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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32화 (132/483)

132.

“훗, 드디어 이 몸의 이름을 세계 전체에 알릴 때가 된 건가?”

“놀고 있네.”

“네 이름을 알아서 뭐 하냐?”

그날 저녁 기숙사 식당 전체는 임무 실습에 관한 이야기로 난리였다.

“다들 임무 실습 이야기로 들떴네.”

첼시가 입을 앙- 벌리고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먹었다.

“우웅~”

양 뺨을 감싸며 행복해하는 첼시를 보며 칼이 물었다.

“뭐야? 푸딩 맛있어?”

“오늘은 한정판이라 절대 안 줄 거거든?”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첼시를 보며 칼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치사해서 안 먹는다.”

“응. 먹지 마. 레오 오빠는 한 입 먹어 볼래?”

“이 온도 차이는 대체 뭐야!”

칼이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다.

그런 칼을 무시하고 푸딩을 한 스푼 뜬 첼시가 레오를 보았다.

“난 괜찮아.”

“이거 엄청 맛있어! 레오 오빠는 한정판 푸딩 먹어 본 적 없잖아?”

“그래. 레오. 저거 엄청 맛있어. 애들이 괜히 먹으려고 난리 치는 게 아니야.”

한정판 푸딩을 먹어 본 적 있는 칼이 고개를 끄덕이며 첼시 말에 동의했다.

“그런 한 입 먹어 볼까.”

“응.”

첼시가 레오의 입에 푸딩을 떠먹여 주려 할 때였다.

덥석-!

“음-! 역시 한정판 푸딩은 맛있네.”

중간에 난입한 누군가가 푸딩을 먹어버렸다.

눈을 치켜뜬 첼시가 셀리아의 입에 들어간 스푼을 마구 휘저으려 했다.

하지만 셀리아는 스푼을 강하게 깨물고 도리어 첼시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가버렸다.

“악어냐!”

“흥.”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스푼을 다시 가져가려던 첼시는 셀리아와 칼을 노려보며 엄포를 놓았다.

“내 푸딩 건드리면 죽어!”

“내가 못 먹게 할게.”

레오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자 그제야 안심한 첼시가 후다닥- 스푼을 가지러 갔다.

“레오. 임무 실습 아직 어디로 갈지 안 정했지?”

“정했는데, 왜?”

“누구랑? 설마 5반 애들이랑 가려고?”

셀리아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반 친구들이랑 간다면 첼시가 포함되어 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레오와 같이 임무 실습을 정하려고 했던 셀리아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아니. 나 혼자.”

“뭐야? 그럼 잘됐네. 나랑 같이 가…….”

“누구게요?”

그때 누군가 레오의 눈을 가렸다.

레오는 태연하게 손을 치우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첸 시아.”

“에이, 재미없어라.”

무덤덤한 반응에 첸 시아가 김샌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오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

셀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그러고 노니?”

“레오 도령을 놀리려고 하는데 항상 반응이 무덤덤해서 재미가 없어요.”

툴툴거리는 첸 시아가 레오의 볼을 콕 찔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칼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스푼을 들고 오던 첼시가 굳어 있었다.

“첼시 양. 안녕하세요.”

첸 시아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 응. 안녕.”

첼시가 당황하며 대답한 후 레오 앞에 앉았다.

그리고 레오와 첸 시아를 번갈아 보았다.

“너도 임무 실습 때문에 온 거야?”

“네. 레오 도령과 같이 파티를 짜면 좋을 것 같아서요. 혹시 셀리아 양도 레오 도령과 파티를 짤 예정이라면 저도 끼워 줄래요?”

“흠. 기사학과 1, 2, 3등이서 임무 실습이라…… 나쁘지 않네. 완전 호화로운 멤버잖아?”

셀리아의 말에 대답한 건 칼이었다.

“내가 우리나라 왕자님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기사학과 2등은 듀란이잖아. 그리고 레오가 왜 기사학과야?”

“맞아! 맞아!”

칼의 말에 첼시가 스푼을 휘두르며 항의했다.

그 모습을 본 셀리아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래니? 이제 곧 레오가 내 사촌이란게 발표되면 얜 그냥 기사학과 확정이거든?”

“어? 그거 공식 발표 나는 거였어?”

“응. 조만간 날걸.”

칼이 놀라자 셀리아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레오 도령과 셀리아 양은 혈연관계였군요.”

“눈치채고 있었어?”

“두 사람이 사용하는 불꽃이 비슷했으니까요. 눈썰미 좋은 학생들은 모두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을 거예요.”

첸 시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튼! 레오! 우리랑 같이 임무 실습하자!”

“맞아요. 같은 학과끼리 같이하면 좋잖아요?”

셀리아의 말에 첸 시아가 맞장구를 쳤다.

“나는 아직 학과를 안 정했거든? 게다가 난 이미 임무 실습을 정했다니까.”

“그럼 같이 가. 네가 정한 곳이면 수준이 높겠지?”

“레오 오빠는 도적 소탕을 하러 간다고 했는데.”

“도적 소탕? 지금 활동하는 거물급 도적집단이 있었던가?”

“그런 소식은 못 들었는데요?”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두 여학생을 보며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시골 촌구석에 도적 무리 소탕하러 가는 거야.”

“뭐? 왜!”

“그런 임무 실습은 학점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텐데요?”

그녀들의 말에 첼시는 푸딩을 뜬 스푼을 입에 물며 말했다.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도 안 들었어.”

“레오에게도 생각이 있겠지.”

칼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하자 첼시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레오 오빠 능력이면 더 좋은 의뢰로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이후에 셀리아가 몇 번이고 레오를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레오가 기숙사 식당을 나왔을 때였다.

웅성- 웅성-

기숙사 앞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칼의 물음에 소환학과 학생이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던전 공략자 파티의 선배들이 왔어!”

“뭐?”

“이번 임무 실습 때 함께할 1학년들을 모집하겠다는데?”

던전 공략자 파티.

학과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로 이루어진 파티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영웅 던전 공략을 허락받아 임무에 투입된다.

말 그대로 루메른 최고의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숙사 입구 쪽으로 가자 과연 3, 4학년들로 보이는 이들이 보였다.

졸업반인 5학년은 올해로 은퇴하기에 파티원 모집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앗! 셀리아!”

그때 누군가 셀리아에게 다가갔다.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

셀리아의 친척이자 루메른 2학년인 바든 제르딩거였다.

“잘 됐다! 널 기다리고 있었어!”

“난 왜?”

셀리아가 팔짱을 끼며 묻자 바든이 씩- 웃었다.

“왜긴! 너한테 우리 파티에 합류하라고 권유하기 위해서지!”

일반 학생들에게 있어 공략 파티에 들어가는 건 엄청난 명예다.

던전 공략자는 말 그대로 최고의 학생들이고 파티에 합류하게 되면 그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어떻게든 공략 파티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

유망주들.

특히 셀리아와 같은 학생들은 공략자 파티에서 데려가려고 안달이었다.

어차피 고학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던전 공략자가 될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파티 쪽에서 가입을 권유한다.

“아직 공략 파티 안 정해뒀지? 리스 형님 파티는 모두 5학년 선배님들이라 올해 해체하잖아.”

리스 제르딩거가 소속된 던전 공략 파티, 레드 윙은 리스가 직접 만든 공략 파티였다.

토루아, 자무아 같은 쟁쟁한 동기들이 주축이 되어 3학년 때부터 활동해온 파티다.

지금의 3, 4학년 중 레드 윙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은 많았으나 같은 학년만 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결국 올해를 끝으로 해체될 파티였다.

“난 엘레나 선배가 만든 공략자 파티인 블루 문에 소속되어 있어! 장담하는데 우리 공략자 파티만큼 루메른 내에서 영향력 있는 공략자 파티는 레드 윙 뿐이야!”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바든을 보며 뒤에 있던 첼시가 조소했다.

“응. 넌 그쪽으로 가면 되겠다. 셀리아.”

“첼시 르왈린? 너도 끼워 줘?”

“필요 없거든? 그리고 댁은 누군데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

“뭐? 날 몰라? 바든 제르딩거를 모른다고?”

“제르딩거가 뭐 대단하다고 직계도 아닌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다 외워야 해?”

“뭐라고?”

뾰족한 첼시의 말에 바든이 발끈했다.

하지만 첼시의 말대로 제르딩거가 아무리 대단해도 르왈린의 직계인 첼시가 제르딩거의 방계 혈족을 기억할 이유는 없었다.

“아, 아무튼! 이번에 우리는 영웅 던전 탐색을 갈 예정이야! 지금 임무 실습 기간이잖아? 우리랑 가면 엄청나게 도움 될걸? 학점 관리하기도 편할 거야!”

그 말에 셀리아가 말했다.

“아직 공략자 파티에 가입할 생각은 없어.”

“뭐?”

“가자, 레오.”

셀리아가 걸어가자 레오가 그녀를 따랐다.

‘저 자식!’

바든이 레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 역시 제르딩거인 만큼 이번에 레오가 후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르딩거의 이름도 달고 있지 않은 주제에!’

혈통만 본다면 훨씬 직계에 가까운 게 레오였지만 바든은 레오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레오, 셀리아, 첼시, 첸 시아, 칼이 걸어가자 공략자 파티 쪽에서 우르르 사람이 몰려왔다.

1학년 중 레오, 셀리아, 첼시, 첸 시아는 무조건 영입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네 사람 외에도 학과대항전에서 기간테스를 잡는데 활약한 학생들은 모두 선배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인기인들은 부럽군.”

칼이 한 발자국 물러선 상태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레오 군은 인기가 많네.”

“응? 허억-!”

옆에서 들려온 낭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칼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곳에 있는 건 엄청난 거물이었다.

‘엘레나 제르온!’

지금의 1학년들로는 감히 쳐다볼 수 없는 하늘과도 같은 선배의 등장에 모두가 숨죽였다.

심지어 홍보 활동을 하러 왔던 다른 고학년들도 깜짝 놀랐다.

학교의 여왕이라 불리는 엘레나는 1학년들은 물론이고 다른 고학년들도 보기 힘든 학생이기 때문이다.

엘레나는 칼에게 생긋 웃어 주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외모에 칼이 얼굴을 절로 붉어졌다.

엘레나가 왔다는 걸 안 블루 문 파티가 다급히 주변으로 모였다.

하지만 엘레나 옆에 서거나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홍보 활동을 하러 온 공략원들은 파티에 소속만 되어 있을 뿐, 공략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말단들이다.

정식 멤버도 말을 걸기 힘든 엘레나에게 함부로 말을 걸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엘레나가 걸음을 옮기자 인파가 쫙 갈라졌다.

엘레나는 익숙하다는 듯 인파 사이를 걸어갔다.

그녀가 걸음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레오 앞이었다.

“안녕, 레오 군.”

“안녕하세요. 엘레나 선배.”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덤덤하게 인사했다.

마성과도 같은 그녀의 미소에도 레오는 태연했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엘레나가 말했다.

“이번에 내 공략 파티가 영웅 던전을 탐색하러 가기로 했거든.”

“네.”

“우리 파티에 합류해. 정식 공략 파티 멤버로 넣어 줄게.”

파격적인 제안에 모두가 경악했다.

공략 파티의 파티장이 직접 합류를 권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게 고작 1학년이다.

“내가 널 최고로 만들어 줄게, 레오 플로브 군.”

엘레나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하며 엄청난 권력까지 쥔 소녀의 제의.

그 제의를 거절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

“싫은데요.”

‘지금 뭐라고?’

‘싫다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순간 레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엘레나 역시 고운 미간을 좁혔다.

“왜?”

“전에도 말했지만 전 비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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