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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74화 (17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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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고.

일반 학생은 물론이고 웬만한 교수들에게조차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수많은 금서가 잠들어있는 곳.

금서의 내용 역시 다양했다.

세간에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세계의 기록은 물론이고 금지된 위험한 마법과 오러 스킬, 그리고 소환술까지.

말 그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지식의 보고였다.

그렇기에 이사장 대리인 엘레나 조차도 레오가 금서고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엘레나와 함께 대서고의 최상층.

일반 학생들은 출입이 금지된 금서고 입구 앞으로 온 레오가 멈칫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교감인 리벤이었다.

“안녕하세요, 교감 선생님.”

엘레나가 웃으며 인사했다.

학생이나 교수들은 리벤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제르온의 후계자이자 이사장 대리인 엘레나는 그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엘레나 제르온.”

리벤은 언제나처럼 무미건조하게 엘레나를 대했다.

그런 리벤의 태도에 익숙한 듯 어깨를 으쓱거린 엘레나가 말했다.

“난 여기까지야. 금서고를 열 수 있는 건 이사장과 교장. 그리고 교감뿐이거든.”

이사장 대리라고는 해도 한계는 있는 모양이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라, 엘레나 제르온.”

“네~”

새침한 표정을 지었지만, 엘레나가 순순히 대답했다.

리벤이 금서고 입구에 손을 대자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레오는 몸이 빨려가는 걸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레오는 거대한 원형의 방에 서 있었다.

벽에는 빼곡하게 책들이 꽂혀 있었다.

레오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히어로 레코드?”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영웅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단상 위에 거대한 책이 놓여 있었다.

바로 루메른이 가진 ‘히어로 레코드’ 의 본체였다.

“금서고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보관되어 있지. 그리고.”

뚜벅- 뚜벅-

리벤은 방을 가로질러 갔다.

레오는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리벤은 방 앞에 섰다.

“네가 원하는 지식들은 이 문 너머에 있을 거다.”

리벤의 말에 레오는 빤히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금서고는 루메른 내에 없군요.”

“그래. 세간에 금서고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드래고니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어져 있다. 이건 다른 영웅 사관 학교들도 마찬가지지.”

아무리 숨겨진 지식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의아했는데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손을 뻗었다.

벌컥-!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리벤은 레오를 따라 금서고에 입장하지 않았다.

탁-

문이 닫혔다.

레오는 눈앞에 한가득한 책을 바라보았다.

“찾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

“걱정 마세요.”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하자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마중 나온 상대에게 레오가 물었다.

“드래곤 로드는 한가한 직책이 아닐 텐데?”

“네. 하지만 레오님을 돕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야 하지 않겠어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드래곤 로드, 멜리나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 멜리나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그럼 히어로 레코드가 나뉘게 된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데.”

“네~ 히어로 레코드와 관련된 기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안내원이 된 멜리나가 가볍게 마력을 일으켰다.

레오가 디딘 바닥에 평평한 사각형 형태의 마력 바닥이 생성되었다.

몸이 둥실- 하고 뜬 레오와 멜리나가 빠르게 이동했다.

드넓은 드래고니아의 대서고를 이동한 끝에 어느 구역 앞에서 멈췄다.

“웃차.”

마법을 해제한 멜리나는 거대한 책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전부 히어로 레코드와 관련된 서적이에요.”

히어로 레코드와 관련된 자료는 너무도 방대했다.

“히어로 레코드가 나뉘게 된 이유가 쓰인 책은?”

“그건 제가 찾아 드릴게요. 레오님은 여기 앉아 계세요.”

멜리나는 레오를 주변 책상에 앉히고는 몸을 둥실 띄워 레오가 찾는 책을 찾았다.

잠시 후, 멜리나는 한 권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3000년 전, 당시 드래곤 로드인 로디아의 수기에요.”

엄청난 역사적 가치가 깃든 물건이다.

금서고 이외에서는 읽을 수 없는 책.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였다.

“읽어 봤어?”

“……네.”

“히어로 레코드가 나뉜 이유에 대해서도 알겠군.”

“네. 원하신다면 설명을 해드릴 수 있지만 제 사견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레오님이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 알았어.”

“로디아의 수기는 용언으로 되어 있어서 제가 도와…….”

멜리나가 수기의 해석을 해주려고 했다.

팔락-

하지만 레오는 빠르게 수기를 읽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멜리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바보 같네.’

눈앞의 소년은 겉모습은 어릴지 몰라도 속은 대영웅.

게다가 지혜의 왕 리시나스의 힘까지 계승했던 남자다.

‘용언 정도야 읽는 건 일도 아니실 텐데 말이야.’

멜리나가 빙긋 웃었다.

‘개벽의 용, 로디아.’

3000년 전.

에레보스의 한 조각이 부활했을 때 히어로 레코드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내어 새로운 시대를 연 장본인.

팔락-

‘그렇군. 그때 당시 거의 재앙의 시대가 재현될 뻔했군.’

당시의 이야기를 읽으며 레오는 한숨을 쉬었다.

수기에는 당시 에레보스의 조각과 타르타로스에게 맞서 싸웠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도 쓰여 있었다.

황혼의 기사 루메른.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

대전사 아조니아.

불굴의 데미안.

대영웅들 다음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영웅들.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세계는 다시 한번 재앙의 도래를 봤어야 했을 것이다.

치열했던 후대의 영웅의 수기를 읽으며 레오는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기 내용이 중반에 이르렀을 무렵.

[나는 일행 중 유일하게 위대한 대영웅의 힘을 계승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리시나스의 힘을 계승했다.]

‘과연. 리시나스의 세계를 공략한 건가?’

팔락- 팔락-

[우리는 일곱 명의 군단장을 토벌했다. 일찍이 세상을 구한 위대한 대영웅들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분명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드디어 출구가 보이는 것만 같다.]

군단장 일곱.

이 정도라면 타르타로스는 거의 궤멸 직전에 몰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그 징그러운 것들은 잘도 살아남았군.’

수천 년부터 생존해온 숙적들에게 진절머리를 치며 레오는 수기를 계속해서 넘겼다.

[오늘 에레보스와 맞서 싸웠다. 단지 한 조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전율스러운 괴물을 어떻게 토벌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끝에 다다랐을 때 본격적인 에레보스와의 사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 전투에서 많은 영웅이 죽었다. 우리 다섯 명만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후퇴했다. 에레보스의 검은 불꽃에 도저히 대항할 수 없다. 놈이 자리 잡은 본거지의 하늘이 검은빛으로 물들어간다. 재앙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만 같다.]

팔락-

[드디어 에레보스를 물리쳤다. 놈의 진격을 막아냈고 놈은 후퇴했다. 사령왕의 군대 역시 가까스로 패퇴시킬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길이 다시 보이는 것만 같다.]

팔락-

[에레보스 조각의 토벌에 성공했다. 하늘은 푸른빛을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리시나스시여. 당신의 힘으로 이 증오스러운 에레보스를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읽은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 있었지만 큰 내용은 똑같은데? 대체 왜 히어로 레코드를 나누게 된 거지? 단순히 영웅 사관 학교 네 개를 설립하기 위해서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절망스럽다. 오늘 검은 불꽃이 다시 피어올랐다. 이 증오스러운 재앙의 불꽃은 우리 힘으로 도저히 꺼트릴 수 없다.]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 조각은 다시 부활 할 것이다. 세상은 다시 절망에 휩쓸릴 게 분명하다. 어쩔 수 없다. 루메른, 세이룬, 아조니아, 데미안과 상의했다. 이 증오스러운 불꽃을 ‘다른 세상’으로 쫓아내자고…… 후대에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할 영웅을 키우자고. 분명 우리 보다 더욱 위대한 영웅이 탄생해 우리가 못다 한 사명을 이루어주리라.]

거기서 수기가 끝이 났다.

레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멜리나를 보았다.

“그들은 토벌에 실패한 건가.”

“……네.”

멜리나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들은 실패했어요. 레오님께서 베어 버린 단 한 조각의 에레보스 조차 완전히 멸망시킬 수 없었던 거예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에레보스의 힘이 그만큼 절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꺼지지 않는 재앙의 불꽃.

불멸의 괴물.

대영웅들에게는 ‘카일’ 이라는 에레보스의 천적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승리의 대가로 2000년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3000년 전에는 달랐다.

비록 승리는 했지만, 토벌에는 실패했다.

다시 되찾은 평화에 기뻐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절망감을 선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아는 자들은 그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에레보스의 조각을 자신들의 히어로 레코드에 봉인했군.’

그 봉인된 히어로 레코드를 찢어 에레보스의 조각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왜 히어로 레코드가 찢어졌는지.

어째서 에레보스의 파편이 루나의 세계에 있었는지.

3000년 전의 영웅들에게는 이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3000년 동안 평화는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이제 흔들리고 있다는 건가.’

타르타로스로서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또 다른 에레보스의 조각의 부활을 기다리는 것보다 이미 깨어난 에레보스를 히어로 레코드에서 꺼내는 것이 훨씬 빠르게 에레보스를 부활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숨길 수밖에 없었던 진짜 역사를 본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타이밍이 딱 좋네.”

“네?”

“그렇잖아.”

수기를 덮은 레오가 말했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있으니까.”

3000년 전의 영웅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후대에 자신들이 완수하지 못한 사명을 남겼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지금 시대에 시작의 영웅 카일이 환생했다.

“나도 전생부터 이어진 악연의 종지부를 찍고 싶거든.”

레오는 후대 영웅이 한이 담긴 남긴 수기를 쓰다듬었다.

실패를 탓할 생각도 없고 탓할 수도 없다.

그 괴물의 절망스러움은 레오가 가장 잘 아니까.

‘뒤는 나한테 맡겨라.’

멜리나에게 수기를 건넸다.

“과연 레오님이시네요.”

멜리나는 이 수기를 처음 봤을 때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세에 부활한 대영웅이 있는데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자, 그럼 돌아가서 중간고사나 준비할까?”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금하던 게 풀려 속이 후련했다.

‘후대 녀석들도 고생을 많이했군.’

터벅- 터벅-

걸어가던 레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따르던 멜리나도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레오의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레오님?”

의아한 표정을 짓는 멜리나를 뒤로하고 레오가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꽂혀 있는 건 낡은 책이었다.

언제적, 어느 시절의 책인지 알 수 없다.

제목도 없고 저자도 없는 손때가 탄 가죽 표지.

하지만 레오에게는 어딘지 낯이 익었다.

게다가 희미하게 그리운 마나의 잔향도 느껴졌다.

손을 뻗어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팔락-

책에는 아무런 내용도 쓰여 있지 않았다.

“……멜리나. 이 서고는 언제부터 있었어?”

“서고의 역사는 재앙의 시대 이전부터죠. 리시나스님이 소유했다가 후대 드래곤들에게 물려준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나며 증축하고 많은 책을 저장하면서 옛 모습은 진즉에 사라졌다.

하지만 대서고에 들어온 책은 단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을 것이다.

“과연…… 리시나스의 개인 서고였군.”

“네. 그런데 그 책이 뭔가요?

멜리나의 의아한 물음에 레오가 어딘지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리시나스의 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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