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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47화 (147/483)

147.

쿠구구구구구구구-!

지축이 흔들렸다.

그워어어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포효를 내지르는 시체 덩어리가 바닥을 뚫고 나왔다.

“어머.”

그걸 본 엘레나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와 입가를 막았다.

“천박해라.”

그와 동시에 빛의 파편이 시체 덩어리를 향해 날아갔다.

파바바바박-!

마치 거대한 유리 파편처럼 엘레나의 마법은 무참하게 시체 덩어리를 짓이겼다.

검붉은색 피가 튀고 시체 뭉치의 살점이 여기저기 튀었다.

번뜩-

순간 누런빛의 눈이 엘레나에게 향했다.

“흐응.”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소용없어! 그런 조잡한 공격!”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비네르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으적-!

비네르가 소환한 시체 덩어리, 시체 골렘은 자신의 몸에 붙은 살점을 뜯어내더니 그걸 엘레나를 향해 던졌다.

엘레나는 엄청난 속도로 투척 되는 살점 덩어리를 피했다.

플라이 마법을 전개한 엘레나는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날고 있었다.

‘이런 허접한 공격을 할 리가 없는데.’

쿠구구구구-

엘레나의 생각과 동시에 바로 뒤에서 시커먼 구멍이 열렸다.

그와 함께 엘레나가 피했던 살점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그걸 본 엘레나가 곧바로 쉴드 마법을 전개했다.

철퍽-

결계에 들러붙은 살점 덩어리를 보고 엘레나가 인상을 썼다.

그와 동시에 결계에 붙은 살점들이 부풀어 올랐다.

콰앙-!

살과 뼈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검붉은 피의 안개가 사방으로 퍼졌다.

모습을 드러낸 엘레나가 흐응- 하며 웃었다.

“이건 좀 아프네.”

‘공격력이 조금 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어.’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비네르의 몸을 감싼 검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게 신의 힘…… 에레보스의 힘인가?’

눈을 가늘게 뜬 엘레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공에 뜬 엘레나의 눈에 바르하르룬의 풍경이 훤히 보였다.

거리의 엘프들이 시체 골렘을 보며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갔다.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사라져 간다.’

도시의 주민들이 빛의 파편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 엘레나의 눈에 보였다.

‘조금 전 메린처럼.’

마치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것처럼 이 세계의 주민들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공략을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많은 영웅의 세계를 경험해 온 엘레나는 그 사실을 직감했다.

그때 도시의 중앙에서 빛이 쏘아졌다.

‘신호탄 마법? 레오와 루니아인가?’

하딘도 그걸 발견했다.

흉측한 괴물이 된 비네르의 얼굴은 신호탄을 보자마자 사정없이 구겨졌다.

“시드, 그 망할 놈! 왜 저기에 빌어먹을 영웅 후보생들이 있는 거야!”

비네르의 신경질적인 외침에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드?’

유명한 마족의 이름이다.

몇 번이고 영웅 후보생들을 잡아 먹어온 마수술사.

‘레오와 루니아가 그 녀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무리 학년 대표라고 해도 1학년의 수준으로는 상대하기 버거운 마족이다.

엘레나가 하딘 곁으로 착지했다.

“엘레나.”

“네.”

“여긴 내가 맡겠다.”

그 말에 엘레나가 하딘을 슬쩍 보더니 말했다.

“혼자서 괜찮겠어요? 저 마족. 제법 강해졌는데.”

“충분하다. 넌 가서 루니아와 레오를 지원해라.”

“알았어요. 그럼 부탁해요.”

엘레나가 빙긋 웃으며 세계수 쪽으로 가려 했다.

콰앙-!

그런 엘레나의 앞을 거대한 살점 덩어리가 가로막았다.

비네르의 거대한 팔이 쭉 늘어나 엘레나를 막은 것이다,

“이 빌어먹을 계집. 어딜 도망가?”

싸늘한 미소를 짓는 비네르를 보며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좋은 말 할 때 이 지저분한 팔 치우는 걸 추천드릴게요.”

“하! 건방진 계집! 계속 기고만장하…….”

번쩍-! 콰직!

“커헉!”

엘레나가 만들어낸 빛의 파편이 비네르의 얼굴에 박혔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모양인데요.”

퍽! 뻐억! 콱-!

“끄억?”

“난 딱히 당신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게 아니에요.”

엘레나가 만들어낸 빛의 파편은 그녀의 의지에 따라 비네르의 몸에 사정없이 박혔다.

마치 유리 조각을 뒤집어쓴 모양세가 된 비네르를 보며 엘레나가 여리여리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늘고 섬세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후욱-!

빛의 파편들이 엘레나의 의지에 따라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에 따라 몸속에 빛의 파편이 깊게 파인 비네르도 같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럼 뒤를 부탁해요. 하딘.”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 엘레나가 세계수 쪽으로 향했다.

휘이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하딘의 머리 위로 비네르의 육중한 몸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하딘이 한숨을 쉬며 검을 늘어트렸다.

휘오오오-!

하딘의 주변으로 오러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야 가까이 다가오는 비네르를 향해 하딘이 검을 휘둘렀다.

번쩍-!

은빛 섬광이 번뜩임과 동시에 거대한 바람의 칼날이 비네르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네르의 비명.

콰앙! 콰앙!

비네르의 몸이 바닥에 처박히며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비네르의 몸은 꾸물꾸물 뭉치며 회복 되었다.

“비, 빌어먹을 계집이 끝까지……!”

서걱-!

번뜩이는 눈으로 엘레나가 간 쪽을 노려보던 비네르는 순간 시야가 뒤집힌 걸 느꼈다.

“뭐야?”

“엘레나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쿵-!

비네르의 목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그런 비네르를 내려다보며 하딘이 말했다.

“네 상대는 나다.”

“하! 건방진……! 네놈 따위가 날 막겠다고?”

발끈하는 비네르를 보며 하딘이 덤덤하게 말했다.

“부족할지 모르지만, 나로 만족해줬으면 하는군.”

“이익! 이 망할 애송이들이……!”

비네르의 얼굴에 살기가 일렁였다.

손을 뻗어 머리를 든 비네르가 목에 머리를 가져다 대며 말했다.

“산 채로 씹어 주…….”

콱-!

다시 한번 시야가 뒤집혔다.

비네르가 그걸 인지했을 때는 머리가 다시 바닥에 굴러떨어져 있었다.

‘언제 벤 거지?’

비네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을 휘두른 기색이 없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속도로 검을 휘둘렀나? 아니야! 이 애송이는 검을 휘두르지 않았어!.’

그런데도 목이 베였다.

경악한 표정을 짓는 비네르를 보며 하딘이 말했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올지 알 수 없지.”

하딘은 덤덤히 검을 들어 올렸다.

콱-!

이번에는 비네르의 팔이 날아갔다.

비네르의 몸이 회복되었다.

부왁! 콱-!

그 이상의 속도로 몸이 난도질당하기 시작했다.

몸이 반쯤 날아갔을 때 비네르는 깨달았다.

‘오러로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어?’

비네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예상대로 하딘은 주변 일대의 바람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곧 그의 검이 되어 비네르를 베어냈다.

‘뭐 이런 괴물 같은 자식이……!’

비네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비네르의 얼굴을 본 하딘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 정도로 놀라고 엘레나와 싸우려고 했나?”

“뭐?”

“그 여자는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부왁-!

비네르의 얼굴이 절단 났다.

어긋나는 시야 속에서 싸늘한 표정을 짓는 하딘이 보였다.

“시조님의 세계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알 수 없지만…… 절대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

루나의 시선이 하얀 머리카락을 쫓았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

소년의 번뜩이는 붉은 안광이 허공을 수놓는 것처럼 보였다.

‘이 애는 대체 뭘까?’

오늘 처음 만난 소년이었다.

하물며 동족이라고 할 수 있는 엘프도 아닌 인간.

루나로서는 살면서 처음 만나보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자신을 친근하게 대했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친근함은 루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소년의 친근함이. 자신을 대하는 소년의 태도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그러했다.

레오는 루나의 마법 궤도를 정확하게 피하며 적을 몰아넣었다.

마법을 사용하는데 레오의 움직임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저 루나가 하는 것이라고는 편하게 주문을 외우는 것뿐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 같았다.

‘신기해.’

루나의 마력의 흐름이 경쾌해져 갔다.

주문을 외우는데 거침없다.

오직 주문에만 모든 것을 집중 할 수 있었다.

그건 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레오는 싸우면서 모든 상황에 신경 썼다.

동료들이 있다고 해도 항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편하게 등을 맡긴 적은 없다.

그건 동료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생에.

그 치열하고 기나긴 싸움에서 친우들이 하나둘, 떠나갈 때마다 빈자리를 채우면서 생긴 습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레오는 달랐다.

마치 오랫동안 비어 있던 빈자리를 채운 것처럼.

레오는 루나에게 등을 맡겼다.

오랫동안 든든하게 등을 지켜주었던 루나의 존재는 레오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루니아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다니.’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함께 싸운 동료 같았다.

둘은 생각을 공유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부악-!

눈앞의 마수를 베어낸 레오가 힐끔 루나를 보았다.

루나 역시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스스로 호흡이 잘 맞는 이유를 아는 레오와 달리 루나는 레오와의 완벽한 호흡이 당혹스러웠다.

레오가 미소 지으며 다음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더 빨라졌어?!”

루니아가 경악하며 레오를 보조했다.

루나는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레오 플로브, 넌 누구야?’

마치 영혼의 한 짝을 만난 것처럼.

‘어째서 날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자신의 꿈을 긍정해준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난 이 애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걸까?’

의문이 소용돌이쳤지만 루나의 움직임에는 망설임 없었다.

그때 폴리움이 부드러운 빛을 내뿜었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회색의 빛.

거칠지만 따뜻한 빛이 루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가 장담할게.’

갑작스럽게 반응하는 폴리움을 본 루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빛을 본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의 아름답고 낭랑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이 만남은 분명 세상을 구원할 거야.’

“루나님?”

“응?”

“왜…… 우세요?”

“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루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왜 운 거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의구심을 표하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레오는 멈추지 않았다.

눈앞에 막아서는 마수들을 미친 듯이 도륙했다.

‘하급 마수들만 앞을 가로막다니, 이상하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전 만났던 시드는 급이 낮은 마족이 아니다.

‘그만한 마족이 오랫동안 똬리를 튼 곳이라면 더 위험한 것들이 있어야 정상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갈림길이 나왔다.

“알현실은 어느 쪽이야?”

“오른쪽!”

루나의 말에 레오가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잠시 후, 세계수가 그려진 커다란 문이 보였다.

“저긴가!”

화르륵-!

레오의 불꽃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멈춰라.”

그때 레오 앞으로 그림자가 치솟았다.

그림자를 뚫고 나온 건 다름 아닌 시드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너희 같은 미천한 것들이…….”

콱-!

분노로 일갈을 내지르던 시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이 허공을 날았다.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시드의 목을 날린 레오가 코웃음을 쳤다.

“뭔 말이 많아?”

“이! 익!”

바닥에 굴러떨어진 시드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털썩-!

레오는 시드의 머리를 짓밟으며 말했다.

“그게 네 본 모습이지? 버러지.”

레오가 비웃음을 날렸다.

고오오오-!

시드의 머리에서 강력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퍽-!

레오는 시드의 머리를 걷어찼다.

퍽-! 떼구르르!

바닥을 구르던 시드의 머리가 딱 멈추었다.

잘린 머리의 단면에서 거미 발이 돋아났다.

그걸 본 루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웩! 뭐가 저리 징그러워?”

“천박한 피를 타고난 계집이 말이 많구나.”

“하이 엘프 행세 좀 했다고 네놈이 정말 엘프인 줄 아냐?”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거미 다리로 주변의 마물에게 기어간 시드가 거미 발을 박아 넣었다.

콱-!

거미 발이 살점을 파고들자 마물의 몸이 곧 인간의 것으로 변했다.

“네놈들은 절대 이곳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화르르륵-!

시드의 몸이 검은 불꽃에 휩싸였다.

그와 함께 그의 흑마력이 끝없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허공에 소환진이 생성되더니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위 마수술사의 공포는 전율스러운 마수를 끝없이 소환한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루나와 루니아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라.”

레오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네놈이 지금 받고있는 건 에레보스의 가호겠지.”

에레보스에게 힘을 받은 마족의 마력은 급상승한다.

에레보스의 존재 자체만으로 마족에 강대한 힘을 주는 것이다.

“호오? 눈썰미가 좋군.”

시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렇다면 내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잘 알겠…….”

“너 같은 급떨어지는 마족이 가호를 받아 받자 효과가 얼마나 크다고.”

레오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라?”

시드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내가 궁금한 건 가호를 내릴 정도의 힘이 있는 에레보스가 왜 직접 우리를 처단하지 않는다는 거야?”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 레오를 보며 시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레오가 에레보스를 증오하듯 에레보스 역시 자신을 그 꼴로 만든 카일, 지금의 레오를 증오할 것이다.

여섯 조각으로 나뉘며 저주를 쏟아내며 포효하던 에레보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 너머에 있는 에레보스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에레보스가 바로 코앞에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환생을 했다고 해도…… 놈이 저주한 대상에는 루나 역시 포함되어 있어.’

그런 루나가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안에 있는 거. 껍데기 아니야?”

레오의 말에 시드의 얼굴이 확 굳었다.

“정답인가 보네.”

피식 웃은 레오가 오러를 일으켰다.

“상관없다. 그 사실을 꿰뚫어 봤다고 네놈이 이 문을 넘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시드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륵-!

검은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네놈들은 여기서 죽는다.”

레오의 불꽃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화르륵-!

불꽃은 레오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용자의 숨결이 더해진 피닉스의 오러가 화력을 높여갔다.

진홍색의 화염.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레오 혼자 독학으로 완성한 제르딩거의 비전 불꽃.

‘홍염. 이걸로는 부족해.’

검을 쥐지 않은 손에 마력을 일으켰다.

레오의 마력을 본 루니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

루니아가 당혹스러운 탄성을 내질렀다.

레오의 오러는 루니아에게 있어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같은 피닉스의 불꽃이니까.

‘그런데…… 마력까지 비슷했던가?’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루니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야! 저 마력은……!’

레오의 마력은 룬드아 가문의 것과 유사했다.

그와 함께 짜이는 마력 술식.

루니아의 손이 떨렸다.

딱 한 번, 레오에게 보여 준 적이 있는 마법이다.

룬드아 가문의 비전 마법 중 하나.

레오와의 대결에서 사용했던 마법.

‘작열?’

화르륵-!

제르딩거의 홍염과 룬드아의 작열이 융합했다.

화르르륵-!

불꽃의 날개가 만들어냈다.

마치 진짜 피닉스의 날개처럼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시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떻게 인간이 피닉스의 불꽃을!”

“……내가 피닉스의 계약자라서 말이야.”

불꽃을 검에 담은 레오가 씩- 웃었다.

“연구 좀 했지.”

번쩍-!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이 눈앞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피닉스가 내뿜는 정화의 불꽃은 마수에게 있어 상극의 힘.

그 힘에 휩쓸린 시드의 몸이 무참하게 타올랐다.

“크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문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순간 레오의 눈에 심연의 어둠이 보였다.

루니아는 그 어둠에 압도 되었지만, 레오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알현실 안은 횅했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고개를 들었다.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마주하게 된 숙적.

검은 불꽃의 재앙.

‘에레보스.’

레오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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