오오-!

“인페르노 블레이드.”

마법으로 거대한 화염의 칼날이 생성되었다.

레오가 기간테스의 가슴에 칼날을 박아 넣었다.

멈칫-!

기간테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됐다!’

모든 이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을 때 레오는 인상을 찡그렸다.

쿵-!

기간테스가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레오가 추격했다.

모든 마력을 소진했기에 남은 건 오러뿐이었다.

성벽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걸 지켜보던 학생들은 기간테스가 달려오자 허겁지겁 도망쳤다.

“으아아아악!”

“오, 온다!”

“피해!”

하지만 클로에는 영창을 멈추지 않았다.

“클로에! 피해! 이대로는 늦어!”

칼이 경악하며 소리쳤지만, 눈을 감고 집중한 클로에는 멈추지 않았다.

칼은 이를 악물고 클로에를 지키기 위해 마법을 영창했다.

“야! 이것들아! 도망치지 말고 저 괴물을 막아!”

그때 일리아나가 으르렁거리며 마법을 영창 했다.

하울은 창을 고쳐 쥐고 기간테스를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반 시체잖아! 저런 것도 못 막으면 우리가 영웅 후보생이야?!”

그 밖에 다른 학생들이 클로에가 마법을 완성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기간테스를 저지하려 했다.

마법이 터지고 오러가 기간테스의 몸을 베어냈으며 정령과 환수들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그에 따라 기간테스의 질주는 조금씩- 조금씩- 느려졌다.

이윽고…….

쿵-!

클로에의 바로 앞에서 기간테스가 무릎을 꿇었다.

꿈틀- 꿈틀-

기간테스의 몸이 잘게 떨렸다.

떨어져 나간 상처 부위가 회복 되고 있었다.

화악-!

포기하지 않은 기간테스가 클로에의 마법을 저지하기 위해 왼팔을 치켜든 순간.

“이거 어쩌나? 우리 마법사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데?”

레오가 클로에 앞에 도달했다.

화륵-!

화염의 오러가 일렁였다.

위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피오라가 있어야 했지만, 지금 레오에게 피오라를 소환할 영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군을 보조하기 위해 키르안에게 대부분의 영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빈사가 된 기간테스의 공격 한 번 정도는 막을 수 있지.’

레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부악-!

화염의 검격이 치솟았다.

용자의 숨결을 이용한 반동으로 레오의 왼팔은 불타 버렸다.

하나 남은 기간테스의 왼팔이 허공으로 치솟은 그 순간, 클로에의 푸른 눈이 뜨였다.

“얼음 세계.”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적-!

클로에가 밟은 땅을 중심으로 얼음이 뒤덮였다.

뿌드드득! 쩌적! 쩌저적! 쩌억-!

절대적인 혹한의 추위가 기간테스의 몸을 덮쳤다.

얼어 버린 기간테스의 몸을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코앞에 있는 거구를 살짝 밀었다.

휘청-! 퍼억! 콰드득-!

레오의 가벼운 손짓에 바닥에 쓰러져 산산조각나는 기간테스를 보며 1학년 전원이 숨을 죽였다.

그리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겼다!”

“정말로 기간테스를 쓰러트렸어어어어어!”

환호성이 쏟아졌다.

클로에는 그대로 탈진해서 주저앉았다.

“하하…… 너희 진짜…… 대단하다.”

칼이 후들후들 떨리는 발로 다가와 클로에에게 마나 포션을 건넸다.

그리고 레오 쪽을 보며 소리쳤다.

“진짜 히어로 레코드에 나오는 영웅 같았어! 레오! 이건 위업이나 마찬가지……!”

“…….”

성벽에 있던 레오는 온데간데없었다.

“레오는?”

클로에가 당황하여 묻자 칼이 고개를 저었다.

“그,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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