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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51화 (151/483)

151.

[공략 보상: 폴리움]

눈앞에 공략 보상 목록이 펼쳐졌다.

화악-!

쿵! 털썩-!

밝은 빛과 동시에 허공에 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잠깐?”

루니아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들렸다.

일반적인 영웅의 세계와 다르게 영웅 던전은 해제되고 나면 공략자를 주변에 랜덤으로 토해낸다.

“어머, 루니아양이 당첨이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루니아를 보며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한 레오, 엘레나, 하딘과 다르게 루니아는 그대로 낙하했다.

당황하여 마법을 쓰려 했지만 틈이 없었다.

풀썩-!

레오는 그런 루니아를 양손을 벌려 안아 주었다.

본의 아니게 레오에게 공주님 안기를 당한 루니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 고마워.”

“고마울 것까지야.”

레오가 루니아를 내려주었다.

히어로 레코드의 빛이 가셨다.

팔랑~

그러나 허공에서 루나의 페이지가 팔랑거리며 내려오더니 레오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여기저기 그을려 있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다행인 점은 카일의 페이지처럼 참혹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망가진 게 되돌아오지는 않는구나.’

루나의 페이지에 빛이 사라졌다.

그러자 어둠이 찾아왔다.

그걸 본 하딘이 손을 들어 올려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화악-!

마법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런 가운데 루니아가 물었다.

“혹시 공략 보상을 얻은 분이 있나요?”

“난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하딘이 고개를 저었다.

엘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

“영웅 던전을 공략한다 해도 공략 보상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어. 특히 우리는 이번 세계를 공략하는 데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았잖아?”

기본적으로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면 보상을 얻는 것이 당연했지만, 공략 공헌도가 낮으면 공략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때도 있었다.

루니아, 엘레나, 하딘의 경우에는 이번 공략에 큰 공헌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공략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에레보스까지 물리쳤는데…….”

루니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하딘이 팔짱을 꼈다.

“에레보스의 등장은 그 세계의 공략과는 관계없는 이상 사태였을 거다. 그러니 쓰러트렸다고 해도 공헌도 산정에는 관계없지.”

하딘이 진지하게 말했다.

“시조를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과 함께 싸운 것만 해도 엄청난 경험이다. 심지어 파편이라고는 해도 에레보스까지 쓰러트렸다. 게다가 타르타로스가 영웅의 세계에 침입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지. 이 성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성과다.”

“하긴.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레오 쪽을 보던 루니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 레오. 너 그 손에 들고 있는 거 폴리움 아니야?”

이제야 레오가 들고 있는 마도 지팡이를 발견한 루니아가 소리쳤다.

그에 엘레나와 하딘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폴리움을 보며 말했다.

“맞아. 뭐, 빈 껍데기 같지만.”

레오의 말대로 폴리움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껍데기.

“어디 좀 보여 줘 봐?”

루니아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레오가 폴리움을 건넸다.

“앗?”

그러자 폴리움이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공략 보상으로 얻은 물건은 타인이 쓸 수 없어. 오직 공략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물건이야.”

그렇게 말한 엘레나가 방글방글 웃으며 놀리듯 하딘에게 말했다.

“세계 최초로 공략 보상으로 폴리움을 받은 사람이 세이룬의 학생도 아닌 루메른의 학생이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이룬에서 엄청나게 분해하겠네요?”

“웃!”

엘레나의 말에 루니아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하딘은 진지한 얼굴로 레오 앞에 섰다.

“레오 플로브.”

“예.”

“시조님의 마법을 해석하고 시조님을 상징하는 물건을 가진 네가 루메른의 학생이라는 게 나는 용납이 가지 않는다.”

“자, 잠깐만요. 하딘 선배!”

자신보다도 세이룬의 학생으로서 프라이드가 강한 하딘이 강압적으로 말하자 루니아가 당황하며 말리려 했다.

엘레나는 쿡쿡 웃었다.

‘역시 엘프들은 재미있다니까.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못해서 이렇게 도발해주면 발끈한다니…….’

“그래서요?”

“전학 와라.”

“…….”

레오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하딘을 보았다.

“아니. 이 엘프가 어디서 수작질이에요?”

엘레나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

그런 엘레나를 보며 하딘이 말했다.

“세이룬의 교복이 루메른의 교복 보다 멋있다.”

“그런 어린애 같은 이유로 학교를 바꾸는 인간이 어디 있어요? 아니, 애초에 우리 학교 교복이 어때서요?”

엘레나가 눈을 치켜떴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선배들을 무시한 레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오 곁에 온 루니아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여긴 어딜까?”

빛 한점 없는 어둠 속이다.

루니아도 라이트 마법을 써서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이건…….”

동상이었다.

“루나님.”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루나의 동상이었다.

조금 전까지 어렸던 소녀 시절의 루나가 아닌 모두가 아는 ‘성운의 시조’ 루나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동상을 올려다보던 루니아가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동상을 발견했다.

“이건 드웨노님!”

고집 있게 꾹 닫힌 입.

부릅떠진 눈동자에서는 한눈에 봐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의 손에서 수많은 무구들이 탄생했고 그 무구는 대영웅들의 앞길을 여는 길잡이가 되었다.

“대영웅님들의 동상이구나! 선배님들! 여기 보세요! 대영웅님들의 동상이 있어요!”

루니아의 외침에 엘레나와 하딘이 싸우는 걸 멈추고 다가왔다.

그리고 루나와 드웨노의 동상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는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영웅의 광장이구나.’

마지막 토벌을 떠나기 전 가드스론의 주민들이 위대한 영웅들이 업적을 기리겠다고 만든 광장이었다.

레오가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화악-!

거대한 라이트 마법이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었다.

지금까지 어둠에 가려졌던 풍경이 드러났다.

재앙의 시대 당시.

에레보스와 타르타로스의 공격을 받고도 버텨냈던 위대한 도시의 전경이 드러났다.

“도시?”

“여긴 대체…….”

“보세요! 저기에 리시나스님과 아르온님의 동상도 있어요!”

루니아가 손가락으로 남은 리시나스와 아르온을 가리켰다.

“그리고…… 어?”

당황한 루니아의 탄성 소리가 들렸다.

엘레나와 하딘 역시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한 동상이 들어왔다.

처음보는 인물의 동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연하다는 듯 대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이 인간은 대체 누구지? 왜 대영웅들과 함께 있는 거지?’

그런 의문과 함께 세 사람의 머릿속으로 한 이름이 스치고 지나갔다.

시작의 영웅 카일.

“레, 레오! 여기로 와 봐!”

루니아가 다급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레오는 광장 한가운데 있는 비석 앞에 서 있었다.

루니아가 다급히 레오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비석에 쓰인 글귀를 발견하고는 숨을 삼켰다.

-리시나스, 카일, 루나, 아르온, 드웨노를 기리며.

카일이라는 이름에 눈이 떨렸다.

“설마…….”

루니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카일은…… 실존 인물?”

쿠구구구구궁-!

그 말과 동시에 도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루니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가드스론.

오래전 타르타로스의 공격을 받아 땅속 깊숙이 묻혀 있던 도시다.

‘지금까지 잘 버티다가 왜 무너지는 거지?’

가드스론을 지키던 결계가 무너진 게 느껴졌다.

레오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루나의 페이지를 보았다.

‘영웅 던전이 가드스론을 있었던 건가?’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영웅 던전의 힘이 결계를 대신하고 있었던 듯했다.

레오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루나의 세계가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카일의 흔적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쓰게 웃은 레오가 말했다.

“저기 워프 게이트가 있어!”

자신들이 타고 들어 왔던 워프 게이트를 가리키며 레오가 소리쳤다.

그 말에 네 사람이 다급히 워프 게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쿠구구구궁-!

레오가 만든 라이트 마법에 의해 흙더미들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가까스로 세 사람이 워프 게이트에 발을 디뎠다.

레오가 게이트를 발동시켰다.

번쩍-!

콰가강-!밝은 빛과 함께 광장이 무너지는 게 보였다.

그것이 레오가 본 가드스론의 마지막 풍경이었다.

***

가드스론을 빠져나온 레오 일행은 곧바로 루메른과 세이룬에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했다.

소식을 들은 학교 관계자들이 가란 지방에 도착했다.

루나의 영웅 던전이 발견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타르타로스와 다섯 번째 대영웅에 관한 이야기까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많았다.

말 그대로 세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

원래라면 레오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보고서를 쓰기 바빴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오는 곧바로 루메른의 병동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엘레나의 배려였다.

‘어머? 지금 부상을 입은 사람을 붙들고 쉬지도 못하게 할 생각인가요?’

엘레나는 단순히 3학년 학년 대표가 아니다.

무려 루메른의 이사장의 딸이자 지금은 이사장 대리를 맡는 몸.

엘레나의 말 한마디에 레오를 귀찮게 할 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덕분에 레오는 병동의 독실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오의 몸 상태는 일주일이 넘도록 좋아지지 않았다.

‘파편이라고는 해도 에레보스의 불꽃에 당했으니.’

레오는 자신의 화상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에레보스의 불꽃에 당한 상처는 저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온갖 치유 능력을 써도 소용없다.

심지어 자연 치유력까지 억제시키는 불꽃.

그렇다 보니 치유는 상상 이상으로 더뎠다.

심지어 임무 실습 기간이 끝났음에도 병동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면회까지 거절된 상황에서 열흘이 지났을 무렵.

칼리안과 엘레나가 병문안을 왔다.

“반가워, 레오군. 몸은 조금 어때?”

여느때와 같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하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똑같죠.”

“터프하네.”

엘레나가 빙긋 웃으며 레오 옆에 앉았다.

“허허. 병문안 선물이네. 레오 학생.”

칼리안은 고급 과일 바구니를 입원실 한쪽에 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물었다.

“그나저나 저 이렇게 병동에 있어도 돼요? 처리할 일이 상당히 많을 텐데요?”

느긋하게 쉬고 있지만, 현재 이렇게 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에 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되네. 사실 자네를 대신해 여기 엘레나가 착실하게 일을 해줬으니까. 자네가 써야 할 학계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도 다 했으니 자네가 할 일은 없네.”

칼리안이 웃으며 말하자 레오가 엘레나를 보았다.

그런 레오를 보며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이 누나가 능력이 좀 좋아요.”

“귀찮아서 대충해서 나중에 제가 다시 해야 하는 건 아니죠?”

그 말에 엘레나가 뚱한 표정을 짓더니 주먹으로 레오의 옆구리를 때리려 했다.

그걸 태연하게 막아내는 가운데 칼리안이 말했다.

“오늘 이렇게 온 건 자네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라네. 아직 회복은 다 되지 않았겠지만 이제 슬슬 수업에도 참여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일세.”

레오가 루나의 세계를 공략했다는 이야기로 이미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물론 루나의 세계에서 발견되었던 에레보스나 타르타로스와 관련 된 이야기는 불문으로 부쳐졌다.

관련된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진다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카일에 관한 것도 불문으로 부쳐졌나요?”

“아니. 반대일세. 카일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세계에 알리고 있지.”

이때까지 가상의 인물로 알려졌던 카일이 실존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걸 숨길 이유는 없다.

“다만 그와 관련돼서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네.”

칼리안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학생. 자네…… 혹시 시작의 영웅과 관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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