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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조회가 끝나고 수업 준비 시간.
첫 수업은 기사학 전공 수업.
레오는 5반의 기사학과 학생들과 같이 기사학 수업이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갑자기 합동 수업이라니. 너무 느닷없는걸?”
그런 가운데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넬라가 말했다.
“3대 클래스 명문 학원들이랑 합동 수업은 종종 있다고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건 루메른 학생들이 직접 각 학원으로 수업을 받으러 간 경우잖아.”
“하긴. 이번에는 세 학원 학생들이 루메른에 수업을 받으러 온다고 했지?”
3대 클래스 명문 학원.
2지망 취급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은 루메른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 결코 얕볼 수 없는 수준이다.
기사학원 이코트는 기사연맹, 마법학원 에메랄은 마탑, 소환학원 스카운은 소환 길드.
각 클래스를 대표하는 집단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학원인 만큼 특정 분야에 한해서는 인간족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루메른 뿐만 아니라 3대 클래스 명문학원 역시 많은 영웅을 배출해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메른의 명성은 절대 넘을 수 없었다.
“애초에 3대 클래스 명문 학원이 탄생하게 된 이유는 루메른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잖아?”
루메른 아카데미와 루메리아 시티는 어느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이다.
하지만 중립이라고는 하나 루메른 자체만으로 대륙을 좌지우지할 만한 강대한 세력이다.
히어로 레코드를 독점하고 있는 만큼 각 나라에서는 루메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각 국가의 우수한 인재들이 루메른에 유출된다.
물론 졸업을 하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한 번 생긴 ‘루메른’ 이라는 소속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루메른을 통해 다른 나라로 가거나 혹은 루메른에서 창설한 ‘영웅 연맹’으로 들어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러한 루메른의 아성에 도전하고자 루메른에 불만을 가진 각 국가의 권력층이 힘을 합쳐 설립하게 된 것이 바로 3대 클래스 학원이다.
실제로 설립 초기에는 목적대로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루메른 학생들의 2지망 취급을 받게 되었지.”
일리아나가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바치며 중얼거렸다.
3대 클래스 명문 학원으로서는 굴욕과도 같은 취급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모든 면에서 도저히 루메른의 아성을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메른은 3대 클래스 명문 학원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갖기를 원했다.
루메른의 창립 목적은 어디까지나 영웅 육성.
하지만 루메른이 모든 학생들을 영웅으로 키울 수는 없다.
그렇다 보니 같은 지향점이 같은 3대 클래스 학원의 존재는 루메른이 품지 못한 학생들을 육성 해낼 수 있는 좋은 교육 장소였다.
그래서 루메른은 적극적으로 3대 클래스 학원과의 교류를 원했다.
합동 수업도 자주 열었으며 학생들간의 교류도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3대 클래스 학원 학생들을 대규모로 루메른에 초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학기에 우수한 학생들이 루메른에 교환 학생으로 오기는 하지만 그건 소수의 경우다.
어쩔 수 없었다.
루메른의 수업 수준은 3대 클래스 학원 학생들의 평균 수업 수준 보다 훨씬 높다.
루메른 학생들이 그들을 위해 수업 진도를 맞추는 건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루메른에는 ‘히어로 레코드’ 도 있는 만큼 보안 문제로 외부인을 대규모로 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이번에 3대 클래스 학원의 학생들이 대규모로 루메른을 방문한다고 했다.
학생들로서는 그 점이 당혹스러웠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넬라와 일리아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정치적인 이유겠지.”
“음. 반장 말대도 그럴 수도 있겠네.”
1학기 당시 루메른은 여러 사건이 있었다.
중간고사 당시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폭주를 일으켰다.
학과 대항전에는 타르타로스에서 1학년 전체의 목숨을 노리고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물론 모두 이겨내긴 했지만 루메른을 달갑게 여기지 않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 보니 3대 클래스 학원의 이들에게 학교를 오픈 한 것이다.
이번 교류회의 가장 큰 목적은 루메른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연병장에 도착하자 다른 반 학생들도 합동 수업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도착하자 모두의 시선이 레오에게 쏠렸다.
합동 수업도 합동 수업이었지만 역시 루나의 세계를 공략한 레오 역시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보낼 때였다.
“레오.”
셀리아가 다가왔다.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셀리아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몸은 괜찮아?”
“응.”
“정말이지. 너도 너다. 어떻게 도적 토벌하러 갔다가 루나님의 세계를 공략하게 됐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던 셀리아가 이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루나님의 세계는 어땠어? 루나님은 직접 만나 본 거지?”
셀리아의 물음에 학생들이 대화를 멈추고 레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대영웅의 세계에 큰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아까 전 반으로 직접 찾아 왔던 듀란 역시 빤히 레오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 있었네, 레오군.”
갑자기 1학년들 사이로 누군가 난입했다.
1학년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유명한 학생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부학생회장이자 마법학과 5학년생.
토루아였다.
느닷없이 1학년 기사학과 수업에 등장한 그녀를 보며 1학년 일동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가운데 토루아가 레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레오군. 여기서 뭐 해? 마법 수업 가야지.”
“지금은 마법 수업 시간이 아닌데요?”
레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토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갑자기 생겼어. 그래서 렌 교수님이 널 데려오래.”
“전 왜요.”
“엘레나에게 이야기 들었어. 시조님이 만들고 싶어 했었던 마법이 네가 1학기 수학여행 때 해석했던 마법이라며? 그 마법에 관해 특별 강의를 열 생각인데. 마법을 해석한 장본인이 있어야 한다고 렌 교수님이 말씀하셨어.”
그 말대로였다.
방금 전.
렌은 엘레나의 공략 보고서를 받고 흥분감에 휩싸였다.
성운의 시조는 엘프뿐만이 아니라 모든 마법사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루나와 관련된 마법이 이번에 레오가 해석한 마법이다.
렌으로서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기쁨을 주체 못 한 그는 특별 강의를 열어 버린 것이다.
토루아의 설명을 듣고 셀리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요. 그건 사전에 이야기도 없이 열린 특별 강의잖아요. 그런데 왜 레오가 기사학 강의까지 빠져가면서 그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거죠?”
“그야 레오는 마법학과니까.”
“아니거든요! 레오는 기사학과거든요?!”
셀리아가 발끈하며 레오의 손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었다.
그 모습을 본 토루아가 레오의 손을 잡았다.
“구질구질하게 왜 그래? 기사학 수업 한 번 정도 빠진다고 문제 생기는 거 아니잖아.”
“기사학과 학점에 문제가 생기잖아요!”
“괜찮아. 레오는 마법학과니까.”
‘이 사람, 말이 안 통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셀리아는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레오를 잡아끌었다.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힘이 세네.”
아무리 1학년과 5학년이라고는 하나 순수한 마법사인 토루아가 완력으로 기사학과인 셀리아에게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레오의 팔을 붙잡은 채로 셀리아 쪽으로 딸려가자 입술을 삐죽 내밀던 토루아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레오의 손을 놓았다.
“꺅?”
그러자 힘에 못 이겨 셀리아가 그대로 뒤로 엎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셀리아가 날렵하게 중심을 잡았다.
레오 역시 별 어려움 없이 중심을 잡았다.
“토루아 얀. 1학년 기사학과 수업에서 뭘 하고있는 거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아인이었다.
아인을 발견한 토루아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인 교수님. 마법학과 특별 수업 때문에 레오군을 데리러 왔어요.”
“그건 무슨 소리지?”
그 물음에 토루아는 품에서 렌의 편지를 꺼내 아인에게 주었다.
그 편지를 받은 아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렌에게 전해라.”
아인은 원칙주의자로도 유명한 교수다.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특별 수업을 할 예정이니 학생을 보내라는 렌의 요구가 먹힐 리 만무했다.
그 말에 토루아는 품에서 또 다른 편지를 꺼내 아인에게 건넸다.
아인 그걸 받아 펼쳤다.
잠시 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클라리아 부교수.”
“네.”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라. 난 잠시 렌에게 다녀오겠다.”
“……알겠습니다.”
“토루아 얀. 너도 따라와라.”
“넵. 수고해, 1학년들아.”
토루아가 태평하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연병장을 떠났다.
살기 등등한 모습은 누가 봐도 렌을 박살 내러 가는 것이었다.
“조용히 하세요. 출석부터 부르겠어요.”
클라리아는 익숙하다는 듯 수업을 대신 진행했다.
‘오늘 또 안나가 하소연 하러 오겠네.’
렌의 부교수 안나를 떠올리며 클라리아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넬라가 일리아나에게 말했다.
“일리아나, 넌 마검사잖아. 널 두고 교수님들이 저렇게 널 원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전에도 말했지만 난 저런 인기는 사양이야.”
일리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일상으로 돌아온 레오는 곧바로 학원 생활에 적응했다.
동급생이나 선배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건 여전했지만 그러한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들해져 갔다.
그런 가운데 루메른에서는 합동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언급됐다.
“야! 대박! 각 학원에서 200명씩 온데!”
레오가 퇴원하고 3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정보통인 칼이 합동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5반으로 왔다.
그 말에 5반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각 학원당 200명이라니.
무려 600명의 외부인이 루메른에 온다.
말 그대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합동 수업은 얼마나 진행된데?”
“총 2주 동안 머문다는데?”
“그럼 2주 동안 수업은 괜찮은 거야?”
“곧 중간고사인데.”
5반 학생들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주 동안 합동 수업이 진행되면 수업 진도에도 영향이 있다.
비록 5반은 반 전체가 살아남아 왔지만 이제 슬슬 진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반 문이 열리며 첼시가 나타났다.
“레오 오빠.”
“왜?”
“할린드 교수님이 부르셔.”
그 말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교실동 교무실 앞으로 향했다.
교무실에 도착하자 복도 앞에는 다른 학생들도 보였다.
첼시를 포함한 1학년의 학과별 탑3에 드는 학생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도 갑작스러운 호출인지 영문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같이 섰다.
그런 가운데 할린드가 교무실에서 나왔다.
드륵-
터벅- 터벅-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할린드를 보았다.
이유가 뭐든 간에 학생들은 일단 할린드의 호출에 긴장했다.
“다 왔군.”
할린드가 덤덤히 말했다.
“이번 합동 수업과 관련되어 너희들이 할 일이 있다.”
“뭔가요?”
셀리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할린드가 말했다.
“각 학원 학생들의 통제권을 부여하려고 한다.”
그 말에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제권이요?”
“정확하게는 무슨 뜻인가요?”
그들의 말에 할린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간단하게 말하면 교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