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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79화 (17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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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토루아와 자무아의 경기를 지켜보던 세드젠이 펜을 움직였다.

‘확실히 저 둘은 격이 달라.’

사각- 사각-

‘토루아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인가 보군. 과연 1학년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지는데.’

머나먼 과거가 되었든.

현재가 되었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는 마법사의 강함을 정하는 척도 중 하나다.

물론 다양한 마법을 구사하지 않아도 강력한 마법사는 될 수 있다.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몇 개의 마법으로 활약하는 마법사도 존재한다.

바로 3학년의 엘레나 제르온과 같은 마법사.

그런 엘레나와 다르게 토루아는 수많은 마법 주문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마법사였다.

‘대단한 점은 그 주문들이지.’

세드젠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보급형 마법이 아닌 모두 스스로 만든 고유 마법.’

토루아의 강점은 마법 연구.

그리고 그 연구는 마법의 카테고리에만 들어가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유 마법의 다양성도 상상을 초월한다.

‘자, 이런 토루아를 상대로 어떻게 대응할 거지? 너희 입장에서는 토루아의 마법은 모두 미지의 마법이다.’

화악-!

허공을 수놓은 마법들을 보며 첼시가 경악성을 내질렀다.

“뭐야, 전부 고유 마법이잖아?!”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

함께 팀을 짰던 기사학과 학생이 비명을 내질렀다.

마법에 문외한인 그조차 이토록 많은 고유 마법을 만드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하지만 여긴 루메른이잖아?”

클로에가 지팡이를 쥐었다.

“상식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곳이야.”

고오오오오-!

클로에의 몸에서 푸른빛 마력이 넘실거렸다.

“얼음 세계.”

나지막한 말과 동시에 클로에의 고유 마법이 발동되었다.

주변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필드 마법.

말 그대로 이공간 내에서 클로에는 여왕이라 할 수 있었다.

쩌저저적-

“흐응?”

마나의 흐름 조차 얼어붙기 시작한 걸 보고 토루아가 감탄했다.

“대단해. 후배군. 마법의 위력을 이 정도로 끌어 올리다니.”

박수를 치며 빙긋 웃었다.

“역시 훌륭한 목표점이 있어서겠지?”

토루아가 힐끗 레오를 보았다.

그때 아바드 역시 고유 마법을 완성시켰다.

“템페스트.”

콰가가가가가각-!

얼음의 세계 한복판에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걸 본 토루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바람은 얼음과도 궁합이 나쁘지 않지.’

비산한 얼음조각을 품은 아바드의 템페스트는 엄청난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첼시가 위력 증가 주문으로 아바드의 마법에 위력을 더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마법사로서 이상적인 연계였다.

쩌저적-

토루아가 마법을 피하려고 하자 허공에 얼음벽이 생성되었다.

그러는 동안 남은 학생들이 재빠르게 빈 골대를 노렸다.

“어허. 안 돼.”

토루아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콰가가각-!

“컥?”

“이번엔 골렘이냐?”

“야! 뚫어! 아까 슬라임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

꾸물- 꾸물-

“끄아아아악? 라바 골렘이잖아?”

“튀어! 튀어!”

온 몸에 용암이 흐르기 시작하는 골렘을 보며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골렘 분야에서 최상위 실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는 라바 골렘.

‘이 선배는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이게 바로 옴니포텐스 위저드 토루아 얀.’

전능에 가까운 마법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말 그대로 모든 방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마법 능력을 보여주는 토루아에게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이명이었다.

“내놔.”

“아앗! 고, 공이!”

토루아가 1학년들에게서 공을 뺏어왔다.

그리고 허공에 둥실 떴다.

“훌륭해 1학년 제군들! 마법학과 선배로서 나는 몹시 기뻐!”

토루아는 가슴을 쫙 펴며 말했다.

“너희는 아마 최고가 될 거야! 루메른의 황금기를 이끌겠지!”

음-! 음-! 고개를 끄덕이며 토루아가 팔짱을 꼈다.

“나는 1학년 때 너희처럼 대단하지 못했거든.”

“웃. 거짓말 마요. 완전 괴물이면서!”

첼시가 툴툴거렸다.

그런 첼시를 보며 빙긋 웃은 토루아가 지팡이를 고쳐 들었다.

고오오오오-

토루아의 몸에서 마력이 넘실거렸다.

그걸 본 1학년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야.”

번쩍-!

허공에 수많은 마법진이 생성 되었다.

토루아를 노리던 아바드의 템페스트가 해체 되었다.

화악-!

클로에의 얼음 세계 역시 사라졌다.

그걸 본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마력으로 밀어낸 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둘의 얼굴이 굳었다.

‘아니!’

‘술식을 해석해서 풀어 버린 거야!’

놀랍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경이로웠다.

‘이런 수준이라니.’

아바드는 가문에서 많은 마법사를 봐 왔다.

그중에는 대마법사라 불릴만한 실력자들도 있었고 영웅의 자리에 오른 실력자들도 많았다.

클로에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북의 마탑에서 그리 높은 지위의 가문 출신은 아니지만 마탑의 일원으로서 굉장한 마법사들을 보고 자랐다.

그들도 재능이 뛰어났던 클로에에게 많은 관심과 가르침을 주었다.

그중에는 지금의 토루아 보다 강한 마법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마법’이라는 분야를 토루아 만큼 잘 이해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루메른을 졸업해도 그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보통은 이런 걸 보여주면 주눅 드는데 말이야.’

클로에와 아바드는 그런 기색이 없다.

그저 새로운 목표를 잡은 모습이다.

‘이것도 다 레오군 때문일까? 자, 그럼 레오군의 반응은?’

쿡쿡- 웃은 토루아는 레오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상에서 토루아를 바라보는 레오의 눈빛은 조금 독특했다.

‘감탄…… 그리고…… 이해?’

토루아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

“토루아도 꽤 흥분한 모양이네.”

“나라도 기사학과 애들이 저만큼 해주면 기쁠 것 같은데.”

울타의 말에 리스가 피식 웃었다.

“뭐. 우리 후배들도 뒤처지지 않을 것 같지만.”

자무아를 상대하는 기사학과 후배들을 보며 리스가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토루아는 힘 조절이 안 돼는 게 단점인데 말이야.”

“그건 걱정 마.”

“울타. 레오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리스가 의아한 얼굴로 보았다.

그런 리스를 보며 울타는 빙긋 웃었다.

‘피닉스, 그리고 요정의 계약자.’

1학기 환수의 섬에서 요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울타는 진심으로 요정과 계약을 맺고 싶었다.

그건 딱히 소환사로서의 욕심이나 향상심 때문이 아니었다.

‘요정과 친구가 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지극히 단순하고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지만 울타는 그런 인간이었다.

‘하지만 계약자가 이미 있었지.’

타르타로스의 마수술사를 상대할 때 그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이후 유라에게 입학 첫날 레오가 피닉스와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소환사의 역량은 계약한 환수와 정령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아무리 강력한 환수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없겠지. 하지만 레오라면 피닉스와 요정을 잘 다룰 수 있어.’

그렇다면 학생회장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울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

‘소환학과에서 학생회장이 나오면 좋겠지.’

토루아와 자무아가 각각 레오를 마법학과 기사학과라고 믿어 의심치 않듯.

울타 역시 레오가 소환학과라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레오가 왜 피닉스와 요정의 계약자인 걸 알리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밝혀줬으면 좋겠군.’

소환학과 최고의 학생으로서 울타는 후배들에게 최강의 소환술사를 선물로 남겨주고 싶었다.

‘자, 레오. 토루아는 피닉스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거다. 사람들에게 네가 피닉스의 계약자라는 사실을 보여다오.’

***

“일단 저 고유 마법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아바드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토루아 선배님에게 날아가서 시야를 교란해볼까요?”

첼시가 손을 들고 나섰다.

이중 가장 빠른 첼시라면 확실히 토루아의 눈을 교란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안 돼. 저건 다 고유 마법이야. 섣부르게 다가갔다간 당해.”

클로에가 고개를 저었다.

“난 골을 넣어서 이길 생각 없어. 너희를 다 전멸시킬 생각이란다?”

토루아가 하늘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내가 잠깐 동안 막아 볼게.”

“레오?”

앞으로 나서는 레오를 보며 클로에가 깜짝 놀랐다.

“너희는 골을 넣을 준비를 해.”

레오는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토루아 앞으로 날아갔다.

“안녕, 레오군.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나는 네 까마득한 선배이고 연상의 누나잖아?”

“그렇죠.”

“원래 너 같은 귀여운 사춘기 소년은 나 같은 예쁜 누나를 보면 얼굴을 붉히든 부끄러워하든. 풋풋한 반응을 보여야 하거든.”

“1학년은 물론이고 마법학과 남학생을 통틀어 토루아 선배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토루아는 확실히 아름답다.

나이도 21살.

1학년들이라면 한참 로망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여인이다.

하지만 마법학과생은 그 누구도 토루아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건 하늘 같은 선배이기 이전에 토루아가 워낙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법밖에 모르는 마법바보로 유명했으니까.

“어쨌든.”

토루아가 팔짱을 꼈다.

“그런 1학년이 마치 아저씨 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 게 특이하네.”

“제가 뭐가 아저씨 같은데요.”

“응. 까마득한 연상이 날 이해하는 것 같은 눈이야. 내가 1학년 때 퇴직하신 이루아 교수님 같은 눈빛.”

“그분이 누군데요.”

“북부 마탑의 60세 마법사.”

“그건 아저씨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요.”

무려 레오의 눈빛에서 60살 할아버지를 엿본 토루아였다.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어쨌든 조금 이해가 돼서요.”

“어떤 부분이.”

“그만한 실력을 쌓는 데 어떤 노력을 했을지 말이에요.”

토루아의 실력은 재능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력의 결정체였다.

‘엘레나, 클로에, 아바드, 첼시와는 달라.’

재능으로만 놓고 본다면 네 사람은 무엇하나 압도적이고 특출난 재능을 타고난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토루아는 달랐다.

레오가 보기에 토루아는 많은 재능을 타고 났어도 어떤 한 분야에서 궁극에 이를만한 재능은 없었다.

‘마치 나처럼.’

올 클래스이지만 어느 것 하나 궁극에 이르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빌렸어야 했던 레오와 닮았다.

‘오로지 순수하게 열정과 노력만으로 저만한 실력을 쌓은 거야.’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왔다.

전능하다고까지 평가받는 토루아의 마법 실력은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그런 레오의 모습에 토루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대부분 사람은 토루아가 루메른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그녀의 노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마음이었는지는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5년을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레오는 마치 토루아의 노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말은 안 했지만 토루아는 레오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레오군.”

“네.”

“결혼하자.”

뜬금없는 말에 레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이라도 당황하면 귀여운 맛이 있을 텐데. 이러면 진짜 연상 같잖아.”

태연한 반응에 툴툴거린 토루아가 팔짱을 꼈다.

“그래서, 혼자 날 막으려고?”

“네.”

“음. 네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건 알겠는데 그건 조금 무모한 생각 아닐까?”

“무모하죠.”

‘지금 내 실력으로는 토루아를 어떻게 할 수 없어.’

기술과 기교로는 넘을 수 없는 명백한 체급 차.

레오와 토루아에게는 그 차이가 있었다.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하지만 짧은 시간 토루아 선배를 막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있죠.”

“흐응? 자신만만한데? 좋아. 네가 날 막아내고 너희가 한 골이라도 넣으면 너희 승리를 인정할게.”

“말 바꾸기 없습니다.”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리스 쪽을 힐끔 보았다.

‘학생회장이라.’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딱히 관심 없었다.

하지만 요 며칠 생각이 바뀌었다.

3000년 전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했던 이들의 수기를 읽었다.

‘지금 이루지 못한다 해도 후대에 맡기면 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아니야.’

히어로 레코드에는 에레보스의 파편들이 봉인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타르타로스에서는 히어로 레코드를 노리고 있다.

언젠가 머나먼 훗날.

자신의 기록처럼 다른 대영웅들의 기록이 사라지게 된다면?

타르타로스의 계획이 성공해 히어로 레코드가 완전히 파괴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두운 미래만이 남아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대영웅이 될 필요가 있어.’

히어로 레코드에 새로운 업적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후대에 전해야 했다.

훗날. 자신의 힘을 계승한 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1학년부터 학생회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물론 엄청난 반발은 있을 수 있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겠지.’

고유 마법을 남발하는 토루아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똑같은 마법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급 마법도 아닌 고유 마법을 똑같은 마법으로 상쇄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레오는 짧게나마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고유 마법에는 고유 마법.’

레오가 눈을 감았다.

위잉-!

레오의 전신으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걸 본 토루아가 미간을 좁혔다.

‘뭐지? 처음 보는 형태의 마법술식인데?’

토루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레오가 눈을 떴다.

레오의 눈이 붉게 빛났다.

시야에 하늘을 수놓은 토루아의 마법 술식들이 들어왔다.

일순간 마법 술식들이 머리에서 해석되었다.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우웅-!

토루아의 고유 마법을 레오가 사용했다.

그걸 본 토루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무슨 짓을 한 거야?”

토루아의 물음에 레오가 웃었다.

“제 고유 마법, 바이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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