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62화 (162/483)

162

샤샤는 레오의 말에 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샤샤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였다.

“지금 뭐라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묻는 샤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건방진 꼬맹이라고 했는데.”

샤샤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너…… 감히 황태녀님께!”

흥분한 바든이 소리를 치려 했지만, 샤샤는 손을 들어 그런 바든을 제지했다.

그러고는 황금색 눈으로 레오를 빤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제게 주군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건가요?”

“마음에 들고 나발이고 내가 왜 네 신하야? 애초에 나라도 다른데.”

“그야 당신의 외가는 ‘제르딩거’ 니까요. 당신은 델라드 왕국 사람이긴 하지만 로드렌 제국의 사람이기도 하죠.”

샤샤의 말에 대서고 내에 있던 학생들이 눈을 부릅떴다.

“레오 플로브의 외가가 제르딩거라고?”

“잠깐. 그러면 셀리아 제르딩거랑 친척 관계라는 거잖아?”

“어쩐지…… 둘이 붙어 다니더니 사귀는 게 아니라 친척 관계였던 거구나.”

로드렌 제국 학생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특종이다! 특종!”

그때 신문부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이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대서고를 빠져나갔다.

‘내일이면 소문 다 퍼지겠군.’

어차피 조만간 제르딩거에서 알릴 사실이었으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렇다고 남의 이야기를 이렇게 까발리는 게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 그리고 내 외가가 제르딩거면 뭐? 뭐 어쩌라고.’

레오는 여전히 심드렁한 눈으로 눈앞의 황녀를 바라보았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권력 집단의 정점에 살아온 황녀는 자신이 레오의 주군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파락-!

품에서 꺼낸 붉은색 부채를 펼쳐 보인 샤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그렇군요.”

“또 뭐.”

“난 아직 주군으로서 나의 가치를 레오 선배에게 보여준 적이 없군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샤샤가 눈웃음쳤다.

“증명하라는 거죠? 내가 당신의 주군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탁-!

부채를 접은 샤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멋져요. 확실히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를 신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 가치를 먼저 보여 줄 필요가 있겠군요.”

혼자 단단히 착각한 샤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번 합동 수업에서 당신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겠어요. 호호호호!”

그렇게 말한 샤샤가 대서고를 빠져나갔다.

로드렌 제국 학생들도 허둥지둥 그런 샤샤의 뒤를 따랐다.

샤샤가 나가자 대서고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섬길 가치가 있으면 후에 레오 플로브를 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거야?”

“으음. 건방지긴 하지만 저 녀석이라면…….”

단단히 오해한 사람들 때문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레오 도령은 인기가 더 많아지겠네요.”

“이딴 인기는 사절인데.”

***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레오와 샤샤에 관한 소문은 학교 전체에 퍼져 있었다.

소환학 수업을 위해 공터에 모인 학생들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로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가장 난리가 난건 다름 아닌 레오의 가문에 관한 이야기였다.

“야! 레오! 너 정말로 외가가 제르딩거야?”

“그런데.”

“헐. 왜 말 안 했어?”

“굳이 말하고 다닐 이유는 없잖아?”

같은 반 테이드의 물음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레오를 보며 테이드가 혀를 내둘렀다.

‘보통은 자랑을 못 해서 안달인데. 하긴. 레오니까.’

그러면서 테이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특히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건 여학생들이었다.

학년 대표인 데다가 미소년이라 불릴 만큼 레오는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인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여학생들은 레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셀리아 때문이었다.

학기 초부터 두 사람이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사귄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셀리아 제르딩거라면 가망이 없다.

거기다가 다른 친분이 깊은 여학생들이 하나같이 쟁쟁하다 보니 쳐다도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레오와 셀리아가 친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여학생들로서는 관심이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테이드! 너 너희 반 반장이랑 친하지?”

“응.”

“혹시 너희 반 반장이 뭐 좋아하는지 알아?”

소환학과 여학생 한 명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크흑! 나한테 그딴 거 묻지 말라고!’

테이드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여학생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런 가운데 유라가 부교수 카를로와 스카운의 교수들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자기들끼리 떠들던 1학년들이 그걸 보고 조용히 했다.

“크흠. 다들 모였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그녀를 보며 1학년들이 수군거렸다.

“교수님이 왜 저러시지?”

“레오의 외가가 제르딩거라는 게 알려져서 그런 거 아닐까?”

“하긴. 그러면 소환학과를 선택할 확률은 줄어 들 테니까.”

“하긴 소환술사로서 5반 반장 실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기사나 마법사로서 보여준 모습에 비하면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잖아.”

그 말에 유라의 눈이 꿈틀거렸다.

‘임팩트가 떨어지긴 뭘 떨어져! 쟨 입학 첫날에 피닉스랑 계약한 놈이라고! 엉! 임팩트를 비교하면 기사나 마법사 할아버지가 와도 소환술보다 임팩트가 딸린다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다.

“수업에 앞서 공지 사항이 있다. 대련 평가에 관해서다.”

유라가 팔짱을 꼈다.

“대련 평가는 다음 주부터다. 대련 상대는 일전에 공지했던 대로 대련 추첨을 통해 정해진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제발 상위 성적의 학생들과 만나지 않는 것을 바랐다.

“자. 루메른 학생들을 위한 공지는 여기까지고. 이제 슬슬 수업을 시작해볼까?”

유라의 말에 스카운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의 소환술 수업.

얼마나 고대해 왔던가?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유라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늘부터 합동 수업 기간 동안 진행할 수업은 스카운 뿐만 아니라 루메른 재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그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수업을 도와줄 사람을 불렀어.”

“반갑다, 스카운의 학생들이여.”

유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는 와중에 레오와 유라만큼은 정확하게 목소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지지직! 콰르릉-!

갑자기 천둥 번개가 몰아쳤다.

그 사이로 페가수스를 탄 한 남자가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타닥-!

자신의 페가수스를 타고 등장한 울타를 보며 스카운 학생들은 물론 루메른 학생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페가수스.

환수술사에게 있어서는 꿈같은 삼대 환수.

일평생 살아도 삼대 환수 중 하나를 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런 와중에 페가수스를 직접 봤으니 루메른 학생들은 감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울타 선배의 페가수스!”

“이런 행운이 있다니!”

대부분 학생이 감탄할 때 유라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이렇게 요란하게 등장한 건데?”

“소환술사의 중요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사랑이죠.”

페가수스에서 내리면서 하는 울타의 말에 유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지 모르게 반쯤 포기한 목소리로 유라가 말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울타 레그리션. 바로 학생 신분으로 페가수스와 계약을 맺은 놀라운 녀석이지.”

그 말에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너희들이 배울 건 하나다. 바로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하고 계약을 맺는 방법이지.”

유라의 말에 스카운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하고 계약을 맺는다.

그건 소환술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스카운에서도 배우고 있는걸 특별한 수업처럼 말하니 스카운 학생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때 한 소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스카운의 여학생.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유라가 눈을 빛냈다.

‘샤샤. 내년 루메른 입학 후보생으로 원래는 바로 루메른에 입학할 실력이지만 스카운의 수업도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스카운으로 간 다소 특이한 황녀님이었지?’

스스로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는 소녀였다.

그런 만큼 루메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기대주였다.

‘내년에 저 녀석까지 입학해준다면 소환학과로서는 바랄 것도 없지.’

“그래, 뭐지?”

“강력한 소환수를 부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다소 시시하다는 목소리로 말하는 샤샤를 보며 유라가 히죽 웃었다.

“그래. 당연하지. 하지만 내가 오늘 가르칠 건 단순히 강력한 소환수를 부리는 방법이 아니야.”

유라가 팔짱을 끼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역량을 뛰어넘는 소환수와 계약을 맺고 그 소환수를 다루는 방법이다.”

그 말에 학생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중에는 그런 수업이 특히 필요한 녀석이 있지?”

유라는 샤샤를 보며 웃었다.

“가령 로드렌 황가의 페가수스처럼 말이야.”

로드렌 황가는 대대로 가문과 맹약을 맺은 페가수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유라의 말에 샤샤가 생긋 웃었다.

“그거 재미있겠네요.”

***

유라의 수업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엄청난 집중을 하며 들었다.

그런 유라의 수업을 보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울타.

3학년 때 페가수스와 계약을 했던 울타는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소환수와 계약을 한 사례의 장본인격인 소환술사였다.

물론 울타 특유의 난해한 설명은 곁에서 유라가 해석해 주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물론 모두가 그 수업에 열렬한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레오, 워레든, 엘리자의 경우에는 집중을 할지언정 목매어 듣지는 않았다.

레오는 피닉스의 계약자고 워레든과 엘리자 역시 그 정도 급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강력한 소환수들과 계약을 맺어왔던 이들이다.

직접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수업이 그렇게 관심이 가는 건 아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소리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부분이 다소 있다는 뜻이야.”

울타의 말을 해석해 주며 유라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부여잡았다.

“자 다들 이야기를 들었으면 실전 수업을 해보자.”

“실전이요?”

“울타의 페가수스와 계약을 진행하는 거다.”

그 말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그, 그래도 되는 건가요?”

스카운 학생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를 보며 울타가 웃었다.

“물론.”

“그러다가 만약에 계약에 성공하면…….”

“그렇다면 에이리아의 맹약자가 되는 것이지.”

울타가 페가수스의 콧잔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더니 웃었다.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맹약자가 있는 소환수의 맹약을 다시 쓴다는 건 기존의 맹약자 보다 뛰어난 소환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것도 기존 소환사를 가볍게 압도할 만한 실력.

페가수스의 맹약자를 제치고 맹약을 다시 쓰는 건 학생은 물론이고 소환술로 영웅의 자리 오른 실력자들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게 울타 주변으로 학생들이 모여 들었다.

“레오, 잠깐 와 봐.”

“예?”

“너한테 이 수업은 무의미하겠지?”

“그렇죠.”

피닉스의 맹약자인 레오에게는 크게 의미 없는 수업이다.

“그럼 저 녀석을 맡아 줘.”

레오는 페가수스에게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부채를 펼치고 있는 샤샤를 가리켰다.

“너도 알겠지만 로드렌 황가는 페가수스의 맹약자야. 언뜻 보기에는 룬드아 가문이랑 닮았지만 속으로 보면 달라. 룬드아는 계약을 맺은 피닉스가 다른 피닉스와의 계약을 주선하는 형태였다면 로드렌 황가는 대대로 한 페가수스와 계약을 해왔거든.”

역대 모든 로드렌 황제는 페가수스의 맹약자였다.

그건 혈통으로 이루어진 피의 계약.

하지만 역대 모든 로드렌 황제들이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계약은 했어도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면 소환하지 못했다.

“일종의 가계약 상태지. 그러니까 네 노하우가 필요할 거야.”

“알겠습니다.”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샤샤에게 다가갔다.

그런 레오를 보며 샤샤가 웃었다.

“안녕하세요, 레오 선배. 무슨 일이신가요?”

“유라 교수님이 널 좀 도와주라고 해서.”

“절요?”

“그래. 넌 이미 페가수스의 맹약자라면서?”

“네.”

“그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게 도와주라고 하시더라고.”

“어머. 교수님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런데 페가수스를 소환하는데 레오 선배가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죠?”

레오가 피닉스의 맹약자라는 사실은 비밀.

그렇기에 샤샤는 가소롭다는 듯 레오를 바라보았다.

‘얜 매사가 다 건방지네.’

“도움은 될 거야. 페가수스는 아니지만 강력한 소환수와 계약했거든.”

“흐응. 1:1 강의라는 거군요. 확실히 루메른의 소환학과에서도 내년에 학년 대표 후보인 저를 신경 쓰는 게 느껴지네요.”

자신만만하게 웃은 샤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럼 내 도움이 필요 없다고 교수님께 이야기해 둘게.”

“정말 레오 선배는 도도한 남자군요.”

샤샤가 인상을 썼다.

“좋아요. 선배의 성의를 생각해서 선배의 도움을 받겠어요.”

“내 성의가 아니고 교수님 성의인데.”

“선배도 궁금하신 거죠? 내가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전혀 안 궁금한데.”

“하지만 이곳에서는 구경거리는 되기 싫으니 밤에 특별 과외를 해주세요. 교수님께는 제가 말해 놓을게요.”

자기 마음대로 정하고 행동하는 샤샤를 보며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계속 자기 마음대로 구는구만.’

아무래도 이 황녀님은 정말로 자신에게 주군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었다.

애석하게도 레오는 이런 타입이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을 한 가지밖에 알지 못했다.

‘교육 좀 시켜야겠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