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186화 (186/483)

186

대련 평가가 끝나고 레오가 1학년들이 대기하고 있는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그런 레오를 모두가 숨죽이며 주목했다.

학생 최강을 상대로 1학년이 잠시나마 동수를 이룬 건 놀라운 일이다.

거기에 레오는 피닉스의 계약자.

머지않아 정말로 학생회장에 어울릴만한 강함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깨달았다.

1학년이지만 레오에게는 분명 학생회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1학년들도 긴장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레오가 정말로 학생회장이 되는 건가?’

‘정말로?’

‘괜히 선배들 눈치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쟤는 1학년부터 루메른 학생 중 최고의 권력자란 거잖아?’

1학년들의 심정이 복잡했다.

다른 고학년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았다.

‘크윽! 이대로면 저 1학년이 정말로 학생회장이 될 것 같잖아!’

‘하지만 막을 명분이 없어. 애초에 엘레나는 레오 플로브를 학생회장으로 추천했다고.’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레오 플로브를 포섭해야 하나? 흐름이 이렇다면 엘레나 제르온 보다는 레오 플로브가 만만하니까.’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2학년들.

여전히 엘레나의 눈치를 살피는 3학년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1학년이 학생회장이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4학년들까지.

여러 가지 복잡한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삐약-

“배고프다고?”

5반 자리로 가던 레오가 미간을 좁히며 품에서 초콜릿을 꺼내 손 위에 올려놓았다.

푸드득- 레오 손으로 날아간 피오라가 초콜릿을 쪼아 먹었다.

순식간에 다 먹은 피오라가 레오를 올려다보며 양 날개를 펼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뺙! 뺙! 뺙!

“뭐? 더 달라고? 없어.”

뺘아악-

“너 그러다 진짜 돼지 된다.”

그 말에 피오라는 레오의 머리 위로 날아가 하얀 머리카락을 물어 잡아당겼다.

‘귀, 귀여워!’

‘갖고 싶어! 피닉스!’

피오라의 모습을 보며 조금 전 복잡한 생각을 잊어버린 학생들이 소리쳤다.

레오가 자리에 앉자 5반 학생들이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뭔데! 뭐야! 너 언제 피닉스랑 계약했어?”

“대박이잖아!”

“레오! 나도 좀 보여줘!”

피오라는 주변으로 학생들이 모여들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살면서 이렇게 열렬한 관심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레오의 머리 위에서 우아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꺄아아아악!”

“귀여워!”

5반 여학생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좋아하자 피오라는 여러 가지 포즈를 취했다.

그럴 때마다 반응이 터져 나오자 피오라는 더욱 우쭐했다.

“이크! 야! 할린드 교수님이 노려보신다!”

“헉!”

하지만 칼이 다급히 소리치자 정신 차리고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한참 우쭐하던 피오라는 인파가 사라지자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소란이 이는 가운데.

가장 상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칼리안은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스스로 학생회장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증명했군.”

옆에 있던 리벤의 중얼거림에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할 생각이지?”

“증명되었다면 이제 확정만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말에 리벤이 말했다.

“놀랍군. 자네가 레오 플로브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밀어줄지는 몰랐군.”

“자격이 있는 학생 아닌가.”

리벤의 말에 빙긋 웃은 칼리안이 대련장으로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교장인 칼리안이 대련장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모든 학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가운데 학생들을 둘러보며 칼리안이 말했다.

“1학년 모두 수고했네. 아마 대련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 보네.”

칼리안이 진중한 얼굴로 1학년들을 바라보았다.

“반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또 자신보다 하수라고 생각했던 학생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학생도 있을 테지.”

그 말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학생과 분한 표정을 짓는 학생이 있었다.

“이게 자네들이 걸어가야 할 길일세. 끝없이 경쟁하고 끝없이 성장해야 하지. 그래서 점점 더 영웅에 가까운 인간이 되어가는 걸세. 자네들의 선배들이 걸어갔던 길이고. 나 역시 걸어왔던 길이지.”

빙긋- 인자하게 웃은 칼리안이 말했다.

“그리고 학생회장에 관한 이야기도 하겠네.”

모두가 숨죽였다.

긴장된 표정을 짓는 학년 전체를 보며 칼리안이 말했다.

“루메른의 교훈은 ‘한계를 뛰어넘어라.’ 일세. 이걸 다르게 말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칼리안이 고학년들이 앉아 있는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자네들이 보기에 레오 학생에게는 학생회장의 자격이 없나?”

그 말에 뭐라 말할 수 있는 학생은 없었다.

레오 본인이 학생 최강과 동등한 대련을 펼쳤다.

거기에 피닉스의 계약자이기까지 하다.

지금껏 레오가 보여준 모습만 봐도 학생회장의 자격은 충분하다.

물론 지금의 레오가 ‘학생 최강’은 아니었다.

하지만 레오는 1학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지금의 강자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다.

“학생회장의 자격을 가진 학생은 많지 않다. 하물며 자질을 가진 학생은 더더욱 드물지.”

할린드가 웃었다.

“나는 레오 플로브가 학생회장의 자격과 자질을 동시에 가진 학생이라고 판단해서 리스 제르딩거의 추천을 받아들였네.”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레오 플로브를 학생회장으로 임명하려고 하네. 이의 있는 학생 있는가?”

학년 전체는 물론 교수들도 놀랐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칼리안이 말했다.

“리스 제르딩거, 레오 플로브 앞으로.”

그 말에 레오와 리스가 다시 대련장 가운데로 나섰다.

“정식 임명은 2학기 말이 되겠지만 인수인계는 지금부터 받아야 할 터이니 지금 학생들 앞에서 공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네. 자네들의 생각은?”

“저는 좋습니다.”

“저도요.”

그 말에 칼리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러면 지금부터 레오 플로브를 차기 학생회장으로 선포하는 바이네.”

그 선언에 학생 전체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리스가 박수를 치자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따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전대미문의 1학년 학생회장의 등장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시선이 교차했다.

엘레나는 턱을 괴며 빙긋 웃었다.

‘이제 앞으로 레오군이 학생회장으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3학년들을 훑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불만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나.’

3학년 중에는 엘레나의 말이라면 절대복종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도 많다.

‘내 이름을 팔아서 멍청한 짓을 하기 전에 관리해야겠지?’

빙긋- 엘레나가 폭군의 미소를 지었다.

한편, 4학년 관중석은 침착했다.

“제법이잖아, 레오 플로브?”

하르크의 눈에 호승심이 일었다.

“저 녀석과 싸우면 재미있겠는데?”

잘 때를 제외하고는 누군가와 실력을 겨룰 생각밖에 하지 않는 하르크를 보며 주변 동기생들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레오. 학생들 앞에 학생회장이 된 소감을 말해 주겠어?”

리스의 말에 레오는 음성 확산 마법이 걸린 마이크를 받았다.

레오가 마이크를 들자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쭉- 훑어본 레오가 말했다.

“1학년이 학생회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학교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하겠습니다.”

모범답안에 가까운 말에 교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번 겪어보고 마음에 안 들거나 불만 생기면 찾아오세요. 저와 싸워서 이기면 학생회장 자리 넘겨 드릴 테니까요.”

“……!”

“……!”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2, 3, 4학년들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리스조차도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풉! 푸흐흐흐! 하하하하하하!”

4학년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하르크는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에 들어! 그래! 학생 최강의 자리라 불리는 학생회장이 됐으면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넌 이게 웃기냐? 잘못하다가는 내년부터 학생회장 쟁탈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4학년 중에서 하르크를 나무랐다.

학생회장에게는 강력한 권력이 주어진다.

악용한다면 학교 자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 루메른 역사에서 그러한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레오는 학생회장 임명 자리에서 ‘자신만 이기면’ 학생회장이 될 수 있다는 걸 공표해버렸다.

고학년들로서는 그 자리가 탐날 수밖에 없었다.

“내버려 둬. 저 녀석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있으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도발한 거 아니겠어?”

팔짱을 낀 하르크는 평소와는 달리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5학년도 재미있을 것 같네.”

그런 가운데 레오가 추가로 말했다.

“아. 그리고 부학생회장은 이미 생각해뒀습니다. 4학년의 하르크 리그아르드 선배입니다.”

“엉?”

“학생회 실무도 하르크 선배가 다 볼 겁니다.”

덤덤하게 발표를 이어 나가는 레오를 보며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의 권력은 실무에서 나온다.

그 권력의 원천을 하르크에게 맡기다니?

‘아니, 애초에 저 사람이 그런 귀찮은 걸 할 리가 없잖아?’

모든 학생이 하르크를 주목했다.

그리고 생각대로 하르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내가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얼굴을 팍 구기며 반발하는 하르크를 보며 레오가 이상한 소리를 듣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르크 선배님. 저는 내년부터 학생회장이죠?”

“그래.”

“학생회장은 인사 임명권을 가지고 있죠?”

“그렇지.”

“그래서 시킨 건데요.”

하르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하르크 역시 매일 잠자고 있어 성격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 하르크가 험악한 표정을 짓자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신규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시작부터 기 싸움하는 진풍경.

그리고 그 내용도 이상했다.

‘아니, 실무를 보기 싫다고 거절해?’

“그딴 거 할까 보냐. 거절이다.”

“거절을 거절할게요.”

“네가 뭔데?”

“전 학생회장이니까요.”

레오는 웃었다.

“까라면 까세요.”

“컥? 저, 저놈이……!”

하르크는 건방진 후배 학생회장을 보며 뒷목을 잡았다.

매일 잠에 취해 얻은 저혈압이 치료되는 기분이었다.

“야! 너희들 뭐라고 해봐! 저놈이 학생회장 됐다고 벌써 선배한테 기어오르잖아!”

하르크가 눈을 부릅뜨고 동기생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4학년들은 혹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권을 하르크가 갖는다면 우리로선 좋은 거 아니야?”

“그래. 일단 학생회의 힘은 실무에서 나오는 거잖아.”

“저 녀석 평소 하는 꼴 보면 1학년에게 저런 말 들어도 싸지.”

평소 무슨 일이 생기든 잠만 자는 하르크의 편은 없었다.

“너희들 진짜…….”

하르크의 몸이 떨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빙긋 웃었다.

“권력이 좋긴 좋네요.”

그 말에 하르크는 다시 한번 뒷목을 잡아야 했다.

***

세이룬.

“학생회장? 1학년이?”

“레오 플로브라면…… 이번에 시조님의 영웅 던전을 공략했다던 그 녀석인가?”

엘프 학생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세이룬 학생들은 다른 영웅 사관 학교의 일에 큰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야말로 최고의 영웅 후보생들이라는 자신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년 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은 세이룬에도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오기 충분했다.

“피닉스와 계약을 했다고 하던데?”

“……이번 세루전은 조금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세이룬 고학년들은 대체로 레오를 경계했다.

한편 루니아는 반에서 신문을 바라보며 손을 꾹 쥐었다.

‘레오가 학생회장이 되었다고?’

가까스로 따라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 발자국 앞서 나갔다.

‘좋아! 나도 빨리 피닉스와 계약을 맺고 녀석의 뒤를 쫓겠어!’

루니아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한편 옆자리에 앉은 에이란은 신문에 찍힌 레오의 사진을 스크랩차 하며 방실방실 웃었다.

‘이번 신문에 찍힌 레오님 멋있다.’

영웅과 관련된 물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에이란의 요즘 부쩍 레오의 활약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

“……잘 나가네. 1학년이 학생회장이라니.”

“피닉스랑 계약했다면서?”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여기저기서 호승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 가운데 교실 자리에 앉은 수인 소녀는 하얀 고양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신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토끼!’

아르는 자신이 라이벌이라 선언한 소년의 소식에 귀를 쫑긋쫑긋 세웠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루메른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2