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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65화 (165/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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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에게 대서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칼리안과 리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설명을 들어본다면 그건 ‘차단의 저주’ 로군.”

“차단의 저주?”

“그렇네.”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단된 공간을 만드는 저주이지. 타르타로스에서 고위 마족들이 침입할 때 사용하는 저주일세.”

확실히 레오가 모르는 저주였다.

‘놈들도 변화하는군.’

“영웅의 전당을 노린 이유는 루나님의 세계처럼 히어로 레코드를 파괴하는 행위의 연장선인건가?”

리벤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확률이 높겠지.”

“그럼 왜 영웅의 전당이지? 영웅의 전당에는 히어로 레코드는 없는데?”

리벤의 말대로였다.

히어로 레코드가 잠들어있는 곳은 금서고.

그리고 금서고는 저주로 침범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온갖 보호와 저주 대항 마법으로 지켜지고 있는 곳은 감히 타르타로스가 침범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히어로 레코드는 없어도 히어로 레코드를 열 수 있는 ‘열쇠’ 는 있으니까. 그 열쇠를 노린 거겠지.”

칼리안의 말에 리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노골적으로 수작을 부려 오는군.”

600명이나 되는 외부인을 학교 내부로 들일 때 침입자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영웅의 전당에 들어갔어도 영웅의 유물을 가져가지는 못했겠지만.’

속으로 중얼거리던 칼리안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차단의 저주를 눈치채다니. 감각이 몹시 예민한 건가?’

1학년이 차단의 저주를 쓰는 고위 마족을 저지했다.

언제나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학생이었다.

궁금증을 느낀 칼리안은 턱을 괴며 물었다.

“레오 학생. 그 마족은 지금 자네 실력으로 상대하기 버거웠을 텐데. 대체 어떻게 저지한 건가?”

“페가수스 덕분이었어요.”

“페가수스?”

칼리안의 눈이 부릅떠졌다.

레오가 피닉스의 계약자라는 사실은 이미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페가수스에 관한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리벤 역시 몹시 놀라는 가운데 레오는 아티를 소환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 주었다.

“허허. 놀랍군.”

칼리안이 감탄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벤은 그런 레오를 빤히 바라보며 로드, 멜리나의 말을 떠올렸다.

‘레오 플로브를 많이 도와주세요.’

‘로드께서는 이만한 역량을 꿰뚫어 보고 계셨던 건가?’

마치 영웅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레오의 모습을 보며 리벤이 말했다.

“레오 플로브. 알겠지만 이번 일에 관해서는 침묵해주게.”

“예.”

“그리고 원하는 게 있나? 자네가 타르타로스를 저지하지 않았나? 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유 없이 대서고에서 소란을 피웠다면 모를까?

그게 마족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으며 또 그걸 해냈다면 상은 확실히 필요했다.

“딱히 생각나는 건…… 아.”

“뭐지?”

“동아리를 지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동아리?”

“네.”

“그래. 지원하도록 하지.”

리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들어가 보게. 뒷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지.”

그 말에 레오가 교장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남게 되자 칼리안이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놈들이 움직였군.”

그 말에 리벤이 말했다.

“합동 수업은 이대로 중지인가?”

“아니. 다른 학교 학생들을 모두 내보낸다고 해도 이미 수작을 부려 놨겠지. 그리고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어떤 식으로든 루메른의 내부에 있는 놈들과 접촉을 시도하려고 하겠지.”

칼리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미 명단도 파악하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

“이 기회에 단번에 쓸어 버리는 게 좋겠지.”

***

교장실을 나와 영웅의 탑을 빠져나간 레오는 입구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샤샤를 발견했다.

샤샤는 레오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되었나요?”

“주의를 들었어.”

“나 때문인가요?”

“그런 건 아니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샤샤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아티를 소환해내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거죠?”

부족한 영력으로 페가수스를 소환할 줄 예상치 못했던 샤샤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샤샤를 보며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번쩍-!

레오의 손 위에 소환진이 떠올랐다.

그걸 본 샤샤의 눈이 부릅떠졌다.

“잠깐만요! 그건……!”

다름 아닌 아티의 소환진이 레오의 손 위에 떠올라 있었다.

조금 전 레오가 아티를 소환하고 같이 싸우는 과정에서 레오가 계약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레오가 소환을 개시하자 소환진이 열리며 폴리모프한 아티가 얼굴을 내밀었다.

순백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아티가 레오를 향해 눈을 흘겼다.

“너. 내 허락도 없이 날 소환진에 밀어 넣었겠다?”

“급박해서 말이야.”

“취급이 너무 거친 거 아니야?”

툴툴거리며 소환진을 빠져나간 아티가 팔짱을 꼈다.

아티는 조금 전과 달리 갑옷 대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팔짱을 끼며 레오를 흘겨보던 아티가 샤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샤샤.”

“아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계약의 주체가 왜 레오 선배가 된 건가요?”

당혹스러운 얼굴로 묻는 샤샤를 보며 아티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하자면 복잡해. 네가 선대 황제로부터 물려받은 나와의 맹약 주도권을 이 사람이 가져가게 됐어.”

“그, 그런!”

샤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티는 대대로 로드렌 황가에 내려온 가문의 유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지를 가진 페가수스인 만큼 그녀를 구속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아티가 로드렌 황가의 맹약자라로 남아 있는 건 초대 황제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런 아티의 맹약이 레오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레오는 그런 샤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페가수스의 소환에 성공하면 계약을 인정해준다고 했던가?”

“어머, 샤샤. 날 이 남자한테 판 거야?”

아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러니까……! 그, 그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레오와 아티를 번갈아 보던 샤샤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레오 선배! 잘못했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걸 해드릴 테니 아티를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필요 없어.”

가차 없이 말한 레오가 걸어가자 샤샤가 레오의 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제발 부탁드려요! 이렇게 빌게요!”

무려 제국의 황태녀가 되는 사람이 엉엉! 울며 빌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일이 알려지면 제국은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아티를 가지고 함부로 내기를 했다는 게 들통나 샤샤는 그대로 황태녀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에서 봤다면 눈을 휘둥그레 떴을 일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야심한 시간이라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발에 매달린 샤샤를 질질 끌며 걸어가던 레오는 혀를 차며 샤샤의 손에서 발을 빼냈다.

“놔.”

그렇게 말한 레오가 터벅- 터벅- 주변 벤치로 걸어가더니 발끝으로 툭툭- 자신의 앞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무릎 꿇고 앉아 봐.”

그 말에 샤샤는 볼에 맺힌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레오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릎을 꿇는 순간 엄청난 치욕에 몸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를 거스를 순 없었다.

샤샤는 제국 권력의 정점이 될 몸이지 지금 정점에 선 건 아니다.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언제든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였다.

그녀의 운명은 레오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제왕학을 공부하고 황제가 되기 위해 살아온 그녀라 할지라도 이제 14살 소녀.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못한다는 공포는 그녀를 짓누르기 충분했고 그래서 고분고분 말을 듣게 만들었다.

어깨를 바르르 떠는 샤샤를 내려다보며 레오가 다리를 꼬고 턱을 괴었다.

“네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환술사란 건 알겠어. 하지만 네 또래중에는 얼마든지 너보다 대단한 놈들이 있다는 생각은 했어야지. 자만심때문에 맹약자를 걸고 내기를 해? 그러고도 네가 소환술사야?”

레오의 붉은 눈에 위압감이 서렸다.

그 눈과 마주친 순간 샤샤가 어깨를 움츠렸다.

아티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철없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소환술사로서, 그리고 한 나라를 이끌 황제로서. 섣부르게 행동해서 화를 부를 부르는 법이야. 너. 셀리아랑 첼시랑 친하지?”

“네, 넵.”

“그 녀석들이 날 대할 때 조심하라고 충고 안 해주든?”

“…….”

샤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게다가 아까 전 내기는 네 맹약자에게도 엄청난 실례거든?”

레오는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아티를 바라보았다.

“페가수스이기 때문이 아니야. 소환술사가 소환수를 맹약자라 부르는 이유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야. 소중히 대해줘야 하는 건 소환술사로서 기본이라고.”

샤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샤샤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뭐. 14살 어린애니까 충분히 실수는 할 수 있지. 하지만 네가 영웅을 목표로 한다면. 또한 한 나라를 이끌 황제가 되고 싶다면 오늘 일을 잊지 마.”

우웅-

레오가 아티의 소환진을 손바닥 위에 만들어냈다.

“가져가.”

“네?”

샤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도, 돌려주시는 건가요?”

“난 남의 소환수는 안 뺏어.”

심드렁하게 말하는 레오를 보며 샤샤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순순히 돌려주다니.’

로드렌 제국과 척을 지지 않기 위해서일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그런 건 아닌 듯했다.

페가수스는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다.

레오의 실력이라면 어느 세력이든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페가수스의 소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레오가 마음먹고 다른 지역의 막강한 세력으로 들어간다면 아무리 서부의 패자인 로드렌이라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

‘외가가 제르딩거이기 때문에? 아니, 그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자신에게 원하는 걸 얻어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정말로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계약의 주권을 돌려주려 하고 있었다.

‘소환사라면 영혼까지 바쳐도 이상하지 않은 페가수스가 손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순순히 돌려주다니.’

레오를 올려다보며 샤샤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달빛 아래 레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절대적인 위엄을 풍겼다.

마치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내심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격차가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그릇이 달라.’

평생을 황제가 되기 위해 수업을 받고 공부를 해온 소녀는 사람을 보는 눈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직감했다.

‘도저히 품을 수 없는 그릇이야.’

우러러보게 된다고 생각하며 샤샤는 떨리는 가슴으로 레오가 내민 소환진에 손을 뻗었다.

저것만 돌려받으면 계약의 주권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때였다.

“잠깐.”

아티가 끼어들었다.

“내 의견은 안 중요해?”

불만 어린 목소리로 툴툴거리는 아티를 보며 샤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네 원래 맹약자는 로드렌 가문이잖아.”

“맞아.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 하지만.”

아티는 진하게 웃었다.

“너라는 소환사를 한 번 경험해 보니 당장은 샤샤에게 돌아가기 싫은걸?”

“네? 아티! 그게 무슨!”

샤샤가 깜짝 놀라자 아티가 빙긋 웃었다.

“걱정 마. 조금 전에 말했지만, 영원히 떠난다는 생각은 아니니까. 다만…….”

아티가 레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맡에 코를 대더니 킁킁-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기하단 말이야. 보면 볼수록 끌린단 말이지.”

아티는 본능적으로 레오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 마나 특성 때문인가?’

레오의 마나 특성은 순수.

그리고 순백의 환수 페가수스는 순수함에 이끌리는 환수였다.

어찌 보면 레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페가수스의 맹약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생에 페가수스와 쉽게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좀 더 너를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 레오 플로브.”

“그냥 돌아가. 나랑 있으면 험한 꼴 당할걸?”

“어머? 위험함을 풍기는 계약자? 그것도 나름 취향인데.”

아티가 방긋 웃었다.

“그리고 네가 말했잖아.”

“……?”

“네 테크닉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될 거라고.”

얼굴을 감싼 아티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말대로였어. 그냥 의욕 넘치는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그런 능숙함을 갖추고 있었다니. 넌 내가 원하던 이상형의 소환사야.”

상기 된 얼굴로 아티가 말했다.

“그러니 내가 만족할 때까지 당분간 너를 따르고 싶어.”

“그냥 가.”

“안 돼, 만족하지 않고 샤샤에게 돌아가면 밤마다 네 손길이 계속 떠오를 것 같단 말이야. 날 완벽하게 손아귀에 넣고 다룰 수 있는 건 내 일평생 너 뿐이었어! 날 완벽하게 다루는 소환사! 내 주인이 될 수 있는 자를 기다려 왔어. 레오 플로브!”

몸을 베베 꼬는 아티의 묘한 모습을 보며 샤샤가 얼굴을 붉혔다.

분명 소환술 스킬에 관한 건데 묘하게 이상한 오해를 일으키는 언행이었다.

그 모습에 레오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또 다른 자신의 맹약 환수들을 떠올랐다.

철없는 어린애 두 명에 변태 어른 한 명이라니.

‘이 이상 개판이 되는 건 사절인데.’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잘 부탁해!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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